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2만5000건 러브버그 민원
봄철 더위로 올해 6월 하순 출현 정점, 7월 사라져
서울 서초·강남, 경기 지역 ‘대발생’ 가능성
차량과 사람 몸에 붙어 이동, 전국 확산할 수도
외래종이 한국 넘어오면 천적 생길 때까지 개체수 증가
대발생 18종 지정해 정부·기관이 모니터링 중
선제 조치로 4월부터 러브버그 ‘유충 방제’ 시작
아파트 화단 부엽토, 낙엽 쌓인 곳 청소하면 유충 줄어
“일부 환경단체에서는 러브버그가 화분 매개도 하고 유기물도 분해하는 익충(益蟲)인데 방제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기물을 너무 빨리 분해해 버리면 토양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최악의 경우 토양의 수분 보유 능력이 낮아져 홍수나 장마가 왔을 때 땅이 급격하게 쓸려나갈 위험도 있다.”
여름철이 되자 도시를 까맣게 뒤덮는 러브버그의 공포가 또다시 엄습하고 있다. 파리목 털파릿과 곤충인 러브버그의 본명은 ‘붉은등우단털파리’인데, 암수가 쌍으로 붙어 날아다니는 모습에서 러브버그라는 별칭이 붙었다. 러브버그는 분류상 익충인 관계로 방제 문제를 놓고 학계의 의견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김동건 삼육대 교양교육원 교수 겸 환경생태연구소장은 러브버그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적극적 방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6월 2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 제1과학관 연구실에서 만난 김동건 삼육대 교양교육원 교수 겸 환경생태연구소장이 ‘신동아’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올해는 러브버그가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인다. 일단 출현 시기가 6월 11일로 지난해보다 6일 앞당겨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6년 러브버그 대발생 대응 대책’을 보면 서울과 인천은 1곳을 제외한 전 조사 지점에서, 경기는 전체 31개 시군 중 15곳에서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유충이 나왔다. 그간 성충이 보이지 않던 경기 동두천·포천·연천에서까지 유충이 발견돼 시민 우려가 커졌다. 러브버그 발생 지역이 서울을 벗어나 확산하기에 이르자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사전 방제 작업에 돌입했다.
中 산둥반도에서 유입, 침입 외래종은 방제가 답
러브버그가 수년째 잠잠해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근본 원인에 대해 듣기 위해 ‘신동아’는 6월 2일 서울 노원구 삼육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를 만났다. 김 교수는 올해 32억 원 규모의 대발생 곤충 관련 주요 연구과제를 모두 수주할 정도로 환경 생태 분야에서 인정받는 전문가다.러브버그의 출현 시기가 빨라지고 개체수가 급증한 원인이 무엇인가.
“곤충은 외부 온도에 따라서 체온이 변하는 변온동물이다. 올해 봄철 기온이 빠르게 상승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빨라져 출현 속도도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아직 러브버그의 생활사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서 우리 연구팀이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기온이 올라 더 빨리 등장하면 그만큼 일찍 사라지는 건가.
“환경에 따라 다를 수는 있는데 러브버그는 성충으로 일주일 정도 산다. 아무래도 성장이 빨라지면 출현도 소멸 시기도 빨라진다. 올해는 6월 중순 보이기 시작해 하순쯤에 정점에 이르고, 7월 첫째 주에는 대부분 사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러브버그는 어디서 온 종인가.
“신승관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가 중국 산둥반도 칭다오 지역에서 넘어온 개체군인 걸 확인했다. 침입 외래종은 국내 생태계에 어떤 교란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에 방제가 답이다.”
아직 유충이 발견되지 않은 강원이나 충청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어떤가.
“중국에서 러브버그 한두 마리가 우연히 배나 항공기를 통해서 넘어왔다가 산란하면서 점점 개체수를 늘려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한 쌍이 300~500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사람 몸이나 차에도 잘 달라붙어서 히치하이크하기 때문에 방심하면 강원이나 충청뿐 아니라 부산까지도 퍼질 수 있다.”
러브버그는 주로 어떤 환경에서 서식하나.
