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물라벤 노천광산.
바이롱 광산 인수 때 이미 중국 인도 기업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였지만, 자원 개발 현장에서 일하는 이들이 느끼는 경쟁의 치열함은 상상 이상이다. 이도식 사장의 말이다.
“세계 자원시장이 상당히 긴장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가 산업화하면서 자원 소모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환경에도 큰 부담을 안기고 있다. 최근에 중국이 호주에서 광산을 대규모로 사들이는 게 주요 뉴스로 보도됐다. 게다가 넓은 땅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호주인들은 ‘조상 대대로 쓰던 땅을 버리고 떠나야 하는가’라는 ‘정서법’에 호소하고, 농토에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그것이 자꾸 광산으로 개발되면 식량 확보에 어려움이 생긴다면서 식량 안보론까지 제기하고 있다. 또 광산 개발로 호주인이 얻는 이익은 많지 않고 투자한 이들이 이윤을 훨씬 더 많이 가져간다는 것을 언론이 지적하고 있다.”
즉 언론이 자원 민족주의 분위기를 부추기고 이에 동조하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연방정부나 주정부의 인·허가 과정도 한층 까다로워졌다. 한전은 바이롱 광산의 개발을 위해서도 추가로 토지를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결국 현지 주민들을 설득하는 작업이 남아 있다는 얘기다.
“최근 주정부 담당 장관을 만났다. 그가 말하는 광산개발 허가의 최우선적 고려사항은‘지역사회가 반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바이롱 광산 지역 주민들은 개발에 대해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모두 60명 정도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는데 개발을 통해 그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주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호주인 전문가도 채용해 현지에 파견한 상태다. 그가 분위기를 잘 이끌어나가고 있다.”
외환위기 때 광산 처분 아쉬워

광산 개발은 장기적 안목을 갖고 진행돼야 한다.
“10년 전에는 호주에서 광산 개발이나 투자를 얼마든지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은 정부가 온갖 조건을 내걸고 있다. 호주인들도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을 더 내보이고 있다. IMF 체제 때 광산을 팔지 않았다면 지금쯤 큰 이익을 남겼을 것이다. 물론 지금 광산을 구입하는 것도 늦지는 않다.”
▼ IMF 체제 때 어떻게 광산을 처분했는지 궁금하다.
“당시 호주에서 연간 1500만t 정도의 석탄이 한국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환란으로 한국에서 호주 광산업체에 돈을 지급하지 못했다. 당연히 연료를 들여보내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당시 12개 석탄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6개월 뒤에 돈을 지급할 테니 한전을 믿고 연료를 선적해달라고 요구했다. 당시 1t에 24달러 할 때다. 10만t 규모의 화물선에 선적하는 비용이 240만달러였다. 처음에는 모두 거절했다. 그러나 나라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호주 석탄회사 직원들 가운데 친하게 지내던 이들을 계속 찾아다녔다. ‘지금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죽지 않는다, 한 번만 믿어달라’고 사정했다. 결국 그중 한 회사의 동의를 시작으로 12개 회사 모두가 6개월 무이자로 석탄을 선적해주었다. 지금도 한전을 믿고 처음 선적에 동의해준 그분께 감사하고 있다. 그런 어려움을 겪었는데, 회사가 광산을 팔아서 환란 극복에 일조하는 게 먼저라고 해서 모두 팔게 됐다. 당시 투자금의 110% 정도를 받고 광산을 팔았지만 지금도 아쉬움이 많다. 그때 몇 년만 앞을 내다보고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2010년 현재 한국은 연간 9600만t의 유연탄을 도입해 7100만t을 사용하고 있으며, 우라늄의 경우 연간 수입량인 4500t을 모두 소모하고 있다. 한전은 지난해 석탄 7400만t을 수입했는데, 2020년에는 8900만t까지 수입해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