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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전쟁 시나리오

고고도 핵공격 후 수도권 장악 “미일 심장부 핵 보복” 위협

무비유환(無備有患)의 날, 2019년 3월 1일 정오

  • 김영림 | 군사 칼럼니스트 milhoon@daum.net

고고도 핵공격 후 수도권 장악 “미일 심장부 핵 보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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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당일, 조선중앙방송은 한국 정부와 미국을 향해 이번 공격은 한국이 북측이 주장하는 영해를 계속 침범한 것에 대한 정당한 군사보복이라고 강변하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과 잠수함의 영상을 공개했다. 아나운서는 미국이 북측의 주장을 무시하고 개입을 시도할 경우 북측 전토가 핵의 불바다에 뒤덮인다 해도 살아남은 잠수함들이 미국 본토와 일본의 심장부를 핵으로 보복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같은 날, 미국 백악관에서는 핵우산 아래에 있는 한국을 위해 평양에 대한 보복 핵 공격을 실시하자는 의견이 비등했으나, 조선중앙방송의 보도 이후 신중론이 대두하면서 결심을 미룬 채 속절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고고도 핵공격 후 수도권 장악 “미일 심장부 핵 보복” 위협

2008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고고도(高高度) 핵 전자기 펄스선원(線源)의 지자기(地磁氣)에 대한 영향’이란 제목으로 발표한 시뮬레이션 연구의 피해 범위 지도.

비대칭전략무기체계 완성 임박

공격 3일 후. 평양은 남측의 수도권을 별다른 피해 없이 제압했다는 승전보를 발표하면서 각지에 고립돼 절망적인 저항을 계속하는 서부전선의 국군과 주한미군 병력에 조속한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을 향해서는 협상에 응할 경우 인질로 잡은 수도권 거주 미국인과 주한미군을 안전하게 석방하겠다고 제안했다. 서울 중심부가 북한의 특수부대에 완전히 제압당하기 전 세종시로 빠져나온 대통령과 각료들은 백악관의 결정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초조히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다. 기습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은 1야전군과 2작전사령부 병력이 수도권으로 향하고는 있었으나 대한민국 인구와 국부(國富)의 절반이 집중된 수도권을 북측이 틀어쥐고 있었다.
북한이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한 데 이어, 2월 7일 인공위성 발사를 빙자해 장거리 로켓을 쏘아올렸다. 평양은 지난해 12월 21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의 사출 테스트에도 성공했다면서 그 동영상을 핵실험 직후인 1월 8일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북한 비대칭전략무기체계의 완성이 임박한 것이다.
북한이 핵 개발을 선언하고 각종 미사일을 실험한 지 20여 년이 지났다.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한 1998년에는 기껏해야 고준위 방사능폐기물로 만든 ‘더티 밤’을 날리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대포동으로 시작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꾸준히 개량돼 사거리를 늘렸고, 실전배치형 ICBM KN-08의 시제품(2012년 4월 공개)이 모습을 드러낸 지 4년이 흘렀다. 미사일에 탑재될 핵무기 성능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단계다. 1, 2차 핵실험 때까지 미완성 취급을 받던 북한 핵무기가 3차 핵실험 때는 히로시마 원폭의 2~3배인 최대 40kt 급의 위력을 보인 것으로 추정된다(독일 연방지질자원연구소의 분석이다. 이 연구소는 한미 당국의 ‘6~7kt 미만’ 발표는 축소해 알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4차 핵실험은 3차와 비슷한 위력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수소폭탄이라고 주장했다. 한미 당국은 수소폭탄까진 아니더라도 수소폭탄으로 가는 중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일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한다.
북한이 선전하는 핵의 소형화, 다종화가 임박했음을 의미하며 중국이 문화대혁명의 혼란 속에도 원자폭탄 완성 3년 만에 수소폭탄을 완성(1967년)한 전례를 보면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게다가 북한이 개발에 박차를 가해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완성하면 미국의 핵우산도 무력화할 수 있는 제한적 ‘상호확증파괴’ 능력을 손에 넣는다. 재래식 군비 경쟁에서 한국이 북한을 질적으로 압도하던 양상이 북한의 비대칭전략무기체계 완성 임박으로 역전당하는 상황이 도래하는 것이다. 북핵 위기가 중대한 변곡점에 섰다.



