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노무현 사단’ 총출동한 부산의 정치 민심

현역의원 거부감 고조, 막판 ‘신당 돌풍’ 가능성

  • 글: 노정현 부산일보 정치부 기자 jhnoh@busanilbo.com

    입력2003-09-25 14: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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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에서 노무현당 후보가 되기는 되는 건가.” 한나라당은 일찌감치 ‘신당=노무현당’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 구주류도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신당 추진세력들은 이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않는다. “지역구도를 청산하겠다”고만 말한다. 그러나 부산에선 이런 논란이 없다. 부산 사람들 사이에선 ‘신당=노무현당’의 등식이 확실히 서 있다. 부산에서 신당이, 아니 노풍(盧風)이 과연 뜰 것인가.
    ‘노무현 사단’ 총출동한 부산의 정치 민심

    2002년 12월7일 노무현 후보가 부산 자갈치시장 거리유세에서 환호에 답하고 있다.

    부산은 17개 선거구를 갖고 있다. 2000년 총선 때 한나라당 후보가 전선거구에서 당선됐다. 부산은 한나라당 텃밭이다. 그런데 지난해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인근 지역 출신 노무현씨가 민주당후보로 나서 대통령이 된 것이다. 또한 노대통령의 마음(盧心)이 실린 당이 곧 만들어질 예정이다. 부산에선 ‘반(反)민주당 정서’가 강하다. 그러나 노무현당은 이런 정서에서 일정 부분 비켜나 있다.

    노무현 신당이 한나라당 아성을 무너뜨리고 부산에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부산 정치권에선 ‘경우에 따라 상당히 의미 있는 숫자의 의석을 노무현 신당이 갖고 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부산이 동요하면 16개 선거구를 갖고 있는 경남도 지대한 영향을 받게 된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서다. 노심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신당이 부산 민심을 어느 정도 파고드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산은 아직 조용하다. 부산 사람들은 아직 신당에 관심도, 애정도 갖고 있지 않다.

    “두 번이나 밀어줘도 이회창씨를 대통령으로 못 만들어내는 한나라당도 인자는 파이다”던 사람도, “그래도 부산 사람 노무현이 대통령이 됐으이 김대중이보다야 낫제”라고 하던 사람도 노무현 신당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정확히 얘기하면 이들은 대선 후 다시 정치 자체에 대한 냉소주의로 돌아선 것이다.

    1988년 13대 국회의원선거 때부터 지난 2000년 16대 총선까지 부산의 유권자들은 YS(김영삼 전 대통령)의 민주당(13대)→민자당(14대)→신한국당(15대)→한나라당(16대)을 거치면서 하나의 정당에 표를 몰아줬다. 12년간 부산에선 특정정당 후보들이 총선에서 의석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14대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서석재 후보도 사실상 민자당 후보였다. 13대 선거에서 민정당 공천을 받은 김진재 후보가 YS 바람을 꺾고 금정구에서 당선된 것이 ‘유일한 이변’이었다.

    부산엔 신당 미풍도 안 불어

    역대 총선에서 부산 민심의 가장 큰 특징은 ‘미풍(微風)은 없다’는 것이었다. 부산의 유권자들은 ‘인물’보다는 ‘정당’을 보고 투표하는 성향이 매우 강했다. 이는 13대 총선 때부터 생긴 공식이었다. 마찬가지 얘기지만 부산에서 또 하나의 통용어는 “17개 선거구가 하나의 선거구”라는 말이다. 여러 정당이 지역구를 나눠 가지는 일이 발생한다면 부산에서는 이변이라고 부를 만하다.

    부산 유권자들의 이같은 ‘한 곳에 몰아주기’식 투표패턴은 ‘이인제 학습효과’로 인해 더욱 공고해진 측면이 있다. 게다가 1998년 부산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김기재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끌던 민주당으로 결국 들어가자 부산 유권자들은 굉장히 놀랐다. ‘무소속에 속지 말자. 무소속도 결국은 김대중씨와 한편’이라는 의식이 강해졌다.

