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발병 원인 제거가 진정한 치유의 시작
췌장 살리는 ‘30분 동안 50번 씹기’ 실천해야
소화되지 않은 건강식, ‘독’이 되는 이유
장이 건강해야 암과 우울증, 치매까지 예방
유산균과 차원이 다른 ‘토종 고초균’의 놀라운 생명력
행복은 장에서 온다…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비밀

이계호 충남대 명예교수는 “한국 전통 장에 많이 들어 있는 유익균은 위 소화 과정에 죽지 않고 대장까지 이동해 장운동을 돕는다”고 강조했다. 지호영 기자
그가 2010년부터 운영하는 충북 옥천군 ‘태초먹거리학교’에는 매달 수백 명의 환우와 시민들이 모여든다. 이 교수는 이들에게 무료 강의를 진행하며 건강한 식습관의 중요성을 널리 알리고 있다. 그는 “암은 결과일 뿐,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복원하는 것만이 진정한 치유의 길”이라며 “면역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은 장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직접 실천하는 ‘장(腸) 건강법’과 ‘마음 관리 노하우’를 알아보고자 대전 유성구에 있는 그의 연구소를 찾았다.
도심 외곽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한 연구소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간장과 된장이 담긴 병이 눈에 띄었다. 그가 만든 것도 있고, 장 만들기 체험교실에 참여한 일반인이 만든 것도 있었다. 그는 “낫토를 만드는 균처럼 일반화가 가능한 한국 전통 토종 균주가 있다. 그것으로 간장이든, 된장이든 30분 만에 만들 수 있다”면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기자에게 ‘간장차’를 내밀었다. 간장차는 따뜻한 물 한 컵에 그가 만든 간장을 조금 탄 것이다. 기대 반, 걱정 반의 심정으로 한 모금 마시자 잘 발효된 간장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짭조름한 풍미가 입안에 옅게 퍼졌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발병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치유의 시작
이름과는 달리 간장차 맛이 생각보다 괜찮다.“꾸준히 마시면 장이 건강해지고 변비도 해소된다. 나트륨 함량을 우려하는데 간장차 한 잔에 든 나트륨 함량은 일일 권장섭취량보다 한참 적은 1g 이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짠 반찬을 많이 먹어 저염식을 권장하고, 저염식을 건강식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지나친 저염식은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 우리 몸의 70%가 수분이고, 체수분의 염도가 0.9%다. 이 농도를 유지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다. 간장차의 원료인 간장에는 몸에 좋은 유익균이 많다. 이 유익균은 위에서 소화될 때 죽지 않고 장까지 살아남아 장운동을 돕는다. 태초먹거리 운동을 통해 이를 널리 알리고 있다.”
‘태초먹거리’라는 생소한 개념을 16년째 전파하고 있다. 이 운동의 본질은 무엇인가.
“먹거리, 생활 습관, 환경 이 세 가지를 바로잡아 우리 몸의 자생력을 회복하는 것이 태초먹거리 운동의 목적이다. 현대인은 질병에 걸렸을 때 ‘증상’을 없애는 데만 혈안이 돼 ‘왜 병이 왔는가’라는 근본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 2010년부터 암 환우들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시작한 것도, 그들이 병원 치료에만 매몰돼 정작 삶 속에 숨어 있는 ‘발병 원인’을 놓치고 있다는 안타까움 때문이었다.”
현대인들의 질병을 대하는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암 환자의 경우 흔히 수술, 항암, 방사선이라는 세 가지 표준 치료를 마치고 5년이 지나서까지 재발하지 않으면 ‘완치’라고 한다. 하지만 발병 원인이 삶 속에 그대로 남아 있다면 10년, 20년 뒤에도 암은 반드시 재발한다. 암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재앙이 아니다. 내 삶 속에 발병 원인이 최소 3년 이상 반복됐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물’이다. 암세포는 건강한 사람의 몸에서도 매일 수백만 개씩 생긴다. 결국 질병의 증상을 없애는 것보다 왜 내 면역력이 떨어졌는지 그 원인을 찾아 생활 습관 전반을 복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건강식이 ‘독’이 되는 이유, ‘소화’에 있다
먹거리를 대하는 현대인의 가장 큰 잘못은 무엇이라고 보나.“먹거리가 사람의 운명을 좌지우지하는데, 이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저 ‘맛있는 것’ ‘건강에 좋은 성분’만 따진다. 아무리 비싼 산삼이나 유기농 음식을 먹어도 내가 소화하지 못하면 그것은 약이 아니라 ‘독’이 된다.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은 우리 장 속에서 부패한다. 대장의 온도가 몇 도인지 아는가. 약 40도다. 한여름 뙤약볕보다 뜨거운 그곳에 소화가 안 된 음식물이 하루이틀 머물러 보라. 여름철 반찬통에 든 잔반이 썩는 것과 똑같은 일이 내 몸 안에서 일어난다.”
