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4월호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세계 최초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입력2013-03-21 16: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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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싼 ix로 수소연료전지차 대량생산 시대 열어
    • 세계 정상 기술력…글로벌 경쟁업체 2년 앞서
    • 1회 충전으로 594km 주행, 27.8km/ℓ 고연비
    • 2015년까지 1000대 공급…충전소 확대가 관건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투산 ix 수소연료전지차 내부의 계기판. 속도계 옆에 엔진회전수(RPM) 대신 전력(kW) 계기판이 있다.

    친환경차(그린카) 개발의 산실로 불리는 현대기아차환경기술연구소(경기도 용인시 마북동). 지난 14년간 ‘꿈의 친환경차’로 불리는 수소연료전지차(FEVC)를 개발해온 곳으로 국가정보원 수준의 철통 보안으로 물샐 틈 없는 곳이다. 3월 6일 우여곡절 끝에 현대기아차의 허락을 얻어 연구소를 방문하는 데 성공했다.

    “사진촬영은 금지된다”는 보안요원의 따가운 경고를 뒤로하고 ‘꿈의 그린카’라는 수소연료전지차 운전석에 올라앉았다. 인테리어와 부속 사양들은 일반 투싼 차량과 거의 다를 게 없었다. 속도계 옆에 엔진 회전수를 가리키는 RPM 계기판 대신 전력(kW) 계기판이 있고, 변속기에 1단-2단 대신 전진(D)과-후진(R)-주차(P)만 있다는 게 다른 점이다. 시동 버튼을 누르자 정적이 흐른다. 미동(微動)도 없다. 시동이 걸리지 않은 것 같아 다시 버튼을 누르려니 조수석에 앉은 연구원이 말린다. 시동이 걸려 있는 상태란다. 엔진이 없는 대신 전기모터가 돌아갈 텐데 그 소리도 안 들린다.

    차를 몰고 연구소를 빠져나와 자동차 전용도로에 들어섰다. 운전이 정말 편하다. 럭셔리 세단처럼 ‘미끄러지듯 나아간다’는 표현이 딱 어울린다. 레저용 차량(RV)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배기음도 진동도 없다. 급가속을 해도 마찬가지다. 변속기가 없으니 변속음이나 변속 충격이 없다. 옆에 달리는 차가 없었다면 시속 160km로 달리고 있음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정도. 그 정도로 속도감을 못 느낀다. 굳이 오른발에 힘을 주지 않아도 부드럽게 최고속도에 도달한다. 차가 바람에 스치는 경쾌한 소리만 들려올 뿐. 20여 분을 운전했는데 안락의자에 앉아 푹 쉬다가 일어난 느낌이었다.

    현대자동차가 세계 그린카 시장의 정상에 섰다. 순수 독자 기술로 세계 유수의 친환경차 개발업체를 따돌리고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구축에 성공한 것. 2월 26일 현대차는 울산공장 내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 공장에서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기념식’을 열었다. 2015년까지 국내외에 1000대의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로써 현대차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의 기술 각축장인 수소연료전지차 경쟁에서 초반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경쟁업체 따돌려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세계 최초로 양산체제 구축에 성공한 현대 투싼 ix 수소연료전지차(FCEV). 소음과 진동이 전혀 없어 럭셔리 세단보다 승차감과 정숙성이 더 좋다.

    현대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를 구축한 것은 수소연료전지차가 이제 더 이상 ‘미래의 차’가 아닌 ‘현실의 차’임을 선언하는 동시에 친환경차 대중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이로써 유럽과 일본의 자동차업체들(2015년 양산체제 구축 예정)은 친환경차 개발에서 현대차보다 2년 정도 뒤처지게 됐다. 이는 현대차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이 그들보다 앞섰음은 물론, 당장 시판해 도로를 달려도 될 만큼 안정됐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은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불꽃 튀는 경쟁을 벌여왔다. 그중에서도 수소연료전지차는 미래 자동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반드시 정복해야 할 ‘블루오션’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연료전지스택 개발 등 독자적 기술력과 대량생산 기술력 확보 등의 어려움으로 지금까지 양산체제 구축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가 이번에 현대차에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셈이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가 공기 중에 있는 산소와 결합하면서 발생하는 전기로 모터를 돌려 바퀴가 굴러간다. 배기구로 나오는 것은 순수한 물뿐. 일반 자동차의 엔진에 해당되는 연료전지스택은 수소와 산소가 결합할 때 발생하는 열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꿔주는 장치로 연료전지차의 심장에 해당한다. 현대차가 독자 기술로 개발한 연료전지스택 성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연료전지스택에서 바퀴를 굴리고 남은 전기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저장되며 제동할 때 발생하는 마찰에너지도 전기에너지로 전환돼 이곳에 모인다. 배터리에 저장된 전기는 급가속 등 순간적으로 많은 힘을 필요로 할 때나 차량 내 전자기기를 작동시키는 데 사용된다. 잘 알려진 대로 한국산 리튬-이온 배터리는 대형, 소형 할 것 없이 세계 정상에 오른지 오래다.

