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청와대에서 케빈 러드 호주 외교장관을 접견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이명박 대통령과 줄리아 길라드 총리가 성공적인 타결을 약속했기 때문에 담당 장관으로서 협상 타결 일정이 앞당겨지도록 노력하는 중”이라며 “한국은 제조업, 호주는 에너지광물 차원에서 접근해왔지만 금융, 의료, 서비스 분야에도 혜택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3월4일 시드니 노보텔호텔에서 월드옥타(World OKTA) 시드니지부 주관으로 열린 ‘한-호 FTA 체결 촉진대회’에 참석한 호주 측 협상대표도 필자에게 러드 장관과 똑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세계경제의 급박한 흐름이 빠른 타결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줄리아 길라드 호주 총리 역시 지난 4월 한국을 공식 방문해 “경제협력 강화를 위해 한-호주 간 FTA가 조속히 타결되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호주산 쇠고기에 대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폐하는 방안을 내놓았고, 호주 측이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등 반대급부를 내놓으면 한호 FTA 협상이 빠르게 진척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한국 축산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지만 FTA는 양국 정부가 강하게 원하고 있어 올해 안 타결도 예상된다.
엄숙한 표정보다는 친근한 미소로 대중과 언론을 대하고, 유연한 태도와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해리 포터’라는 별명을 얻은 케빈 러드 장관. 그는 2007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 대망의 총리에 오른 다음 2년 넘게 70% 이상의 지지율을 기록해 ‘미스터 70%’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호주 일간지‘디 오스트레일리안’2011년 2월6일자는 “케빈 러드 장관이 약 5개월 동안 무려 65일이나 해외로 나가서 ‘케빈 747(항공기)’이라는 새로운 별명 하나를 더 얻었다”고 보도했다. 러드 장관은 파키스탄, 미국의 뉴욕과 워싱턴, 이집트, 요르단, 브라질, 칠레, 인도네시아의 발리, 아랍에미리트, 카자흐스탄, 바레인, 중국, 한국, 일본, 벨기에, 이탈리아 등을 방문했다.
‘해리 포터’ ‘미스터 70%’ ‘케빈 747’

케빈 러드 장관.
러드 장관의 친화력은 외교 현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총리 재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경제 및 안보 분야에서 일치된 견해를 보여서 두 정상은 ‘미들파워 국가의 쌍두마차’로 불렸다. 한 언론은 “2008년 금융위기를 타개하면서 한국과 호주가 비교적 일찍 위기에서 탈출한 것도 두 정상의 공조 덕분이었다”고 보도했다.
러드 장관은 총리 시절 런던에서 열린 G20 회의에 참석해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잘 조율된 공조를 언급한 바 있다. 그는 “호주를 국빈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한국과 호주가 G20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호주 언론은 “오랫동안 G7, G8 등으로 거드름을 피웠던 미국, 일부 유럽국가, 일본 등의 경제선진국과 새롭게 부상하는 G20 신흥국 사이에서 한국과 호주가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다는 것은 의미심장한 사안”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러드 장관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친분도 각별해서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soulmate)’으로 부를 정도다. 더욱이 그는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보기 드문 서방 지도자여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는다. 러드가 총리 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도 계속해서 별도로 접견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