내 몸속에서 음식이 썩고 있다는 걸 확인할 방법이 있나.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자기 ‘방귀 냄새’와 ‘대변 냄새’를 맡아보라. 음식이 위에서 제대로 소화되면 부패할 건더기가 없기에 지독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단백질 등이 소화되지 못한 채 장으로 넘어가 썩으면 ‘인돌’ ‘스카톨’ 같은 독성 화합물이 만들어지며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난다. 이것은 우리 몸이 살려달라고 보내는 긴급한 SOS(중대하고 급박한 위험에 처해 있을 때의 조난신호)다. 아이들끼리 방귀 냄새가 얼마나 지독한지를 놓고 장난치는 일이 많은데, 자녀의 방귀 냄새가 지독하다면 부모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비타민의 보고로 알려진 과일을 먹을 때도 주의가 필요한가.
“과일이 몸에 좋다고 해서 밥 먹고 후식으로 잔뜩 먹는데 그게 가장 안 좋다. 과일의 과당은 소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 그런데 밥을 먹고 나서 과일을 먹으면, 먼저 들어간 탄수화물과 단백질 때문에 과일이 위에서 내려가지 못하고 정체된다. 그러면 그 따뜻한 위장 안에서 과일이 발효가 아니라 ‘부패’를 시작하면서 가스가 차고, 결국 장을 망가뜨리는 주범이 된다. 과일은 식사 전 공복일 때나 식사 대용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피해야 하는 ‘나쁜 소금’과 필수로 먹어야 하는 ‘좋은 소금’이 따로 있다고 말해 왔다. 그 차이가 뭔가.
“우리 몸의 전해질 균형을 맞추고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하려면 양질의 미생물이 살아 있는 소금이 꼭 필요하다. 내가 권장하는 ‘좋은 소금’은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일염이나 전통 방식으로 만든 자염이다. 평소 간장을 차로 마시는 것처럼, 좋은 소금을 적절히 섭취해 체내 수분 보유력을 높인다. 정제된 염화나트륨만 들어 있는 ‘죽은 소금’이 문제다.”
마트에서 장을 볼 때, 유의할 점은 뭔가.
“유통기한보다 원재료명을 먼저 살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뒷면의 깨알 같은 글씨를 보면 알 수 없는 화학 용어가 가득하다. 나는 가공된 지 오래된 것, 보존료가 들어간 것은 장바구니에 절대 담지 않는다. 껍질을 벗기지 않은 통곡물, 제철에 난 채소, 전통 방식으로 발효한 식품처럼 ‘자연에 가까운 상태’가 가장 좋은 식재료다.”
‘간편식’과 ‘배달 음식’에 익숙한 세대에게 장 건강을 조심하라고 강조해 왔다. 이유가 뭔가.
“요즘 젊은이들은 매운 음식과 자극적인 간편식을 즐겨 먹는데 그 음식들이 장내 유익균을 다 죽이고 있다. 장은 우리 몸의 ‘뿌리’와 같다. 뿌리가 썩은 나무가 잎사귀만 푸를 수 있겠나. 당장은 젊음으로 버티지만, 30대만 넘어가도 만성피로와 피부질환, 면역력 저하 증상이 나타난다. 하루에 딱 한 끼라도 좋으니 집에서 직접 만든 된장국이나 청국장을 곁들인 정갈한 식사를 하라. 그것이 미래에 쓰게 될 고액 의료비를 아끼는 가장 확실한 적금이다.”
췌장 살리는 3·5 법칙, “30분 동안 50번 씹어라”
평소 ‘특별한 식사법’을 실천하고 있다고 들었다.
식사 직후 지나치게 많은 과일 섭취는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Gettyimage
바쁜 직장인들에게 30분씩 식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쉬운 일은 아닌데?
“식사할 시간이 부족하다면 밥을 ‘반 그릇’만 먹으면 된다. 한 그릇을 빨리 먹어서 췌장을 망가뜨리는 것보다, 반 그릇이라도 50번씩 씹어서 제대로 소화시키는 게 영양 흡수 면에서 훨씬 이득이다. 우리 뇌의 포만감 센서는 식사를 시작하고 15분 뒤에 작동한다. 빨리 먹으면 배가 부른 줄 모르고 과식하게 된다. 천천히 먹으면 적은 양으로도 포만감을 느껴 자연스럽게 다이어트가 되고, 췌장의 부담도 덜어줘 몸이 가벼워진다.”
면역력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으로 ‘장 건강’을 강조하는 과학적 근거가 뭔가.
