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이란은 왜 인근 아랍 국가를 공격하는가

[Focus] 조기 종전 위한 美 압박, 이스라엘과 수교한 UAE 보복

  • 채인택 국제문제 전문 저널리스트 tzschaeit@gmail.com

    입력2026-04-26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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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란, GCC 회원국에 쏜 발사체 절반 이상 UAE 타격

    • ‘세계 금융·물류 중심’ UAE 공격해 공포 분위기 조성

    • 글로벌 경제 자극해 미국 내 반전 여론 형성

    • 페르시아만 연안국가 최초 이스라엘 교류한 UAE 보복 측면도

    3월 16일 새벽(현지 시각), 이란의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 연료 저장탱크를 타격해 화재가 발생하고 항공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AP뉴시스

    3월 16일 새벽(현지 시각), 이란의 드론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 연료 저장탱크를 타격해 화재가 발생하고 항공 운항이 일시 중단됐다. AP뉴시스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기습으로 시작된 ‘2026 이란 전쟁’은 현대 전쟁사에서 유례를 찾기가 힘들 정도로 독특하다. 우선 미국·이스라엘은 외교협상 도중에 상대방을 기습하는 이례적 방식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개전 첫날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비롯한 이란 최고사령부 지휘관들을 정밀 폭격으로 참수했다. 

    이어진 이란의 보복 공격도 전쟁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식으로 전개됐다. 이란은 교전국인 이스라엘과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연안 미군기지는 물론 연안 아랍 국가들의 민간 시설까지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해 동시다발적으로 타격했다. 이로써 아랍에미리트(UAE)·바레인·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이라크 등 페르시아만 연안의 광범위한 지역을 전장화했다. 이란은 이들 국가에 미군기지가 있거나 미군 병력이 주둔하고 있기 때문에 공격했다며 “정당한 공격”임을 주장한다. 

    UAE에 집중된 이란의 보복 공격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란의 보복 공격이 이스라엘보다 UAE에 집중적으로 몰렸다는 사실이다.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이란이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으로 쏜 발사체의 절반 이상이 UAE를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GCC는 페르시아만 연안국가로 이뤄진 아랍 국가들의 경제협력체다. 외신을 종합하면 2주간의 휴전이 공식 선언된 4월 8일(현지 시각)까지 UAE 방공망이 요격한 탄도미사일은 537발, 순항미사일은 26발, 드론은 2256대에 이르렀다. 

    공격 규모에 비해 피해는 의외로 적었다. 이란의 공격으로 UAE에선 13명이 숨지고 224명이 다쳤다. 이란의 공격 초기 일부 호텔 등 민간 건물이 피해를 보기는 했지만, 시설 피해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 아부다비의 경제특구와 가스 시설, 그리고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공격 대상으로 적시한 두바이의 오라클 데이터센터 등이 공격을 받았지만 사상자는 소수에 그쳤다. 

    UAE가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을 공중에서 요격하고 도시와 각종 시설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천문학적 비용을 들여 구축해 놓은 다층 방공망 덕분으로 볼 수 있다. UAE는 고도 40~150㎞의 고고도에선 미국산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THAAD·사드), 30~40㎞의 저고도에선 패트리엇미사일을 운용한다. 한국에서 수입해 배치 훈련 중이던 천궁Ⅱ는 15~40㎞의 고도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이스라엘산 바락-8, 러시아산 복합 개동(開動) 무기인 판치르-S1, UAE 자체 생산 대공무기인 스카이나이트 등이 미사일 요격망을 구성하고 있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를 비롯한 걸프 국가 대부분은 패트리엇미사일과 사드 등을 갖추고 있다. 카타르는 패트리엇 11개 포대를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 노르웨이의 합작 무기인 NASAMS2도 운용하고 있다. 사드는 주문 이후 도착을 기다리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합작인 롤랑드 방공 미사일 9개 포대를 운용하고 있다. 바레인은 패트리엇 1개 포대와 호크 대공 마사일 8개 포대를 운용한다. 미국과 스웨덴산, 프랑스산 등 다양한 대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대비가 이번 이란 공격에서 도시를 지키는 힘이 됐다는 평가다.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천궁Ⅱ지대공 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아랍에미리트(UAE)가 이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도입한 천궁Ⅱ지대공 유도탄이 가상의 표적을 향해 발사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이란이 미사일 쏴도 UAE는 ‘전략적 인내’로 버텨

