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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툭하면 한국 내정간섭 막말 중국 수뇌부가 논조 조종

‘중국판 산케이’ 환추시보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툭하면 한국 내정간섭 막말 중국 수뇌부가 논조 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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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쯔위에게…”

결국 쯔위의 소속사 대표인 박진영이 여기에 굴복해 사과했고 쯔위도 사과 영상을 올렸다. 그러자 대만에서 역풍이 거세게 일었다. “쯔위는 잘못한 게 없다” “IS에 납치된 사람처럼 카메라 앞에 세워졌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러자 환추시보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바꿨다. 뭐가 그리도 급했는지 지면도 아닌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의 자체 계정에 쯔위에게 보내는 글을 띄웠다.
“쯔위에게. 어린 나이에 고향을 떠나 고생도 많이 하고 서바이벌을 통해 힘들게 데뷔했는데…악플러들은 무시하고 용감하게 중국의 빛이 되어라.”
이어 언론사와 네티즌을 향해선 “우리는 오늘 전도가 양양한 중국의 미소녀를 얻었다. 쯔위에게 악플이나 악행을 할 경우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경고를 보냈다. 이후 중국에선 쯔위에 대한 비난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이런 걸 보면 환추시보는 ‘언론’이 아니다. ‘인민의 지배자’이자 ‘중국 공산당의 목소리’일 뿐이다, 그것도 별로 인간적이지 않은.
환추시보는 필요하다면 개인을 겨냥한 공격도 서슴지 않는다. 최근 조지 소로스 퀀텀 펀드 회장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과 위안(元)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을 공언하면서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렸다. 그러자 이 신문은 1월 28일 “그는 식탁에 날아든 한 마리 파리에 불과하다”고 썼다. 이어 “전혀 쓸데없는 무모한 짓은 그만두는 것이 현명하다”고 몰아붙였다. 같은 시기 모(母) 신문 런민일보도 비슷한 비난을 했지만 그 수위에선 환추시보에 댈 게 못 됐다.
이처럼 ‘당 기관지의 자매지’ 환추시보는 중국 당·정 수뇌가 대놓고 하기 어려운 말을 대신해주는 역할을 수행하는 듯하다. 런민일보의 대외 메시지 전달을 위해 1993년 창간된 외신 전문 일간지라는 사실에서도 이런 성격이 읽힌다. 런민일보만 해도 그 위상에 맞게 점잖게 기사를 써야 하는 측면이 있다. 이 때문에 당, 정부, 런민일보의 속마음을 이것저것 안 재고 직설적으로 말할 가벼운 매체가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런민일보와 환추시보의 관계에 대한 전직 모 통신사 기자 A씨의 말이다.
“런민일보는 당 기관지 이상의 신문이다. 당 중앙의 의견을 정확하게 알린다. 중국 내에서 독자들에게 인기는 없지만 권위를 자랑한다. 그렇다 보니 언어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한마디 한마디를 여과해야 한다. 반면 환추시보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원스럽게 할 말을 한다. 환추시보는 자매지로서 런민일보의 후광을 누리면서 동시에 직설적으로 말하는 신문으로 비쳐졌다. 자연스럽게 중국 내에서 권위와 영향력을 함께 갖게 됐다.”


툭하면 한국 내정간섭 막말  중국 수뇌부가 논조 조종

2009년 4월 20일 환추시보 영문판 ‘글로벌 타임스’ 창간 기념식. 동아일보

‘야, 한국 좀 조져’