    내년 총선에서 노무현 신당이 부산지역에서 성공하느냐 여부는 이같은 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을 이해해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그간 부산 유권자들이 보였던 투표성향이 내년에도 존속된다면 노무현 신당은 ‘대성공’ 아니면 ‘대실패’가 예상된다.

    노대통령의 부산인맥으로 신당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조성래 부산지역 개혁신당추진 연대회의 상임대표, 정윤재 실행위원장, 최인호 대변인은 하나같이 내년 총선에서 신당의 예상의석을 ‘0석 아니면 7석 이상’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들도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패턴을 잘 알고 있다. 부산에서 노무현 신당은 전멸 아니면 돌풍이지, 미풍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주당의 신당논의가 신·구주류간 싸움으로 8개월째 난항을 거듭하면서 지역정서가 ‘최악’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정윤재 위원장은 “현 상태라면 솔직히 한 석도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호남, 한나라당은 영남을 텃밭으로 하는 지역당 구조가 깨지지 않고서는 노무현 대통령이 몸담았던 정당의 연장선상에 있는 후보에게 부산 사람들이 표를 주기란 기대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2003년 9월8일 발표된 ‘부산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 결과, 부산지역에서 한나라당의 정당지지도는 38.1%로 나왔다. 전국적으로 한나라당 지지도가 20%대 초·중반인 점과 비교하면 한나라당은 부산에서 여전히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무현 사단’ 총출동한 부산의 정치 민심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가 거론되는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 왼쪽부터 이해성 전 청와대 홍보수석,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조성래 부산지역 개혁신당추진 연대회의 상임대표, 정윤재 연대회의 실행위원장, 최인호 연대회의 대변인.

    부산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 때 호남 유권자들이 부산사람 노무현 후보에게 거의 100%에 가까운 몰표를 준 것에 대해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다. ‘호남 유권자들이 노후보를 김대중 대통령을 승계하는 후계자로 여겼기 때문’이라고 부산 사람들은 보고 있다.

    따라서 호남에서 먼저 민주당의 아성이 깨지지 않는 한 아무리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 출신이라 하더라도 부산 유권자들이 내년 총선에서 노무현 신당의 후보에게 표를 던지기란 현재의 정서로선 쉽지 않다는 것이 부산 정치권의 대체적 관측이다.

    부산의 신당 추진세력들도 이 점을 가장 염려한다. 자신들이 개혁정당, 전국정당을 기치로 부산에서 신당을 선도하더라도 자칫 민주당 신주류가 호남 표심의 대세를 장악하지 못한다면, 신당은 지난 2000년 총선 당시의 민국당 신세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설움 겪는 신당 추진세력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노무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노대통령의 핵심측근이다. 그는 노대통령의 지역구였던 부산 북·강서을 출마를 선언했다. 그의 출마선언 하루 전인 8월17일 부산 한 호텔에서 노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A씨, 고향 진영의 노대통령 선배 B씨, 휴가차 부산에 내려온 노대통령의 핵심참모가 함께 저녁자리를 가졌다.

    이들은 다변 스타일인 노대통령의 화법, 최근 노대통령의 일과 및 참여정부 6개월의 공과, 양길승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을 둘러싼 향응파문 사건 등 현안에 대해 두루 얘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그러나 총선 얘기가 나오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대통령에게 그대로 전하세요. 이대로는 단 한 석도 힘듭니다. 이게 부산의 정서입니다”라는 말까지 들어야 했다.

    청와대 핵심인사가 먼저 “최도술 전 비서관이 대통령 지역구에 출마를 할 것 같은데 잘 되겠지요?”라고 말을 꺼냈다. 곧 이어 청와대 인사는 전혀 예상 밖의 싸늘한 대답을 듣고 머쓱한 표정을 지어야 했다.

    노대통령의 막역한 친구 A씨는 청와대 핵심인사의 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부산 북·강서을은 대통령의 옛 지역구라는 각별한 상징성이 있습니다. 그런 만큼 지역에서 명망 있고 경륜을 갖춘 인사를 천거하면 당선 가능성이 부산에서 제일 높은 지역구라고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최비서관으로 통하겠어요? 그 사람은 부산 사람들이 모두 ‘독서실 총무’로 생각하는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됐을 때도 부산 사람들은 사실 시큰둥했어요. ‘그래도 대통령 곁을 오랫동안 지켰던 사람이니 대통령이 곁에 두고 신경 쓰이는 일을 맡길 수는 있겠지’라고 애써 이해해준 정도였지요. 그런 사람이 대통령 지역구에서 정치를 한다고 하면, 글쎄 부산 사람들은 아마 인정하지 못할 걸요.”

