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터질지 모른다”…불확실성 덫에 걸린 산업현장
대기업 노조 파업 청구서, 결국 소비자와 중소기업에
임금격차 심화…‘법인세 감면’ 낙수효과도 소멸
‘5심제’ 전락한 원청 교섭…“국내 발주 줄고, 자동화 가속화”
일본생산성센터 등 고용안정 모델 벤치마킹해야
6월 19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100일을 맞았다. 3월 10일 시행된 이 법은 하청 노동자가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원청과 직접 교섭할 수 있도록 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노사협력지수가 가장 낮은 ‘노사갈등 취약국’이다. 이 척박한 토양 위에 뿌려진 노란봉투법이 노사협력을 돕는 씨앗이 됐을까. 아니면 불확실성을 키우는 기폭제가 됐을까. 법안 도입 당시 ‘노동기본권 보장’이라는 장밋빛 기대와 ‘산업생태계 마비’라는 우려가 팽팽히 맞섰던 대한민국 산업현장이 어느 쪽으로 기울었는지 관심이 모인다.
노란봉투법 시행 100일, 현장의 혼란은 수치로 고스란히 드러난다. 대기업 노조의 파업 리스크는 상시화하고, 모호해진 사용자 개념을 틈탄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한 달여 동안 1011개 하청 노조가 372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일인 3월 10일부터 6월 5일까지 431개 원청이 1137개 하청 노조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월 28일까지 전국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노란봉투법 관련 사건은 418건에 달한다. 가장 큰 문제는 법 개정으로 사용자 개념이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을 가진 자’로 확대되면서 빚어졌다. 수천 개의 협력사를 거느린 원청들은 상시적인 소송과 교섭 부담으로 노무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고, 이는 ‘국내 하청 발주 감소’ ‘인공지능(AI)·로봇을 활용한 자동화 가속화’라는 고용시장의 체질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할 하청·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가장 먼저 위협받는 모순적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장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른 많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윤 객원기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차이
노란봉투법이 시행되고 100일이 지났다. 직접 모니터링한 산업현장을 총평한다면.“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사협력지수(1~7)는 2007~2019년 평균 3.59로 OECD 36개 회원국 중 가장 낮다. 즉 노사관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좋지 않다. 이런 상황에 노동조합에 힘을 실어주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돼 각 산업현장에서 언제 파업이 발생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원청을 상대로 하는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 허용은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시행 전 예측하던 부작용이 실제로 현장에서 얼마나 현실화했다고 보는가.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 파업이 늘어나 경제성장률이 최대 0.66%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만약 삼성전자 노조가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요구하며 실제로 총파업에 돌입했다면 비슷한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 일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원청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 역시 적중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 후 한 달여 동안 1011개 하청노조가 372개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다. 노란봉투법을 시행한 지 오래되지 않아 고용 감소, 기업 폐업률 증가 등 기존에 예상한 부작용을 아직 현장에서 확인하기는 힘들다. 이런 부작용은 시차를 두고 발생할 것으로 본다. 또 다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원청은 대부분 대기업이고, 소비재를 생산하는 경우가 많다. 하청 노조의 다양한 요구는 원청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원청은 늘어난 비용을 소비재에 전가해 물가 인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갈등, 노노 갈등도 노란봉투법이 초래한 부작용으로 볼 수 있나.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은 노란봉투법 시행 전부터 불거졌으니 노란봉투법에 따른 결과로 보기 힘들지만, 삼성전자 노조 파업은 노란봉투법 시행에 영향을 받았을 개연성이 높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내용 중 하나가 파업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제한이다. 한마디로, 노조 입장에서는 파업해도 손해 볼 게 없다. 따라서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 강행을 무기로 무리한 요구를 관철할 수 있었다. 영업이익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으로 지급하는 합의안을 이끌어낸 삼성전자 노조 사례는 다른 기업 노조에 파업 빌미를 제공했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이런 요구를 하기 위한 파업 여건이 좋아졌다.”(삼성전자 노사는 총파업 돌입을 하루 앞둔 5월 20일 밤,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연쇄적 임금인상에 채용 규모 축소 불가피
경제학적 관점에서 가장 우려스러운 지표나 징후가 있다면 무엇인가.“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더 크게 벌어질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2024년 전국노동조합 조직현황’에 따르면, 대기업(종업원 300인 이상 기업)의 노조조직률(근로자 중 노조 가입자 비중)은 35.1%다. 반면 종업원 30명 미만 기업, 30~99명 기업, 100~299명 기업의 노조조직률은 각각 0.1%, 1.3%, 5.4%다. 즉 중소기업의 노조조직률은 매우 미약하다. 따라서 노조조직률이 높은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인상 폭이 노조가 거의 없는 중소기업 근로자의 것보다 훨씬 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분석된다. OECD 통계에서 제공하는 ‘규모 및 경제활동별 구조적 기업통계’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제조업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 대비 대기업 근로자 임금 비율은 ‘1.7’로 OECD 27개 국가 중 세 번째로 높다.”
