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호

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보스턴 테러, 그 후

  •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PD gabini3@daum.net

    입력2013-05-22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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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솥, 과립당, 성냥, 못으로 폭탄 제조
    • ‘압력솥’만 보면 신고 빗발
    • FBI 함정수사 거센 논란
    • 자생적 지하디스트를 어찌할꼬
    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4월15일 미국 보스턴 마라톤 대회 현장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폭발음이 두 차례에 걸쳐 들렸다. 3명이 사망하고 180여 명이 부상했다. 폭발은 우승자가 결승선을 통과한 뒤 2시간가량 지난 오후 2시 45분께 결승선 근처에서 발생했다.

    보스턴 마라톤은 세계 최고의 권위와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마라톤 대회다. 1897년 보스턴 선수협회(BAA) 주최로 첫 대회가 치러진 후 116년간 숱한 기록과 영웅을 배출해왔다. 매년 미국 독립전쟁의 첫 전투를 기념하는‘애국자의 날’(4월 셋째 주 월요일)에 열린다. 애국자의 날에 폭탄 테러가 일어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의도적으로 상징적인 날을 골라 테러를 저지른 것이다.

    미국 사회는 ‘제2의 9·11’이 터진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보스턴 전역에서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바리케이드가 물샐 틈 없이 설치됐다. 보스턴 중심가로 향하는 주요 도로는 차선의 절반이 통제됐다. 날이 저문 후 보스턴과 인근 지역에는 주민의 통행이 거의 없었다. 지하철 노선도 대부분 운행을 중단했다. 로건 공항의 항공기 이착륙이 금지되고 휴대전화 통화도 제한됐다. 언론도 우왕좌왕했다.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알 카에다는 물론이고 북한까지 용의 선상에 올려놓았다. 대대적인 수색작전이 이어졌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4월 19일 체첸 출신의 차르나예프 형제를 테러범으로 체포했다. 형제는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경찰관을 사살한 뒤 차량을 강탈해 시내를 돌아다니다 인질로 잡고 있던 차량 주인을 주유소에서 놓치면서 경찰의 추격을 받았다. 형 타메를란 차르나예프는 추격전 도중 사살됐고 동생 조하르는 부상을 입고 붙잡혔다. 이들이 사용한 폭탄은 압력솥으로 만든 사제(私製)였다.

    부엌서 폭탄 만드는 법



    필자의 뇌리엔 2011년 9월 예멘에서 사살된 안와르 알 올라키가 생전에 인터넷에 올린 폭탄 제조법이 스쳐지나갔다. 알 올라키는 알 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에서 활동했다. 그는 알 카에다 웹진 ‘인스파이어’ 2호에 ‘엄마의 부엌에서 폭탄을 만드는 법’이라는 글을 올렸다. 압력솥 폭탄의 재료로는 화약, 과립당(설탕), 성냥, 작은 못, 2인치 철제 파이프나 압력솥이 사용되며 한 번에 수십 명을 죽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르나예프 형제가 바로 이 방법으로 폭탄을 제조했다.

    압력솥 폭탄은 제조 방법이 비교적 간단한 반면 살상력은 상당하다. 압력솥 안에 못, 쇠구슬, 볼트, 너트 같은 쇳조각을 넣는다. 폭발과 동시에 못, 쇠구슬 등이 총알처럼 날아간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클레모어를 떠올리면 된다.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이 폭탄이 테러에 자주 사용된다. 파키스탄의 한 당국자는 “압력솥 폭탄은 테러범이 널리 사용해온 것으로 사람의 몸을 갈기갈기 찢는다. 폭탄이 바닥에서 터지면 하반신 쪽이 절단되거나 다친다”고 말했다. FBI는 “이번 테러에 사용된 폭발물은 금속과 볼베어링 등이 담긴 6L짜리 압력솥이었고 솥 안에 못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한 차례의 폭발 때 여러 개의 압력솥이 사용됐다. 폭발물이 담긴 압력솥들은 검정색 백팩에 담겨 인도에 놓여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압력솥 폭탄이 사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뉴욕 타임스퀘어에서 폭발물 테러를 준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차량이 발견됐다. 관광객으로 초만원이던 타임스퀘어에서 테러를 저지르려던 범인은 파키스탄계 이민자인 파이잘 샤자드. 그는 파키스탄의 탈레반 거점 지역에서 폭탄 제조법을 교육받고 압력솥 폭탄을 제조했으나 터뜨리려던 폭탄이 불발에 그치며 검거됐다.

