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이익보다 가치 기술보다 인간애

트위터

  • 구미화 객원기자 │ selfish999@naver.com

    입력2013-05-23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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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강한 자본주의’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특히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기업가와 기업 문화에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가와 기업 문화가 자주 언급된다는 것은 그만큼 널리 알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 트위터도 그중 하나다. 구글 출신 젊은이들이 낳고 구글 출신 경영자가 멋지게 키우고 있는 트위터는 구글보다 훨씬 신중하면서도 도전적이다.
    이익보다 가치 기술보다 인간애

    트위터 건물 옥상의 휴식공간.

    3월 21일로 ‘트위터(twitter)’가 탄생 7주년을 맞았다. 트위터를 이용해보지 않은 사람도 트위터가 무엇인지, 아니 그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트위터는 무료 계정을 만들면 컴퓨터나 휴대전화를 통해 140자(byte) 이내로 글을 올리고 다른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3월 현재 실사용자 수가 2억 명이 넘고, 하루에 전송되는 트윗(메시지)이 4억 건이나 된다.

    트위터는 이용자들이 신변잡기는 물론 사회적 이슈를 담은 단문들을 주고받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보다 미디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언제부턴가 유명인 관련 보도는 상당 부분 트위터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난 재난이나 사고 소식이 가장 먼저 알려지는 곳도 트위터다. 기자 앞에선 입도 뻥긋 안 하는 유명 인사들이 자신의 트위터에 속내를 드러낸다.

    사건 현장에 언론사 카메라가 도착하기도 전에 트위터 이용자들이 손쉽게 휴대전화로 찍어 올린 이미지나 영상이 전광석화처럼 확산되는 덕분이다. 2008년 인도 뭄바이 폭탄 테러, 2009년 미국 항공기의 뉴욕 허드슨강 불시착 등은 트위터의 대표적인 ‘특종’이다. 2011년엔 중동 지역 이용자들이 트위터를 통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폭발시키고 결집을 도모하면서 ‘아랍의 봄’을 꽃피웠다.

    딕 코스톨로(49) 트위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해 ‘뉴욕타임스’와 한 인터뷰에서 트위터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에 “미디어 비즈니스 범주에 있는 테크놀로지 기업”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위터 내에 기자나 뉴스룸은 없으며 1300여 명의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트위터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만들고 새로운 서비스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트위터가 기술을 파는 건 아니다. 트위터는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최적의 장(場)을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두면서 기업에 광고를 팔아 수익을 올린다.

    기업 가치 100억 달러



    트위터가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미국 언론은 트위터가 지난해 3억50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한다. 이는 2011년 트위터가 광고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목표했던 것보다 훨씬 큰 규모다. 트위터 경영진도 트위터 수익 규모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한 분기 정도 앞서 있다”고 인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 25일자에서 트위터의 기업 가치를 90억 달러로 추산하면서 트위터 매출이 내년엔 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는 트위터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에 근접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모두가 트위터 상장 시기가 언제일지 주목하고 있으나 코스톨로는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상장을 서두를 까닭이 없다”며 여유를 부린다.

    “방금 트위터 계정을 만들었어요(Just setting up my twttr).” 2006년 3월 21일 트위터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잭 도시가 첫 트윗을 전송한 이후 7년. 트위터가 초창기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에 달할 정도로 성장했으니 눈부신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뜻밖의 열풍에 휩싸인 뒤 계속해서 시스템 불안을 드러내고 경영진 간의 불화설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등 위태로운 행보도 이어졌다. 수익 모델 창출에 소극적인 태도 역시 기업으로선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됐다. 그럼에도 트위터가 죽지 않고 살아남은 비결은 무엇일까.

    트위터는 구글 출신의 에반 윌리엄스(41)와 비즈 스톤(39)이 만든 오데오(Odeo)라는 벤처기업에서 탄생했다. 윌리엄스는 네브래스카대를 1년 반 다니다 그만두고 돈벌이에 나섰다. 취업과 창업을 거듭하다 1999년에 세운 벤처기업 파이라랩스가 대박을 터뜨렸다. 개인 홈페이지에 글이나 사진을 간편하게 올리고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는데, 이것이 바로 블로거(Blogger.com)다.

