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자 다음은 ‘국정원 직원 댓글 공작 오피스텔 의혹’이라는 오마이뉴스 기사를 재차 띄웠다. 이전에는 ‘삭제 42건, 국정원 직원 증거인멸 시도’라는 ‘한겨레’ 기사를 오전 내내 걸어놓고 있었다. 즉 2월 1일 미디어다음은 허위 기사를 포함해 무려 3편의 국정원 비판 기사를 하루 종일 메인에 걸어놓으며 여론시위를 벌였던 것이다.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 인선에 대해서도 언론사의 기준을 넘어선 수준으로 개입했다. 2월 19일 메인화면에 ‘김병관 제보 쏟아져. 野, 청문회 연기 요구’라는 기사를 장시간 볼드체로 강조해 게재했다. 김 후보자 낙마시키기에서도 선봉에 선 것이다. 다음 날인 20일에도 ‘김병관, 리베이트 의혹에 위문품 받은 것’이라는 기사를 메인화면에 볼드체로 띄워 의혹을 증폭시켰다.
3월 8일 오후 3시경 메인화면에는 ‘청문회에 나온 박정희 휴대폰 고리’라는 사진 기사가 게재됐다. 김병관 후보자는 박정희 대통령 사진이 새겨진 휴대전화 고리를 가지고 다녔다. 이를 문제 삼은 야당 의원들의 발언을 보도한 기사였다. 3월 8일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김병관 국방장관 임명 딜레마’, 3월 11일에는 ‘절차 다 무시하고 국방장관 임명 논란’ 등의 기사를 연속 게재했다.
다음과 ‘한겨레’‘민중의 소리’‘오마이뉴스’ 등 진보성향 매체들을 비교해보면 다음은 다른 매체보다 더 집요해 보인다. 진보성향 매체들도 국정원 여직원 의혹이나 김병관 후보자 의혹을 주도적으로 보도했으나 뉴스 지면의 한계 때문에 매일같이 몰아치지는 않았다. 그러나 다음은 이들을 포함해 100여 개의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기 때문에 입맛에 맞는 뉴스 콘텐츠를 훨씬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다. 한번 정치에 개입하려고 작정하면 끝장을 볼 수 있는 저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 경제계는 물론 국정원이나 국방부조차 미디어다음의 이런 집요함과 물량공세에 겁을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이런 다음에 일찌감치 찬사를 보낸 바 있다. 다음은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의 자료들을 체계적으로 올리고 있는데 북한 방송이 이를 치하한 것이다. 유튜브에 올라 있는 북한 방송 영상에서 북한 아나운서는 이렇게 말한다.
다음에 찬사 보낸 북한
“절세미인을 끝없이 흠모하는 남조선 각계층 인민들의 마음과 마음들이 인터넷들을 통해 계속 분출되고 있습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에는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드리는 축하문을 비롯해서 경외하는 장군님을 칭송하며 그이를 민족의 태양으로 높이 모신 긍지와 자부심을 피력한 글들이 끊임없이 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주, 자립, 자비의 사회주의 강국인 우리 공화국을 찬양하는 글과 동영상들도 수백 건이나 올라있습니다. 2003년에 개설된 이 사이트는 전직 군인, 의사 등 각계각층이 가입해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미디어다음은 2012년 10월 30일 김정은의 아내 이설주에게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어 이설주 특집사진 페이지를 만들어 우리 국민에게 널리 알렸다. 우리 헌법은 북한을 엄연히 우리의 영토로 규정하고 있다. ‘퍼스트레이디’는 국가 정상의 부인에게 붙이는 표현이므로 이설주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헌법정신에 맞지 않는 친북적 언술이 될 수 있다. 다음을 제외한 국내 대다수 언론은 이설주를 ‘북한의 퍼스트레이디’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다음이 이설주 특집사진 페이지를 만든 사실에 비춰보면 “절세미인을 끝없이 흠모하는 남조선 각계층 인민들의 마음과 마음들이 인터넷들을 통해 계속 분출되고 있습니다”라는 북한 아나운서의 말은 괜히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책임도, 위험부담도 없다?
다음은 북한으로부터 찬사를 받자 북한의 성명을 메인화면에 노출하기 시작했다. 3월 13일 ‘北, 朴 대통령 겨냥 “독기어린 치맛바람” 비난’이라는 기사를 전면에 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북한과 함께 박근혜 정권 흔들기에 나선 것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다음의 편향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도 MBC와 함께 광우병 거짓 선동을 벌였다.
다음은 법적으로는 돈만 벌면 되는 영리법인이다. 영리법인이 이렇게 정치에 개입할 수 있는 이유는 포털의 뉴스 게재에 어떠한 법적, 제도적 책임도 뒤따르지 않기 때문이다. 다음의 주주들은 아마 ‘다음이 정권을 만들어내면 대박이고, 실패해도 아무런 리스크가 없으므로 눈감아줄 수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일반 기업의 경우 정치 테마주로 묶였다가 정권 창출에 실패하면 주가나 경영수지에서 타격을 받는다. 언론매체도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다가는 신뢰를 잃는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다음과 같은 인터넷 재벌 포털은 기업으로서도 언론으로서도 그 어떤 위험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권리만 마음껏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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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사실상 ‘언론권력’이 됐기 때문에 정치권의 보복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정부와 여당이 다음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 벌벌 떨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는 오랫동안 다음의 이념적 편향성을 비판해왔고 다음에 연락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다음은 자사를 향한 이런 비판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포털의 정파적 뉴스 편집은 필연적으로 여론의 왜곡을 낳고 국민에게 큰 피해를 준다. 다음에 들르는 하루 800만 명의 국민은 다음의 뉴스 편집으로 인해 진실을 바로 보기 힘들게 된다. 정부, 정치권, 식자층은 더 늦기 전에 다음을 바로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