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호

청년 삶 위협하는 저출생·연금·주거 문제, 누가 선점할 것인가

[주목! 2026 국민의 선택] “청년 인재 모신다”던 여야, 2030 고민은 뒷전

  •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입력2026-04-30 1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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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화 vs 민주화 한국 정치, 2030은 무관심

    • 선거용 간판으로 청년 활용…논란만 무성

    • 정당 찾는 발걸음↓…정치는 ‘매력적 일터’ 아냐

    • 거대 양당 과거 기억에 매몰, 청년은 미래에 절망

    • “청년 100% 가중치” 대만 국민당의 교훈…韓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들이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뉴스1

    한국 정치는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 간 대결 구도의 연장선에 있다. 1960년생을 전후로 지지 정당이 판이하게 갈리는 건 그런 구도와 무관하지 않다. 196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중반 출생자까지 이어지는 민주·진보 진영에 대한 일관된 지지 흐름은 1980년대 후반생에 이르러 다시 역전된다. 바로 2030세대다. 한국갤럽이 3월 27일 발표한 3월 통합 여론 자체조사에서 18~29세와 30대 무당층은 각각 46%, 36%로 가장 높았다(3월 중 전국 18세 이상 4007명을 대상으로 전화 면접 여론조사 실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1.8%포인트. 표본 크기별 신뢰수준 상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올해 기준 2030세대는 1987년 이후에 태어났다. 대한민국에서 산업화와 민주화가 이룩된 뒤에 나고 자란 셈이다. 그만큼 정치권에 바라는 의제도 기성세대와 매우 다르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당시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은 국정 우선 과제로 ‘검찰개혁’과 ‘계엄 세력 척결’을 꼽았지만, 청년층에서 이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없다시피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가 없는 청년층은 검찰·법원 등 권력기관 개혁 필요성에 그다지 공감하지 않는다. 물론 윤석열 정부 시절 툭하면 거론된 ‘반국가 세력’ 같은 이야기 역시 소구력이 없긴 하지만 말이다.

    산업화 vs 민주화 한국 정치, 2030은 무관심

    10년 전까지만 해도 2030세대는 민주·진보 진영의 핵심 지지층이었다. 이 가운데 30대의 지지율은 변함없다. 이제 40대가 된 이들은 여전히 민주당 진영에 압도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변한 건 20대다. 문재인 전 대통령 임기 초만 해도 20대들의 대통령 지지율은 남녀 불문 90%에 육박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기저효과를 무시할 순 없겠지만, 문재인 정부를 향한 청년층의 높은 지지는 한동안 유지됐다.

    20년은 집권할 것 같았던 민주당 지지세에 균열이 시작된 때는 2018년이다. 혜화역 불법 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이수역 남녀 쌍방 폭행 사건 등 20대 남녀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져 2030 남성들의 이탈을 초래한 것이다. 특히 청년층에서의 남녀 갈등은 2016년부터 본격화돼 2018년 정점을 찍었고, 정치권에선 2021년 4·7재·보궐선거를 계기로 표면화됐다. 갈등이 시작되고 한참 뒤에야 선거에 반영된 건 당시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이 민주·진보 진영에서 이탈한 청년 남성 여론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 탓이다. 관련 여론은 대부분 무당층에 머물다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2021년 6월 국민의힘 대표로 선출된 뒤에야 보수진영에 편입됐다.

    항간의 인식과 달리 2019년 조국 사태 자체가 청년층 여론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그해 하반기 조국 사태가 정국을 달궜지만 여론조사상 뚜렷한 변화는 감지되지 않았다. 문제는 이후였다. 수세에 몰린 정부·여당이 검찰개혁을 내세우며 정쟁의 소용돌이에 빨려들어 간 것이다. 진영 간 결집은 강화했지만 어느 진영에도 속하지 않은 청년층에는 냉소가 확산됐다. 비상계엄 직전인 2024년 11월 한국갤럽 조사(11월 통합)에서 18~29세의 74%가  윤석열 대통령 국정 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재명 대표가 이끄는 민주당 지지율도 29%(국민의힘 15%)에 그쳤다. 당시 무당층은 46%에 달했다.



    특히 2020년 중반부터는 2030 여성에서도 무당층이 증가했다. 당시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 유동성이 폭발하며 부동산값 상승이 본격화한 해다. 부동산값 폭등은 청년층 여론에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2022년 대선 당시 30대 여성이 20대 이하 여성보다 10%포인트나 높게 국민의힘을 선택한 데에는 부동산 문제가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30대는 결혼·출산 등으로 집값에 큰 영향을 받는 시기다. 적어도 이 문제에서는 남녀 간의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0년대 초반 민주당을 향한 청년 여성들의 지지가 압도적이었다고 느껴지는 건 ‘이대남 대 이대녀’ 대결 구도가 만들어낸 기억의 왜곡이다. 2022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청년 여성들에게서도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정당 찾는 발걸음↓…정치는 ‘매력적 일터’ 아냐

    오늘날 민주당과 국민의힘 진영을 지배하는 정서는 분노와 트라우마다. 민주당 진영의 분노와 트라우마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서 비롯됐다. 그가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 삶을 마감하면서 “지켜드리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검찰을 향한 분노가 민주당계 정치인과 지지층에 확산했다. 3월 23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자리에서 노사모 회원 아이디 ‘싸리비’로서 “노짱님”께 검찰개혁 완수를 보고한다고 했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이혁재 심사위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뉴스1

    3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광역의원 비례 청년 공개 오디션’에서 이혁재 심사위원이 인사말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진영의 분노와 트라우마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 시작된다. 보수진영은 그때까지만 해도 한국 정치에서 기득권을 차지한 위치에 있었다. 영남 인구가 호남 인구보다 두 배는 많은 덕분에 상대보다 수월하게 선거를 치렀다. 그런데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이 분열하면서 보수 엘리트들이 비주류로 밀려났고 일부는 길거리로 나섰다. “분열해서 망했다”는 인식은 강성 보수로 결집을 초래했다. 2025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진영은 또 한 번 분열했다. 유승민·한동훈은 그 과정에서 배신자 프레임에 엮였고, 지금까지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정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다.

