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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특집 | 사드 한국行

중국 압박 끌려가는 건 국가적 자살행위

사드의 군사정치학

  • 김희상 |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 前 대통령국방보좌관 khsang45@naver.com

중국 압박 끌려가는 건 국가적 자살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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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中 경제보복? 한 번은 이겨내야 할 시련
  • ● 사드는 핵미사일 대비태세 기저이자 핵심
  • ● 도로 물리면 한미 군사동맹 치명상
  • ● 미군에게 벌거벗고 서 있으라 강요하는 격
2월 7일 한미 양국은 마침내 “동맹 차원에서 주한미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를 공식 논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침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 문제가 오랫동안 한·미·중 사이에 뜨겁게 내연(內燃)해온 안보 갈등 요소이기 때문이다. 발단은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사드의 한국 배치를 ‘건의’했다는 보도에 중국이 발끈한 것이다.
 


‘노예적 평화’의 길

한국 정부는 논란이 일자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말로 견해를 정리했다.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나섰다. 시민단체의 위력에 몇 번 혼이 난 미국인지라 워싱턴은 상황을 지켜보는 모양새였다. 이 같은 과정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강한 의구심을 가진 것이 엿보였으며 중국의 적나라한 야심도 느껴졌다.
그러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미사일 발사 사태’로 한미 양국이 더 이상 사드 배치 논의를 미룰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도대체 사드가 어떤 무기체계이고 중국은 왜 그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걸까. 중국의 반발은 타당한 걸까. 한국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런 질문에 답하자면 북한이 핵미사일에 집착하는 이유부터 알아야 한다. 북한은 언필칭 ‘체제에 대한 미국의 위협 때문’이라고 강변한다.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고들 한다. 그러나 오늘 북한의 체제 위기는 ‘미국의 위협’ 때문이 아니라 체제 자체의 모순 때문이다. 북한인들 그것을 모를까.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한국 언론이 ‘미국과 대화의 문을 열려는 행동’이라느니 ‘협상 카드’니 하며 중언부언할 때 김정일의 비공식 대변인이라던 김명철 조미평화센터 소장은 ‘김정일의 꿈인 통일의 원동력’을 구축하려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설명하자면 길지만 북한으로서는 적화통일을 이루는 것 말고는 항구적 체제 위기를 극복할 길이 아예 없다.
그런데 핵은 이른바 ‘절대 무기’가 아닌가. 북한 핵미사일이 실전에 배치되고, 한국이 ‘효과적 대비태세’를 갖추지 못하면 남북의 군사력 균형은 결정적으로 붕괴되고 한국은 졸지에 전략적 피그미가 돼 전쟁이냐, 항복이냐의 갈등에 한없이 시달리면서 점차 한반도 적화(赤化)의 길로 끌려갈 가능성이 높다. 설사 평화가 가능하다 해도 종속적, 노예적 평화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그 많은 동포를 굶겨 죽이면서도 절치부심 핵과 미사일을 만들어왔고 지금도 서두르는 것이다.
북한 핵은 수차에 걸친 실험 끝에 이제 거의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결국 이번 북한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사태는 ‘북한에 현재와 같은 체제가 존재하는 한 핵미사일의 실전 배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우리가 살아남자면 어떻게든 서둘러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지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는 경고와 다름 없다.
실질적 대책이란 무엇일까. 일단은 지금처럼 외교적, 경제적 제재 등 다양한 노력으로 핵미사일 개발을 지연 및 억제시키는 노력이 중요할 것이다. 효과적 대비 태세 확충이 이미 많이 늦었기에 더욱 그렇다.