    2011년에도 전직 미군이 인스파이어를 보고 제작한 압력솥 폭탄으로 텍사스의 레스토랑 공격을 시도해 종신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같은 해 미 육군 제이슨 앱도 이병도 텍사스 주 포트후드 영내에서 압력솥 폭탄을 터뜨리려다가 체포됐다. 앱도 이병 또한 인스파이어의 ‘압력솥 폭탄 제조법’을 읽고 제조방법을 익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몸은 미국에 있더라도 알 카에다를 비롯한 테러 집단이 알려준 방법을 이용해 어렵지 않게 사제 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테러 집단은 각종 이슬람 급진 사이트를 통해 ‘당신의 좌절과 분노는 서방의 십자군 때문’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러면서 십자군에 맞서는 방법으로 폭탄 제조법을 소개한다. 사이버상에서 ‘자발적으로 훈련받은’ 이들이 미국 본토에 폭탄을 들고 등장하는 것이다. 보스턴 폭파 사건의 범인인 차르나예프 형제도 이런 과정을 거쳐 테러범으로 성장했다.

    戰士가 된 이웃집 청년

    형제는 체첸계 무슬림이다. 형은 영주권자, 동생은 시민권자다. 둘은 10대의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다. 미국의 수준 높은 교육을 받았으며 자유로움을 누리며 성장한 이들이 테러범이 된 까닭은 뭘까.

    형제의 성장 배경에는 이민자 가정의 생활고와 외로움이 있었다. 그들은 고교 시절까진 수재로 통했다. 형 타메를란은 우수한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했고, 동생 조하르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명문 공립고교 중 하나인 린지앤드라틴스쿨 출신이다. 조하르는 장학금을 받고 매사추세츠대(다트머스 캠퍼스) 의예과에 진학했으나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다.

    문제는 돈이었다. 부모는 경제적으로 궁핍했으며 결국 이혼했다. 아버지는 중병을 얻은 후 다게스탄으로 돌아갔다. 어머니 역시 ‘로드앤 테일러’라는 상점에서 드레스를 훔치다 체포된 후 재판을 앞두고 다게스탄으로 돌아갔다. 타메를란은 대학 등록금을 구하지 못해 벙커힐의 지역 대학을 중퇴해야 했다. 조하르는 수영장 안전요원과 자동차 정비 일 등을 하면서 학비와 생활비를 해결했다. 일하느라 공부할 시간이 부족했던 조하르는 7과목에서 낙제를 받았다. 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물론 경제난을 겪는다고 해서 이민자 가정의 청년이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차르나예프 형제에게 ‘이슬람교’는 일종의 안식처였다. 어릴 적부터 믿어왔던 종교지만 처지가 힘들어지고 삶이 바닥을 치면서 종교에 심취했다. 체첸인은 러시아로부터 독립을 바랐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나라를 잃고 세계를 유랑하는 그들을 보듬어주는 것이 종교다. 형제는 인터넷을 매개로 알 카에다와 연결됐다. 둘은 알 카에다가 만든 사이트를 통해 극단적 금욕주의를 실천하는 급진주의자가 됐다. 이윽고 지하디스트(전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다게스탄을 다녀온 후 타메를란은 더욱 급진적으로 변했다. 다게스탄에서 이슬람 조직원들을 만났을 소지가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형제는 스스로 전사가 된 테러범이다. 미국인들은 테러리스트라고 하면 오사마 빈 라덴처럼 이슬람 복장을 하고 수염을 기른 남자를 떠올린다. 그러나 형제는 청바지와 티셔츠를 입은 보통의 미국 젊은이였다. 미국이 충격을 받은 지점이 바로 이 대목이다. 겉모습만 봐서는 아무런 의심이 가지 않는 이웃집 청년이 테러리스트일 수 있다는 것에 미국인은 경악했다. 조하르는 FBI 조사에서 “형이 인터넷을 보고 테러를 계획했고 배후에 테러조직은 없다”고 진술했다. 범행 동기는 “미국이 일으킨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뇌당하는 건 순식간”

    타임스퀘어를 폭파시키려다 실패한 샤자드도 파키스탄계 미국인이다. 그는 안보당국이 그 어떤 위험도 감지하지 못했던 인물로 금융 애널리스트로 일하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실직한 후 주택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을 잃었다. 아내는 이혼을 요구했다. 고향 파키스탄에 다녀온 후 자신이 겪은 불행은 미국 사회의 문제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2009년 9월 콜로라도 주 덴버공항에서 셔틀버스 운전사로 일하던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 나지불라가 뉴욕 지하철을 노린 자살폭탄 테러를 모의하다 체포된 일도 있다. 같은 해 12월에는 파키스탄계 미국인 2명을 포함해 버지니아 주 출신의 미국 청년 5명이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를 모의한 혐의로 파키스탄에서 체포됐다.