 환추시보의 1000만 독자 대부분이 맹목적 애국주의에 충만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이런 점도 환추시보가 위력을 갖는 이유로 꼽힌다. 이 신문의 독자들은 현재의 논조에 만족하며 앞으로도 지속되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신문은 광고 수입을 중시하는 상업지 성격도 강하다. 그래서 중국인 독자를 정서적으로 자극하는 국수주의 성향을 갖는지 모른다. 환추시보의 하루 광고 수입은 500만 위안(9억 원) 정도로, 모 신문인 런민일보를 압도한다고 한다.
최근 정세는 중국에 그리 우호적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북핵, 한국의 사드 배치, 대만 독립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다. 경제적으로는 주가 폭락,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경제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최근 들어 최저인 6.5%로 예상된다. 한마디로 세상이 전혀 태평하지 않다.
시진핑(習近平) 지도부는 지금 잔뜩 열 받아 있을지 모른다. 이럴 땐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할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그러나 대국 지도자의 체면상 공식적으로 토해낼 순 없다. 환추시보는 이 순간 대단히 유용해질 수밖에 없다. 최고지도부가 적극 이용하려 들 개연성이 농후하다. 신문사에 ‘야, 한국 좀 조져’ 하는 식으로 직접 지시할 수도 있고, 굳이 말을 않고도 이심전심으로 통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환추시보의 발언이 상당히 거칠어지는 것은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러나 환추시보의 막말이 늘수록 중국의 대외 이미지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창간 23주년을 맞은 환추시보는 중국 내에서 발전 가능성이 높은 매체로 꼽힌다. 최근 인터넷과 스마트폰 버전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현재 수입만으로 런민일보로부터 독립할 수 있다. 2009년 이미 자체적으로 영문 일간지 ‘글로벌 타임스’를 발간했다. 그러나 환추시보가 런민일보에서 분리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당 기관지의 자매지’라는 타이틀이 없으면 외부에선 환추시보의 논조를 중국 공산당의 의중으로 연관짓지 않는다. 중국 공산당이 자신들의 강력한 프로파간다 수단인 환추시보를 무력화하진 않을 것이다.
환추시보 편집국은 런민일보의 지원 아래 움직인다. 예컨대 런민일보 기자들의 환추시보 순환 근무, 두 신문의 특파원 공유가 지속적으로 이뤄진다. 환추시보의 편집국 간부들 중 상당수가 런민일보에서 잔뼈가 굵은 기자들이다. 런민일보 기자 출신 S씨는 두 신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런민일보 산하에 수많은 매체가 있다. 환추시보도 그중 하나다. 런민일보와는 한솥밥 먹는 가족이라는 동료의식이 강하다. 설사 경영이 분리되더라도 같은 식구라는 개념은 상당 기간 존속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신문이 분리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환추시보의 극단적 국수주의 성향은 달라질 수 있을까. 공산당이 존속하는 한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환추시보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언론자유’에 눈을 뜬다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 통제국인 중국에서 주류 매체가 그렇게 바뀔 가능성은 별로 없다.



중국 지도부 먹칠

중국에도 ‘관영이지만 제 목소리를 내는 신문’이 드물지만 있기는 있다. 대표적으로 광둥(廣東)성 일대의 유력지인 ‘난팡도시보(南方都市報)’가 꼽힌다. 개혁적 논조를 지향해 당국의 눈엣가시가 되고 있는 신문이다. 1년에 한두 명의 기자가 언론자유와 편집권 독립을 외치다 해직되기도 한다. 최근엔 다른 몇몇 신문사에서도 언론자유를 외치는 기자들이 나오고 있다.
중국이 패권적 대국 논리로 한국 내정에 간섭하는 데 환추시보는 그 첨병 노릇을 하고 있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의 한 고위 인사는 “일본에선 산케이신문 때문에 우리 대사관이 골치가 아프다. 중국에서는 환추시보가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합리성, 상식, 인권, 주권과 같은 보편적 가치를 외면하는 신문은 자국에선 어떨지 몰라도 국제사회에선 그 영향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환추시보의 실체를 알면 알수록 이 신문의 목소리는 작아질 것이다. 더욱이 중국 지도부가 이 신문을 이용해 주변국을 위협하는 한 중국 지도부에 대한 국제적 평판은 지속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다.  







신동아 2016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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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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