킬체인, KAMD의 한계

그러나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북한 핵미사일 도발에 대한 강력한 ‘억제 및 방어 태세’를 확립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유통일’(자유민주주의로의 통일) 외엔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제거할 길이 없으니 그 바탕 위에서 통일을 앞당기는 수밖에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억제 및 방어 태세’ 확립이다. 북한 핵미사일 실전(實戰) 사용의 억제, 핵미사일 공격 시 요격·파괴 및 방어, 핵미사일을 배경으로 한 이른바 ‘핵 전면전’ 혹은 ‘복합 도발’ 대비 태세 확충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실전 사용의 억제’를 위한 대책이 ‘자위적 핵개발론’ ‘미국 전술핵 재배치론’ ‘미국 핵우산 강화’ 같은 것이고, 방어 대책은 ‘핵 대피시설’ 등과 작계 5027 등으로 대표되는 한미연합방위 태세라 할 수 있다.
북한 핵미사일을 요격·파괴하기 위한 대표적 수단이 사드다. 언뜻 북한 핵미사일에 대처하는 수많은 수단 중 하나에 불과한 것 같지만, 실은 사드가 북한 핵미사일 대비 태세의 핵심이자 기저(基底)다. 날아오는 북한 핵미사일을 저지, 파괴할 수 있어야 핵 전면전이나 복합 도발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고, 핵미사일을 실전에 사용하고 싶은 유혹도 억제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사드가 ‘한국의 효과적 대비 태세’의 핵심 요소인 셈이다.
원래 사드는 1991년 걸프전쟁 때 이라크의 스커드 같은 중거리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개발한 미사일방어(MD) 시스템이다. 그동안 한국이 강구해온 대책은 이른바 킬체인(kill chain)과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를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이 방어책에 대한 우려는 진작부터 있었다.
요격고도 40〜70㎞의 한국형 고고도요격미사일(L-SAM)이 배치되면 좀 낫겠지만 2020년 중반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킬체인은 기술 수준이나 개발 및 배치 가능 시점도 문제지만 선제 타격 실효성도 의심스럽고, PAC-2/3 미사일 중심의 KAMD도 북한 핵미사일에 대한 효과적 방어가 어렵다. 지금 한국군이 보유한 PAC-2는 15~20㎞의 저고도에서 폭발하는 데다 파괴력도 좀 약하다. 2016년 도입될 개량형 PAC-3는 충돌파괴형(hit-to-kill)으로 비교적 강력한 하층방어 요격체계이긴 하지만 여전히 요격고도 15~30㎞의 저고도 ‘점방어체계’에 불과하다.


적어도 ‘사드’라야…

반면 사드는 충돌파괴형 탄두로 속도와 정확도가 뛰어난 데다 요격거리가 40~150km 이상으로 방어 범위가 훨씬 넓은 중(中)고도 ‘지역방어체계’다. 그래서 많은 전문가는, 특정 시설이나 국지(局地) 지역은 PAC-2/3로 방어할 수 있을지 몰라도 서울과 같이 인구가 밀집된 대도시를 방어하려면 적어도 ‘사드’라야 가능하다고 본다. 사드는 대기권 안팎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유일한 미사일 방어체계로서 장점이 많다.
예컨대 원거리에서 탄두를 파괴해야 하는 핵 등 대량살상용(WMD)탄이나 조기투하 확산탄, 한국의 전자기기를 일시에 무력화할 수 있는 전자기파(EMP)탄 같은 것에 대처하려면 PAC-2/3로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고 사드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적의 탄두를 직접 맞혀 파괴하기 때문에 대량살상무기가 지상에 떨어지기 전 파괴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전쟁 시 우리에게 가장 큰 위협의 하나가 800기 이상에 달한다는 북한의 미사일 전력인데, 사드는 모든 종류의 미사일을 타격할 수 있는 데다 동시에 공격해오는 다수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뿐만 아니라 사드의 레이더는 강력한 전파로 적의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조기에 포착, 탐지하는 능력이 우수하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의 이동식 미사일을 포착하는 데 유리하고 심지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포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킬체인과 KAMD를 개발 중인 상황에서 사드를 배치하는 건 중복 투자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는데, 국방부는 사드를 확보해야 PAC-2/3와 L-SAM(한국형 초장거리미사일) 등과 함께 효율적 다중방어체계를 갖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미사일 방어에서 ‘다중방어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사드가 지나치게 고가(高價) 무기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미국이 주한미군을 위해 스스로 배치하겠다는 것이고, 설사 한국 방위를 위해 1~2개 포대를 추가 도입한다 해도 미군 납품가격과 현 해외 판매가를 고려할 때 1조~3조 원이면 가능하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각일각 다가오는 대규모 북한 핵미사일을 생각하면 지금은 ‘사드’든 뭐든 가능한 대책을 사활을 걸고 찾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다. 이런 때 한동안 중국과 함께 한국의 시민단체도 반대하고 나섰으니 그 민첩성은 놀랍지만 실은 좀 우습다. 사드는 이른바 LDHD(Low Density High Demand), 즉 ‘소요는 많으나 전력화한 수량이 적은 체계’로 확보 경쟁이 치열해 한미연합사령관은 물론 한국 국민이 함께 노력한다고 해도 한반도에 우선 배치가 가능할지가 의문인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사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반대가 심하면 배치가 확정될 가능성은 그만큼 더 떨어질 것이다. 2004년에도 PAC-2 미사일을 광주에 배치하려 했다가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턱없는 주장에 선동된 주민들 항의에 밀려 평택 오산지역 미군기지 방어용으로 전환되고 만 적이 있다. 어이없는 일이다.  





