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시드니 서북쪽에 위치한 LG전자사옥.
호주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논리에 맞지 않는 답변을 듣는 경우가 있다. 미안한 마음에 “Sorry(미안해)”라고 하면 “No worries(괜찮아)”라고 답하는 건 이해가 되는데, “고마워(Thanks)”라고 말해도 똑같이 “No worries(괜찮아)”라고 답하는 것. 이런 언어 습관에 대하여 호주 역사학자들은 낙관론과 비관론을 동시에 편다.
낙관론을 펴는 학자들은 “인생은 즐거운 거야. 우리 사이에 뭘 그 정도 가지고 미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할 필요는 없지”라는 의미가 바탕에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비관론을 펴는 학자들은 유형지였던 호주에서 별다른 희망 없이 살았던 선조들이 “까짓 별로 나아질 것도 없는데 미안하고 고마울 게 뭐 있어”라는 식의 열패감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그럼에도 호주는 ‘태양과 맥주와 럭비’의 나라다. 사람들의 표정은 맑은 햇살만큼이나 밝고, 맥주잔을 기울이면서 럭비 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면 낙천적인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라고 외치는 보통사람들의 행복감을 떠오르게 만든다.
‘Life‘s Good’이 만든 나비효과
그 대학생은 공모에 당선돼 소정의 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LG 호주법인에 눈 밝은 마케팅 사원이 있었던 것 같다. ‘Life is Good’이라는 당선작에서 느껴지는 아우라가 범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광고에 활용할 것을 건의한 것.
1997년부터 등장한 ‘Life‘s Good’ 광고의 파급효과는 예상보다 훨씬 컸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낙천적으로 살아가는 호주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린 것이다. 1997년 당시, 10년째 이민생활을 하던 필자의 느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Life‘s Good’이라는 그 광고를 보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2004년 초에도 LG전자는 호주에 뉴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LG제품이 실생활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익을 주면서 인생을 즐겁게 만든다’는 의미의 ‘Life‘s Good’ 카피를 활용했다.
다음은 필자가 호주에서 경험한 일들이다. 필자가 소속된 ‘호주시인협회’와 ‘로열호주역사학회’ 회원들 중에 LG가 한국회사라는 사실을 아는 회원이 여럿 있었다. 그들이 툭하면 “Life‘s Good”이라고 말했다. 마치 No worries와 비슷한 용도였다. 어떤 시인은 즉흥시를 쓰면서 마지막을 ‘Life‘s Good!’이라고 썼다.
그러고 보면 그 대학생의 작은 생각이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를 일으킨 것이다. 나비효과란 1979년, 미국의 기상학자인 에드워드 로렌츠가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인데, 나비의 단순한 날갯짓이 날씨를 변화시킨다는 이론이다. 할리우드에서 이 용어를 활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다. 중국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에서 태풍을 일으킨다는 상상력에서 출발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