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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닮아가는, 미국의 이념 내전

붉은 주의 나라<보수>와 푸른 주의 나라<진보>로 양분

  • 이종훈│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한국 닮아가는, 미국의 이념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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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회계연도 동안 미국의 재정적자 규모는 1조4200억달러 선까지 늘어나 있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12.3%에 달하는 수준이었다. 부시 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재정적자가 적지 않았던 데다 금융위기에 대처하면서 재정지출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까지 적자를 5330억달러까지 축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첫 달인 2009년 10월 재정적자가 1764억달러를 기록하면서 예측이 빗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저소득층 의료지원 확대였다. 향후 10년간 의료보험 개혁에 6340억달러를 투입하겠다고 한 것이다. 문제는 재원인데 첫 번째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전쟁비용 축소였고 그 다음으로 제시한 것은 세제개편이었다. 먼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의 감세안을 폐기했다. 대기업에 대한 세금도 늘려 3534억달러의 세수(稅收)를 확충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증세 대상으로 규정한 부자의 기준은 미혼인 경우에는 연간 20만달러 이상, 기혼인 경우에는 부부 합산 연간 25만달러 이상을 버는 사람이다. 260만명가량이 여기에 해당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메릴랜드대 피터 모리치 교수는 이에 대해 “로빈후드 식”이라고 표현했다.

공화당 측은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계층 가운데 절반가량이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인”이라면서 “이들에 대한 증세가 경제를 악화시키고 일자리도 축소시킬 것”이라고 반격했다. 큰 정부(Big government)로 되돌아가는 것에 대한 비판도 거세졌다.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인 존 베이너 의원은 “민주당이 국민에게 큰 정부 유지를 위해 돈을 대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화당의 대선후보 경선 주자였던 프레드 톰슨 전 상원의원도 “오바마의 모든 정책이 성공하기를 원치 않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거들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늘리고 키우는’ 행태에 늘 불만을 가져왔다. 이들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가 늘어나는 것이지 정부의 자유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2009년 4월4일 미국 하원과 상원은 2010 회계연도 예산안을 결국 통과시켰다. 그러나 공화당 의원 중 단 한 명도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이때의 공화당의 반발과 냉소가 이념전쟁의 도화선이 된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인상함으로써 마침내 재앙으로 가는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비난했다. 폭스뉴스의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이자 보수 논객으로 유명한 러시 림보도 “오바마 대통령의 임무가 자본주의와 개인적 자유를 부정하는 국가 재개조라면 그가 실패하기를 바란다”고 거들었다.



미국 사회를 다시 한 번 떠들썩하게 만든 건 의료보험개혁 논쟁이었다. 이 역시 시작은 돈 문제였다. 재정적자를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면에서는 곁가지로 불거진 이 논란은 법안으로 구체화되는 단계로 접어들면서 거세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오바마를 땅에 묻자”

2009년 9월12일 수도 워싱턴 DC는 의료보험개혁에 반대하는 수만 명의 시위대에 점령당하고 말았다. 시위대는 이렇게 외쳤다. “오바마를 케네디와 함께 땅에 묻자.” “사회주의를 원하면 러시아로 가라.” 당시 시위대로부터 적극적 호응을 받았던 보수 논객 글렌 벡은 이날의 시위를 성전(聖戰)으로 끌어올렸다. “우리의 신과 믿음이 공격받고 있다. 함께 맞서야 한다!” 러시 림보는 이때에도 “미국에서 여태까지 목격된 것 가운데 가장 심각한 정도로 자유를 강탈해가는 것”이라며 목청을 높였다.

공공 의료보험에 강제로 가입하게 하는 개혁은 기본적으로 공산주의적 방법이라고 본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을 조커로 패러디한 사진이 등장한 것도 이즈음이다. 당시 시위대의 분위기가 워낙 격앙되어 있어 백악관조차 오바마 대통령의 안전을 걱정했을 정도다. 취임 8개월 만에 오바마는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고 만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경선을 벌이던 시절 오바마는 단일 공공 의료보험을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전 국민 건강보험’ 같은 것이다. 반면 힐러리 클린턴은 기존 민간 의료보험과 신설 공공 의료보험을 경쟁시키는 방식을 주장했다. 대통령이 된 후 오바마가 택한 방식은 후자였다. 자기 방식이 미국의 현실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이라고 판단해 수위를 낮춘 것이다.

그러나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이마저 수용할 수 없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원하는 바는 ‘ 국민 누구나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의료보험 제도’였다. 4500만명이 넘는 의료보험 미가입자에게 의료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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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정치학박사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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