“베이징 한 방에 날릴 수 있게…”

중국은 왜 반대하는 것일까. 지난해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여당 국회의원들과의 만찬에서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밖에 없으니 한국 배치 사드는 결국 중국에 적대하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환일 것”이라면서 펄쩍 뛰었다고 한다. 그러나 사드는 요격고도가 40~150㎞ 수준이라 중국엔 어떤 형태로든 하등의 위협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중국이 주로 문제 삼는 것도 미사일보다는 AN/TPY-2, 이른바 X밴드 레이더다. 그러나 X밴드 레이더에도 두 종류가 있다. 일본이나 터키 등에 배치된 조기경보용(FBM) 레이더의 탐지거리는 2000㎞ 정도로 알려졌지만 한국에서 필요한 사격통제형 레이더(TM)의 유효 탐지거리는 600~800㎞에 불과하다. 중국의 우려는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구심만 있을 뿐 실체적 위협은 아닌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드에 대한 중국의 이해가 많이 미흡한 듯하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렇게만 보기에는 중국의 반발이 너무나 강하다. 중국은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 2월 7일 한미의 사드 공식협의 발표에 대해서도 “한 국가가 자신의 안전을 도모할 때에는 다른 국가의 안전 이익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심지어 ‘한중관계 파탄’을 거론하고 걸핏하면 “한국이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며 협박까지 해왔다.
2014년 10월 서울에서 열린 한 비공개 포럼에서 필자는 중국의 견해에 반박할 기회를 얻었다. 골자는 이렇다.
“중국은 200여 개의 위성으로 한반도는 물론 일본까지 샅샅이 감시하고 있고, 미사일도 곳곳에 배치했다. 당장 백두산에도 사거리 최장 3200㎞에 500㏏ 핵탄두를 장착한 둥펑(東風)-21을 배치했다. 우리보다 훨씬 강력한 방어 및 공격 태세를 갖춘 것이다. 중국이 2010년 백두산에 기지를 설치할 때 한국의 양해를 구한 적이 있나.
설사 다소 위협이 된다고 해도 그렇지, 도대체 우리가 북한 핵미사일에 대비하겠다는데 중국이 ‘되니 안 되니’ 말할 수 있는 처지인가.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폐기의 총책임을 지고 있는 6자회담 의장국이다. 그런 중국이 북한 핵미사일은 내버려두고 어떻게 우리 방패만 없애라고 다그칠 수 있나. 사정이 이런데도 베이징은 한국이 중국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중국이 공격할 경우 서울이 다 날아갈 것이라는 것은 잘 안다. 이쯤 되면 대화가 아니라 협박인데, 그렇다면 우리도 베이징을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핵보복 능력을 갖추라는 뜻인가.”
필자가 이렇게 되받았더니 회의 후 중국 측 대표들이 찾아와 악수를 청했다. 정중한 말투로 “양해해달라”는 이도 있었다. 중국 역시 자신들이 얼마나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안다는 뜻 아니겠는가.