    곁에 있던 B씨는 “지역 정서가 그렇게 흘러간다면 큰일이지요. 지금이라도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해보시는 게 어떻겠어요”라는 말까지 했다. 청와대 핵심인사는 “그래요? 그래도 본인이 출마하겠다고 하는데…”라며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신당에 대한 부산의 정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명색이 집권 여당의 지구당 위원장임에도 신당 추진세력들은 자신의 지역구에서 설움을 겪는다. 민주당에 대한 지역정서는 차갑기 그지없다. ‘부산의 노무현’으로 불리며 386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정윤재 위원장조차 “지역구 행사에 참석해도 주최측이 내게는 인사할 발언권조차 주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존심이 상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는 오기가 생겨서 ‘나도 한마디합시다’며 연단 앞으로 무작정 걸어나가 마이크를 잡는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부산 사상구 출마를 위해 오래 전부터 지역구를 다져온 정위원장의 맞상대는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 권의원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핵심측근으로 대통령후보 비서실장, 대변인을 역임했다. 권의원은 탄탄한 지역구 관리에다 부산의 차세대 맹주를 자처하는 터라 정위원장에 대한 지역구민들의 냉대는 더욱 심하다고 한다.

    ‘노무현 사단’ 총출동한 부산의 정치 민심

    내년 총선에서 부산의 신당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br>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정길 전 장관, 노기태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 정순택 전 부산 아시안게임 조직위원장, 이태일 전 동아대 총장.

    “부산지역에서 신당이 의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3가지 요건이 동시 충족되어야 한다”는 얘기가 신당 추진세력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첫째는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적어도 60% 이상을 상회할 것, 둘째 노대통령의 부산인맥이 참여할 신당이 호남당과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완전 탈색할 것, 마지막으로 부산 17개 지역구에서 한나라당 현역의원의 공천 교체율이 극히 저조할 것 등이다.

    현재의 부산지역 정서가 신당 추진세력에 대해 최악인데도 이들이 내년 총선에 상당한 희망을 거는 것은 앞으로 부산의 정치지형이 이 세 가지 요건을 갖춰갈 것으로 내다보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이 호남당, 김대중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전국 모든 정파가 골고루 참석하는 전국정당이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들은 자신감을 갖는다. 박재호 전 청와대 정무2비서관은 추석연휴 직후부터 부산에 상주하며 남구의 김무성 의원과 맞대결을 준비중이다. 박 전 비서관은 “두고 보라. 반드시 이긴다”고 자신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따라 결국 호남출신 동교동계 의원들이 주축이 된 구주류가 도태되고 민주당 신주류와 한나라당 탈당파, 부산·경남지역 인사들이 신당의 주도권을 잡는 형국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박 전 비서관). 이렇게 되면 자연히 개혁신당은 전국정당의 틀을 갖추면서 호남당, DJ당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대·기장갑 출마를 위해 지역 민심을 다지고 있는 최인호 신당 추진세력 대변인도 “호남이 또다시 일사불란하게 특정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구도가 되면 부산지역 유권자들은 미워도 한나라당 후보를 찍게 된다”면서 “민주당 신주류가 새로운 정치를 주창하며 구주류와 명백히 선을 그으면 호남지역, 특히 광주 전남지역에서도 민주당 대 신당의 경쟁구도가 형성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레 부산 유권자들의 표심에 신당이 파고들 수 있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주장에 대한 반론도 만만찮다. “호남에서 민주당과 신당이 접전을 벌인다고 해도 그것은 영남을 공략하기 위한 범여권의 ‘정치적 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총선이 끝나면 민주당과 신당은 ‘정책연합’ 등의 형태로 다시 합쳐져 ‘범여권’을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최대변인은 노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반등에 대해선 확신을 가지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인사비서관으로 청와대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그는 문민정부 때와 지금을 조목조목 비교해가며 달라진 청와대 시스템을 설명했다.