    거대 양당이 과거의 기억에 매몰돼 분노하고 있을 때 청년들은 미래에 절망하고 있다. 이들에게 기성 정치권이 외치는 “정의 구현”은 더는 가슴 뛰는 구호가 아니다. 오히려 정치권이 상대를 엄단하려 할 때, 나아가 그 힘을 확보하기 위해 각종 선심성 정책을 동원할 때마다 청년들은 본능적으로 지갑부터 확인한다. “그 비용을 결국 내 월급으로 감당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따라붙는다. 노동·복지·재정 전반에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정치권의 일거수일투족은 청년세대가 떠안게 될 ‘미래 청구서’를 가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4월 8~10일 실시한 ‘차기 대통령 국정 우선 과제’ 조사 결과는 세대 간 동상이몽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모든 세대가 ‘경제회복’을 1순위로 꼽았으나, 2~3순위 과제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20대 이하 응답자는 ‘저출생 대책’(14%)을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고, 기성 정치권이 사활을 걸고 있는 ‘계엄 세력 척결’(2%)이나 ‘검찰개혁’(1%)은 사실상 고려조차 않는 모습을 보였다. 30대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청년층이 많이 보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서 지난해 가장 높은 조회수(260만 회)를 기록한 주제가 ‘대한민국 고점론’이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우려가 얼마나 만연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물론 정치권도 노력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양당은 선거철만 되면 “청년 인재를 모신다”며 각종 오디션을 열어왔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에도 정당의 문턱을 넘으려는 청년들의 발길은 갈수록 줄고 있다. 정치 자체에 대한 회의감도 크지만, ‘선거용 병풍’으로 소모될 뿐이라는 냉소가 만연하다. 게다가 저마다의 일터에서 하루하루 치열하게 버티는 청년들에게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선택은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한창 일할 시간에 여의도를 맴도는 청년을 가리키는 ‘여의도 2시 청년’이라는 표현이 생긴 이유다. 청년층에서 정치는 매력적인 일터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대만 국민당의 교훈…韓 지속가능성 고민해야

    지난 대선 당시 보수진영은 비상계엄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악재에도 불구하고 2030 유권자 집단에서 상당한 득표를 기록했다. 이는 보수진영이 잘해서가 아니라, 반(反)민주당·반진보 정서에 기인한 바가 컸다. 민주·진보 진영은 이제 한국 정치 주류로 자리매김했지만, 2020년대 대한민국의 새로운 과제들을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기존의 관성이 너무 강한 탓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외교·노동·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진영의 기존 주장과 다른 행보를 보이며 지지율을 높여나가는 와중에, 여당이 검찰개혁·법원개혁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며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키는 장면이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지기반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국민의힘은 청년층에서 뭔가를 도모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청년 인재 영입에 열을 올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취지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3월 중순 야심만만하게 시작한 ‘청년 정치인 오디션’은 심사위원을 맡은 이혁재 씨의 룸살롱 폭행 논란을 재소환한 건 물론, 지역별 우승자 상당수가 ‘윤 어게인’을 주장한 청년들이라는 무성한 논란만 남겼다. 국민의힘이 청년세대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쓰기보다 청년들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만 국민당의 반전은 한국 정치에 명확한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2016~2020년 연달아 대선과 총선에서 패배하며 소수당으로 전락한 국민당이 2024년 원내 1당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비결은 청년을 실질적 운영 주체로 승격시킨 데 있다. 국민당은 2022년 지방선거 경선 과정에서 35세 미만 정치 신인에게 100% 가중치를 부여하는 파격적 룰을 도입했고, 내부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거친 청년을 중앙당 당직자, 지방자치단체 정무직 공무원, 입법위원 보좌관 등에 적극 발탁해 왔다. 

    국민당이 단행한 당의 DNA 재편은 한국 정당들이 뼈아프게 새길 필요가 있다. 개혁의 본질은 단순히 청년의 얼굴을 빌려 쓰는 게 아니라, 정치적 지대를 청년에게 양보하는 결단에 있다. 나아가 노무현과 박근혜로 대표되는 양당의 트라우마 정치 역시 멈춰야 한다. 기성 정치가 어제의 원한을 갚는 데 에너지를 쏟는 사이, 청년들은 자신에게 날아올 미래 청구서에 대비해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청년의 삶을 위협하는 저출생·연금·주거 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받아들이고, 청년이 주체적으로 목소리를 내도록 하는 재건축 수준의 개혁이 시급하다.

    민주·진보 진영과 2030세대의 분화는 일시적인 것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지지기반과 이해관계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 지난해 큰 논란을 빚었던 연금개혁은 시작일 뿐이다. 청년층은 노동·복지·재정 등 많은 분야에서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직 이 의제들을 선점한 세력은 없다.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 이후 새로 등장한 세대는 어떤 정치세력이 잡을 것인가. 이 부분에선 국민의힘이 유리한 게 사실이다. 역설적으로 지지기반이 해체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상태가 계속된다면 민주당이 2030세대의 지지까지 가져가지 말란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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