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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

영화 ‘도가니’ 현상의 사회심리학적 고찰

소시민의 피해의식 일깨운 불편한 진실

  • 황상민│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영화 ‘도가니’ 현상의 사회심리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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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 현상의 사회심리학적 고찰

9월30일 영화 ‘도가니’를 본 박종희 대전농아인협회 유성구지부장이 “화가 나고 억울하고 갖가지 감정이 교차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왜, 2005년 당시에는 관련 기관이나 대중 모두 냉담한 반응이었는데 지금은 모두 다 나서 관심을 보일까? 아니, 심지어 7년 전의 사건을 다시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것일까? 2년 전에도 소설 ‘도가니’로 사건이 다시 알려졌고 당시 베스트셀러였다. 그런데 그때에는 지금과 같은 반응이 없었다. 이런 것을 단순히 소설과 영화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까? 도대체 과거 7년 전, 아니 2년 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가 있었기에, 대중과 정부, 관련 기관들에서 이렇게 완전히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영화를 보는 중에 어울리지 않게 눈물도 나왔다. 이 영화가 왜 현재 이 사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았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영화를 본 사람들은 그 속에 등장하는 인물을 통해 현재 자신의 삶의 정체와 ‘인간답게 사는 법’이 무엇인지를 확인한 것이었다.

영화의 소재인 장애 아동에 대한 성폭행은 그 자체를 넘어 많은 것을 상징하고 있었다. 영화에 깔려 있는 무력감과 답답함은 바로 현재 이 사회에서 누구나 막연히 느끼는 ‘피해의식’‘불만’‘부조리’‘부패’‘폭력과 같은 상황’‘답답함’의 심리 그 자체였다. 물론 이 사회에서 잘나가고 돈 많고 또 높은 자리에 있는 분이라면 이런 심리를 공감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영화 속에서 그려지는 학교장과 교사의 위치와 역할은 마치 이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지도자들의 그것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 한 편의 리얼리티 쇼처럼 대중은 자기 삶의 리얼리티를 영화와 같은 한 편의 쇼를 통해 경험하는 아이러니가 펼쳐진 것이다.

기득권층의 부패와 공모

대중이 확인하는 우리 사회는 과거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가난을 ‘잘살아보세’라는 구호로 벗어난 선진국이라기보다 안개가 가득 낀,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어떤 곳이다. 선진국민이라는 자부심보다 뭔가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정서가 깔려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과거에 비해 우리가 얼마나 잘사는지를 역설할 때마다, 자신이 속한 현실이 마치 한 편의 쇼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본 영화는 바로 그런 리얼리티 쇼였다. 리얼리티 쇼처럼 보이는 이 사회는 알 수 없는 부패구조, 권력과 돈을 가진 집단의 교묘한 야합,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꼼수’의 세상이다.



대중은 이 영화를 통해 이 사회에서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이 어떤지를 확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한다. 우리 사회가 영화와 같다고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무기력한 자신을 확인하게 되기에 더욱 혼란스럽다. 가장으로서 앞가림도 못하고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교사가 된 주인공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불의’에 항거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영화 속의 상황이, 마치 힘겹게 떠밀리듯 살아가는 현실 속의 자신의 모습과 중첩된다고 느끼게 된다.

영화 속에서 장애아들을 성추행하고 폭행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장애아를 위해 교육과 사회복지 사업을 하고 있는 바로 그자들이다. 여기에 경찰, 교육청, 검사, 판사 그리고 알 수 없는 더 높은 사람들이 공모하고 있다. 학벌과 지연으로 연결된 부패구조다. 이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를 밝히고 드러내야 하는 공적 사회제도와 기관 자체가 이미 존재 이유를 저버리고 자신들의 연대 구조와 이익을 공고히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과연 누가 이런 상황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약자를 보호할 수 있을까? 정의란 과연 있는가?

아니, 나 스스로가 정의를 주장할 낯짝이라도 있을지 갑자기 멍해진다. 영화를 통해 이 사회에는 더 이상 과거의 권위와 역할에 의한 통념적 기준이나 책임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이익을 위해 누구나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더하게 된다. 국민을 위해,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이들에게는 분명 ‘꼼수’와 같은 뭔가가 있을 것이라는 불길함을 자각하게 된다. 마치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보는 듯하다.

영화 ‘도가니’ 현상의 사회심리학적 고찰
누구를 위한 법과 제도인가

‘동물동장’에서 동지들을 위한다는 지도자들은 사실 동지인 동물들을 착취하고 이용하며, 이들의 관심은 오직 자신의 이익뿐이었다. 스스로 알 수 없는 피해의식을 느끼는 대중은 바로 이 영화 속에서 학교장이나 교사라는 권위의 이름으로 행사되는 폭력을 체험한다. 법과 질서의 유지라는 명목으로 경찰과 검찰, 판사, 변호사가 사이좋게 자신의 이익을 나누는 모습도 본다. 겉으로 얼마나 번듯하게 살아가고 있느냐와는 상관없이, 대중은 그들의 무자비한 권력, 아니 폭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느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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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연세대 심리학 교수 swhang@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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