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성우회에서 김장수 제명하라” 軍 원로들 ‘金비토’ 진짜 이유는?

  • 최호열 기자│honeypapa@donga.com

    입력2013-03-21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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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우회에서 김장수 제명하라” 軍 원로들 ‘金비토’ 진짜 이유는?

    박근혜 대통령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박근혜 대통령의 가장 강고한 지지기반인 정통보수 진영이 반기를 들었다. 그것도 군(軍) 원로들이.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때문이다. 김장수 내정자는 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7년 국방장관으로서 2012년 4월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한국에 이양한다는 합의서에 서명한 당사자다.

    성우회와 재향군인회를 주축으로 한 정통보수진영은 안보 불안을 이유로 전작권 이양에 강하게 반발해왔다. 정통보수진영에 김 내정자는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트린 인물’인 셈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그를 국가안보실장에 내정했으니 동요는 당연한 일. 여기에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기름을 끼얹은 격이었다. 북한의 위협은 전작권의 중요성을 한층 더 부각시켰다.

    2월 21일 열린 재향군인회 긴급안보자문회의에서 군 원로인 박정인 예비역 준장이 “전작권 환수를 결정한 김장수 내정자를 인정할 수 없다”며 “성우회에서 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도 동조했다.

    2월 26일 성우회 회원 300여 명과 국방장관, 군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성우회 창립 24주년 기념식에서도 전작권 이양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터져나왔다. 그 과정에서 장경순(전 국회부의장, 예비역 중장) 재야구국원로회의 의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전작권 환수 문제를 돌려놓으려면 김장수 내정자를 성우회에서 제명 처분하는 극약처방 외엔 길이 없다”고 주장하며 제명 처분을 박수로 결의하자고 제안했다. 크지는 않았지만 박수가 나왔고, 이의를 제기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이상훈(전 국방장관, 예비역 대장) 애국단체총연합회장도 “현 상태로는 전작권 환수 저지라는 우리의 목적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며 장 의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줬다.

    성우회는 군 장성 출신들의 모임이다. 스스로 가입을 거부한 민병돈(전 육군사관학교장) 예비역 중장을 제외한 모든 예비역 장성이 회원으로 등록돼 있다. 성우회에서 김 내정자를 제명 처분한다면 박 대통령에게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제명 처분 논란은 해프닝처럼 흐지부지됐다. 고명승 성우회장은 “원로 인사의 개인 의견이었을 뿐 정식 안건으로 채택된 것도 아니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현재는 예비역 장성들 사이에 ‘김 내정자가 정식 임명된 후에 직접 전작권 이양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들어보고, 그때 제명 문제를 판단해도 늦지 않다’는 온건론이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한 예비역 장성은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의 지시를 받는 위치였으니 어쩔 수 없이 한 것 아닌가. 현 정부에서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유보적인 움직임에 장경순 의장이 목청을 높였다.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이유로 자기 가치관과 다른 결정을 했다면 그게 ‘꼿꼿 장수’인가, 낭창낭창 흔들리는 ‘낭창 장수’지.” 그는 김 내정자에 대한 인사가 철회되지 않으면 청와대 앞에서 일인시위라도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그런데 일부 군 원로들의 김장수 비토 배경엔 위기에 처한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구하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두 사람은 여러모로 대척점에 서 있다. 김장수 내정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군의 주류로 성장한 호남 출신이다. 반면 경남 김해 출신인 김병관 후보자는 줄곧 비주류로 머물렀다.

    군내 호남인맥이 김병관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흘리고 있다는 소문도 나돈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는 “전작권 환수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김장수 내정자에 대한 성우회 제명 주장이 김 후보자를 구하려는 보수우익의 견제구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김장수 내정자를 둘러싼 군 원로들의 반발을 박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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