임금격차의 심화 문제 이외에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고용 문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의 협상력이 강해지면, 법인세를 감면해도 고용이 증가하는 효과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경제정책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고 있는 학술지인 ‘경제분석 및 정책(Economic Analysis and Policy)’ 저널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노조의 협상력이 강할 때 법인세 감면에 따른 고용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법인세 감면에 따른 낙수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노조의 강한 협상력 때문인 것이다.”
노조가 없는 기업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으로 보는가.
“물론이다. 노조가 없는 기업은 주로 중소기업으로 대기업에 전속성이 높기 때문이다. 2024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중소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제조업에서 중소기업의 B2B(기업 대 기업) 거래 비중은 85.1%다. 따라서 노조가 많은 대기업이 노란봉투법으로 영향을 받으면 노조가 거의 없는 중소기업도 타격을 받는다. 또한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의 노동비용이 증가하면, 혁신 투자 여력이 축소된다. 이로 인해 결국 국내총생산(GDP)도 줄어든다. GDP가 축소돼 경제가 위축되면, 소비도 줄어 자영업자도 타격을 받게 된다.”
법 개정으로 사용자 개념이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권이 있는 자’로 확대됐다. 그 때문에 원청이 겪는 혼란과 교섭력 불균형 문제가 심각하다는 얘기가 들린다.
“원청이 사용자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져 최종 판정을 받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는 문제점이 있다. 원청이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한다.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불복할 경우,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중앙노동위원회의 판단에 대해서도 불복할 경우,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후 고등법원에 항소,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사실상 5심제가 도입됐다고 할 수 있다. 노란봉투법 도입 전인 2017년 HD현대중공업의 사내 하청 노조가 원청 교섭을 요구하며 사측에 소를 제기했는데, 대법원에서 원청 사용자성을 부정한 판결이 나오기까지 약 9년이 걸렸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이 기간은 더 길어졌다. 또한 사용자 개념을 과도하게 확대해 긴 시간이 소요되는 판정 과정을 다수의 하청 노조 대상으로 거쳐야 해 노무 불확실성이 엄청나게 커졌다. 현대차의 경우 사내외 협력사가 8500여 곳에 달한다.”

5월 20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상에서 여명구 DS 부분 피플팀장,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왼쪽부터)이 잠정 합의안에 서명한 뒤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연구원에서 관련 연구를 수행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조를 통해 원청과 교섭하는 하청 노동자가 2배 증가할 경우 일자리가 연간 2만7000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결과가 도출되는 원리는 간단하다. 하청 노조가 원청에 대한 교섭권을 가지게 되면, 하청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된다. 그러면 연쇄적으로 원청 노동자의 임금도 증가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임금인상은 하청업체와 원청의 일자리 창출을 방해한다. 현직 근로자 일자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신규 채용 규모를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불법행위로 피해 준 근로자에 책임 묻기 힘들어
원청이 소송 리스크와 상시 교섭 부담을 피하기 위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나.“노란봉투법 시행에 따라 기업들은 국내 하청 발주를 줄이거나 자동화(AI·로봇)로 대응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4월 2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고용노동부 워크넷에 고용 형태를 공시한 매출 상위 500대 기업 432곳을 분석한 결과, 소속 외 근로자는 2023년 72만4331명에서 노란봉투법 법안이 공포된 2025년 66만4845명으로 8.2% 줄었다. 같은 기간 소속 근로자 수는 163만6571명에서 168만2397명으로 2.8% 증가했다. 즉 기업들이 외주 인력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인력 구조를 조정한 것이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인 ‘아틀라스’를 2028년부터 양산해 미국 조지아 공장에 우선 투입 후 순차적으로 전 세계 공장에서도 활용할 계획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돼 상용화가 머지않은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은 자동화를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볼 수 있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중 하나는 불법 파업에 대해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개인별 귀책사유와 손해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하도록 한 점이다. 노조가 현장을 불법 점거하거나 과격한 노사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 조항이 사측의 발목을 잡지 않을까.