    “청와대 근무 3년이 지나면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이권개입이 가능합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때 절대권력으로 국가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청와대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시스템이 김대중 정부 때까지 계속된 거죠.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은 청와대를 확 뜯어고쳤어요. 이권개입 자체가 불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돌아가고 있는 거죠. 어느 특정 부서만 상대하지 않도록 업무를 상호견제토록 시스템화 했습니다.”

    그는 “노대통령이 청와대를 비롯해 검찰, 국정원, 국세청을 모두 본연의 자리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이 과거 권위주의시대와 비교해 엉성하고 혼란스러워 보이지만 1년 정도 지나면 모두 제자리를 잡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는 “총선 전까지 부산 사람들은 노대통령이 그래도 사심 없이 원칙대로 국정을 운영한다고 인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부산지역 노무현 인맥들은 한결같이 동의한다.

    부산의 386 친노인맥의 좌장격인 이호철 민정1비서관은 총선을 의식하지 않고 정도(正道)를 가겠다는 입장을 누차 강조한다. 그는 “정권을 잡고 나면 권력기관을 좌지우지하고 싶은 욕망이 누구나 생기게 마련이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그것을 안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변화다. 시간이 흐르면 최고권력자의 이같은 어려운 결단을 국민이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전망에 대한 답변으로는 에둘러 말한 감이 없지 않지만 노대통령의 지지율 상승을 낙관적으로 전망한 셈이다.

    그러나 노대통령 측근 및 신당 추진세력과는 정반대의 전망도 여전히 상존한다. 노대통령의 지지율이 총선 때까지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보불안, 경제침체, 청년실업, 노사문제 등 사회갈등, 핵폐기장 부지 선정문제에서 드러난 국정운영의 리더십 부재, 노대통령 주변에 대한 몇 가지 권력형 비리의혹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60%대 지지율 회복은 어렵다는 분석이다.

    현재 부산 유권자들 사이에선 한나라당 현역의원에 대한 공천 물갈이 요구가 강하다. 최병렬 대표체제의 한나라당이 이런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신당 추진세력들은 전망하고 있다.

    부산 정치권에선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됐으면 오히려 한나라당 의 공천 물갈이 폭이 매우 컸을 것”이라고 본다. “한나라당 부산 의원들이 이후보가 대선에서 떨어짐으로써 오히려 내년 재공천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것은 아이러니”라는 냉소도 나온다.

    실제 ‘부산일보’ 창간기념 여론조사 결과 부산에서 한나라당 현역의원이 다시 출마할 경우 지지하겠다는 의견은 20.3%에 불과했다. 지지하지 않겠다는 의견은 과반수가 넘는 51.9%로 나타났다. 부산에서 한나라당 의원에 대한 교체 욕구가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부산의 신당 추진세력들은 이처럼 총선승리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들은 결국 지역민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을 선거에 내보내는 것이 총선 승리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보고 경쟁력 있는 후보 찾기에 열중하고 있다.

    신당의 총선후보 라인업 구축은 이해성 전 대통령 홍보수석이 전격적으로 부산 출마를 선언하면서 물꼬를 텄다. 이 전 수석이 부산출마를 공식선언하기 직전인 2003년 8월초 해운대 바닷가의 한 포장마차. 이 전 수석은 이 자리에서 정윤재, 최인호, 송인배씨 등 노대통령의 부산 측근 3인방을 만났다. 당시 그의 출마선언은 전격적이었다.

    다음은 소주잔을 내려놓은 뒤 이 전 수석이 한 말이다. “나 말이야. 부산에 출마할란다. 대통령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고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청와대에서 일하는 것도 좋지만 내가 나고 자란 고향에서 출마해 당선되는 것이 대통령을 가장 직접적으로 도울 수 있는 길 아니겠느냐.”

    동석했던 인사들은 “전혀 예상치 못한 이수석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너무도 반가웠다”고 당시 소감을 전했다. 이 전 수석보다 나이가 어린 3인방은 그 자리에서 바로 이 전 수석을 “형님”이라고 부르며 의기투합했다.

