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합건설업체들의 불공정행위로 하도급업체인 전문건설업체들이 고사 위기에 있다.
특히 건설근로자의 고용 주체인 전문건설업체들은 정부의 취약계층 보호정책 강화(4대 보험 적용 확대, 8시간 작업시간 준수, 임금지급 보증제도 도입 추진 등)로 공사원가 상승 압박을 받고 있다. 게다가 종합건설업체들의 불공정행위로 인해 수익성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부는 경제·사회 분야에서 심화되는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동반성장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하도급업체들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외면한 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전문건설업계는 지난 2월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건설경제 민주화를 위한 정책건의 과제’를 제출한 바 있다.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장기간의 주택·건설경기 침체로 공사물량이 급감하고 있다. 여기에 최저가 낙찰제 시행,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 표준품셈 하향 조정 등으로 공사예정가격이 삭감돼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된 상태다. 특히 쌍용건설, 풍림산업, 벽산건설 등 중견 건설업체들의 잇따른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들의 하도급에 의존하는 전문건설업체들은 연쇄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해 1년 동안 441개 전문건설업체가 부도를 내거나 도산했다. 전년보다 87% 급증한 43개 업체가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는가 하면, 기업경영이 어려워 자진 폐업한 업체가 2503개사에 달한다. 이렇게 심각한 상태에 처하게 된 원인은 글로벌 경제위기 등 외부 환경적 요인도 있지만, 불공정한 하도급 거래 행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종합-원도급, 전문-하도급’이라는 수직적이고 종속적인 건설 방식이 30년 이상 지속돼 왔다. 그러면서 원도급자의 불공정한 하도급 관행이 고착화하고, 원·하도급 건설업체 간 불균형이 심화해 건설산업의 공생·균형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종합건설업체는 고정비 부담 때문에 시공에 필요한 장비와 인력을 보유하지 않고 있어 도급받은 공사를 전문건설업체에 맡긴다. 그런데 하도급 전 과정에 걸쳐 초저가 하도급, 부당 특약설정, 대금 미지급·지연지급, 계약 외 추가공사비 불인정 등 불공정 행위가 만연해 있다. 전문건설업계는 고착화한 불공정 관행 개선을 위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불공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확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제도 개선,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제도 실효성 확보, 공공공사 분리발주 활성화, 산재 은폐 근절대책 마련 등 ‘손톱 밑 가시’를 뽑아달라고 건의했다.
원도급자의 도덕적 해이
대통령직인수위는 2월 19일 ‘현장의 손톱 밑 가시’ 개선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부당한 단가 인하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올해 상반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는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고, 직권조사 등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중점 감시하기로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민사재판에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일 경우 실제 손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 하는 제도다. 국내 하도급법에선 IT(정보통신)·SW(소프트웨어)산업의 기술자료 탈취 및 유용 행위에 대해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시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