“노란봉투법에 따라 사측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를 입힌 노동자의 책임 비율을 정해야 한다.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등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관여한 정도, 임금 수준과 손해배상청구 금액, 손해의 원인과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도로 손해배상청구 요건이 매우 까다로워졌다. 따라서 노동자가 파업 시 불법으로 사측에 손해를 입혀도 사실상 배상책임을 지우기가 힘들다. 사측이 불법행위를 한 노조원 개개인의 귀책사유나 손해에 대한 기여도를 개별적으로 입증해 책임을 물려야 하기 때문이다.”
손해배상 책임 규명이 어려워진 것이 불법행위의 면죄부가 되고, 노사갈등 장기화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파업으로 사측에 피해를 준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제한되면, 노조가 무리한 요구를 관철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사례가 좋은 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5월 초 닷새간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이후 임금인상 및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을 이어가는 등 사측과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고자 한다. 또한 기본급 14.3%의 임금인상과 임직원 1인당 3000만 원 격려금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의 노무관리 비용 증가와 파업 리스크 확대는 외국 기업의 투자 심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노란봉투법으로 노조의 힘이 세지면 국내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의 경우 수도권 집중화로 인해 FDI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노란봉투법이 큰 장애가 될 것이다. 또한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 평가의 세부 항목 중 노동규제 부문 순위가 크게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4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노동규제 부문 순위는 전체 67개 국가 중 44위였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연일 이어졌다. 노란봉투법에 따른 노사갈등이 영향을 미쳤을까.
“삼성전자 노조 파업 사례를 통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에도 영향을 끼쳤는지 알 수 있다. 5월 21일 총파업을 앞두고 삼성전자 노사 협상이 결렬된 5월 1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약 5조7000억 원의 외국인 순매도가 있었다. 따라서 노란봉투법을 믿고 삼성전자와 같은 큰 기업의 노조가 파업 강행을 무기로 노사 간 갈등을 일으키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다.”
임금인상보다 ‘고용 확대’가 노사 교섭의 구심점 돼야
파이터치연구원은 다양한 규제 법안의 경제적 효과를 수리 모델로 분석해 왔다. 노란봉투법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고용률이나 GDP에 미칠 영향을 수치로 전망한다면.“첫째,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신규 일자리가 연간 2만7000개~10만1000개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연간 경제성장률(실질GDP 증가율)이 0.17~0.66%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기업 폐업률이 0.1~0.3%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원·하청의 상생 구조를 만들기 위해 정부나 국회가 시급히 보완해야 할 가이드라인이나 제도적 장치는 무엇이라고 보나.
“우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을 보다 구체적이고 엄격하게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그 기준이 모호해서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둘째, 손해배상청구 요건을 대폭 완화하고, 사측 입증책임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 셋째, 노사 간 교섭을 할 때 임금인상에만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고용 확대에 중점을 둘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일본은 1955년 ‘일본생산성센터’를 만들어 노사가 고용 확대에 초점을 맞추도록 유도했다. 이로 인해 일본의 노사관계가 대립적 관계에서 협력적 관계로 바뀌었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행하는 ‘글로벌 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노사협력지수는 가용 자료 중 최근 연도인 2019년 기준 ‘5.8’로, 141개 국가 중 5위를 기록했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방송, 영화, 연극, 뮤지컬 등 대중문화를 좋아하며 인물 인터뷰(INTER+VIEW)를 즐깁니다. 요즘은 팬덤 문화와 부동산, 유통 분야에도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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