    이렇듯 늘어나는 자생적 전사는 미국의 심각한 안보 위협이다. 이들은 범죄와 관련돼 기소된 전력이 없는 평범한 시민인 경우가 많은데다 테러단체들과도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예가 많다. 그러니 정보당국, 안보당국의 감시망에 포착되기 어렵다. FBI는 “자생적 테러, 나홀로 테러 위협이 커졌다”면서 “미국 내 자생적 테러리스트가 알 카에다만큼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파키스탄계 미국인 나시르 차우드리는 “미국에 살면서 인종차별 등을 경험한 이슬람교도가 인터넷을 통해서 세뇌당하는 것은 순식간”이라고 말했다.

    미국 안보당국은 잠재적 테러범을 적발하려고 함정수사 기법을 종종 사용한다. 2011년 9월 모형 항공기를 이용해 국방부와 국회의사당을 공격하려던 폭탄 테러 모의가 적발된 적이 있다. 미국 시민권자인 레즈완 페르도스가 플라스틱 폭탄(C4)을 실은 원격조종 항공기를 이용해 국방부와 국회의사당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가 거사를 벌이기 전 체포된 것은 FBI 비밀요원의 함정수사 덕분이었다. 페르도스는 보스턴 외곽인 매사추세츠 주 프레이밍햄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으로 위장한 FBI 비밀요원으로부터 워싱턴 테러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미리 부탁한 폭발물과 수류탄, AK-47 소총 등 무기를 넘겨받다 체포됐다. 이 같은 함정수사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대규모 인명 피해를 사전에 막으려면 함정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게 미국 정부의 생각이다.

    지난해 10월 뉴욕 연방준비은행 건물에 폭탄 테러를 시도하려던 방글라데시 출신 청년이 FBI에 체포됐다. FBI는 450㎏의 폭탄이 실린 차량을 뉴욕 맨해튼 리버티가(街)에 주차시키고 폭탄을 터뜨리려고 한 콰지 모하메드 레즈와눌 아산 나피스(21)를 검거했다. 나피스가 갖고 있던 폭탄은 FBI가 함정수사 과정에서 제공한 가짜였다. 뉴욕 경찰에 따르면 9·11 이후 함정수사로 적발된 테러 시도가 16차례에 달한다. 함정수사는 일종의 ‘선제공격형 검거’라고 하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사관은 “테러 잠재 세력을 사전에 적발하는 일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함정수사는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테러범 양산하는 함정수사

    백팩 멘 유색인종은 ‘묻지마’ 검문·검색

    4월 15일 폭발 직전 촬영된 테러범 조하르 차르나예프(오른쪽 흰색 야구모자)와 테러로 목숨을 잃은 8세 마틴 리처드(왼쪽 원 안).

    함정수사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올해 1월 테러 미수범인 소말리아계 이민자 모하메드 모하무드의 재판이 오리건 주 포틀랜드 연방법정에서 열렸다. 모하무드는 2011년 11월 포틀랜드의 성탄 트리 점화식에서 차량을 이용한 자살폭탄 테러를 벌이려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체포 당시 모하무드는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10대 소년이었다. 그는 다른 이민자 가정의 아이들과 크게 다를 바 없던 소년이었다. 그가 테러범이 된 것에 FBI의 함정수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모하무드는 고교시절 파키스탄 알 카에다 근거지에 살고 있는 미국 오리건 주 출신 학생과 e메일을 주고받았다. FBI의 안테나에 이 e메일이 포착되면서 모하무드는 감시를 당하게 된다. 모하무드는 e메일을 통해 파키스탄 방문 의사를 밝혔고, 상대편 학생은 ‘압둘하디’라는 사람과 연락을 취해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후 그 학생과의 연락은 끊겼고, 파키스탄을 방문하려던 모하무드의 계획도 무산됐다. 그러던 어느 날 ‘압둘하디’로 가장한 FBI 요원이 모하무드 앞에 나타났다. 모하무드는 FBI 요원으로부터 순교 목적의 테러를 제안받는다. ‘압둘하디’는 폭탄 전문가로 가장한 또 다른 FBI 요원을 모하무드에게 소개해줬다. FBI 요원 2명은 모하무드에게 폭탄 제조 장비 구입비용과 아파트 임차료 등의 명목으로 2810달러를 건네기도 했다.