“우리 몸 면역세포의 70~80%가 장에 집중돼 있다. 따라서 면역력 강화의 열쇠는 장내 미생물 생태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화학자로서 전 세계의 유익균 소스를 뒤졌고, 결국 우리 조상들이 물려준 발효 음식에서 답을 찾았다. 시중에서 파는 유산균 제품은 대부분 우유에서 배양해 열에 약하고 위산에 녹아버린다. 하지만 우리 청국장의 ‘고초균’은 독종이다. 끓여도 살고, 얼려도 살고, 강한 위산을 뚫고 장까지 뚜벅뚜벅 걸어간다.”

우리 몸의 수분 밸런스가 깨지면 독소 배출 자체가 안 되니 물을 어떻게 얼마나 마시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Gettyimage
“낫토는 단일 균주를 인위적으로 주입해 맛이 깔끔하고 표준화돼 있다. 반면에 우리 전통 청국장은 자연 상태의 수많은 복합 균주가 어우러져 생명력이 훨씬 강하다. 낫토가 잘 훈련된 병사 한 명이라면, 청국장은 전술이 다양한 정예부대인 셈이다. 특히 발효한 콩인 생청국장을 먹는 게 가장 좋다. 나는 매일 아침 생청국장 한두 숟갈에 제철 과일이나 견과류를 섞어 먹는다. 이게 바로 장내 미생물이 가장 좋아하는 ‘진수성찬’이다.”
운동은 ‘강도’보다 ‘빈도’, 림프 깨우는 생활 습관
물 마시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고 들었다.“그게 ‘3·2·1’ 공식이다. 밥 먹기 30분 전에 한 컵, 밥 먹고 2시간 뒤에 한 컵, 잠자기 1시간 전에 한 컵 물을 마시라는 것이다. 그때마다 무턱대고 마시진 않는다. 소변 색깔이 투명하면 안 마시고, 진해지면 마신다.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따뜻한 상태가 좋다. 한꺼번에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지 않고 입안에서 굴려가며 천천히 삼킨다. 아침에 일어나 공복에 간장차를 한 잔 마시는 것도 잊지 않는다. 우리 몸의 수분 밸런스가 깨지면 독소 배출 자체가 안 되니 물을 어떻게 얼마나 마시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하는 운동도 있나.
“헬스장에 가서 무거운 거를 드는 근력운동을 하지 않는다. 대신 ‘흐름’을 중시한다. 우리 몸에는 혈관 말고도 ‘림프관’이라는 하수도가 있다. 세포가 쓰고 남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곳이다. 이 하수도가 막히면 몸이 붓고 염증이 생긴다. 그래서 림프가 모이는 겨드랑이와 서혜부를 자극하는 스트레칭을 매일 아침저녁으로 하고, 일과 중에 ‘발뒤꿈치 들기’를 수시로 한다. 종아리 근육을 자극하면 제2의 심장 역할을 해 혈액순환과 림프 순환을 돕는다.”
운동도 과하면 독이 될 수 있나.
“체력이 떨어진 상태에서의 격렬한 운동은 활성산소를 대량 발생시켜 오히려 세포를 공격한다. 활성산소는 우리 세포를 녹슬게 하는 주범이다. 암 환우나 고령자에게는 땀이 적당히 나는 정도의 산책이 가장 좋다. 숲길을 걸으며 깊은 호흡을 하는 ‘복식호흡 걷기’를 권장한다. 산소를 충분히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세포의 재생능력은 크게 향상된다. 운동은 숙제가 아니라, 내 몸 하수도를 청소하는 즐거운 놀이가 돼야 한다.”
행복은 장(腸)에서 온다…도파민과 세로토닌의 비밀
마음 건강과 먹거리 사이에도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들었다.“많은 사람이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이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지만, 놀랍게도 세로토닌의 90%는 장에서 만들어진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도파민’ 역시 50% 이상이 장에서 생성된다. 장이 썩어서 독소가 가득한데 마음이 행복할 수 있을까? 절대 불가능하다. 도파민 공장인 장이 망가지면 파킨슨이 발병할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치매도 마찬가지다. 결국 장이 건강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생각을 하려 해도 우울증이나 불안 증세가 나타날 확률이 높다.”
정신적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본인만의 비법이 있을 것 같다.
“매일 밤 잠들기 전 ‘감사 명상’을 한다. ‘오늘 하루도 충분히 감사하다’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드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호르몬을 분비시켜 장내 유익균을 전멸시키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하는 마음은 장속 미생물 환경을 건강하게 만든다.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곧 장속 생태계를 평화롭게 유지하는 일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으로 건강한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조언은 뭔가.
“먹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지 마라. 지금 여러분의 입으로 들어가는 것이 3년 뒤 여러분의 세포가 되고 건강 상태가 된다. 잘 씹고, 잘 마시고, 장을 다스리는 것. 무엇보다 내 몸의 자생력을 믿고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 내가 70세가 넘은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활동하는 비결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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