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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리더십 ④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메이킹 지도자 인기 가른다

  • 김광웅│서울대 명예교수·명지전문대 총장 kwkim0117@mjc.ac.kr

이미지 메이킹, 스피치 메이킹 지도자 인기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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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보선 전 대통령과 장면 전 총리는 러시아의 레닌처럼 정치를 하지 않았으면 학자가 됐을 것 같은 인상을 풍긴다. 온화하고 고매하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신사복도 잘 어울렸다. 그 시대에 외국에서 공부했을 정도로 세계에 눈을 뜬 인물들이다. 다만 민주당이 구파와 신파로 갈려 극단적인 권력투쟁을 하다가 ‘9개월 정권’으로 끝난 것 때문에 권력욕을 다스리지 못한 인물이었다는 인상을 남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깡마른 얼굴에 체구까지 작아 덕스러운 것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인상은 매우 강하다. 5·16 군사정변과 억압정치 때문에 호감 가는 인상은 아니다. 다만 ‘조국 근대화’를 앞당긴 공헌이 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이 평가받는 인물이 되긴 했다. 국정운영에 추호의 빈틈이 없었고, 무엇보다도 현장을 중시해 문서나 말로 하는 보고 내용을 반드시 눈으로 확인한 점도 그런 이미지가 생기는 데 한몫을 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은 오랜 관료생활 때문에 규격품 같은 인상을 풍기지만 중후한 외교관의 위엄이 있다. 그러나 작은 일까지 시시콜콜 관여한다고 해서 ‘주사’라는 별명까지 얻었으니 폭넓은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보긴 어렵다. 큰 키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외모임에도 소심하다는 평이 있어 신뢰를 얻는 데 불리했다. 그럼에도 모든 경험을 일일이 체계적으로 기록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은 오랜 군사독재에 시달린 국민이 군부통치를 더 이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등장해 정통성에서 낙제 점수를 받았다. 더욱이 집권 초기의 5·18 민주화운동 대응 과정은 국민에게 ‘탄압’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퇴임 후에도 정치자금 문제로 복역해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다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문학을 좋아하는 성품 그대로 온화한 인상을 풍기는 면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넓은 이마와 맑은 안색이 귀공자처럼 훤한 인상을 주지만 눌변과 강한 경남 사투리에 발음까지 부정확해 희화화된 일이 많아 신뢰를 주지 못했다. 대화하는 중에도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책에서 일제 잔재를 없애고 금융실명제를 밀어붙이는 등 강단 있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오랜 옥중생활에서 얻은 독서 경험으로 지적인 인상을 풍기고 세심했다. 그러면서도 민주화 투쟁을 벌여 강한 인상을 풍기기도 한다. IMF 외환위기를 비교적 빠른 시일에 극복하고 평등지향적인 정책으로 국민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한 것으로 기록된다. 정치 테러 때문에 다리를 절게 됐는데 불편한 거동이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깊이 생각해 말하는 듯하지만 어투가 듣기에 불편하고, 때로는 직설적이라 반감을 샀다. 머리를 건들거리면서 걷는 자세 때문에 말할 때도 불안해 보였다. 지배계급을 바꾸려는 정책을 내세워 보수 세력과 마찰이 끊이지 않았다. 또 시정에서나 쓸 거친 말을 서슴지 않아 존경의 대상에서 멀어질 때가 있었지만, 신념이 확고하다는 인상은 풍겼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적인 인상과는 거리가 멀다. 사업가의 인상을 버리지 못했다. 추진력 강한 인상을 풍기기는 하지만 4대강 사업처럼 추진하는 정책마다 심한 반발에 직면하고 실패를 거듭해 국민 정서와 거리가 먼 인물이 됐다.

웃기거나, 웃음거리 되거나

최근 대권주자로 불리는 후보 중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은 여성이기에 온화한 인상을 풍기지만 단호한 면모를 보인다. 대화에 인색해 소통이 어렵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반듯한 외모와 행동 때문에 선생님 같은 인상도 풍긴다. 좀 더 환히 웃고 유권자에게 더 다가가 국민을 보살피는 인상을 보여야 할 것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는 건강해 보여 반감은 사지 않는 인상이다. 그러나 정책을 밀고 나갈 능력이 얼마나 있는지 미지수여서 신뢰감과는 거리가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경력이나 성품과는 달리 국민에게 다가가는 인상은 아니다. 경상도 억양의 눌변 역시 플러스 요인이 되지 않는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지적이면서 국제정치의 흐름을 아는, 행동지향적인 인상을 풍긴다.

정치인이 이미지를 좋게 하는 데는 유머가 필수다. 미래학자 대니얼 핑크는 “21세기에는 유머가 진정한 파워”라고 했다. 유머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심리적인 거리를 줄이기 때문이다. 외국 리더들은 연설에 앞서 반드시 유머를 곁들인다.

유머를 잘 구사한 지도자로 링컨 전 미국대통령을 꼽는 사람이 많다. 그는 한 야당 의원이 “두 얼굴을 지닌 이중인격자”라고 하자 “내가 얼굴을 두 개 가지고 있다면 하필 왜 이 못생긴 얼굴을 갖고 나왔겠느냐”라고 했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에 관한 유머도 많다. 한 기자가 그에게 “B1 폭격기에 예산을 너무 많이 쓴 거 아닙니까”라고 추궁하자 보좌관을 향해 “비타민(B1) 사는 데 돈을 그렇게 많이 쓰나? 그러면 안 돼”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저격범 존 힝클리의 총에 맞았을 때도 “내가 예전처럼 영화배우였으면 잘 피할 수 있었을 텐데”라는 유머를 구사했고, 이 한마디로 레이건의 지지율은 83%까지 올랐다. 케네디 전 대통령도 유머에 능했다. 그가 43세의 나이로 대통령에 입후보했을 때 상대 닉슨이 ‘경험 없는 애송이’라며 깎아내리자 연설에서 “이번 주의 빅뉴스는 국제문제나 정치문제가 아니라 야구왕 테드 윌리엄스가 나이 때문에 은퇴하기로 했다는 소식입니다. 이것은 무슨 일이든 경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입니다”라는 조크를 던져 전세를 뒤집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적이고 신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다른 사람을 지적하기 전에 스스로 ‘내가 망쳤다(I screwed up)’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런 오바마조차 유머는 빼놓지 않는다. “대통령이 되면 10월을 ‘버락토버(BARACK-TOBER·10월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옥토버와 자신의 이름 버락을 합친 말)’로 부르겠다”고 하기도 하고, 자신의 미들네임인 ‘후세인’을 문제 삼는 이들에게 “제 이름을 지어주신 분은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대통령후보로 출마할 것을 생각하지 못했나 봅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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