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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꾼 책 이야기

철학이 담긴 ‘전쟁 바이블’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 일깨워

  • 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철학이 담긴 ‘전쟁 바이블’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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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전쟁의 정신적 요소를 강조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전쟁이란 살아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어서 심리적·정신적 상태가 전쟁의 방향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는 뜻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은 위대한 영웅과 위대한 서사시를 남기는 게 아니라, 욕심과 자만에서 탄생되며, 눈물과 고통, 피만 남게 되는 것임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고 교훈적인 경고도 빼놓지 않았다. ‘전쟁론’의 마지막 문장도 계고문 같다. “불가능한 것을 얻으려고 지금 얻을 수 있는 것을 놓치는 사람은 바보다.”

이 책은 고대 중국 병법서인 ‘손자병법’과 비교되곤 한다. ‘전쟁론’은 전쟁이론, 군사이론을 넘어 정치이론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 일종의 정치철학서다. 물론 지휘관으로서 갖춰야 할 성격과 태도를 일깨워주고, 위기의 순간에 직관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내용이 주류를 이룬다. 반면에 ‘손자병법’은 군대를 운용하고 이끌어나가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 ‘손자병법’은 전쟁의 본질보다 전쟁의 대비, 수행, 억제에 관한 내용이 많아 군의 일선 지휘관들에게 활용도가 높은 편이다.

‘전쟁론’은 전쟁의 철학·사상적 측면을 폭넓게 탐구했다. 이 책은 수많은 철학서적과 법학, 과학, 예술 등 인간 활동의 거의 전 분야에 걸친 광범위한 독서의 힘으로부터 나왔다. 헤겔과 칸트 같은 계몽주의 시대 철학자의 영향이 책 속에 녹아들어 있기도 하다.

군대·정부·국민



‘전쟁론’은 클라우제비츠가 죽은 뒤 1년여 만에 아내 마리가 협력자들과 초고 상태의 유고(遺稿)를 정리해 발간한 미완의 대작인 데다 난해한 편이다. 19세기의 군사학자 골마르 폰 데어 골츠는 클라우제비츠의 ‘전쟁론’을 흥미롭게 비유하며 평가한다. “클라우제비츠 이후에 전쟁을 논하려는 군사이론가는 마치 괴테 이후에 ‘파우스트’를 쓰거나 셰익스피어 이후에 ‘햄릿’을 쓰려는 작가처럼 모험을 무릅쓰는 것과 같다.”

미국 최초의 흑인 합참의장과 국무장관을 지낸 콜린 파월 장군은 ‘전쟁론’에 대해 “직업군인인 내가 클라우제비츠에게서 구한 가장 큰 교훈은, 군인이 아무리 애국심과 용기와 전문성을 지녔더라도 단지 삼각대의 다리 하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군대와 정부와 국민이라는 세 개의 다리가 더불어 받쳐주지 않는다면, 전쟁이라는 과업은 제대로 수행될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전쟁과 함께 정치적인 교류는 끊어지고 전쟁 상태는 그 자체의 법칙에 따른다’는 게 19세기 초까지의 일반적인 생각이었다. 클라우제비츠는 이런 기존의 사고를 정면으로 뒤집었다. “전쟁은 그 자신의 문법은 가지고 있으나 스스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 이같은 논리를 제공하는 것이 전쟁을 지배하는 정치다.

블라디미르 레닌을 비롯한 구소련 지도자들이 클라우제비츠를 받아들인 것은 그의 전쟁철학이 전체주의적 정부에도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방증한다. 카를 마르크스조차 “클라우제비츠는 지혜의 경지에 이르는 상식을 지니고 있다”고 극찬했다. 마오쩌둥, 체 게바라 같은 혁명가들도 이 책을 탐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늘날 북한, 중국을 비롯한 공산주의 국가들이 군을 당의 통제 아래 두는 것도 클라우제비츠의 사상에 기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쟁론’의 가장 큰 영향 가운데 하나는 현대 국가에서 국방의 ‘문민통제’ 가치를 일깨워준 점이다. 6·25전쟁 당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중공군의 참전을 계기로 중국 본토의 봉쇄와 폭격을 승인해줄 것을 요청하자 확전을 염려한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이 맥아더를 해임한 게 실례다. 클라우제비츠가 지적한 미국 정부의 정치적 목적이 전장 지휘관인 맥아더와 달랐기 때문이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국방장관을 민간인 출신으로 임명한다.

애덤 스미스가 근대 국민국가의 경제학을 창설했듯이, 클라우제비츠가 근대 국민국가의 전쟁이론을 창안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전쟁론’은 이제 국제정치를 넘어 기업경영 분야에서도 활용되면서 세상을 바꿔나가고 있다.

신동아 2013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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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순│고려대 미디어학부 초빙교수·북칼럼니스트 soon34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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