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WORLD NEWS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파키스탄 ‘테러 유학’

  •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gabjini3@hanmail.net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2/6
자살폭탄 테러 방법 훈련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이라크에서 발생한 자살 폭탄 테러 현장

2007년 겨울, 파키스탄 취재차 도착한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필자는 두 명의 젊은이를 만났다. 그들은 청바지에 영어 문자가 쓰여있는 티셔츠를 입고, 출입국 수속을 마친 뒤 공항 대기실에서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교육을 많이 받았으리라고 느껴질 정도로 얼굴도 반듯했고 영국식 영어와 말투에서 교양이 묻어났으며 예의도 상당히 갖추고 있었다. 22살 동갑의 이들은 영국 명문 의대생들이었고 부모님의 고향인 파키스탄을 처음 방문한다고 했다. 그리고 파키스탄 언어를 익히기 위해 석 달간 페샤와르 시내에 있는 마드라사를 방문한다며 천진난만한 웃음을 띠었다. 공항 대기실에는 이들 말고도 같은 비행기로 도착한 듯한 여러 명의 또래 젊은이가 있었다.

이윽고 파키스탄 민속의상을 입은 사람이 공항 대기실로 들어섰고 그는 여러 이름을 호출했다. 그 이름들 중에는 파키스탄식 이름도 있었지만 영어식 이름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가 큰 버스에 실려 떠났다. 그때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나중에 들은 이야기는 이렇게 한 차씩 젊은이들을 태우고 마드라사로 데려다주는 전문 브로커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브로커들은 영국에서 모집책과 파키스탄에서 마드라사까지 이동을 도와주는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마드라사는 무료로 운영되며 심지어는 영국에서 파키스탄으로 오는 항공요금과 비자까지 주선해준다. 수소문 끝에 라호르에서 만난 한 마드라사 브로커는 “모든 비용과 나의 수고비는 마드라사에서 받는다. 나는 가족 중심으로 이 사업을 하는데 런던에서는 삼촌이 모집책을 맡고 있다. 삼촌도 파키스탄계 영국 국적자로 런던 인근에서 작은 모스크를 하고 있다. 삼촌이 파키스탄에 올 사람들의 이름과 도착 시각을 나에게 알려주면 비자를 받을 수 있게 마드라사에 요청한다. 예전에는 파키스탄 정부가 학생비자를 잘 주었는데 지금은 런던 테러 사건 이후 마드라사에서 요청하는 학생 비자 발급을 중지했다. 그래서 지금은 그냥 방문이나 관광 비자로 와서 여기서 돈을 주고 연장 신청을 하는 방법을 쓴다”고 대답했다. 필자가 그동안 이렇게 마드라사로 유학 온 사람이 몇 명이냐고 물어보자 그는 ‘셀 수 없을 만큼’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두 달 후 나는 페샤와르 지역의 마드라사를 취재하다가 공항에서 만났던 그 두 젊은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다. 당시 파키스탄 탈레반에 대해 취재 중이었는데 페샤와르는 탈레반과 연결된 이슬람 세력이 많은 곳이었다. 그래서 방문하게 된 한 이슬람 사원에서 그들을 우연히 만난 것이다. 페샤와르에서는 제일 큰 곳으로 파키스탄 전국에서 몰려온 수백 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다. 보통 마드라사는 이슬람 사원인 모스크와 같이 붙어 있는데 학생들은 모스크와 사원 그리고 건물 뒤편에 있는 일종의 기숙사 건물에서 생활한다. 사원에 들어서자 슬리퍼가 즐비했고 사원 안쪽에 이슬람 전통복장을 하고 토피라고 불리는 하얗고 동그란 모자를 쓴 학생들이 코란을 낭독하고 있었다. 그들 사이에 두 달 전 만났던 그 영국 젊은이들도 섞여 있었다. 필자가 두 달 전 그들을 처음 보았을 때의 옷차림은 반팔 셔츠에 청바지였는데 다시 만난 그들은 파키스탄 전통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라고 생각지도 못하다가 그들이 먼저 알은체를 해서 비로소 같은 인물들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두 달 전과는 너무나 달라져 있었다. 우선 내 옆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가족이 아닌 여자 옆에 앉는 것은 이슬람이 금기시한다며 한사코 구석으로 피했다. 그리고 그들은 차림새뿐만 아니라 눈빛도 변해 있었으며 필자와 나눈 한 시간여의 대화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차 있었다. 불과 두 달 만에, 천진난만한 표정의 평범한 영국 대학생에서 미국을 증오하는 파키스탄 젊은이로 바뀌어 있는 그들의 모습에 필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두 명의 젊은이 중 한 사람은 영국으로 다시 돌아가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이 이슬람에 반대되는 인생이었으며 지금이라도 알라를 위해 사는 인생이 되고 싶어 그런 결심을 했노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에서 미래가 보장되는 젊은이였다. 명문 의과대를 다니며 장래 촉망받는 의사가 되어 영국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엘리트였다. 하지만 이들은 보장받은 미래를 버리고 부모님의 나라에서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다.



문제는, 그 결정이 불과 두 달 만에 내려졌고 이들을 교육한 페샤와르의 마드라사가 급진 이슬람주의를 믿는 곳이라는 데 있다. 그들이 다니던 마드라사는 현재 파키스탄의 급진 이슬람 정당의 주요 간부들이 운영 중이며, 이 마드라사를 졸업한 학생들이 탈레반 병사로 대거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지대로 유입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다. 필자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이 이곳에서 평범한 학생으로 살 것 같지는 않았다. 불과 두 달 만에 이들의 인생은 이렇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 마드라사에는 이 두 명 외에도 세계 각국의 이슬람계 서구 이민 2세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점이다.

두 달 만에 바뀐 인생

앞서 열거한 영국의 각종 테러 사건을 주도한 젊은이들이 바로 이 파키스탄 마드라사 출신 유학생들이었다. 이들은 파키스탄에서 영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도 파키스탄 내 불특정 인사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해왔으며 테러자금을 송금받은 사실까지 경찰조사에서 드러났다. 2005년 6월 적발된 미국 영국 캐나다 등지의 다국적 이슬람 자생 테러조직에도 마드라사 출신이 많았다. 미국 국방부는 파키스탄 마드라사 가운데 70%가 이슬람 원리주의 교육과 군사훈련까지 겸한 테러리스트 캠프로 추정하고 있다.

서구 사회에서 파키스탄 마드라사로 유입되는 학생들의 연령은 7세부터 19세까지로 대부분 이민 2세다. 이들은 늦어도 고교 졸업 후 1∼2년을 유학하는데 모국의 언어를 배운다든지, 부모의 권유로 파키스탄을 찾는다. 문제는 이들이 파키스탄 마드라사에 유학하는 동안 영국의 모범적인 중산층 서구시민에서 코란으로 무장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 거듭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렇게 파키스탄 마드라사에서 엄격한 종교 생활을 하다가 다시 영국으로 온 젊은이에게 영국의 화려한 길거리는 갑자기 세속적인 것으로 비친다. 그리고 신문과 방송을 가득 채운 아프간이나 이라크 전쟁에 대한 기사는 그들로 하여금 미국과 영국 등 서구 사회에 극도의 반감을 가지게 한다. 그러면 그럴수록 이슬람 교리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2/6
김영미│분쟁지역 전문 저널리스트 gabjini3@hanmail.net
목록 닫기

테러학교 된 이슬람 교육기관 ‘마드라사’ 폭탄배낭 메는 영국·미국의 엘리트 청년들

댓글 창 닫기

2023/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