    모하무드 재판의 쟁점은 함정수사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다. 모하무드가 자살폭탄 테러를 꿈꿨다 하더라도 그가 실제로 행동에 나선 것은 ‘지도자’로 행세한 FBI 요원들을 만난 후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나흘 뒤인 4월 19일 미국 시카고 오헤어 국제공항에서 압델라 아흐마드 투니지(18)가 테러단체를 도우려 했다는 혐의로 FBI에 체포됐다. 투니지는 테러집단과의 연계는커녕 전과도 없던 소년이다. 투니지도 FBI의 함정수사로 체포됐다. FBI는 예비 테러리스트를 체포하고자 사이트 하나를 만들었다. 이 사이트 중앙에는 ‘사자 같은 형제들이여 어서 오라. 참된 이슬람의 기치 아래 싸우자’라는 글이 배치돼 있다. 호기심 어린 10대 청소년들이 사이트를 찾았다. 대부분은 호기심으로 사이트를 둘러보는 정도였지만 투니지는 달랐다. 지하드의 전사가 돼 시리아 내전에 합류하겠다고 마음먹은 것. 그는 시카고 공항에서 터키행 항공기에 탑승하려다 붙잡혔다.

    투니지는 홈페이지 운영진이 알 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인 줄 알고 그들과 여러 차례 메일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그가 접촉한 사람은 FBI의 비밀요원이었다. 투니지의 부모는 “우리 아이는 몸무게가 50㎏밖에 안 나가는 자그마한 몸집이다. 그런 아이가 전쟁터에 전사로 가겠다고 스스로 결심했을 리가 없다”면서 FBI의 수사 방식을 비난했다. 전 연방검사 필 터너는 “투니지처럼 테러에 대해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는 청소년들이 호기심에 홈페이지에 들렀다 범죄자가 되고 있다. 진짜 테러리스트들은 이런 웹사이트가 필요 없다. 그들은 진짜 루트를 갖고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테러 공포증에 떠는 미국

    보스턴 사건 이후 미국은 ‘테러 공포증’에 떨고 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길거리에 압력솥만 보이면 신고가 빗발친다. 4월 하순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누군가 버린 압력솥 때문에 경찰의 폭발물 처리반이 투입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LA 북동부 실버레이크의 쇼핑몰 주차장에서 압력솥으로 보이는 물건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된 후 경찰은 즉각 폭발물 처리반을 출동시켰다. 지역 방송사의 보도용 헬리콥터들이 출동했고 쇼핑몰 인근 지역의 교통이 전면 통제됐다. 경찰이 로봇까지 동원해 수거한 물건의 정체는 확실히 압력솥이었다. 폭탄과는 무관한, 누군가 버린 밥솥 말이다.

    경찰은 LA 서북쪽 엔시노에 수상한 배낭이 버려져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기도 했으나 가방엔 학용품만 잔뜩 들어 있었다. 할리우드에 있는 지역 방송국 KTLA 스튜디오에 폭탄이 설치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색을 벌였으나 장난 신고로 드러났다. 이 같은 일이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테러 수사와 관련해 인종차별 논란도 뜨겁다. 보스턴 마라톤 테러 수사 초기에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대학생 사이프(20)가 용의자로 지목됐다. 수사팀은 사이프가 폭발 직전 의심스러운 종이 가방을 들고 있었다는 제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이프는 폭발로 부상을 입고 입원한 피해자 중 하나였다. FBI는 두 마리의 경찰견을 동원해 그의 아파트를 수색했다. 사이프의 룸메이트는 5시간 동안 사이프와 관련한 증언을 해야 했다.

    용의 선상에 사우디아라비아인이 있다는 언론보도도 잇달았다. CBS는 “폭발 당시 휴대전화로 누군가의 지시를 받으며 리모컨을 조작하던 한 20대 사우디아라비아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언론은 ‘사이프’가 아랍어로 ‘칼’을 뜻한다며 그가 공격적 성향을 갖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칼럼니스트 에릭 러시는 사우디아라비아인이 용의자로 지목됐다는 보도가 나오자마자 트위터에 “이슬람인들은 악마다. 전부 죽여버리자”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사이프는 “나는 인종차별의 피해자”라고 항변했으나 미국 정부 관계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논란이 됐던 사우디아라비아인은 좋지 않은 시간에, 좋지 않은 장소에 있었을 뿐”이라고 밝혔다.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한 것이다. 또한 길거리, 지하철, 공항에서 유색인종, 특히 이슬람권 이민자에 대해 수색이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백팩을 멘 유색인종 청년은 예외 없이 검문 대상이 됐다.

    보스턴 테러 이후 미국은 휘청거리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지 10년이 지났건만 미국은 아직도 ‘테러와의 전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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