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걸음 더 나가, 박 대통령은 자신의 스타일에서 벗어나는 변화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득’이라고 믿는 듯하다. 선거 과정에서 ‘젊은 층에 다가가기 위해 올림머리 대신 숏커트를 하시라’거나 ‘서민 이미지를 위해 몸뻬 바지를 입고 시장에 가시라’는 참모들의 조언에 박 대통령이 ‘싸한’ 반응을 보였다는 게 여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이제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같은 결론이다. 낡은 시계와 구두, 옷에는 무관심해 보이고, 변화에도 무심하며, 자신의 옷이 ‘패션’으로 화제가 되는 것조차 싫어하는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패션과 파워드레싱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 아닐까. 영애이자 퍼스트레이디였던 시절의 뛰어난 패션 감각, 2011년 유럽 순방 시 보여준 패션 애티튜드, 정치적 고비마다 보여준 파워드레싱, 솜씨 좋게 여며지는 단추의 개수와 위치, 빈틈을 보이지 않는 재킷의 길이, 깃의 각도와 어깨 패드의 크기까지, 그 모든 옷을 정교하게 짜 맞춘 사람이 박 대통령 자신이란 확신이 점점 강해지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책 ‘파워드레싱’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한국의 패션 전문가도 “그녀의 옷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그녀가 패션의 디테일에 대해서 매우 잘 알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에게 추천하는 7가지 쇼핑 아이템
파워드레서는 문화와 패션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각국의 여성 대통령이나 퍼스트레이디들이 옷과 구두, 벨트, 장갑의 브랜드까지 ‘친절하게’ 밝히며 간접광고 모델을 자처하는 건, 그 덕분에 자국의 관련 산업과 국가 브랜드를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 가족들의 덕을 많이 본 미국 패션계의 거물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는 “우리 시대에 옷 잘 입는 영부인을 갖게 되는 것처럼 좋은 일이 없다”고 했다. 그래서 한국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대통령을 만나게 된 국내 패션업계의 기대도 클 수밖에 없다.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장 이상봉 디자이너는 “여성 대통령이 해외 브랜드에 고전하는 국내 디자이너들의 옷을 입어주는 것만으로도 큰일을 하시는 것”이라며 “멋진 여성 정치인을 비난하는 시대는 지났다. 당당하게 옷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한다.
그래서 파워드레서인 여성 대통령에게 다음과 같은 쇼핑리스트를 제안한다.
1 클래식 핸드백 : 박근혜 대통령이 ‘완판’시킨 타조백은 덮개가 생략된 실용적인 쇼퍼백으로, 박 대통령에게는 클래식한 핸드백이 필요하다. 대처 전 총리의 페라가모 백이나, 그레이스 켈리 왕비의 켈리 백 등 파워드레서의 클래식 백은 종종 한 인물을 상징하는 오브제가 된다.
2 무채색 코트 : 모직 소재의 잘 재단된 테일러드 칼라의 싱글 버튼 코트. 기본적인 검은색과 전 세계 파워드레서의 잇 컬러인 로열블루 각 한 벌씩.
3 밝은색 스카프 : 스카프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주는 데 확실히 효과가 있다. 유럽 순방 시 바람에 날리는 스카프가 박 대통령에게 썩 잘 어울렸다.
4 하이힐 : 여성 정치인이 구세대냐 신세대냐를 가르는 기준은 하이힐이다. 힐 높이는 현재 박 대통령의 펌프스와 같은 5cm면 충분하지만, 힐은 더 날씬해져야 한다.
5 파워 펄 : ‘진주귀고리를 한 대통령.’ 생각만 해도 가슴이 설렌다. 파워드레서들이 사랑하는 파워 펄은 여성 대통령 시대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6 스트레이트피트 바지 : 남성들의 바지도 폭이 많이 좁아졌다. 약간 슬림한 바지 피트가 더 젊고 활동적으로 보인다.
7 빨간색 스커트 정장 : 패션계에 이미 박 대통령이 기여한 바가 있다면 빨간색을 복권시켰다는 점. 젊은 층은 ‘붉은 악마’로 레드 콤플렉스를 떨쳐냈지만, 많은 중년 남성이 박 대통령 ‘덕분에’ 비로소 빨간 목도리를 둘러볼 수 있었다. 박 대통령의 쇼핑리스트 마지막 항목으로 레드 컬러의 스커트 슈트 한 벌을 추천한다. 대통령의 열정 뿐 아니라 정부와 여당의 공조를 상징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