    2003년 구글이 파이라랩스를 5000만 달러에 사들이면서 윌리엄스도 구글에 합류했다. 비즈 스톤은 보스턴 토박이로 노스이스턴대와 매사추세츠대를 다니다 자퇴했다. 대학 시절 그래픽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1999년 책이나 음악 리뷰를 공유하는 장가닷컴(Xanga.com) 개발에 참여했다. 관심사가 비슷하다고 생각한 윌리엄스의 권유로 구글 블로거팀에서 일한 적도 있다.

    “아이스크림은 필요해서 먹나?”

    윌리엄스와 스톤은 구글 기업공개(IPO) 직후 회사를 나와 오데오를 시작했다. 오데오는 2005년 7월 포드캐스트(podcasts)를 제작하고 검색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그런데 몇 달 후 애플이 포드캐스팅 플랫폼을 내장한 아이튠즈를 내놓으면서 단명하고 만다. 지난해 2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한 국제회의 기조연설에서 스톤이 밝힌 바에 따르면 투자금을 500만 달러나 유치한 상황에서 회사가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윌리엄스가 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꾸려서 여러분이 좋아하는 것, 세상에 이런 것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은 것을 만들어보세요.”

    투자금을 모두 날릴 판에 오너가 내린 지침치고는 너무 한가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미 여러 차례 실패를 경험한 윌리엄스는 또 한 번의 실패를 앞두고 성공에 꼭 필요한 기본 요소를 깨달았던 것 같다. ‘아이디어가 아무리 훌륭해도 만드는 사람의 감정이 충분히 이입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 말이다. 훗날 윌리엄스와 스톤은 여러 인터뷰에서 “포드캐스트는 막대한 투자금을 유치할 정도로 아이디어로는 손색이 없었으나 당시 개발자인 우리조차 테스트 목적이 아니고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애플이라는 거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도 실패했을 운명이라고 본 것이다.

    자발적 프로젝트 개발 지침이 내려지자 마침 무너져가는 오데오 뒷수습에 싫증이 나 있던 엔지니어 잭 도시가 인터넷 메신저에 접속자 상태를 표시하는 것처럼 개인이 현재 처한 상황이나 하고 있는 일을 간단히, 그러나 좀 더 생생하게 알리는 상품에 대한 갈망을 피력했다. 친구들과 전화 통화할 때 가장 먼저 “지금 뭐해?”라고 묻는 것에 착안해 그에 대한 대답을 간단하게 널리 퍼뜨리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도시는 10대 때 이미 택시 배차 시스템을 개발한 적 있어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프로그래머 노아 글래스가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고, 스톤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참여하면서 도시의 아이디어는 누군가에게 자신의 상태(status)와 관련한 텍스트를 보내면 번호가 저장된 모든 친구에게 같은 메시지가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발전했다. 새의 지저귐을 뜻하는 트위터라는 이름은 글래스의 머리에서 나왔다.

    2006년 3월 첫 트윗이 전송되고 7월에 서비스를 상용화했지만, 트위터에 대한 대다수 반응은 “그게 왜 필요하지?”였다. 스톤은 지난해 ‘포브스’ 인터뷰에서 “트위터를 막 시작했을 때 주위 친구들과 동료들이 이구동성으로 ‘쓸모없다’고 평가한 것이 지금까지 겪은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아이스크림도 필요해서 먹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아이스크림 먹는 즐거움을 법으로 금지할 수는 없지 않으냐”며 사업을 밀어붙였다. 그는 포드캐스트 사업 계획으로 유치한 500만 달러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트위터에 주력하기로 결정한다. 주위의 평가는 좋지 않았지만, 트위터 개발에 참여한 이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 이상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돈보다 감정을 투자하라”