“주로 산림 내 부엽토층이 두꺼운 낙엽층에서 서식한다. 올해 대발생을 막기 위해 서울 인근 산림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대발생이 일어났던 백련산에서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유충의 밀도 추이를 파악하는 정기 조사를 벌였고, 올해 2월과 4월에는 주변 지역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산림이 가까운 경기 양주나 포천, 의정부, 동두천 쪽으로도 (러브버그 유충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025년 7월 4일 환경부와 국립생물자원관 등 산하기관 직원들이 인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포충망과 송풍기 등을 이용해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 방제를 하고 있다. 동아DB
인천 계양산 넘어 경기 불암산도 유충 밀도 높아
유충이 가장 많은 지역은 계양산 부근인가.“계양산 정상부 쪽에서 많이 발견됐고, 지난해부터 삼육대 부근에서도 성충이 좀 보였다. 이쪽이 불암산과 연결돼 있어 조사해 보니 유충 밀도가 계양산보다 높았다. 일부 개체군이 자리를 옮겨 산란하면서 그다음 해, 다다음 해에는 밀도가 높아지는 패턴이다. 올해 처음 민원이 들어왔거나, 지난해 처음 민원이 들어왔던 서초·강남구 쪽과 경기 주변 지역 등에서는 앞으로도 대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러브버그는 손으로 쳐도 잘 안 날아가던데 왜 그런가.
“교미할 때 암수가 배 끝에 생식기를 맞대고 있다. 그래서 비행 능력이 다른 파리 종류에 비해 떨어진다. 성충이 되면 식물의 수액이나 화분(꽃가루)을 먹고 사는데 먹이 활동을 하기 위해 조금 나는 정도라 손사래를 쳐도 도망갈 능력이 부족하다.”
성충이 되기 전에 미리 방제할 수는 없는 건가.

2000년대 이후 한국에서 갑자기 대량 발생한 곤충. 동양하루살이,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 대벌레, 꽃매미(위에서부터). 뉴시스, 뉴스1, 충북도 산림환경연구소
2006년 꽃매미, 2009년 동양하루살이, 2020년 대벌레…. 지난 2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대발생’으로 일상을 괴롭혔던 곤충 목록이다. 다행히 이들 중 상당수는 시간이 흐르며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러브버그는 좀처럼 잠잠해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러브버그가 여전히 질기게 살아남아 세력을 넓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에 대발생했던 해충은 최근에는 잘 보이질 않는 것 같다.
“러브버그에 비해 관심이 적을 뿐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자연환경에서 대발생한 해충은 2009년 동양하루살이가 시작이었다. 지금도 한강을 중심으로 매년 대발생한다. 주로 경기 남양주에서 나타나다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쪽에서 대발생해 문제가 됐다. 이후에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도 대발생해 ‘압구정 팅커벨’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다. 최근에는 성동구 성수동 쪽에서 대발생이 관측되고 있다.”
중국 현지 조사도 다녀왔다고 들었는데, 러브버그가 현지에서도 이렇게 대발생하나.
“올해 4월 중국 전문가랑 국제 심포지엄을 했는데 중국에서는 대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오히려 다른 털파리 종류가 대량으로 번식하는 경우는 있다고 한다. 현지에 갔을 때도 러브버그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현재 중국에는 털파리 종류가 112종 정도 있는데 국내에는 털파리종이 12종밖에 없다. 같은 과에 있는 종들은 생태적으로 서식처나 먹이원들이 유사해서 서로 경쟁하다 밀도가 조절되는데 국내에서는 러브버그의 경쟁자가 적어 빠르게 세력을 키워나갈 수 있는 거다.”
