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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김우중과의 대화’ 펴낸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대우는 선진국 ‘사다리 걷어차기’에 당했다”
“GE 잭 웰치 같은 자는 경영인도 아니다”(김우중)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김우중과의 대화’ 펴낸 신장섭 싱가포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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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99년 IMF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해외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장 교수라면 국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비판한 사람이 ‘매일경제’ 논설위원이던 나다. 경제학계에서 나와 생각이 가장 비슷한 경제학자가 장하준이다. 1999년 유학을 떠나면서 학교를 결정할 때 장 교수에게 조언을 청했다. 장 교수는 박사학위를 받기 전인데도 능력을 인정받아 교수로 발탁됐다. 장 교수가 케임브리지대 교수로서 처음 가르친 학생이 나다. 선배에서 후배도 아니고 제자로 두 단계 강등된 셈이다. ‘한국 경제의 문제점은 크지 않았다. IMF 구조조정이 잘못됐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영국과 싱가포르에서 함께 책을 쓸 수 있었던 까닭이다.”

장 교수가 쓴 책과 관련한 영미권 서평에서 ‘provocative(도발적인)’ ‘contrarian(이단적인)’ 같은 단어를 찾아볼 수 있다. 주류 경제학을 비판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23 things that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는 ‘(주류 경제학 탓에) 세계경제는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1999년 대우車, 2009년 GM

신 교수는 1998년부터 한국의 관료들이 IMF 프로그램에 따라 구조조정을 잘못하면서 한국 경제가 망가졌다고 여긴다. ‘김우중과의 대화’는 대우그룹과 GM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책의 첫 대목을 요약해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신흥국 출신 세계 최대 다국적기업으로 떠오른 대우그룹은 1997년부터 벌어진 아시아 금융위기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대우가 신흥시장에서 적극적으로 벌인 자동차 투자를 부실로 단정하고 유동성을 지원해 살리기보다 대우그룹을 해체하는 길을 택했다. 반면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인 GM은 2008년부터 시작된 세계 금융위기 와중에 도산 위기를 맞았지만 2009년 미국 정부가 인수하고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해줬다. GM은 이 과정에서 ‘정부자동차회사(Government Motors)’라는 오명을 얻었지만 불과 4년 만에 회생했다. 정부도 투입자금의 80%가량을 회수했다.”



신 교수는 9월 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부연했다.

“미국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과 정반대로 했다. 한국은 금리를 30%로 올렸는데, 미국은 0% 가까이로 낮췄다. 양적완화에도 나섰다. 대마(大馬)는 불사(不死)했다. 정부 돈이 들어간 GM, 씨티은행, AIG 등의 경영진도 바뀌지 않았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이를 ‘더블 스탠더드(Double Standard)’라고 비판한다. 나는 그것을 싱글 스탠더드(Single Standard)라고 규정한다. 잣대가 ‘선진국의 이익’ 단 하나이기 때문이다. 신흥국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구조조정을 강요해 헐값에 자산을 매입하고, 자신들이 금융위기를 겪으면 정부가 지원해 기업을 살린다.”

외환위기 때 한국에 요구한 프로그램대로라면 GM도 대우차처럼 정리됐어야 한다는 것.

“이헌재(김대중 정부 때 금융감독원 원장, 재정경제부 장관), 강봉균(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 재정경제부 장관) 때려잡자고 책을 낸 게 아니다. 대우가 타살이냐, 자살이냐는 논쟁만 보도됐는데, 해체 15년 후 과거 일을 하소연하는 것에 누가 관심을 갖겠나. 경제 관료들이 대우를 죽일 의도가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관련해 극히 일부분의 얘기다. 금융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와 관련해 관료들과 김 전 회장의 철학이 완전히 달랐고, 해법을 놓고 대결했으며, 결과적으로 누구 말이 옳았는지가 중요하다.”

▼ 김 전 회장을 어떻게 만났나.

“2010년 여름 김 전 회장 측근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 전 회장이 내가 쓴 책, 칼럼을 흥미롭게 읽는다면서 한번 만나보고 싶어 한다고 했다. 캐치업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그는 유일하게 생존한 창업 1세대 아닌가. 이틀에 걸쳐 15시간 동안 대화했는데, 살면서 한 사람과 그렇게 집중적으로 얘기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다. 두 사람이 경제 발전 과정과 국제금융시장을 들여다보는 시각이 비슷했다. ‘선진국 하는 짓을 봐라, 속아서 당한 것’이라고 일관되게 비판해왔는데, 김 전 회장의 생각도 유사했다. 그후 서울, 하노이 등에서 20차례 넘게 만나 150시간 넘게 대화했다. 대화 내용을 책으로 내기로 합의한 뒤 방향과 관련한 의견 다툼이 생겨 접기로 한 적도 있다.”

▼ 대우는 세계경영을 모토로 과도한 확장 투자를 벌이다 부실이 쌓여 몰락했다는 게, 신 교수 표현대로라면 정사(正史)다.

“외환위기 이후의 한국만큼 부채를 줄이고, 다각화를 없애고, 공정거래법을 강화한 나라가 없다. 선진국을 캐치업하려면 부채가 생길 수밖에 없다. 자본이 축적된 선진국과 상황이 다르다. 빠르게 성장해 선진국을 따라잡으려면 빚을 내야 한다. 부채 비율이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었다. 프랑스, 이탈리아 기업의 부채 비율이 1980년대 후반 360%가량이었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그와 비슷했다. 이헌재 씨는 200% 이하로 부채 비율을 낮출 것을 요구했는데, 나는 그 정책을 ‘IMF 플러스’라고 부른다. 당시 일본 기업의 부채비율이 200% 수준이었는데, 1년 반 만에 일본 수준으로 부채 비율을 낮추라는 건 그 사이에 일본만큼 선진국이 되라는 것과 똑같은 얘기다.

1998년 상반기 30대 그룹 중 16개가 도산했다. 흑자부도가 많았다. 힘없는 기업은 바로 쓰러졌다. 대우는 그나마 신용이 있어 단자회사에서 자금을 조달해 버텨갔다. 한국은 외채를 조달해 정부가 산업금융을 통해 민족기업을 육성하는 방식으로 경제를 발전시켰다. 그게 우리의 경쟁력이었다. 그러지 않았다면 캐치업을 할 수 없었다. 부채비율을 200%로 낮추라니까 자산을 헐값에 내다팔지 않았나. 2008년 GM의 사례에서 보듯 선진국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정부가 기업에 돈을 더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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