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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40代 | ‘유목민’ 심리

“나를 인식하라 그리고 바꿔라 조금만!”

정서적 과부하 상태 ‘제2 청소년기’ 인정해야

  • 손석한│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나를 인식하라 그리고 바꿔라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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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은 발전과 변화를 상징한다. 그러나 40대 자신에게 적용되는 젊음은 사회적 변화에 의한 강제성을 갖고 있어 심리적 부담이 크다. 이제 쉬면서 여유를 찾기는커녕 점차 커가는 자녀 양육비, 생활비, 주거비, 통신비, 식비 등이 경제적으로 궁핍한 생활로 내몰고 있고, 자녀 교육과 진로에 대한 고민, 부모님의 봉양 또는 사람관계에 대한 고민과 갈등, 노후 걱정, 자녀와의 소통 문제 등 젊은 시절 못지않게 고민거리가 많다.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은 인간 발달을 여덟 단계로 나누었다. △1~5단계는 청소년기까지의 발달에 해당하고, 이후는 성인이 되어서의 발달 과정이다. △6단계는 20~40세까지 사회적 친밀감을 형성하는 것이 주된 발달과제다. 이 시기에 일과 사랑, 생산성 등을 추구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면 사회적 고립 상태에 놓인다. △7단계는 40~65세가 해당되는데, ‘발전이냐 정체냐’의 고비다. 생산성이 더욱 높아져 최고의 성취를 이룸과 동시에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자녀 또는 후배들에게 지혜를 가르친다. 만일 그렇지 못하면 정체 또는 후퇴의 삶을 살게 된다. 마지막 △8단계는 65세 이후의 삶을 통합하는 과정이다. 자신의 인생이 충분히 보람 있었다는 느낌을 가진 채 은퇴하고 주어진 남은 삶을 누린다. 그렇지 못하면 회한과 절망의 여생을 살게 된다. 평범한 사람 대부분의 삶을 살펴보면, 이와 같은 단계와 비슷하게 맞아떨어짐을 알 수 있다. 그런데 7단계에 접어든 40대들이 자신의 정체성, 가치관, 사회적 신념 등을 형성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면 그들은 ‘제2의 청소년기’를 겪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40대는 혹할 수밖에 없는 심리상태

불안정성을 안정성으로 바꾸는 힘은 ‘변화’다. 지금 40대는 변화를 강력하게 바라고 있다. 기존 사회 질서와 정치 시스템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정치와 사회적 가치를 갈구하고 있다. 그것은 결국 사람의 문제다. 누군가 영웅적인 인물이 등장해서 대중의 힘과 결합할 때 폭발적인 변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 40대는 세상의 일에 온통 정신을 기울여서 판단이 혼란스러워지거나 또는 달라질 수 있다. 대한민국 40대의 처지는 불혹이 아니라 미혹(迷惑)이다. 그들을 미혹시키는 사람이 영웅이 될 수도 있고, 희대의 사기꾼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들은 혹할 준비가 되어 있다. 혹할 수밖에 없는 심리적 상태에 놓여 있다. 외부적인 변화를 통해서 혼란스럽고 불안정한 나를 안정시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내부적인 변화를 동시에 시도한다. 그것은 청소년 시기에 흔히 보이는 ‘일탈’이다. 파격적이고 돌출적인 언행은 이제 40대들에게서도 흔하게 보이는 현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40대는 누구나 다 예외 없이 인간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고 있다. 직장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들, 지역사회에서는 이웃 주민들, 가정에서는 배우자와 자녀 또는 부모다. 또한 각종 사회적 모임에서 만나는 사람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 소통은 필수적이다. 다른 사람들과 잘 소통하는 능력이야말로 앞으로의 사회를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힘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이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보급으로 소통의 집단화 내지는 전파력의 힘을 경험한 적이 있지 않은가. ‘안철수 신드롬’이 대표적인 사례로 기억될 것이고, 앞으로도 여러 사안에서 대중 간의 수평적 소통에 의해 국가 전체가 뒤흔들리는 현상이 일어날 것이다. 이와 같은 과정이 40대에게는 신기하다. 그리고 익숙하지 않다. 소위 ‘얼리 어댑터(Early Adaptor)’라는 사람들이야 뛰어난 감각 또는 두뇌 덕분에 빠르게 적응하지만, 대다수는 시간 차이를 두고 누군가 전해주는 말을 듣거나 보면서 정보를 얻어 판단하는 데 익숙하다. 그러다 보니 소통의 과정에서 소외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낙심한다. 사회적 이슈는 차치하고서라도 고개를 돌려 전통적인 대화 방식이 강력한 소통 수단인 가정에서조차 40대는 설 자리가 점차 줄고 있다. 아버지는 아이들과의 대화를 원하지만, 자녀들의 기피 대상 1호 또는 대화 상대 후순위자다. 직장에서도 위계질서를 강조하는 윗세대들과 자유로움과 수평적 의사소통을 주장하는 아랫세대들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다. 소통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진대 소통을 잘하지 못하고 있음을 의식하는 순간 사회적 낙오자라는 식의 자기 낙인을 찍는다.



40대는 할 일이 많다. 사회적으로 자리매김해야 하고, 경제적으로 많은 돈을 필요로 한다. 아이들도 잘 키워야 한다. 열심히 일하고 벌어야 한다. 어디 그뿐이랴. 남성들은 가정에서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 한다. 물론 여성들은 좋은 어머니가 되려고 노력할 것이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긴장과 사회적 언행으로 무장한 채 지내다가 집에 와서는 이완과 휴식 대신에 또 다른 중요한 과제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다. 자녀 양육과 교육에 관한 감독과 책임이다. 예전 우리 부모님들은 ‘공부 열심히 해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하셨건만, 어제와 오늘 무슨 과목의 어떤 내용을 얼마만큼 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여하지 않으셨다. 공부를 하게끔 감독할지언정 그 내용에서만큼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다. 실제로 자녀 공부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몰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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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한│정신과 전문의·의학박사 psysohn@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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