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경제’는 기획재정부가 실무적으로 검토해 추진할 만하다고 판단했으며 청와대에도 뜻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그럴 듯하게 썼다. 그러나 기재부는 이를 부인했다. 청와대도 “그런 보고를 받은 바 없고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신문이 취재 경쟁을 하다보면 설익은 내용이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보도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보도를 다루는 포털 사이트 다음(Daum)의 태도다. 다음은 네이버 등과 함께 국내 언론매체들의 뉴스가 모이는 허브가 되고 있다. 일부 뉴스를 선별해 노출하는 다음의 초기화면은 상당한 여론 영향력을 발휘한다.
‘아시아경제’의 이 기사가 해당 신문사 지면이나 홈페이지에서만 소개됐으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음은 이 기사를 다음 초기화면 경제뉴스의 가장 윗자리에 굵은 서체로 올렸다.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경제계는 한동안 충격과 혼란에 빠졌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 중이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게도 예정에 없던 화폐개혁설 질문이 나왔다. 현 후보자는 “화폐개혁은 경제에 큰 충격이어서 고려할 수 없다. 우리 경제의 대외적인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부인했다.
화폐개혁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보도를 ‘묻지마 확대 재생산’해 ‘멘붕’ 상태를 초래한 책임은 과연 누가 져야 할까. 다음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발생한다. 왜 다음은 이런 불완전하고 위험한 기사를 메인화면에 버젓이 올리느냐는 점이다. 두 가지 추정이 가능하다.
‘묻지마 확대 재생산’

‘다음’의 제주도 본사.
둘째, 다음은 자사의 이념적 취향에 맞는 기사를 무리하게 부각한다는 추정이다. 화폐개혁은 화폐를 많이 가진 사람, 즉 유산계급이나 자본가계급에 치명상을 줄 수 있다. 공산주의의 아버지 레닌은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무너뜨리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우파 인터넷신문들의 모임인 한국인터넷미디어협회는 대선 관련 보도가 많이 나오던 지난해 6월 13일부터 주말을 제외한 주 5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다음, 네이트, 야후의 뉴스를 모니터링했다. 미디어다음은 다음 메인화면에 뜬 개별 뉴스를 클릭하면 나타나는 페이지다. 그 결과 다음의 정파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첫째, 미디어다음은 민주통합당, 특히 문재인 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친노 포털’로 불러도 될 정도였다.
둘째, 대기업 비판 기사를 자주 띄웠다. 그 가운데에서도 삼성과 현대자동차에 대한 공격적인 편집을 집요하게 유지했다. 다른 포털의 경우 삼성을 자주 공격했지만 미디어다음은 현대자동차도 포함시켰다.
셋째, 이명박 정권에 대해 조금이라도 부정적인 기사는 어김없이 볼드체로 처리해 하루 종일 게재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는 반정부 여론을 조성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었다.
넷째,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직접 공격하는 편집은 자제했지만, 박 후보에게 불리한 기사는 직접 노출하는 경향이 있었다. 대선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문 후보에게 유리한 편향된 편집이 도를 더해간 것으로 보였다.
‘국정원女’ 편집 보니…
다섯째, 경제위기를 심리적으로 조장하는 선동적인 기사를 볼드체로 자주 배치했다.
여섯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의 책 출판 이후 미디어다음은 물론 네이버, 야후, 네이트가 앞다퉈 안철수 원장 띄우기에 나섰다.
일곱째, 국정원·군·검찰에 대한 비판 기사를 무차별적으로 메인화면에 편집하는 경향이 있었다.
다음의 이러한 편집 기조는 대선 이후에도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국정원 여직원 댓글 사건에 대해 미디어다음은 ‘한겨레’ 등 진보성향 매체의 기사를 통으로 생중계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1월 25일 ‘국정원 여직원 3차 소환’이라는 사진 뉴스를 시작으로 1월 31일 ‘국정원 직원 다른 사이트에도 정치 글’이라는 ‘한겨레’ 기사, 2월 1일 ‘국정원 김씨 “민주당은 없어져야 한다” 글에 게시활동 드러나’라는 미디어오늘 기사, 같은 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공작 오피스텔 의혹’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 같은 날 ‘국정원 여직원 댓글 보도 기자 고소’라는 뉴시스 기사, 2월 7일 ‘댓글 여직원·제3자 업무 실체 깜깜…심리전단 국정조사 필요’라는 ‘한겨레’ 기사를 연거푸 게재해 사건을 키워나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