    지난 4월 초 텍사스대에서 강연한 스톤은 “트위터는 일종의 ‘펀 프로젝트(fun project)’로 시작했다”며 트위터 초기에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어느 날 집에서 멋진 마룻바닥이 드러나길 기대하며 카펫을 찢고 있었다. 땀을 뻘뻘 흘렸지만 카펫 아래 뭐가 있었겠나. 지저분한 것들뿐이었다. 그때 마침 윌리엄스가 트윗을 보냈다. 나파밸리에서 우아하게 포도주를 시음하고 있다고. 나는 상반된 우리 둘의 상황이 재미있어 한참을 웃었다. 그때 깨달았다. 트위터가 나를 웃게 만든다는 걸. 이 경험이 아주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그는 “많은 사람이 트위터의 효용 가치에 냉소적이었지만 당시 우리는 즐겁게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며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일에 감정을 충분히 쏟아 붓고 있다면 어떤 역경도 쉽게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말 윌리엄스는 젊은 벤처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신규 인터넷 기업은 당초 계획에서 너무 쉽게 방향을 틀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에 따라 그 가치가 뒤늦게 드러나기도 하는데, 각종 데이터와 테스트 결과에 얽매이다보니 새로운 도전이나 기발한 창의력이 끼어들 틈이 없다는 것. 그는 “데이터에만 의존하면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며 “기업가라면 위험을 감수하고 정서적으로 충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트위터는 탄생 이듬해인 2007년 봄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열린 세계적인 영화·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많은 얼리어댑터가 트위터를 이용해 축제 행사 일정은 물론 어느 강연이 재미있는지, 어느 음식점에 사람이 많은지 같은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교환했다. 마침내 트위터의 유용성이 확인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트위터는 SXSW 페스티벌 웹어워드에서 블로그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시상식에서 “140자 이내로 소감을 말하겠다”며 입을 뗀 도시는 감격스러운 어조로“우리는 해냈다”라고 외쳤다. 텍사스에서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온 일행은 곧바로 트위터 법인을 설립했다. 이후 트위터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2008년 미국 대선이 기폭제가 되어 하루 수천 건에 불과하던 트윗 수가 수천만 건으로 늘었다.

    트위터는 가입과 사용방법이 단순해 재미와 유용성이 확인되자 이용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트위터를 하기 위해 전화기를 새로 살 필요도 없고 가입 절차도 간단하다. 단순성과 유연성, 개방성은 트위터의 성공 비결이자 트위터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다.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위터가 (글자 수를 140자로 제한해) 휴대전화와 연계함으로써 블로그와 차별화를 시도한 것은 안주하지 않으려는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자 수를 140자로 제한한 이유에 대해 스톤은 최근 텍사스대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당시 문자메시지를 최대 160자까지 보낼 수 있었다. 이용자와 트윗 작성자 이름에 필요한 글자 수를 빼니 140자 정도 됐다. 이용자가 불편하지 않으려면 기존 제품과 잘 융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사업이 기존 제품의 가치를 높여야지 갈등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늘 ‘이익보다 가치가 우선(Value before profit)’이라고 믿었다.”

    이익보다 가치 기술보다 인간애

    트위터 본사(오른쪽)와 건물 안 커먼플레이스.



    유연한 사고, 배려하는 마음

    문턱을 낮추고 겉치레를 없애자 사람들만 몰려든 게 아니라 정보와 아이디어도 흘러들었다. 리트윗, 댓글, 해시태그(#), 모바일앱 등은 원래 트위터에 있었던 게 아니다. 사용자와 다른 개발자들이 먼저 시작한 것을 나중에야 트위터가 지원했다. 이에 대해 스톤은 “백지에 그림을 그리듯, 사용자들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 트위터의 가치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표현했다. 스톤은 나아가 “트위터가 승리했다면 그건 기술의 승리가 아니라 인간애의 승리”라고 말한다. “천재지변에서 잃어버린 자전거 찾기까지, 사람들이 트위터를 통해 서로 돕는 모습을 보면서 인간 내면의 선(善)을 발견했다. 남이 더 잘되도록 도우면서 돈도 버는 트위터 직원들은 유토피아에 사는 셈이다.”

    유토피아에도 룰은 있다. 스톤은 지난해 라스베이거스 연설에서 “트위터에 입사하려면 반드시 수긍해야 하는 7가지 원칙”에 대해 언급했다. △앞으로 일어날 일을 모두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괜찮다 △모르는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라 △모든 문제엔 창의적인 대답이 있기 마련이다 △회사 안보다 회사 밖에 똑똑한 사람이 더 많으니 그들을 이용하라 △이용자(users)에게 이로운 일을 하는 것이 우리가 이기는 길이다 △서로 ‘윈-윈’ 하는 거래만 가치 있다 △당신의 동료는 현명하며 선의를 갖고 있다. 스톤은 “가정(假定)이 잘못돼 곤욕을 치르는 일이 허다한데도 사람들은 매번 가정을 한다”며 “그런 잘못을 범하지 않기 위해 명심해야 할 것들이 바로 7가지 원칙”이라고 소개했다.