    동급 전 차량 중 최고 효율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연료전지시스템 모듈. 일반 차량의 엔진과 닮았지만 연료전지스택, 리튬-이온 배터리, 인버터, 모터 등 차량 구동장치가 들어있다.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체제 구축이 갖는 의미는 세계 하이브리드차 시장의 성장 과정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1997년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의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일본 도요타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지금껏 하이브리드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발 앞선 양산체제 구축이 세계 친환경차 시장의 미래 판도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세계 최초로 양산되는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독자 개발한 100kW급 연료전지 시스템과 2탱크 수소저장 시스템(700기압)을 탑재했다. 1회 수소 충전으로 최장 594km 주행이 가능하고 가솔린 기준으로 환산해 27.8km/ℓ(NEDC 유럽 연비 시험 기준)의 고연비를 실현했다. 영하 20도 이하의 혹한에서도 시동을 거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최고 시속은 160km/h. 이런 ‘스펙’은 수소연료전지차를 포함한 모든 동급 차량 중 세계 최고 수준의 효율이다.

    이번에 선보인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2000년 11월 싼타페 모델, 2006년 투싼 모델에 이은 3세대 독자 모델로 2010년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여기에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라디에이터 그릴, 범퍼, 안개등, 슈퍼비전 클러스터, 7인치 내비게이션 등을 새롭게 개발해 상품성을 높였다.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인 연료전지스택, 운전장치, 인버터 등 연료전지 시스템의 모듈화로 기존 가솔린 차량 엔진과 비슷한 크기의 시스템을 적용해 생산성과 정비 편의성도 높였다.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2월 26일 울산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공장에서 열린 ‘수소연료전지차 세계 최초 양산 기념식’. 오른쪽부터 현대차 김억조 부회장, 박맹우 울산시장, 윤갑한 현대차 부사장(울산 공장장), 이기상 전무(남양연구소 환경기술센터장)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처음 공개된 2010년 이후 유럽지역에서 독자적 기술력과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2011년 1월 북유럽 4개국과 연료전지차 시범보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것을 필두로, 10월에는 EU 수소연료전지 정부 과제 운영기관인 FCH-JU가 공모한 EU 의회 수소연료전지차 시범운행 사업에 단독 선정됐으며 지난해 9월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시와 관용차 15대 공급계약을 맺었다. 올 1월에는 벤츠, 볼보, 보쉬 등 글로벌 자동차업체와 부품회사들을 제치고 벨기에 브뤼셀 모터쇼에서 ‘2013 퓨처오토 어워드’ 1위에 올랐다.

    세계가 보증한 성능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양산은 끈질긴 노력 끝에 탄생한 땀과 집념의 산물이다. 현대차는 1998년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착수해 2년 만인 2000년 11월 싼타페를 모델로 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처음 선보인 후 14년간 성능, 품질, 내구성의 검증을 위해 세계 각지의 다양한 도로환경에서 시범 운행을 해왔다. 그동안 개발된 차량들의 총 누적 주행거리만 430만km.

    그간 현대차가 이뤄낸 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수소연료전지차 경주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2001년 2개 부문 금메달, 2003년 5개 부문 금메달 및 3개 부문 은메달을 수상했다. 2004년 개발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는 2007년 대회에서 환경평가 전 부문에서 최고등급을 기록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2008년 8월에는 자체 개발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적용한 투싼 수소연료전지차 2대와 스포티지 수소연료전지차로 미국 수소연료전지차 로드 투어 행사에 참여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7300km 구간 중 수소 충전을 할 수 없는 3300km를 제외한 4000km를 달렸다. 실질적으로 미국 대륙 동서횡단에 성공한 것이다. 미국 에너지부(DOE)와 캘리포니아 연료전지 파트너십(CaFCP) 주관으로 열린 이 행사는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높다.

