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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기자’의 은밀한 세계

타인 명의 법인카드로 후배기자 챙기기

  •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스폰서 기자’의 은밀한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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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기자의 유구한 역사

그렇지만 극히 일부에 해당되는 말이기는 해도 ‘스폰서 기자’의 역사(?)가 유구한 것 또한 사실이다. ‘무관의 제왕’이라고도 불리는 기자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아무래도 기자 중에서 정치부와 경제부에 오래 몸담았던 기자가 비위의 유혹에 노출되기 쉽다. 여론을 먹고사는 정치인들은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 실익을 챙겨야 하는 경제인들은 ‘홍보’를 위해서 기자의 스폰서 역할을 자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 회장과 신 전 차관이 처음 만난 것도 ‘기사 부탁’ 건 때문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2002년 가을 서울 강남 한 술집에서 한나라당 모 인사의 소개로 언론사에 있던 신 전 차관을 알게 됐으며 당시 내가 운영하던 회사에서 만든 전동차 홍보기사를 써준 데 대한 감사 표시로 현금 3000만원을 건네며 가까워졌다”고 말한다. 사실이라면 결국 기사와 연관된 돈 거래로 인연이 시작된 셈이다. 신 전 차관은 이런 의혹들에 대해 “내가 그 사람을 10년간 알고 있는 죄밖에 더 있느냐.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라고 반박한다.

간혹 기업인들이 홍보성 기사를 써준 대가로 기자들에게 이른바 ‘촌지’를 건네는 경우가 있긴 하다. 하지만 액수는 그리 크지 않으며 이마저 받지 않는 기자가 많다. 한 중견 기자는 “이 회장이 기사와 관련해 촌지를 줬을 수도 있겠지만 3000만원이란 금액은 상당히 부풀려 얘기한 것 같다”고 했다.

과거에 기자들이 기사와 금품의 맞교환을 은근히 제의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로 영세한 언론사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례로, 특정업체에 비판적이거나 악의적인 기사를 작성해놓고 싣지 않는 조건으로 광고를 요구하는 식이다. 대규모 통신업체에서 홍보업무를 총괄했던 한 경영인은 “그런 일이 다반사로 있다”며 “아무리 사실이 아닌 내용이고 독자 수가 적은 매체라도 일단 기사로 나가면 수습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0년대 기업체 홍보파트에서 경제지 기자를 주로 상대했던 한 관계자의 술회다. “어느 기자는 내 사무실 응접 테이블에 앉아 기사를 작성하곤 했다. 언젠가 그가 노트북 컴퓨터를 켜놓고 잠깐 나간 사이에 모니터 화면을 무심코 보다가 깜짝 놀랐다. 우리에게 매우 불리한 기사를 작성하고 있더라. 긴급히 상사에게 보고해 부랴부랴 막았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일부러 노트북을 켜놓은 채 닫지도 않고 슬쩍 나간 것 같더라.”

기업인의 대관(對官) 업무와 윤활유

그러나 이런 사례들은 극히 부분적이고 언론계 풍토가 많이 정화된 최근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이다. 또 설령 홍보성 기사와 금품의 교환이 이뤄지더라도 이것이 ‘스폰서 기자’로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스폰서란 ‘지속적 관계 속에서의 후원’ 뉘앙스가 있는데 이런 사례들은 주로 ‘단발성 거래’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기업이나 정치인이 지속적으로 기자를 관리하는 경우다. 기업인이 언론인을 상대로 지속적인 후원을 하는 사례는 이국철 회장 의혹 사건 이전에도 있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도 기자 로비에 열성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사업 근거지인 부산·경남에서는 박 회장과 직·간접적으로 교류했던 기자가 많아 ‘박연차 게이트’ 때 지역 언론계가 바짝 긴장했다고 한다.

스폰서 문화가 가장 활발한 곳은 역시 돈이 많이 도는 경제 쪽이다. 그중에서도 기업체를 담당하는 산업부나 유통부가 주 타깃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접 금품이 오가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아니라 간접 지원을 받는 기회가 더 많다는 의미다.

기자가 고급정보를 얻어 특종을 하려면 공식적으로 배포되는 보도 자료에 의존하지 않고 개별 취재를 해야 한다. 그러자면 취재원과 점심이나 반주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하고 간혹 유흥업소도 함께 가게 된다. 이때 가장 많이 접촉하는 취재원은 출입처의 홍보담당자다.

홍보담당자는 자기 기업을 담당하는 수십 명의 기자에게 공평하게 정보와 편의를 제공해주어야 할 책무를 지닌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차별받은 언론에 의해 자기 기업에 비판적인 기사가 나가게 되고 이것은 홍보담당자의 문책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홍보담당자는 자기와 코드가 맞는 특정 기자들을 특별히, 은밀하게 챙기기도 한다. 이들 기자에겐 ‘진짜 이야기’를 해준다. 경쟁사를 흠집 낼 수 있는 고급정보나 심지어 자기 회사 내부 정보, 예컨대 후계구도 같은 것을 흘리기도 한다. 물론 기사의 논조는 홍보담당자 및 그의 윗선인 최고경영자가 원하는 논조와 거의 일치한다. 이와 함께 홍보담당자는 이들 기자의 스폰서 역할을 하기도 한다. 모 대기업 홍보담당 임원은 “월 법인카드 사용한도가 2000여만원인데 대부분 기자 관리에 쓰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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