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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창간 80주년 기념 릴레이 강연 | ‘한국 지성에게 미래를 묻다’ ⑤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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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거 참 믿기가 어렵네요. 제가 왜 못 믿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어디 돌아다니면서 곡괭이질 몇 번 하면 시커먼 액체가 콸콸콸콸 쏟아져 나옵니까? 우리 석유 한 방울도 안 납니다. 우리 조상님들이 후손 걱정하셔서 이 다음에 살기 힘들면 꺼내 쓰라고 산야 여기저기에 금궤를 파묻어주셨나요? 아니잖아요? 금년이 팔만대장경을 만든 지 천년이 되는 해랍니다. 팔만대장경 참 대단한 거죠. 그런데 그거 팔아서 뭐 돈 되는 것도 아니고요. 조상님들이 뭐 그렇게 많이 물려주셨다는 생각이 안 듭니다. 문화를 빼고 경제적인 걸로는 별로 물려받은 게 없습니다. 가진 것도 없습니다. 제가 작년에 광화문 지하광장 강의를 준비하면서 인터넷을 뒤지다보니까 이런 사진이 있더라고요. 바로 6·25 때 광화문 일대의 광경입니다. 이토록 완벽하게 폐허가 됐던 나라입니다. 세계지도에서 우리나라를 찾을 줄 아는 세계인이 얼마나 될까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들 중에 하나죠. 그것도 모자라 반 토막 내서 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입니다. 자, 이런 나라가 어떻게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 된 겁니까? 이걸 절더러 믿으라고요? 전 지금도 안 믿습니다. 거짓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정부니까 뭔가 또 거짓말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자꾸 듭니다.

온 국민이 교육 전문가

大學問國(대학문국)의 꿈과 지식의 統攝(통섭)

세계를 압도적으로 제패한 김연아 선수.

그런데 믿기로 하죠. 뭐 이만하면 잘사는 것 같아서. 그 근거에 대해서는 제가 좀 압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 G20 정상회의를 유치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우리 거기에 낄 만한 나라가 못 됩니다. 그런데 끼어들어서 작년엔 의장국까지 해먹었습니다. 야, 참 지독한 나라입니다. 생각하면 참으로 대단한 나라입니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걸 말하기 전에 한번 여쭙니다. 요즘엔 뭐 대단한 사람이다 싶으면 앞에다 ‘국민’ 자를 붙이더라고요. 국민 여동생, 국민 가수, 국민 배우. 제가 그래서 우리나라의 ‘국민 취미’가 뭐냐고 지금 여쭤봅니다.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가 하나 있습니다. 그리고 거의 한 사람도 빠짐없이 이 분야에서 전문가입니다. 최고의 전문가입니다. 다 의견이 있습니다. 이게 뭔지 아십니까? 교육부 욕하는 겁니다. 전 국민이 교육부를 욕합니다. 이런! 또 입시제도 바꿨느냐, 뭐 어쨌냐? 도대체 저놈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차라리 교육부가 없으면 이 나라 교육이 제대로 될 것 같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은 그 모든 악조건을 딛고도 그 짧은 시간 동안에 우리나라가 세계 십 몇 위 경제대국이 됐다는 겁니다.



우리 이젠 당당한 나라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자랑스러운 국민이 됐습니다. 그 이유가 뭐냐? 압니다, 저는. 요즈음 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툭하면 우리나라 교육을 치켜세우는지 전 이해를 못 합니다. 그 양반이 그렇게 머리 나쁜 사람이 아닌데 뭔가 뒤끝이 있을 것 같아 영 불안합니다. 별로 좋지도 않은 교육제도 속에서 죽어라 공부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가진 거 아무것도 없고요, 물려받은 것도 없습니다. 정말 빈손으로 오로지 머리에 투자해서, 오로지 사람에 투자해서, 오로지 공부해서 여기까지 온 겁니다.

대한민국에서는 바둑이도 공부해야 합니다. 참 이상한 민족입니다. 공부라면 치가 떨립니다, 다들. 시험이라면 이가 갈립니다. 그러면서도 어디서 시험 만들어 놓으면 줄서서 시험 보십니다. 역사시험 붙었다고 해서 뭐 세금 감면해줍니까? 월급 올려줍니까? 아무것도 아닌데 그 역사시험 준비해서 시험들을 보고 계세요. 참 이상한 나라입니다. 전 세계에서 수학책이 팔리는 유일한 나라입니다. 아니, 수학책을 읽는 민족이 어디 있습니까? 누가 사요? 어머니들이 사가지고 애들한테 막 그냥 안겨주는 것 아니에요? 당신이 수학 못한 게 한이 돼 내 자식은 수학 좀 잘했으면 좋겠다고. 시험에 한이 맺힌 민족이에요,

자, 그래서 제가 작년에 KBS에 나와서 ‘대학문국(大學問國)’이라는 참 말도 안 되는 제목을 걸어놓고 강의를 했습니다. 지난 100년을 건국백년(建國百年)이라고 얘기하면 뭐 별로 틀리지 않을 것 같아요, 제 생각에. 나라를 빼앗겼다가 되찾아서 나라를 세웠습니다. 이제 우리 그럴듯하게 나라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자, 앞으로의 100년을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일단 나라를 세웠으니까 이제는 나라를 평안하게 만드는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이루는 기간으로 삼으면 어떨까? 그래서 다음 100년을 저는 안국백년(安國百年)이라고 제 나름대로 한번 정의를 내려봤습니다. 건국 100년의 패러다임과 안국 100년의 패러다임이 같을 수는 없겠지요.

대한민국을 대학문국으로

이제부터는 삶의 질이 중요하다, 우리도 정말 사람답게 사는 선진국이 되도록 노력하자. 그게 바로 제가 생각하는 안국백년입니다. 많은 게 달라져야 합니다. 선진국 좇아가던 짓에서 탈피해서 이제는 우리가 창의적으로 뭔가를 주도하는 노력을 해야 되는 거죠. 그럼에도 저는 딱 한 가지는 변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에 투자하는 건 변할 수가 없습니다.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우리나라 사정이. 뭐 광개토 대통령님이 나오셔서 만주로 우리 땅을 넓혀주시겠습니까? 독도나 안 뺏기면 우린 큰 다행입니다. 뭐 영토 넓어질 이유 별로 없을 거 같고요, 갑자기 석유날 것 같은 생각도 별로 안 드네요. 별로 달라질 게 없습니다, 상황은.

그렇다면 여전히 대한민국에 주어진 길은 딱 하나밖에 없다는 겁니다. 끊임없이 사람에 투자하는, 교육에 투자하는, 학문에 투자하는 것 외에는 할 짓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뭘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까? 그래서 전 정부에 자꾸 얘기합니다. 뭘 그렇게 돈을 찢어가지고 이 짓 저 짓 많이 하시느냐고. 그냥 과감하게 교육과 학문에 투자하면 우리는 절대로 굶지 않는다, 우리는 분명히 잘사는 나라가 될 거다. 그래서 제가 대한민국을 대학문국으로 만들어보자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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