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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로 배우는 재미있는 지리학

  • 고승철│저널리스트·고려대 미디어학부 강사 koyou33@empas.com

사진과 이야기로 배우는 재미있는 지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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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이야기로 배우는 재미있는 지리학

‘41인의 여성지리학자, 세계의 틈새를 보다’<br>한국여성지리학자회 지음, 푸른길, 415쪽, 1만8000원

가히 ‘여행의 시대’다. 신문이나 TV에 보도된 맛집을 찾는다고 끝없이 이어지는 주말 차량 행렬에 기꺼이 끼어드는 미식 여행가가 어디 한둘인가.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과메기를 먹으러 먼 길을 떠나는 식도락가들이 줄 짓는다. 특히 봄, 가을에는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 주관하는 여러 축제가 벌어져 이곳을 찾는 행락객 인파로 주말의 전국 고속도로는 북새통을 이룬다.

국외 여행도 마찬가지다. 20~30대 연령층에서는 추석, 설에 차례를 지내지 않고 해외로 여행하는 것이 이제는 극악무도한 불효로 여겨지지 않을 만큼 의식구조가 바뀌었다. 대학생은 배낭여행으로 지구촌 곳곳을 누빈다. 상당수 초중고생도 부모와 함께 프랑스의 루브르 미술관, 그리스 아크로폴리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 등을 찾아 현장학습을 한다. 계몽주의 시대에 유럽의 귀족 자제들이 견문을 넓히려 유럽의 주요 도시를 돌던 ‘그랜드 투어’를 방불케 한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민간인이 자유롭게 해외여행을 할 수 있게 된 지가 불과 30년이다. 그전에는 ‘놀러 나가는’ 해외여행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시행된 이후에도 한동안 여권을 발급받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서울 남산 기슭에 있는 자유센터에 가서 4시간 동안 반공교육을 받아야 했고 신원조회니 뭐니 하며 까다로운 절차를 견뎌야 했다. 여권을 신청한 지 보름이 지나도 감감무소식이어서 ‘급행료’를 내고 찾는 경우도 있었다. 여권을 빨리 만들어주겠다는 브로커들이 들끓었다.

1960~70년대에 해외여행은 ‘아득한 로망’이었다. 목숨을 걸어야 하는 베트남전쟁, 열사(熱砂)에서 중노동을 하는 중동 건설 현장에 가는 근로자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정도였으니…. 당시 청소년의 우상은 세계일주 여행가 김찬삼(1926~2003) 교수였다. 그는 신문, 잡지에 여행기를 싣고 방송에 나와 여행담을 들려주며 기행문 저서도 여러 권 내 해외여행에 대한 대리 만족을 시켜줬다.

발로 누빈 세계의 틈새



김 교수는 지리학자였다. 중고교에서 지리 과목은 산맥 이름, 강 이름, 각국 수도 등을 외우는 암기 과목으로 치부됐다. 해식애, 사취, 사주, 사빈 등 낯선 용어에 골머리를 앓는 학생이 수두룩했다. 교사들의 수업 방식이나 기말고사 출제 유형도 문제점이 많았다. 지리학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도록 하지 않고 단편적인 지식을 외우도록 강요했다. 지리 과목은 지루한 과목이었고 대학에서 지리학과는 비인기 학과였다. 그나마 지리학자 김찬삼 교수가 지리학의 명예를 지키는 수호자 역할을 했다 할까. 요즘도 한국에서는 지리학의 중요성에 비해 일반인의 관심도는 낮은 편이다.

대중매체에 지리학자가 등장하는 일이 거의 없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지리학자 출신이지만 활동 분야는 정치외교 쪽이다. 지리학자들의 분발이 촉구되는 가운데 눈에 띈 책이 ‘41인의 여성지리학자, 세계의 틈새를 보다’였다. 여성지리학자회는 1992년 여성 지리학자들끼리 학문 정보를 나누려 창립됐고 현재 150명이 회원으로 활동 중이란다. 이 책은 회원 41명의 해외 지역 답사기 묶음이다. 컬러 사진과 지도가 많아 눈요기에 안성맞춤이다. 아마추어 배낭여행족의 기행문과 달리 지리학 지식을 바탕에 깔았기에 쉽게 읽히면서도 공부가 되는 책이다. 기존 여행 책과 차별화되는 또 다른 점은 덜 알려진 틈새 지역을 주로 소개했다는 것. 김부성 한국여성지리학자회 회장의 머리말을 옮겨보자.

기존의 여행서들을 살펴보면 지역에 대한 실질적이고 단편적인 지식, 혹은 개인적이고 감상 중심인 여행서가 주를 이루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회원들 사이에서 해외 지역에 대한 비교적 상세하고 깊이 있는 이해를 원하는 이들에게 길잡이가 될 수 있으며, 기존의 여행서와는 차별화된 여행서를 출간해 보자는 의견이 제시되곤 하였다. … 우리에게 덜 알려진 지역을 우선적으로 선정하되 서술 양식은 각자의 재량에 따라 하였다. 따라서 매우 학술적인 깊이를 지닌 글도 있고 지역에 대한 소회가 주를 이룬 글도 있다.

멕시코의 오악사카. 한국인에겐 무척 생소한 곳이다. 멕시코 현지인들은 이곳을 외국인 관광객이 꼭 방문할 곳으로 추천한다. 멕시코시티에서 버스로 5~6시간 남쪽으로 달리면 나타나는 고대 도시. 이곳을 탐방한 김숙진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아즈텍 문명을 키운 아즈텍족이 1486년 요새로 건설하였다가 1512년 에스파냐군에 점령된 지역”이라면서 산토 도밍고 성당, 정복자 코르테스의 저택 등을 소개했다. 멕시코에서 원주민 인구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어서 멕시코 고유문화를 구경할 수 있단다. 대표적인 음식은 ‘몰레’인데 매운 고추와 초콜릿을 섞어 만든 소스가 매콤달콤한 맛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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