    이 전 수석의 부산출마 선언이 있고 난 후 지역여론은 술렁거렸다. 신당의 후보가 청와대에서 바로 직행한 만큼 노심이 실려 있을 것이라고 봤고 또 향후 후보 영입작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9월4일 신당 후보 영입작업을 주도해온 조성래 대표는 신당 추가 합류인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내년 총선 출마가 유력한 신당 후보군은 노대통령 핵심측근으로 조성래(금정), 정윤재, 최인호씨, 전문가그룹으로 유정동(영도) 변호사, 허진호(수영) 변호사, 학자그룹으로 옥치율(연제 혹은 해운대 기장지역) 전 부산교육대 총장, 이태일(사하을) 전 동아대 총장, 청와대 출신으로 박재호(남) 전 정무비서관, 최도술(북·강서을) 전 총무비서관, 관계에서 김정길(영도) 전 행정자치부 장관, 노기태(연제) 전 부산시 정무부시장, 정순택(해운대·기장을) 전 청와대 교문수석 등 17개 지역구 중 12~13개 지역구에서 윤곽이 나타나고 있다.

    PK출신 장관들 출마 가능성

    관심사는 현직 장·차관급 인사들의 차출문제. 조대표는 이와 관련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으며 조영동 국정홍보처장도 영입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들 장관은 겉으로는 한사코 총선출마를 부인하면서도 노대통령의 의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이 경남 남해에 신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혀놓고 있어 이들 장관의 행보가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인사는 기자에게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의 총선출마와 관련해 의미 있는 발언을 했다. 그는 “임명직 국무위원은 어차피 정권의 안정을 위해 자기희생이 필요한 것 아니냐. 박장관의 꿈은 경제부총리인 걸로 아는데 경제부총리 자리야 막판 후보군이 비슷할 경우 정치적으로 결정이 나는 자리 다. 박장관이 그걸 알았으면 하는데…”라고 말했다. 여기에 청와대 내 부산인맥과 수시로 교감을 갖고 있는 조성래 대표의 강력한 영입의지 표명을 더해보면 결국은 박봉흠 장관 등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부산 선거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부산에선 이와 함께 청와대 내 부산인맥의 상징인 문재인 대통령 민정수석의 총선출마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문 수석의 출마를 주장하는 쪽은 “지역사회에서 평이 괜찮은 데다 민정수석 재임이후 전국적 인지도까지 갖춘 만큼 문수석이 내년 총선에 나서야만 신당이 부산에서 승부를 겨룰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미풍이 통하지 않는 부산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뭔가 확실한 기폭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수석 징발론은 “총선 승리보다는 노대통령의 성공이 더 중요하다”는 역풍을 맞으면서 오히려 ‘징발불가’ 쪽으로 정리되는 형국이다.

    조성래, 정윤재, 최인호씨 등 부산의 친노 인맥들이 “문수석은 출마하지 않는다”고 확실한 선을 긋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당사자인 문수석도 “권력 감찰 임무를 맡고 있는 민정수석실 책임자가 정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비쳐지면 권력의 순결성과 도덕성이 손상을 받는다. 나의 부산 출마를 바라는 환경은 이해할 수 있으나 본래 정치에 뜻이 없었으며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권 내부에서 문수석 불출마 입장이 정리된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사단’ 총출동한 부산의 정치 민심

    부산 총선 차출설이 나오고 있는 인사들.<br>왼쪽부터 박봉흠 기획예산처 장관, 조영동 국정홍보처장, 한나라당 탈당설이 나돌고 있는 안상영 부산시장.