    2008년 LA 모터쇼에서 처음 선보인 기아차 모하비 수소연료전지차는 3탱크 수소저장시스템(700기압)을 적용해 수소 연료 1회 충전만으로 700km 이상을 주행할 수 있는 양산차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실제 시범 주행 행사에서 단 한 차례의 충전으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간 633km를 완주해 실용성을 입증해 보였다.

    국내 인프라 구축 시급

    현대차는 2006~10년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수소연료전지차 30대와 수소연료전지버스 4대를 시범 운행한 바 있으며, 2009~13년엔 총 100대(모하비 52대, 투싼ix 48대)의 수소연료전지차를 사회복지, 환경관리, 시설관리 등에 활용할 목적으로 서울시와 울산시에서 운행하도록 했다. 또한 2011년부터 올해 말까지 수소연료전지버스 2대를 인천국제공항 여객터미널 무료 셔틀로 운행하면서 일반인에게 수소연료전지차의 우수성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수소연료전지차의 성공적인 양산을 위해 울산공장 내에 신개념 운반 설비 등 새로운 생산 공법을 적용한 수소연료전지차 전용 생산공장을 따로 만들었으며,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수소연료전지차량의 수소 충전 및 기밀 검사시설도 운영하기로 했다. 3월 양산에 들어간 투싼ix 수소연료전지차는 올 4월에 덴마크 코펜하겐 시에 15대, 스웨덴 스코네시에 2대 등 유럽의 정부기관, 관공서 등을 중심으로 판매를 시작한다.

    김억조 현대차 부회장은 “수소연료전지 사업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핵심 사업으로 2018년에는 9000여 명의 고용 증대와 1조7000억 원의 생산 유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자동차 산업은 물론 국가 미래 성장동력의 활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진정한 수소연료전지차 시대를 열기 위해선 국내 수소충전소의 확대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유럽과 미국 등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국가별로 미래의 수소연료전지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 전략을 운영하고 있다. 독일은 2015년까지 100기 수준의 충전소 구축을 계획하고 있으며, 미국은 캘리포니아 주 중심으로 68기를 구축할 예정이다. 반면 국내엔 현대차의 700기압 충전소 2기(경기 용인, 화성), 울산지역 700기압 충전소 1기 등을 포함 전국에 총 13기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터뷰 | 김세훈 현대자동차 책임연구원

    “수소연료는 충돌, 화재, 총격에도 안전”


    현대車, 기술력 앞세워 그린카 시장 선점 노린다
    일반인은‘수소’하면‘폭발’이라는 단어를 먼저 떠올린다. 전략핵무기‘수소폭탄’으로부터 비롯된 오해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담당하는 김세훈 연료전지개발2팀 책임연구원(공학박사)을 만나 실제 수소연료의 안전성에 대해 알아봤다.

    -수소연료전지차가 ‘달리는 수소폭탄’이라는 얘기가 있었다.

    “개발 초기부터 그런 얘기가 나왔다. 그때마다 ‘그럼 우리나라는 전략핵무기를 수십 기 갖고 있는 거네?’라고 농담을 했다. 수소는 다른 자동차 연료만큼 안전하고 안정적인 연료다. 그 어떤 가혹한 조건의 실험에서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차량 사고가 났을 때도 안전한가.

    “수소연료전지차의 수소탱크는 비행기 동체를 만드는 데 쓰이는 탄소섬유로 제작됐는데, 워낙 두꺼워 깨지거나 부서질 염려가 거의 없다. 설사 수소연료가 새어 나온다 해도 안전밸브가 있어 문제 될 게 없다. 실제로 전방은 시속 50km 이상, 후방은 84km 이상의 속도로 추돌하거나 충돌하는 실험도 해봤고, 극한 온도에서도 압력을 가해봤지만 이상이 없었다. 심지어 총을 쏴도 폭발하지 않았다.”

    -불이 붙으면 터질 수 있지 않을까.

    “화재 실험도 해봤다. 가솔린 자동차는 불이 붙은 지 40분 뒤 연료탱크가 폭발했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탱크의 형태에 따라 각각 13분과 22분 후 안전밸브가 작동되면서 수소가스가 차 아래로 방출됐다. 결국 폭발하지 않았다. 수소탱크에 직접 불을 붙였는데도 폭발하지 않았다. 안전밸브가 작동되면서 수소가스를 외부로 방출해 폭발을 막았다. 이 모든 것은 국제적으로 공인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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