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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파키스탄 ‘테러 유학’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gabjini3@hanmail.net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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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람 교리를 가르치는 파키스탄의 ‘마드라사’는 현재 1만5000개가 넘는다. 그러나 이곳에서 가르치는 것은 이슬람 교리만이 아니다. 상당수 학생이 파키스탄 국경지대에서 실전 테러 훈련을 받고 있다. 7~19세의 어린 학생들이 배우는 건 주로 폭탄제조 기술, 자살폭탄 테러 방법 등이다. 고국을 찾는 상당수의 파키스탄계 영국 젊은이도 이런 과정을 거쳐 ‘이슬람 전사’로 변신한다. 그리고 이들은 미국과 영국 등에서 각종 테러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10년째 하고 있지만, 알 카에다와 탈레반은 이렇게 소리 없이 세력을 넓히고 있다.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중무장한 탈레반 군인들

2005년7월7일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지하철·버스 동시다발 자살폭탄 테러로 56명이 사망하고, 700명이 넘는 부상자가 발생했다. 7월7일에 발생했다고 해서 ‘런던 7·7테러’로 불리는 이 사건의 범인은 4명이었다. 테러범들은 4.5㎏짜리 폭탄배낭을 메고 킹스 크로스 역에 집결해 각자 목표물을 향해 흩어진 후 폭발물을 터뜨렸다. 테러범들은 현장에서 전원 사망했다. 유혈이 낭자했던 그 사건의 범인 4명은 모두 파키스탄계 영국인이었다. 이 테러는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발생한 내국인에 의한 자살폭탄 공격이었다. 런던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공습으로 피폐화된 바 있고 1970~90년대는 북아일랜드공화군(IRA)의 잇단 테러로 몸살을 앓은 적은 있지만, 자국민에 의해 안보를 위협당한 건 이 사건이 처음이었다.

영국판 9·11테러로 불린 이 사건의 범인들은 20대 초반의 젊은이들로 영국 북부 리즈의 가난한 동네에 살던 모하마드 시디크 칸, 셰자드 탄위르, 저메인 린지, 하시브 후세인이었다. 리즈 시는 인구의 15%가 이슬람계로, 상가 2층을 임차해 운영하는 이슬람 기도회나 임시 모스크가 있는 도시다. 이슬람 출신 이민자들을 적극 포용해온 영국은 이민자나 이민 2세들이 테러의 주범으로 떠오르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사실 테러를 주도한 이들이 영국의 보통 젊은이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없었다. 영국에서 태어나 고등교육을 받았고 음악과 축구에 열광하는,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영국의 보통 젊은이들이다.

마드라사에서 테러 훈련

영국 런던 시내 동부 외곽에 있는 퀸즈로드 104번지. 런던의 고풍스러운 건물들 사이에 있는 이 지역은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거리 한쪽에는 이슬람 모스크가 있고 히잡을 쓴 여성들이 지나가는 광경이 우리가 알고 있는 런던 시내 모습과는 조금 달라 보인다. 이 거리에 사는 파키스탄인들이 자주 가는 미용실 바로 옆집에 와히드 자만 가족이 산다. 와히드는 파키스탄계 이민 2세로 의대를 다니는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그는 영국에서 태어나 영국식 문화 속에 성장했으며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항공기 폭파 음모 주모자라는 사실은 영국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줬다. 와히드는 2006년 적발된 항공기 연쇄테러를 모의했으며 런던발 미국행 민간항공기 7편에 대해 폭파를 기도했다. 그와 테러를 모의했던 공범들은 500㎖의 음료수 용기 안에 폭탄의 재료가 되는 액체를 담아 비행기가 이륙하면 기내에서 폭탄을 제조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의 계획은 탑승 직전에 발각되어 수포로 돌아갔다. 이후 유럽을 시작으로 주요 국제선 항공노선에서 100㎖ 이상 액체의 기내 반입이 금지됐다. 똑똑한 수재였던 와히드가 테러범이 됐다는 사실을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믿지 못했다. 와히드의 친구인 아민은 “그를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다. 그는 성실하고 조용하며 공부에 열중하는 학생이었다. 그와 테러를 전혀 연관지을 수 없다. 뭔가 착오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나중에 확인된 것이지만, 7·7테러 사건을 주도한 네 명의 젊은이와 와히드는 다른 영국 청년들과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이들은 모두 이슬람 국가의 이민 2세로 의대생이나 엔지니어 같은 촉망받는 엘리트였으며, 테러 실행 전에 파키스탄을 방문해 이슬람 종교학교(마드라사)를 거쳐갔다. 시디크 칸과 셰자드 탄위르는 파키스탄 마드라사 동기동창이었다. 또 항공기 폭파 음모 용의자 와히드도 대학을 가기 전 단기간이지만 파키스탄에 있는 마드라사에서 공부했다.

그럼 이들이 공부했다는 파키스탄의 마드라사는 어떤 곳일까.

현재 파키스탄에는 이슬람 교리를 가르친다는 명목으로 세운 마드라사 수천 개가 전국 각지에 있다. 문제는 대다수 마드라사가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 단체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극단적인 반서구·반기독교 사상을 가르친다는 점이다. 이곳에선 코란과 샤리아라는 이슬람 율법의 엄격한 실천을 강조하며, 현재의 불합리함은 모두 미국 중심의 반테러 전쟁에서 나온다고 가르친다. 미국이 벌이는 전쟁은 모두 이슬람 학살 종교전쟁이라는 것이다. 또 마드라사에선 이스라엘을 악의 근원으로 규정하면서 이슬람의 모든 신도가 이에 대항하는 성전(지하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주로 아프간 등지에서 온 전쟁고아이거나 이슬람 성직자가 되려는 예비 신학도다. 9·11 이후 이들의 사상은 더욱 과격해졌다. 미국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조했으며 아프간-파키스탄의 탈레반이나 알 카에다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운영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드라사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나온 신학생들은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마련된 훈련 캠프에서 실전 테러 훈련을 받기도 한다.

휴가나 친척 방문을 위해 고국을 찾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은 연간 40만명에 달한다. 영어밖에 모르는 이들이 모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계기를 갖고자 파키스탄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대부분의 방문자는 부모나 친척의 권유로 파키스탄 마드라사를 방문한다. 파키스탄 지오TV에서 일하는 라힐 기자의 얘기다.

“파키스탄의 마드라사는 해외의 파키스탄 교민들을 위한 코스도 갖추고 있다. 영어와 파키스탄 언어인 우르드어 통역을 두기도 하고 영어 코란도 완비하고 있다. 짧은 시간 내에 집중 코스를 거치게끔 완벽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마드라사 과정을 끝내면 테러 훈련소를 방문하게 되는데, 여기서 폭탄 제조 기술이나 자살폭탄 테러 방법 등의 실전 기술을 배운다. 이런 훈련 캠프들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부족 자치 지역에 여러 군데 설치돼 있다. 마드라사나 테러 훈련소 방문자들은 영국 정보국이나 파키스탄 정부에 적발되지 않는다. 파키스탄을 방문하는 파키스탄계 영국인이 매일 수백 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들을 일일이 추적 감시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여름이 되면 방학을 맞아 파키스탄 방문을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오는 파키스탄계 영국 젊은이가 하루 최고 1000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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