    트위터는 지난 몇 년간 ‘트위터 혁명’이라 부를 만큼 전 세계적으로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트위터 자체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2009년 수십 명이던 직원 수가 지금은 1000명이 넘는다. 본사 사무실도 샌프란시스코 내에서만 세 번이나 옮겼다. CEO도 도시에서 윌리엄스를 거쳐 코스톨로로 바뀌었다.

    코스톨로는 트위터 창립 멤버가 아니다. 2009년 말 윌리엄스의 권유로 트위터에 합류해 실무총책임자(COO)를 맡았는데, 역시 구글 출신이다. 시카고에서 희극배우로 무대에 선 독특한 경력이 있으며, 앤더슨 컨설팅에서 일하다 독립해 웹 프로젝트 전문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이후 직접 웹 관련 회사를 몇 차례 만들었는데, 그중 하나가 2007년 구글에 매각한 피드버너(FeedBurner)다. 이는 블로거들이 콘텐츠를 거래하도록 돕는 사이트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지난해 3월 1일자 ‘트위터, 죽지 않을 스타트업(Twitter, the Startup That Wouldn‘t Die)’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트위터가 한 단계 성숙한 데는 코스톨로가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트위터는 그동안 이익보다 가치를 앞세우며 수익 창출에 별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였으나 노련한 코스톨로가 합류한 뒤 생존 가능한 비즈니스로 돌아서고 있다는 것이다. 코스톨로는 실제로 2010년 윌리엄스의 바통을 이어받아 CEO 자리에 오른 후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 그 첫 번째 작업이 구글, 뉴스코프, 오라클 등에서 인재를 영입해 직원 수를 크게 늘린 것이다.

    핵심 가치 외면 않는 변화

    이익보다 가치 기술보다 인간애

    2009년 트위터 직원은 수십 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0명이 넘는다.

    코스톨로가 영입한 인물들 중 가장 화제를 모은 이는 현재 트위터 글로벌 영업 부문 사장을 맡고 있는 애덤 베인이다. 베인은 세계적인 미디어 복합기업 뉴스코프 출신으로 폭스 인터랙티브 미디어의 배너 광고 전략을 주도한 바 있다. 그런데 폭스 인터랙티브 미디어 배너 광고는 요란하고 선정적인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트위터가 배너 광고들로 인해 혼탁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했다.

    이를 의식한 듯 베인은 트위터로 자리를 옮기면서 “근본적으로 더 나은 웹 광고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기존 배너 광고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트위터에서 추구할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배너 광고는 깜빡거림과 자극적인 문구나 이미지로밖에 이용자의 관심을 유도할 수 없다. 그래서 마케터들을 더욱 나쁜 방향으로 밀어붙였다. 반면 트위터는 완전히 다른 접근방식으로 웹 광고에 대한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냈다. 트위터에서는 광고가 다른 보통의 트윗과 동등하게 취급되니 말이다.”

    2010년부터 부분적으로 광고 시장에 뛰어든 트위터는 트윗 형태의 광고를 고집하고 있다. 프로모티드 트윗, 프로모티드 트렌드, 프로모티드 계정 등의 형태로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브랜드를 알릴 기회를 제공하지만 트위터 본래 성격을 흐리지 않는다. 케이티 스탠턴 글로벌전략 부사장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여러 해에 걸쳐 진화했지만, 사람들이 중요한 콘텐츠를 발견하고 공유하는 최고의 장소로서의 핵심 기능은 그대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트위터에 자문을 하는 아쉬시 고엘 스탠퍼드대 컴퓨터학과 교수는 “모든 트위터 이용자에겐 자신이 아는 링크나 뉴스, 누군가의 새 소식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마케터 기질이 있다”고 말한다. 코스톨로는 이 말을 믿고 광고시장에 뛰어들었으나 서두르지 않았다. 트위터의 정체성이 의사소통 수단임을 재확인하고, 광고주들이 다른 이용자들과 무료로 소통하되 프로모션 형태로 기업 메시지가 더 부각되길 원하면 추가 이용료를 내도록 수익 모델의 큰 그림을 그렸다.