한미동맹 이간질 의도?

사드는 기본적으로 방어무기체계다. 중국이 한국을 목표로 탄도미사일을 사용하지 않는 한 아무 문제가 없는 무기다. 중국이 사드 논란을 빌미로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의 ‘약한 고리’인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려는 정치적 의도라는 추정도 나온다. 중국이 철저히 북·중동맹 위에 서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그 못지않게 나온다. 실제로 이번 4차 핵실험과 광명성 4호 발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변함없이 ‘대화’를 앞세우며 북한에 대한 효과적 제재는 거부하면서 “사드 배치 시에는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우리를 협박하고 심지어 시진핑 주석이 직접 박근혜 대통령에게 ‘냉정한 행동과 대화’를 요구했다.
황성준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사드가 중국이 설정한 제1해상방어선, 즉 쿠릴열도·일본·말라카 해협에 이르는 제1도련선(島線) 내에 있는 주한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중국이 반발한다고 썼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중국의 발전을 위해 더 넓은 ‘안전 공간’을 확보하고 싶어 한다”는 왕융 베이징대 교수의 발언은 고약하다.
중국을 잘 아는 제임스 릴리 전 미국대사가 2007년 1월 미국 의회에서 ‘중국 지도층은 북한의 반 정도를 자기 땅으로 생각하며, 동북공정과 백두산 주변에 배치한 대군이 그와 무관치 않다’는 증언을 했는데, 실제로 1950년대 중국 교과서에는 한반도가 되찾아야 할 실지(失地)로 표시돼 있었다. 또한 중화사상의 국제질서는 본래 서구적 횡적 질서가 아니라 중국을 정상으로 한 패권적 종적 질서다. 그래서 필자는 천안함 사태 때 중국이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을 한사코 막고 나섰을 때 매우 불쾌했다. 이는 서해를 중국의 내해(內海)화하려 든 것이고, 서해가 중국의 내해가 되면 한반도 중국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자유통일을 위해 한중관계는 더없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무릇 나라가 죽고 사는 안보 문제는 최악의 경우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하는 법이고 우리로서는 최악을 항상 염두에 둬야만 한다.