    안상영 부산시장의 선택도 내년 부산총선 판도에 영향을 끼칠 한 변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안시장 행보를 꼼꼼히 되짚어보면 이상한 대목이 한둘이 아니다. 그는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면서도 노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을 강조하는 빈도를 높이고 있다. 부산의 친노인맥들이 신당을 추진하는 경과에 대해서도 넌지시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2003년 8월 권철현 의원이 한나라당 부산시지부장이 된 후 처음 부산시-한나라당 당정협의회가 열렸다. 이날 뒤풀이에서 안상영 시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노대통령을 너무 흔든다”며 한나라당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안시장은 “정권 초기에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나라당 의원들을 당혹케 하는 발언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은 안시장의 의중에 정통한 측근의 말이다. “현재 2선인 안시장은 ‘내가 3선 연임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부산시장 3선은 어려운 것 아니냐. 시장의 나이도 있고 주변 정치환경도 훨씬 어려워질 것이다. 본인도 이걸 잘 안다. 그렇다면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부산 대발전론’이다. 노대통령의 성공적 국정운영과 부산의 동북아 물류중심도시로의 부상을 위해 노대통령과 안시장이 힘을 합치겠다고 시민들에게 선언하는 카드를 꺼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안시장은 관운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편에 속한다. 그가 총선을 앞두고 부산대통령과 부산시장이 한덩어리가 되는 ‘부산 대발전론’ 카드를 꺼내 장관직이나 혹은 그 ‘이상’을 향한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이 줄기차게 제기되고 있다. 노대통령은 2003년 1월 ‘부산·울산·경남 지역민과의 대화’와 9월 ‘전국시도지사 협의회’를 위해 두 번 부산을 방문했다. 안시장은 이때마다 예정에 없던 대통령과의 독대 시간을 가졌다.

    총선을 바라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본심은 무엇일까. 당선자 시절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면 노대통령이 부산 선거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03년 1월 노대통령당선자는 이광재, 안희정, 이강철, 정윤재씨 등 핵심측근 10인방과 명륜동 사저에서 회동한 자리에서 세 가지를 주문했다. 첫째 어떤 부탁이 들어오면 4번 연속 거절할 것. 노당선자는 “내 경험상 3번까지 부탁을 거절하면 부탁하는 사람이 미안해서 그만둔다”고 말했다 한다. 둘째는 안사람들 몰려다니면서 옷 사러 다니지 말 것, 셋째는 출마한 사람들은 꼭 배지를 달고 돌아올 것 등으로, 그것이 자신을 도와주는 것이라는 주문이었다.

    회동에 참석했던 정윤재씨는 “대통령의 그 말을 듣고 막중한 책임을 느꼈다. 당시 나를 구체적으로 지목하진 않았지만 자신이 여러 차례 선거에 실패한 지역이라 아쉬움이 남아 있는 부산에서 출마하는 나보고 하는 이야기구나 하는 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하다 청와대에 같이 입성한 한 측근도 “노대통령이 정치를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대장(그의 측근들은 노대통령을 이렇게 부르기도 한다)에게는 동물적 정치감각이 있다. YS나 DJ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불리한 여건을 반전시켜 정면 돌파해내는 능력이 있다. 부산 선거도 그런 차원에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의 한(恨)을 풀자”

    다음은 386출신의 청와대 내 또 다른 인사의 말이다. “대통령은 YS의 민주당으로 출마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부산에서 연전연패했다. 부산 선거에 어찌 한(恨)이 없겠는가. 부산당을 한번 만들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그 선을 뛰어넘었다. 그러나 그 한과 그 마음이 어디 가겠느냐. 부산 선거에는 각별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그것은 당연하다.”

    1992년 YS 당선 이후 10년 만에 부산 출신 대통령이 나왔다. YS도 개혁을 외쳤고 노대통령도 개혁을 외친다. 그러나 YS가 부산 사람들이 직접 나서서 만든 대통령이라면 노대통령은 남이 만들어준 대통령이라는 생각이 지역정서 바닥에 흐르고 있다. 모든 부산 국회의원들은 YS에게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그 국회의원들은 이제 재선, 3선 이상이 되어 노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인정조차 못하겠다며 반감을 드러낸다.

    부산 사람들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YS가 신한국당 총재로서 공천했던 후보들을 부산 21개 전지역구에서 모두 당선시켜줬다. 노대통령은 후보 공천 권리가 없다. 본인도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누차 공언했다. 그러나 부산시민 대다수는 신당 후보가 노대통령의 측근인사 혹은 참여정부의 개혁정책을 뒷받침하겠다는 인물들이므로 사실상 노심이 실린 후보임을 짐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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