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랭킹 1위 코스는 아니지만 필자의 시각에서 꼭 다시 라운드하고 싶은 골프코스 1위인 퍼스의 준달럽G.C.
“골프를 하는가?”
“하지 않는다.”
“골프 천국 호주에서 왜 골프를 하지 않는가? 여기도 그린피가 부담이 되는가?”
그가 웃었다. “사흘만 일하면 1년 그린피가 충당된다.”
“그럼 왜?”
“골프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가 수두룩하다. 요즘 나는 스쿠버다이빙에 푹 빠졌다.”
이처럼 호주인에게 골프는 대수롭지 않은 일상사다. 수억원대의 회원권 가격, 어려운 부킹, 머나먼 골프코스, 지갑이 훌쭉해지는 그린피에 익숙해진 우리에게는 꿈같은 얘기 아닌가. 필자의 대학동창 L은 한평생 외국 회사에 근무하더니 은퇴 후 퍼스로 이민 갔다. 은퇴 후, 그의 여생에서 골프가 중요한 몫이라 생각한 L은 서슴없이 골프 천국 호주를 택해 퍼스에 정착한 것이다.
퍼스 시내에 있는 L의 집은 골프코스와 담을 맞대고 있다. 그가 사는 동네 이름을 딴 고스넬(Gosnell) 골프코스는 하늘을 찌르는 유칼립투스 나무 사이로 벤트 그래스 페어웨이가 18홀을 따라 도는 사철 푸른 골프코스다. 그는 70만원을 주고 회원이 되었고 연회비는 115만원이다. 그린피는 한 푼도 없다.
연회비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가 선택한 것은 주말은 라운드할 수 없는 주중회원이다. 그는 굳이 주말에 라운드할 필요가 없다.
그는 1년 내내 일주일에 5일, 매일 아침 7시쯤 걸어서 5분 거리의 고스넬G.C.에 가서 이웃이자 회원인 호주 친구들과 클럽하우스에 맡겨둔 클럽으로 킬킬거리며 한 라운드 도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걸출한 골프 스타들의 고향

1. 세계적 골프코스 로열 멜버른G.C.에서는 연륜의 묵직함이 배어난다. 2. 호주 한복판, 앨리스 스프링스G.C.는 사막 코스다. 3. 힐 인터내셔널 스쿨에서 학생들이 골프 연습에 여념이 없다.
걸출한 골프 스타들이 세계무대를 휘저으며 호주의 골프 위상은 영국, 미국에 버금가게 되었다.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을 5번이나 제패한 호주 골프의 아버지 피터 톰슨을 필두로 피터 시니어, 그렉 노먼, 스튜어트 애플비, 로버트 앨런비, 캐리 웹으로 이어지더니 요즘엔 한참 주가를 올리는 애덤 스컷, 애런 배들리, 제이슨 데이, 제프 오길비 등이 PGA 무대 리더보드를 휘젓고 있다.
학생들이 하교해서 집으로 가는 길에 골프코스에 들러 클럽하우스에 보관된 자기 클럽으로 9홀, 낮이 긴 계절엔 18홀을 돌거나 ‘클럽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집으로 가는 것은 예삿일이다. 학생들의 그린피는 우리 돈 3000~4000원에 불과하다. 아예 교내에 골프코스를 만들어둔 학교도 수두룩하다.
골드 코스트와 브리즈번 중간 지점, 한적한 벌판에 ‘힐 국제학교(Hill International School)’가 있다. 이 학교의 운동장이 18홀 정규 코스라 골프 학교인 셈이다. 1994, 95년 박세리도 이곳에서 훈련했다.
필자가 일본 교포가 세운 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우리나라 학생도 30명이나 있었는데 특기할 점은 그중 17명은 프로 골퍼가 되려는 주니어 선수이고 나머지 13명은 일반 학생이었다. 주니어 선수들도 일반 수업을 받고 일주일에 할애된 골프 클리닉은 18시간뿐, 방과 후 라운드하는 것은 각자의 재량에 맡긴다. 일반 학생들은 골프를 교양 체육 정도로 가볍게 배운다.
퍼스에서 주니어 골퍼들을 가르치는 호주 동포 프로 골퍼 J씨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