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공룡포털 ‘다음’은 종북·친노·反기업 선전장”

나는 왜 다음과 싸우는가

  • 변희재│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 pyein2@daum.net

    입력2013-03-21 15: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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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룡 포털 다음은 네티즌의 의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그에 걸맞은 의무를 다하지 않는다. 균형감을 잃고 정치적, 이념적으로 편향되게 편집한다. 다음의 초기화면은 종북, 친노, 좌파 성향 뉴스를 전진 배치한다. 또한 박근혜, 국정원, 검찰을 비판하는 뉴스를 앞세운다.”
    “공룡포털 ‘다음’은 종북·친노·反기업 선전장”
    3월 13일 오전 11시 49분쯤 ‘아시아경제’ 신문은 난데없이 ‘정부가 화폐개혁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올렸다. 기사 제목은 이렇다. “정부, 화폐개혁 물밑작업. 기재부, 실무검토 통해 ‘추진할 만하다’ 판단.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경제충격 최소화가 관건. 대통령 긴급명령·특별법 제정 등 두 갈래 방안.”

    ‘아시아경제’는 기획재정부가 실무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만하다고 판단했으며 청와대에도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그럴 듯하게 썼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도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고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신문이 취재 경쟁을 하다보면 설익은 내용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보도를 다루는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태도다. 다음은 네이버 등과 함께 국내 언론매체들의 뉴스가 모이는 허브가 되고 있다. 일부 뉴스를 선별해 노출하는 다음의 초기화면은 상당한 여론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시아경제’의 이 기사가 해당 신문사 지면이나 홈페이지에서만 소개됐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은 이 기사를 다음 초기화면 경제뉴스의 가장 윗자리에 굵은 서체로 올렸다.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경제계는 한동안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예정에 없던 화폐개혁설 질문이 나왔다. 현 후보자는 “화폐개혁은 경제에 큰 충격이어서 고려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화폐개혁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묻지마 확대 재생산’해 ‘멘붕’ 상태를 초래한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까. 다음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왜 다음은 이런 불완전하고 위험한 기사를 메인화면에 버젓이 올리느냐는 점이다.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묻지마 확대 재생산’

    “공룡포털 ‘다음’은 종북·친노·反기업 선전장”

    ‘다음’의 제주도 본사.

    첫째, 다음은 그 영향력에 비해 뉴스를 걸러내는 전문성을 못 갖추고 있다는 추정이다. 당시 ‘아시아경제’ 기사 외에 화폐개혁을 다룬 기사는 없었다. 보통의 뉴스 편집자라면 ‘이런 중요한 내용이 왜 한 군데에만 보도될까?’ 하며 기사의 신빙성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게 당연하다. ‘아시아경제’ 기사에 언급된 정보원이 믿을 만한 실명 정보원인지 등을 확인해 판단할 수도 있다. 다음 내부에선 이런 게이트키핑(gate keeping·수문장 기능)이 작동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둘째, 다음은 자사의 이념적 취향에 맞는 기사를 무리하게 부각한다는 추정이다. 화폐개혁은 화폐를 많이 가진 사람, 즉 유산계급이나 자본가계급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공산주의의 아버지 레닌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우파 인터넷신문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대선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던 지난해 6월 13일부터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다음, 네이트, 야후의 뉴스를 모니터링했다. 미디어다음은 다음 메인화면에 뜬 개별 뉴스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페이지다. 그 결과 다음의 정파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첫째, 미디어다음은 민주통합당, 특히 문재인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친노 포털’로 불러도 될 정도였다.

    둘째, 대기업 비판 기사를 자주 띄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에 대한 공격적인 편집을 집요하게 유지했다. 다른 포털의 경우 삼성을 자주 공격했지만 미디어다음은 현대자동차도 포함시켰다.

    셋째, 이명박 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사는 어김없이 볼드체로 처리해 하루 종일 게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반정부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넷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편집은 자제했지만, 박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는 직접 노출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문 후보에게 유리한 편향된 편집이 도를 더해간 것으로 보였다.

    ‘국정원女’ 편집 보니…

    다섯째, 경제위기를 심리적으로 조장하는 선동적인 기사를 볼드체로 자주 배치했다.

    여섯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책 출판 이후 미디어다음은 물론 네이버, 야후, 네이트가 앞다퉈 안철수 원장 띄우기에 나섰다.

    일곱째, 국정원·군·검찰에 대한 비판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메인화면에 편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음의 이러한 편집 기조는 대선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 미디어다음은 ‘한겨레’ 등 진보성향 매체의 기사를 통으로 생중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1월 25일 ‘국정원 여직원 3차 소환’이라는 사진 뉴스를 시작으로 1월 31일 ‘국정원 직원 다른 사이트에도 정치 글’이라는 ‘한겨레’ 기사, 2월 1일 ‘국정원 김씨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 글에 게시활동 드러나’라는 미디어오늘 기사, 같은 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공작 오피스텔 의혹’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 같은 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보도 기자 고소’라는 뉴시스 기사, 2월 7일 ‘댓글 여직원·제3자 업무 실체 깜깜…심리전단 국정조사 필요’라는 ‘한겨레’ 기사를 연거푸 게재해 사건을 키워나간 것이다.

    집요한 물량공세…‘공포의 대상’

    “공룡포털 ‘다음’은 종북·친노·反기업 선전장”
    2월 1일 ‘국정원 김씨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 글에 게시활동 드러나’라는 기사의 경우 미디어다음은 수시간 동안 메인에 볼드체로 게재했다. 그러나 이 기사와 달리, 국정원 여직원이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는 게시 글에서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은 점은 간단한 구글 검색으로 입증된다. 결국 ‘일베’등에서 이 기사가 허위기사로 비판받자 기사를 작성한 매체 측은 부랴부랴 기사를 삭제했다.