일방확증파괴→상호확증파괴

고조된 위기의 실체를 이해하려면 북한이 조만간 손에 넣을 것으로 보이는 제한적 상호확증파괴 능력이 어떤 의미인지 알아야 한다. 상호확증파괴(MAD, Mutual Assured Destruction)는 냉전 시절 만들어진 용어다. 컴퓨터와 게임이론의 창시자 중 하나인 존 폰 노이만이 제안한 약칭인데, 일부러 ‘미쳤다’는 뜻의 MAD로 줄여 읽게 조어했다. 쉽게 표현하면 ‘너 죽고, 나 죽자’ 전략이다. 우리에게 핵을 쏜 자에게는 똑같이 핵을 쏴서 공평하게 멸망하겠다는 의미다. 역설적이지만, 냉전 당시 미소 양국이 치열한 핵 군비 경쟁에도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 것은 상호확증파괴의 부담 덕분이다.
상호확증파괴 전략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냉전 초기 미소 양국은 핵미사일과 핵탄두를 경쟁적으로 늘렸다. 핵병기로 적의 핵기지를 선제 타격해 궤멸시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선제 공격 전략을 무의미하게 만든 무기체계가 등장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그것이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잠수해 대양에 숨어버리면 탐지가 어려운 잠수함에 실린 만큼 선제 공격하기가 극히 곤란하다. 따라서 선제 공격으로 적의 지상 핵전력을 무력화해도 살아남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역습을 받으면 결국 적과 함께 공멸한다.
심각한 문제는 북한이 핵무기 소형화와 함께 미국 본토까지 도달하는 장거리 미사일을 확보해가고 있으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의 실용화를 목전에 뒀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핵 위협에 맞서 미국은 핵우산 제공으로 응수해왔다. 북한이 한국에 핵 공격을 가하면 미국은 즉시 북한에 핵으로 반격해 응징한다는 암시로 북의 핵 공갈을 억제해온 것이다. 북한은 그간 미국 본토까지는 핵미사일을 날리기 힘들었기에 미국은 언제든 북한을 일방적으로 두들길 수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상호확증파괴와 대조되는 일방확증파괴(UAD, Unilaterally Assured Destruction)라고 한다.
그런데 서두의 시나리오처럼 북한이 대한민국 영토에 직접 핵 공격이 아닌 우주 공간이나 휴전선 상공의 고고도에서 핵을 기폭시키는 핵전자기 펄스(EMP) 공격을 감행할 경우엔 미국도 즉각적 핵 반격을 감행하기가 애매하다. 핵전자기 펄스 공격은 열과 폭풍 방사능에 의한 직접적 피해가 없기에 핵 공격으로 즉각 응수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독트린이 서 있지 않다. 게다가 북한이 미국 본토까지 닿는 ICBM과 미국의 핵 공격에도 살아남아 미국과 일본에 2차 타격을 가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까지 실용화하면 미국은 더 망설이지 않을 수 없다. 단적으로 말해 북한에 대한 예전의 일방확증파괴적 우위를 상실한, ‘북한이 미국 본토 및 일본에 대한 핵 공격이 가능한 상황’에서 강력한 반격을 가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 된다. 이 같은 방식으로 북한은 미국에 대한 제한적 상호확증파괴 능력을 확보하는 셈이다. 나아가 미국의 핵우산이 순발력 있게 대응하지 못하는 국면에서 한국은 북핵에 의한 일방확증파괴라는 위기에 처한다.
이렇듯 고조되는 북핵 위기에 한국의 대응도 급물살을 탔다. 한미 당국은 종말(終末) 단계에서의 고고도 공역(空域) 방어체계’, 즉 사드(THAAD)의 한반도 배치 협의를 시작했다. 사드는 ‘신동아’ 2015년 4월호 ‘동북아를 뒤흔드는 사드(THAAD)의 정치학’ 제하 기사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서두의 시나리오에 제시한 북한의 고고도 핵전자기 펄스 공격에도 대응이 가능한 수단이다. 다만 사드조차 최소한의 안전장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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