    사실 중동 국가들은 이러한 ‘미사일과 요격미사일의 대결’에 익숙하다. 사우디와 UAE가 2014년 예멘 내전에 개입하자 이란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이 2015년 6월부터 두 나라를 향해 미사일 공격을 시작했다. 2017년 11월에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를 향하던 후티 반군의 미사일이 킹칼리드 국제공항 인근 상공에서 방공군에 요격돼 파편이 공항 주차장까지 날아온 장면이 BBC방송을 통해 전 세계에 보도되기도 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사우디는 미국산 패트리엇미사일 등을 이용해 2015년 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후티 반군이 발사한 미사일 100여 개 가운데 90개 이상을 요격했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 요격 실력을 쌓았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란의 공격을 막는 과정에서 심각한 소모전이 벌어졌다는 사실이다. UAE 등이 고가의 요격미사일로 이란이 발사한 저가의 단거리 미사일과 드론을 상대했다. 비용-편익 면에서 UAE 등이 엄청난 압박을 받는 것은 물론 요격미사일 재고에도 적신호가 켜졌을 수 있다. UAE의 대형 수송기가 대구까지 날아와 천궁Ⅱ에 장착할 미사일을 실어간 것은 성능에 대한 만족과 함께 재고 문제가 자리 잡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CNBC는 걸프 국가에서 이란과의 접전으로 전쟁 초기, 특히 패트리엇미사일의 재고가 급격히 소진됐다고 보도했다. UAE와 쿠웨이트에선 약 75%, 바레인에서 87%가 소진됐다는 것이다. 

    주목할 점은 이렇게 일방적으로 ‘맞는 상황’에서도 UAE는 이란을 향해 군사적 공격 조치를 하지 않고 ‘전략적 인내’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페르시아만 넘어 60~200㎞ 떨어진 이란 땅이나 영해로는 총 한 발 쏘지 않고 있다. 이는 사우디를 비롯한 다른 GCC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UAE가 이란의 공격에 적극 대응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군사력 구조’에 있다. 인구 1100만 명인 UAE는 현역 6만5000명과 예비군 13만 명의 병력을 갖췄다. 공군은 막강한 방공 능력과 갖췄으며, F-16 55대와 미라지-2000 44대 등 100대에 이르는 전투기를 운용한다. 최신 라팔 전투기 80대까지 주문해 놓고 있다. 2014년부터 참전하고 있는 예멘 내전에선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다양한 실전 능력을 쌓았다. 문제는 인구 비율이다. 전체 인구 1100만 명에서 90%가 외국인 이주자이고 자국민은 10%에 불과하다. 군에서도 외국 국적의 기술 요원이나 보조 요원이 상당수다. 외국에 파병해 보조적 역할로 참전은 할 수 있지만 국가를 방어하거나 이란에 대대적으로 보복하는 총력전을 펼치기는 쉽지 않다. 

    두 번째로 지리적으로도 불리하다. UAE는 이란과 지리적으로 상당히 가깝기 때문에 자칫 확전으로 이어질 경우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보게 된다. UAE는 에너지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을 키우고 있는 나라다. 산업 시설이 공격을 받으면 경제적 피해가 크다. 두바이와 아부다비는 그동안 중동은 물론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프리카와 중앙아시아, 그리고 이주노동자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인도·파키스탄 등을 상대로 하는 금융·물류·중계무역·관광·부동산업으로 번영해 왔다. 확전에 이르면 번영하던 대도시부터 폐허가 될 수 있다. 지질학적 특성상 주로 페르시아만의 섬이나 인공섬에 설치된 유전이나 가스전도 대대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원유와 가스를 실어 나가는 항구나 파이프라인도 파괴될 가능성이 크다. 

