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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순간을 뜨겁게 살고 싶다 재즈처럼!”

아리랑으로 세계 홀린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순간을 뜨겁게 살고 싶다 재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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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앞에서 노래한 적 없어”

▼ 왜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하지 않았나요.

“저는 부모님이 공부를 굉장히 많이 하는 걸 봐와서 음악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알았어요. 부모님도 저한테 음악을 하란 얘길 한 번도 하신 적이 없고요. 집에서 늘 음악을 듣고, 부모님의 공연에도 자주 가면서 음악 속에서 살았지만, 음악을 하겠단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 그래도 부모는 딸의 재능을 알아챘을 것 같은데요.

“아버지, 어머니 앞에서 노래해본 적이 없어요. 대학교 1학년 때 친구의 권유로 프랑스대사관에서 연 샹송대회에 나가 1등을 했어요. 그때 부모님이 제가 노래하는 걸 처음 봤죠. 그래도 음악 하란 소리를 안 하셨어요.”



그는 별다른 장래희망 없이 학창시절을 보냈다고 했다. 건국대 불문학과에 진학했고, 교사가 될까 싶었다고 했다. 졸업 후 의류회사에 취직해 홍보 업무를 맡았지만, 이 길이 아니다 싶어 곧 그만뒀다. 그리고 1994년 김민기 연출의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 발탁된다. 갓 서울에 온 연변 처녀가 그가 맡은 역할. 그는 “김민기 선생님이 왜 날 뽑아서 여주인공을 시켰는지 어리둥절했다”고 했다.

“그때 제가 아무것도 모르고 어설프니까, 윤석화 씨가 절 가리키며 ‘연변에서 데려왔느냐?’고 했어요. 노래는 좀 하지만 시선 처리도 안 되고, 연기는 더더욱 안 되고…. 설경구, 방은진, 이두희 씨 등 다른 배우들이 눈에 들어왔어요. 저들이 얼마나 인생을 불사르면서 여기까지 왔는지가 보이니까 저는 감히 못하겠더라고요.”

두 달 만에 ‘지하철 1호선’에서 스스로 하차했다. 그리고 두 편의 무대에 섰다. 정명훈 지휘 음악극에서 어미고래 역을 맡아 큰 인형을 뒤집어쓰고 노래만 불렀고, 어머니와 함께 김민기 연출의 뮤지컬 ‘번데기’에 출연해 역시 노래만 부르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면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노래 아닐까’ 하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됐다고 한다.

▼ 그리고 곧 프랑스 유학을 떠났지요.

“그냥 공부를 해서 노래를 잘하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음악 하는 친구한테 물어보니 클래식을 하기엔 늦었으니 재즈를 하래요. 파리에 가면 샹송이랑 재즈를 배울 수 있다고 했죠. 근데 잘못 왔더라고요.”

▼ 왜요?

“클래식은 어릴 때부터 많이 들어왔지만 재즈는 처음이었어요. 아무리 들어도 모르겠고, 아는 재즈 뮤지션 이름도 없고요. 선생님한테 ‘나는 여기 잘못 왔다. 나는 소프라노고, 흑인여성 목소리도 안 난다’고 했어요. 그러자 선생님이 유럽의 재즈 보컬리스트 음반들을 쥐여줬어요. 그걸 들으면서 재즈를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그는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재즈 학교인 CIM 재즈스쿨, 보베 국립음악원 성악과 등 동시에 4개 학교에 다녔다. 이렇게 음악에 몰두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일주일에 몇 번 수업을 들어선 따라갈 수가 없어서”라고 했다. ‘폴리포니(polyphony)’라고 하는, 여럿이 하는 앙상블 수업도 듣고, 따로 개인레슨도 받았다고 했다.

팬케이크와 5달러

▼ 4년 동안 아주 바빴겠어요.

“오늘만 살았어요. 오늘은 이 학교에 가서 이걸 해야 해. 그것만 중요하게 여기며 살았어요. 그러다보니 4년이 가더라고요.”

▼ 졸업 후엔 CIM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죠. 재즈 시작한 지 4년밖에 안 된, 그것도 동양에서 온 사람이 뭘 가르쳤나요.

“아무것도 모른 채 여기 와서 어떻게 공부했는지를 얘기해줘라. 그게 저한테 강의를 맡긴 선생님의 뜻이었어요. 사실 재즈는 학교에서 다 배울 수 있는 음악이 아닌 것 같아요. 무대에서 배우는 음악이죠. 저는 운이 좋아서 학생 때부터 무대에 설 수 있었어요. 재즈는 혼자 하는 게 아니에요. 가수와 반주자가 함께 하는 거죠. 내 소리도 중요하지만 남의 소리도 잘 들어야 해요. 그런 경험을 얘기했어요.”

“순간을 뜨겁게 살고 싶다 재즈처럼!”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재즈 전문 잡지의 표지를 장식한 나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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