    그런 다음엔 이용자들이 광고 때문에 짜증이 나지 않으려면 규모를 어느 정도로 제한해야 하는지 점검했다. 그 후 시험 삼아 스타벅스와 버진아메리카, 베스트바이 등 몇몇 기업의 광고를 올렸다. 이용자의 관심사를 근거로 광고성 트윗이나 광고주 계정을 노출하는 방식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코스톨로가 ‘사람들이 어디에 있든 그들에게 가장 의미 있는 것과 연결시킨다’라는 트위터 설립 목적에 어긋나지 않는 방식으로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코스톨로는 지난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젊은 시절 애드리브 쇼(improv show) 무대에 서며 무슨 일이든 전체적으로 멀리 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1시간짜리 공연을 위해 무대에 서면 단 몇 분 만에 객석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와도 어떻게든 버텨야 했기 때문이다. 분위기를 바꿔줄 저글러는 물론, 안전망 같은 것도 없었다. 안전망이 없기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코스톨로가 수익 모델이나 기업공개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참을성 있게 접근할 것”이라고 답하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엔지니어, 디자이너에게 특허권

    광고주들은 트위터 이용자들이 광고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기는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제공하는 나이나 직업, 출신지역, 모교 등의 정보를 알 수 없어 표적화(targeting)하기가 어렵다고 불평한다. 하지만 트위터가 광고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이용자에게 더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할 것 같지는 않다. 코스톨로는 “지금의 방식은 이용자가 누구인지 콕 집어 밝힐 수는 없지만, 이용자가 어떤 정보를 클릭하고 누구를 팔로잉하는지를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며 “정보를 적당히 노출하면서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광고주는 물론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고 싶은 이용자 모두에게 강력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뿐만 아니라 트위터는 광고 계정 추천을 시작하면서 이용자가 원하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광고주는 못마땅해할 수도 있지만 ‘이용자에게 이로운 일이 결국 트위터를 승리로 이끌 것’이란 믿음에서 비롯됐을 것이다. 사생활 보호 문제로 페이스북과 갈등을 겪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트위터의 새로운 정책을 높이 샀다. 백악관도 이용자의 거부권을 인정한 트위터의 방침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트위터를 처음 개발할 당시 기존 제품과 충돌하지 않는 사업 모델을 고심했던 창업자들의 정신은 트위터의 특허 관련 정책에도 반영되고 있다. 트위터는 지난해 ‘혁신가의 특허 협약(Innovator‘s Patent Agreement)’을 발표하고 모든 특허 관련 권한을 엔지니어나 디자이너가 갖도록 했다. 트위터는 특허가 또 다른 혁신을 가로막는 걸 우려하며 회사가 법적 분쟁을 목적으로 특허를 사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특허 분쟁이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됐다는 얘기가 나오는 마당에 트위터의 이 같은 결정은 파격 그 자체다.

    트위터의 초기 기능은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게 전부였으나 지금은 트위터에서 동영상도 시청할 수 있다. 트위터는 현재 누군가 영화에 대해 작성한 트윗을 읽고 그 영화가 보고 싶으면 그 즉시 영화 티켓을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런 계획들이 현실화하면 2014년 트위터의 수익은 10억 달러 규모로 치솟을 전망이다.

    트위터의 폭풍 성장에 대해 창업 멤버 비즈 스톤은 “겨우 페인트칠을 끝낸 로켓이 갑자기 이륙해 가까스로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트위터가 영업사원보다 사회공헌담당자를 먼저 채용한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깨어 있는 기업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위터 아이디어의 근원인 잭 도시는 “코스톨로는 우리가 트위터를 시작할 때 가졌던 모든 생각에 의문을 갖고 그것을 더 발전시키려고 애쓰고 있다”고 평했다. 또 한 명의 공동창업자 에반 윌리엄스는 2009년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서 “트위터가 하나의 비즈니스로서 추구하는 목적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 인터뷰 때 딕 코스톨로 역시 “오래가는 기업, 재미있고 유익한 방법으로 세상을 바꿀 기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는 큰 성과를 내는 회사가 그 성과를 장기간 지속하면서 위대한 회사로 변혁하는 열쇠로 “단순한 돈벌이를 넘어서는 핵심 가치와 목적”을 꼽는다. 또한 “그저 좋은 회사에서 위대한 회사로 도약한 기업들은 더 커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무엇을 그만두어야 할지를 고민했다”며 “기업이 위대해지는 것은 기술이나 처한 상황 때문이 아니라 대개의 경우 의식적인 선택의 결과”라고 강조한다.

    감정을 쏟아 부어 만든 토양에 뿌리내린 트위터. 인간 내면의 선의를 신뢰하며 이용자 중심의 수익 모델을 신중하게 개발하고 있는 그들이 거친 시장에서 살아남아 세상을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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