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스폰서 기자’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기자를 하던 2002년부터 최근까지 이국철 SLS그룹 회장으로부터 수억 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터져 나왔다.
이 회장은 “신 전 차관에게 한국일보 기자 시절에는 월 300만원에서 500만원씩, 조선일보 기자 시절에는 500만원에서 1000만원씩 줬다”고 폭로했다. 또 차관 재임 시절까지 현금과 법인카드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신 전 차관이 2008년 추석과 2009년 설날에 정권 실세와 언론인들에게 줘야 한다며 상품권 5000만원어치를 가져갔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신 전 차관이 실제로 거액의 상품권을 받아 기자들에게 나눠줬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다 역시 기자 출신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도마에 올랐다.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태규씨가 김 전 수석에게 로비를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한 것이다. 김 전 수석은 대통령실 기획관리실장이던 지난해 박씨로부터 부산저축은행그룹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1억원 안팎의 현금 및 상품권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구속됐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의 한 골프용품점에서 여성용 골프채 세트를 구입해 김 전 수석의 부인에게 건넸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김 전 수석의 딸이 올 1월 중형 승용차를 사는 데 박씨의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포착하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김 전 수석이 ‘중앙일보’ 정치부장으로 있던 2001년부터 알고 지낸 것으로 파악됐다.
잇따른 추문에 기자사회 충격
당사자의 진술이나 검찰 수사에 따르면 이국철 회장이 신 전 차관과, 박태규씨가 김 전 수석과 10년가량 친분을 쌓아온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신 전 차관과 김 전 수석을 동일선상에 놓을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신 전 차관은 기자 시절부터 꾸준히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지만 김 전 수석은 기자 때 후원을 받았다는 혐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물의를 일으킨 기자 출신 인사와 함께 기자생활을 했던 K씨는 “이 인사는 언론사 중견 간부 시절 누구에게 받은 것인지는 모르나 본인 명의가 아닌 신용카드를 갖고 다닌 것으로 안다”며 “후배기자들과의 부서 회식 때 그 카드로 결제를 하곤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K씨는 “당시 다른 언론사 정치부장도 타인 명의 카드를 갖고 다니는 것을 봤다”고 했다. 선배기자가 후배기자를 챙기는 것으로 유명한 언론계 문화 속에서 특정인으로부터 신용카드나 현금 등을 지속적으로 후원받아 이런 선배 역할을 해온 언론인들이 있었다는 게 K씨의 이야기다.
그러나 언제 후원을 받았든 기자 출신으로서 권력 핵심부에 진입한 인물들이 줄줄이 비리 의혹에 휩싸이자 기자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기자협회보는 9월27일 ‘그들이 기자였다니…’라는 ‘우리의 주장’을 발표했다.
“우리는 요즘처럼 기자라는 직업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낀 적이 없다. 많은 사람이 ‘기자들은 월급 외에도 저렇게 많은 부수입(?)을 얻는 직종인가보다’ 하면서 우리들을 쳐다보는 것 같기 때문이다. (중략) 수사가 진행되면 이들의 비리 여부가 명확히 드러나겠지만 일단 우리는 이들 세 명에 대해 ‘그들은 기자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싶다. 우리는 그들이 과거 우리와 한솥밥을 먹던 동료 기자였다는 사실을 영원히 지워버리고 싶다.”
이 성명처럼 기자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기자 생활을 하다가 정치권이나 관가로 진출하는 이른바 ‘폴리널리스트’에 대한 논란이 많던 차에 이들이 권력형 비리의 핵심 인물로 부각된 데 따른 자괴감이다. 검사 대부분이 그렇듯 기자 대부분도 높은 사명감과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정의를 구현하고 사회의 그늘진 구석을 살피려 하고 있지만 일부의 일탈행위가 마치 전체를 대표하는 양 매도되는 데 대해 망연자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