    그러자 다음은 ‘국정원 직원 댓글 공작 오피스텔 의혹’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재차 띄웠다. 이전에는 ‘삭제 42건, 국정원 직원 증거인멸 시도’라는 ‘한겨레’ 기사를 오전 내내 걸어놓고 있었다. 즉 2월 1일 미디어다음은 허위 기사를 포함해 무려 3편의 국정원 비판 기사를 하루 종일 메인에 걸어놓으며 여론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인선에 대해서도 언론사의 기준을 넘어선 수준으로 개입했다. 2월 19일 메인화면에 ‘김병관 제보 쏟아져. 野, 청문회 연기 요구’라는 기사를 장시간 볼드체로 강조해 게재했다. 김 후보자 낙마시키기에서도 선봉에 선 것이다. 다음 날인 20일에도 ‘김병관, 리베이트 의혹에 위문품 받은 것’이라는 기사를 메인화면에 볼드체로 띄워 의혹을 증폭시켰다.

    3월 8일 오후 3시경 메인화면에는 ‘청문회에 나온 박정희 휴대폰 고리’라는 사진 기사가 게재됐다. 김병관 후보자는 박정희 대통령 사진이 새겨진 휴대전화 고리를 가지고 다녔다. 이를 문제 삼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였다. 3월 8일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김병관 국방장관 임명 딜레마’, 3월 11일에는 ‘절차 다 무시하고 국방장관 임명 논란’ 등의 기사를 연속 게재했다.

    다음과 ‘한겨레’‘민중의 소리’‘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매체들을 비교해보면 다음은 다른 매체보다 더 집요해 보인다. 진보성향 매체들도 국정원 여직원 의혹이나 김병관 후보자 의혹을 주도적으로 보도했으나 뉴스 지면의 한계 때문에 매일같이 몰아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은 이들을 포함해 100여 개의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뉴스 콘텐츠를 훨씬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한번 정치에 개입하려고 작정하면 끝장을 볼 수 있는 저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경제계는 물론 국정원이나 국방부조차 미디어다음의 이런 집요함과 물량공세에 겁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런 다음에 일찌감치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다음은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북한 방송이 이를 치하한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북한 방송 영상에서 북한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에 찬사 보낸 북한

    “절세미인을 끝없이 흠모하는 남조선 각계층 인민들의 마음과 마음들이 인터넷들을 통해 계속 분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드리는 축하문을 비롯해서 경외하는 장군님을 칭송하며 그이를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모신 긍지와 자부심을 피력한 글들이 끊임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자립, 자비의 사회주의 강국인 우리 공화국을 찬양하는 글과 동영상들도 수백 건이나 올라있습니다. 2003년에 개설된 이 사이트는 전직 군인, 의사 등 각계각층이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다음은 2012년 10월 30일 김정은의 아내 이설주에게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어 이설주 특집사진 페이지를 만들어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엄연히 우리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퍼스트레이디’는 국가 정상의 부인에게 붙이는 표현이므로 이설주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친북적 언술이 될 수 있다. 다음을 제외한 국내 대다수 언론은 이설주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다음이 이설주 특집사진 페이지를 만든 사실에 비춰보면 “절세미인을 끝없이 흠모하는 남조선 각계층 인민들의 마음과 마음들이 인터넷들을 통해 계속 분출되고 있습니다”라는 북한 아나운서의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책임도, 위험부담도 없다?

    다음은 북한으로부터 찬사를 받자 북한의 성명을 메인화면에 노출하기 시작했다. 3월 13일 ‘北, 朴 대통령 겨냥 “독기어린 치맛바람” 비난’이라는 기사를 전면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함께 박근혜 정권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의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MBC와 함께 광우병 거짓 선동을 벌였다.

    다음은 법적으로는 돈만 벌면 되는 영리법인이다. 영리법인이 이렇게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이유는 포털의 뉴스 게재에 어떠한 법적, 제도적 책임도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의 주주들은 아마 ‘다음이 정권을 만들어내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아무런 리스크가 없으므로 눈감아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일반 기업의 경우 정치 테마주로 묶였다가 정권 창출에 실패하면 주가나 경영수지에서 타격을 받는다. 언론매체도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가는 신뢰를 잃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음과 같은 인터넷 재벌 포털은 기업으로서도 언론으로서도 그 어떤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만 마음껏 행사한다.

    “공룡포털 ‘다음’은 종북·친노·反기업 선전장”
    변희재

    1974년 서울 출생

    서울대 미학과 졸업

    KBS 시청자위원회 예능분과위원, 동아일보 객원논설위원

    現 인터넷신문 빅뉴스 대표,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 회장

    저서 : ‘억지와 위선’ ‘스타 비평2’


    다음은 사실상 ‘언론권력’이 됐기 때문에 정치권의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다음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벌벌 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는 오랫동안 다음의 이념적 편향성을 비판해왔고 다음에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음은 자사를 향한 이런 비판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포털의 정파적 뉴스 편집은 필연적으로 여론의 왜곡을 낳고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준다. 다음에 들르는 하루 800만 명의 국민은 다음의 뉴스 편집으로 인해 진실을 바로 보기 힘들게 된다. 정부, 정치권, 식자층은 더 늦기 전에 다음을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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