대발생 해충 방제 작업은 ‘생태계 항암 치료’
국내 생태계에 천적이 나타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그렇다. 2000년대 중반 한국에서 번성했던 꽃매미 같은 경우도 중국에서 넘어온 외래 침입종이었다. 천적 생물인 기생벌이 등장하며 수가 줄기 시작했다. 원래 이 벌은 나방의 알에 기생하는 토착종으로 추정되는데 꽃매미가 등장하자 꽃매미의 알에도 기생하기 시작했다. 기생벌은 꽃매미의 알집에 알을 낳는다. 기생벌 유층은 꽃매미의 알을 먹고 성장하고, 이 과정에서 꽃매미의 알들은 전부 부화에 실패하게 된다. 기생벌이 꽃매미의 알에 적극적으로 알을 낳기 시작하자 꽃매미 개체수는 자연스레 줄었다. 이처럼 침입 외래종은 원산지인 중국, 대만 쪽 먹이사슬 안에 있던 종이라 다른 나라로 넘어오면 아무도 공격을 안 한다. 서식처는 많고 먹이도 충분하고 천적도 없어서 빠르게 퍼지는 것이다. 추후 천적이 생기면 자연스레 개체수가 줄어든다. 2020년경 대발생했던 대벌레도 새, 사마귀 등 천적이 늘어나며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침입 외래종의 기초 생태와 천적 생물을 개발하는 작업을 하다 보면 이미 국내에 해충이 널리 퍼져버린다. 기초 생태 및 천적 개발을 진행하되 방제 기법과 약제 개발을 동시에 하고 있다.”
러브버그 방제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없나.
“침입 외래종 방제는 암 치료와 비슷하다. 암이 발생하면 다른 장기로 퍼지기 전에 몇 차례에 걸쳐 항암 치료를 받지 않나. 약이 독하다 보니 체력도 떨어지고 머리카락도 빠지는 부작용이 생기지만 항암 치료 후에는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치료를 또 받는다.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작은 피해가 있더라도 러브버그가 가져오는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 집중적으로 방제할 필요가 있다.”
유충 방제를 할 때 다른 파리목 곤충이 함께 죽는 부작용은 없나.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리목에는 일반 집파리도 있고 모기 등이 있는데 그중 반은 수서 곤충이라 물속에 산다. 러브버그가 사는 산림 토양에는 일부 다른 종밖에 없어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협의해 실증 연구로 올해 먼저 적용해 봤다.”

김동건 삼육대 환경생태연구소장이 인터뷰를 마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윤 객원기자
“러브버그를 관리할 법령이 없었다. 단적인 예로 꽃매미는 과실수에 해를 끼치는 해충이다. 이같은 농업 해충은 관련 법(식물방역법)에 따라 약을 쳐서 방제할 수 있다. 대벌레도 대발생하면 나무의 잎을 갉아먹는 등 산림 해충으로 볼 수 있다. 역시 산림 해충 관련 법(산림보호법)이 있어 방제가 가능했다. 하지만 동양하루살이나 러브버그처럼 자연환경에서 대발생하지만, 질병도 매개하지 않고 농작물 피해도 없고 산림에 피해도 주지 않는 곤충은 관리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 지난해 8월에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고 4월 1일 자로 통과됐다. 대발생 생물은 모두 이 법에 의거해 관리한다는 것이 법의 골자다. 지금은 지자체와 정부가 연구기관과 손잡고 대발생한 곤충 목록을 작성하고 있다. 러브버그 외에도 동양하루살이, 미국 선녀벌레, 대벌레, 일부 깔따구, 노린재 등 약 18종을 대발생 가능 종으로 지정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일상에서 러브버그를 피하거나 대처할 방법은 없나.
“부엽토가 많은 아파트 화단이나 낙엽이 쌓여 있는 곳을 청소하면 (러브버그 발생을) 줄일 수 있다. 외곽으로 나갈 일이 있을 때는 차량이나 몸에 러브버그가 붙어 있는지 확인하면 집 근처로 러브버그를 옮길 일도 막을 수 있다.”
















![[영상] “러브버그, 6월 말 대발생…1~2년 내 전국 확산할 듯”](https://dimg.donga.com/a/300/200/95/1/ugc/CDB/SHINDONGA/Article/6a/3b/62/b8/6a3b62b8060ca0a0a0a.png)




![[영상] 7년 만의 북‧중 정상회담, 곳곳에 드러난 혈맹 균열의 신호](https://dimg.donga.com/a/380/211/95/1/ugc/CDB/SHINDONGA/Article/6a/32/44/58/6a32445811c0a0a0a0a.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