“중국이 싫어한다”며 전전긍긍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반발에 미국은 한마디로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지난해 2월 프랭크 로즈 국무부 차관보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는 중국이나 러시아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이나 이란 같은 비이성적 불량국가의 소규모 핵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나 러시아의 대규모 전략핵 미사일, 특히 다탄두독립목표재돌입탄도탄(MIRV)을 막는다는 것은 기술적으로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 2가격(second strike)’ 역량으로 적의 공격을 억제하는 전통적 핵전략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워싱턴의 전문가들은 중국이 처음부터 사드의 실체를 잘 알면서도 한미동맹의 균열을 유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도발한다고 봤다. 한국의 중국 편향에 대한 미국의 의구심이 높아가고 있던 때 아닌가. 그래선지 미국은 처음에는 ‘한국에 운만 띄워놓고’는 중국과 한국 사회의 논란을 냉정하게 지켜보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에는 한국의 애매한 태도에 대한 불만이 가득했다. 한반도 전문가 마이클 그린은 “중국이 한미동맹 사안에 대해 가부(可否)를 말하고 이를 한국이 받아들이는 모양새는 미국에 매우 좋지 않은 시그널을 보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의회의 분위기는 한결 더 차가웠다. ‘한국의 사드 문제 처리가 장차 한국이 미국과 중국 어느 편에 서게 될지를 판단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돼 있는 듯하다’는 게 정설이었다.  
미국이 실감한 충격도 큰 듯했다. 한국의 안보를 위해 파견된 주한미군의 안전을 위해 미국 비용으로 사드 배치 여부를 검토한 것이고, 배치되면 한국 방위에도 많은 도움이 될 텐데 중국이 되니 안 되니 간섭하고 한국은 ‘중국이 싫어한다’며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니 충격을 받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사정이 이런데도 미국은 “사드 배치 여부는 한국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해왔다. 강요하지 않겠다는 뜻이겠지만, 베트남 전쟁 이래 계속된 혈맹이라는 끈끈한 우의(友誼) 대신 냉정하고 건조한 논리만 느껴졌다.
이 대목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 있다. 1989년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 개발에 나섰을 때 우리는 ‘무력 적화통일을 추구하는 북한이 유사시 핵으로 미군의 개입을 억제·차단하려는 계획’이라고 봤다. 북한이 굳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개발하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미국이 자국민의 인명 피해를 얼마나 겁내는데 북한 핵을 상대로 전쟁을 하려 하겠나. 오히려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한반도 철수를 모색하지 않겠나’ 하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북한 핵미사일이 눈앞에 바싹 다가오는 지금, 중국이 싫어할 테니 사드를 배치하지 말라고 하면서 주한미군더러 벌거벗고 서 있으라고 강요한다? 굳이 한미동맹을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쫓아내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어리석을 뿐만 아니라 동맹에 대한 예의도 아닐 것이다.



한 번은 겪어야 할 시련

한미 간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 논의는 지극히 당연한 결론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반대한다고 망설일 수는 없다. 물론 주변국의 견해도 합리적이고 타당하다면 고려해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면 왜 안 되는지 단 한 번도 명백하게 말한 적이 없다. 그저 “중국의 안보에 영향을 준다”고만 할 뿐이다. 팽창주의적 야심이 기저에 있는 게 아닌가. 그런 중국의 압박에 부응한다는 것은 국가적 자살 행위와 다름없다.
중국의 경제 보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한국에 영향을 줄 의미 있는 보복이 이뤄지려면 중국도 상당한 외교적, 경제적 손실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어차피 언젠가 한 번은 겪어야 할, 그리고 이겨내야 할 시련일 수 있다. 중국도 함부로 결정하지는 못할 것이고, 우리도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북한 핵미사일은 중국에는 단순히 좀 골치 아픈 국제 안보 이슈의 하나에 불과하겠지만 우리에게는 죽고 사는 문제다. 핵미사일 위협이 각일각 다가오고 있으니 우리로서는 어떻게든 대비 태세를 서둘러 마련하지 않을 수 없고, 우리의 대비 태세가 완벽하면 북한의 도발 의지도 그만큼 더 억제될 것이다. 현재로서는 우리가 대비 태세를 갖추는 데 사드가 가장 용이하고 효율적인 수단임이 분명해 보인다. 손자(孫子)의 나라 중국이 이런 것을 모를 리 없다. 하긴 우리가 처음부터 그런 의지를 명확히 했더라면 중국도 이런 논란을 일으키지 않았을지 모른다.
좀 더 보완할 사안은 없을까. 사드 배치만으로 북한 핵미사일에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자유통일을 이뤄야 위협이 해소되겠지만, 우선은 북한 핵미사일을 방어·응징·억제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춰야 한다. 현대는 미사일 전쟁 시대다. 당장은 물론 자유통일 후에도 더욱 완벽한 미사일 대처 역량이 필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차원에서도 사드 배치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일 수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내후년까지 논의를 마무리하되 대략 1조5000억 원의 사드 전개 및 운영 비용은 미국 측이 부담하고 우리는 부지와 기반시설만 제공할 것이며 한국이 추가로 사드를 도입할 계획은 없다’고 한다. 장기적 안목의 절박한 고려가 부족한 듯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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