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누구나 한두 번쯤 겪게 되는 게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慢慢的)’다. 중국 정부가 개혁·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산업화·현대화에 나선 지 이미 여러 해가 지난 터라 그들의 발걸음과 몸놀림이 예전보다 훨씬 빨라진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도 만만디는 곳곳에서 목격된다. 만만디는 여전히 중국인의 상징인 것이다.
만만디란 좋게 말하면 ‘느긋하게 여유를 즐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만만(慢慢)’은 느릿하다란 뜻이고, ‘디(的)’는 조사다. 하지만 대개는 세월아, 네월아 하며 아주 느려터진 사람을 일컫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놀라운 것은 만만디가 이렇듯 여전히 그들의 삶 깊숙이 스며들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만(慢)’을 권유하는 팻말이 곳곳에서 길을 막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때의 ‘만’은 ‘천천히’란 뜻이니, 속력을 내서는 안된다는 ‘강요성 권유’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중국에선 갑자기 소낙비가 내려도, 누군가가 자기를 해치려 달려든다 해도 뜀박질치며 달아나는 사람이 드물다.
만만디는 남의 일에 간섭하길 싫어하고 또 남이 내 일에 참견하는 것을 참지 못하는 ‘메이관시(沒關係 : ‘신경쓰지 않는다’ 또는 ‘신경쓰지 말라’는 뜻)’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웬만해선 그것을 표정으로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류의 ‘무표정’과도 통한다. 쉬 데워지지도, 쉬 식지도 않는 데다 속내마저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무쇠솥. 바로 이게 중국인들의 정신자세다.
외국인들은 이런 중국인을 두고 ‘지금 같은 초(超)스피드 시대에 만만디가 웬 말이냐’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작 중국인들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만만디를 아직도 버리지 못한다. 아니 어떻게든 지키려 한다. 바로 그런 기질이 수천km에 이르는 만리장성을 쌓아올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큰일은 만만디의 자세로만 이뤄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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