    세 번째로 외교적 이유도 있다. 이란의 공격 앞에 두들겨만 맞고 있으면 국제법상 ‘피해국’이나 ‘요격으로 자위권만 행사하는 나라’, 또는 ‘미국 기지가 있어 이란의 공격을 받은 나라’ 정도로 간주된다. UAE의 요격 활동은 정당한 자위권 행사가 된다. 하지만 보복 공격에 나서게 되면 ‘전쟁 당사자’가 된다. 전쟁 중에는 이란의 공세가 심해질 수 있다. 전후에도 외교적으로 복잡한 상황을 맞게 된다. UAE로선 가급적 ‘엮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또한 미국이 UAE의 참전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UAE 같은 참전국에 대한 정보 공유나 군수 지원 없이 강한 전력의 미군만으로 전쟁을 끌고 나가는 게 더욱 빠른 속도로 작전을 펼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UAE의 대(對)이란 보복전 참전은 UAE는 물론 미국도 감당할 수 없는 새로운 차원의 전쟁을 맞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란이 UAE 집중 공격한 이유, 美 반전 여론 형성

    그렇다면 이란은 왜 걸프 지역 전체를 미사일과 드론으로 공격하면서 특히 UAE를 주전장으로 삼아 공격을 집중했을까. 전략적으로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이란이 감당하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정치적 압박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베트남이 미국 내 반전(反戰) 여론을 유도해 백악관이 전쟁을 빨리 끝내도록 유도했던 것과 같은 원리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IISS)의 분석에 따르면 이란이 페르시아만 연안 지역, 특히 항공과 해운, 에너지 등과 관련한 UAE의 주요 민간 기반시설을 광범위하게 공격하면 전 세계에 공포 상태를 조성할 수 있다. 이는 경제적 위기감과 불확실성을 증대시켜 세계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트럼프 화이트하우스 아카이브

    2020년 8월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는 ‘아브라함 협정’을 맺고 외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트럼프 화이트하우스 아카이브

    알자지라는 이를 통해 미국 내외에서 전쟁파가 여론상 불리해지는 것은 물론 정치자금을 대는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에 전쟁 중단을 비롯한 정책 전환을 요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게다가 UAE는 2020년 8월 이스라엘과 수교했다. 페르시아만 연안국가 중 최초다. 이란에서 멀지 않은 UAE에 이스라엘의 대외 정보기관인 모사드가 준합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이 생긴 셈이다. 중동 무슬림 국가인 UAE가 유대교인 이스라엘과 수교한 것은 이집트(1979)와 요르단(1994)에 이어 세 번째다. 반미·반이스라엘을 구호로 내걸고 있는 이란으로선 그때부터 보복을 준비해 왔을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이란의 걸프 지역에 대한 보복이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기습 공격한 것과 동시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공격을 받기 전에 작성한 사전 작전계획에 걸프 지역 보복 공격이 포함돼 있었음을 의미한다. 이란은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해 놓은 작전계획을 들고 전쟁에 나섰다. 이 계획도 완성본은 아니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이란이 전쟁 과정에서 작전계획을 수정한 흔적이 보이기 때문이다. 전쟁 초기에는 UAE와 사우디,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등 미국의 페르시아만 동맹국의 미군기지를 고루 공격했지만 차차 민간 경제시설로 대상을 옮겼다. 

    이후로는 에너지와 교역의 중심지인 UAE로 공격의 밀도와 강도를 집중했다. 종국에는 세계 에너지의 20%가 지나가는 호르무즈만을 옥죄기에 이르렀다. 국제경제적 피해를 극대화하고, 세계 유가를 치솟게 하며, 전 세계 에너지 공급의 목줄을 죄기 위해 관련 시설을 공격하고 호르무즈해협을 사실상 폐쇄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는 이란이 GCC 국가를 공격한 이유가 겉으로 내세우는 정당성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기 종전, 이스라엘 교류 보복 등 다양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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