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박근혜 정권의‘입단속 카리스마’

  • 정해윤│시사평론가 kinstinct1@naver.com

    입력2013-03-21 15: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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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한 대통령이 드문 것은 언론관계에 실패한 대통령이 많다는 의미다.

    김대중 대통령은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해서인지 언론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풀이’를 했다.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론개혁의 필요성을 언급하더니 곧 언론사 세무조사를 벌였다. 주요 신문사 사주들이 줄줄이 구속됐다. 왜곡된 것을 바로잡겠다는 의도라지만 별 설득력이 없었다. 국제 언론단체에서도 언론탄압 주장이 쏟아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야당 정치인 시절부터 보수언론에 각을 세웠기 때문에 보수언론과의 불화는 예상된 일이었다. 하지만 임기 말에 이르러 그는 모든 언론과 적대적 관계로 돌아선다. 2007년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을 만들어 정부 중앙청사 기사 송고실을 폐쇄했다. 이런 언론정책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말이 ‘대못질’이다. 진보정권의 도덕적 오만이 군사정권 못지않은 제도적 폭력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대통령의 품성이 언론 정책에 얼마나 강하게 작용하는지 보여준다.

    실용을 앞세운 이명박 정권의 언론정책은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진보세력으로부터 ‘언론자유 후퇴’라고 난도질을 당했다. 그렇다고 보수진영에서 환영받은 것도 아니다. ‘미네르바’ 구속은 표현의 자유 위축을 상징했다. 이명박 정권에선 유독 방송과 관련된 문제가 많았다. 광우병 사태를 통해 방송의 위력을 실감한 때문인지 방송을 어찌해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한 것 같다. 여러 방송국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었다.

    취재 통제 역대 최강



    세 정권 모두 ‘언론을 통한 국민과의 소통’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여지없이 집권 후반기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과 레임덕으로 귀결됐다.

    그렇다면 이제 갓 출범한 박근혜 정권의 언론관계는 어떨까. 한 마디로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아슬아슬하다. 앞서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권보다 더 안 좋은 쪽으로 흘러가는 양상이다. 마치 임기 말 현상을 앞당겨 보는 듯하다.

    박근혜 정권은 언론과 바람 잘 날이 없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국민과의 연결지점이 아예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을 무시하는 대신 인터넷이라는 대안적 연결지점으로 국민과 직접 소통하려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립서비스일망정 ‘프레스 프렌들리’를 내세우며 언론관계 복원을 꾀하기도 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은 언론은 언론대로, 인터넷은 인터넷대로 다 무시하는 것 같다. 인수위 시절부터 기자들의 요인 직접 취재를 철저히 차단해오고 있다. 입단속에 특유의 카리스마를 보인다. 공개 브리핑에도 인색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정권이 언론의 마감시간을 고려해 매일 오후 2시 30분에 하던 정례 브리핑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남기 청와대 홍보수석은 정권 출범 후 며칠간 기자들과 연락도 닿지 않았다. 박근혜 정권에선 언론관계를 조율할 인물이 싹이 말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초반의 행적만 놓고 보면 언론을 ‘일하는 데 거추장스러운 존재’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러면서 청와대 홈페이지 등 인터넷 소통 공간도 잡초가 무성한 채로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 소통도 등한시

    박근혜 대통령은 최초의 여성 대통령으로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기대를 모았지만 지금 당장 그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러한 리더십과는 딴판이다. 국무총리 후보자가 언론의 인사검증을 넘지 못하고 스스로 사퇴한 것을 ‘신상 털기’로 규정한다. 정당한 언론활동에 관한 폄훼에 가깝다. 취임 일주일 만에 ‘분노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일방적 담화 전에 숙의와 소통의 노력을 다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정권 초반의 허니문 기간을 누구 탓할 것 없이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보의 실패는 이미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임기 초 불통 논란에 시달리다 광우병 사태를 맞은 사실이 박근혜 정권의 집단기억 속에서 이미 사라진 것일까. 대내외적으로 북핵 문제, 경제위기, 민생 고통 등 어느 하나 녹록한 것이 없다. 그런데 국민이 정권을 보며 더 불안해하고 있다. 이보다 큰 근심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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