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0월호

강금실·송광수 힘겨루기 내막

“대검, 강장관 측근검사 감찰하며 불법 가택수색했다”

  • 글: 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입력2003-09-25 18:3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인기 좋은 강장관, 신망 높은 송총장
    • 검찰개혁, 인사 주도권, 시국인식 둘러싼 필연적 충돌
    • 법무부 검찰국에 대한 대검 수뇌부의 질책
    • 검찰개혁 브레인 A검사 친구의 부인까지 조사
    • 대검, “감찰과정에 어떤 불법조사도 없었다”
    • 검사들, 강장관 지지하지만 감찰권 이양엔 반대
    강금실·송광수 힘겨루기 내막

    9월4일 경기도 과천 보신탕집에서 회동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

    “총장이 주도한 4월 인사와 달리 이번엔(8월 인사) 장관이 거의 전권을 행사했다. 인사안에 크게 반발한 대검 수뇌부측에서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을 강하게 질책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너희들은 뭐 했느냐’는 것이다. 이에 검찰국 검사들은 ‘장관이 다 쥐고 있는데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표현하고 싶진 않지만 인사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가 들려주는 강·송 갈등의 단면이다. 강·송은 물론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을 말한다.

    9월5일 아침신문들에는 매우 흥미로운 사진 한 장이 실렸다. 전날인 4일 밤 경기도 과천 보신탕집에서 회동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이 팔짱을 낀 모습이다(정확히 표현하면 강장관이 송총장의 팔을 낀 것이지만). 약간 수줍은 듯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는 강장관과 겸연쩍은 듯 어색한 웃음을 띠고 있는 송총장의 모습이 대조적이었다. 적어도 사진만으로 보면 강장관의 기(氣)가 송총장의 기를 누른 듯싶었다.

    식사를 포함해 약 2시간에 걸쳐 이뤄진 이날 회동에는 두 사람을 비롯해 법무부와 대검의 검사장급 간부 15명 가량이 참석했다. 중간에 30분 가량 별실에서 따로 만나기도 한 두 사람은 기자들 앞에서 항간에 화제가 되고 있는 갈등설을 부인했다.

    송총장은 “우리는 마음이 잘 맞는다”며 “이견이 있다는 것은 언론의 추측보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장관은 “우리 사이에 오해는 없다. 에브리 타임 문제없다”고 말해 기자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과연 그럴까. 검찰 주변의 여론에 따르면 일단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그렇지만 말 그대로 봉합일 뿐이지 치유는 아닌 듯싶다. 치유됐다고 하기엔 그간 알게 모르게 드러난 갈등의 골이 꽤나 깊기 때문이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보신탕 회동’에 대해 “의례적인 행보일 뿐 특별한 의미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은 검찰을 이끌어가는 쌍두마차다. 법적으로 장관이 상관이긴 하지만 장관급에 해당하는 총장도 그 못지않은 위상을 갖고 있다. 흔히 하는 말로 인사는 장관이, 수사는 총장이 책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개념상 또는 편의상 구분일 뿐이다. 현실에서 두 사람의 몫을 무 자르듯 명쾌하게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의 고유 영역은 종종 교집합을 형성해왔다. 장관은 수사에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해왔고, 총장은 인사 때 자신의 지분을 과시했다. 최근 단행된 검찰 인사를 두고 갈등설이 불거지는 걸 보면 참여정부에서의 법무장관과 검찰총장도 이러한 관행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것 같다.

    “우군이 늘고 있다”

    사실 장관과 총장 사이의 인사 갈등이야 과거에도 흔히 있었던 일이다. 그런데 참여정부의 검찰이 내홍에 시달리는 데는 역대 정권에서는 없었던 별스러운 이유가 있다. 바로 고강도 검찰 개혁 방안을 둘러싼 갈등과 충돌이다.

    이런 조짐은 지난 3월 참여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기수·서열 파괴현상이 나타났을 때부터 보였다. 아니, 사시 기수로 치면 지검 부장검사급에 지나지 않는 판사 출신의 강금실 변호사가 법무장관에 부임한 것 자체가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를 예고한 것이었다. 더욱이 강장관은 ‘제도권’ 변호사가 아니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부회장까지 지낼 정도로 개혁성향이 강한 변호사였다.

    보수성이 강한 검찰 조직에서 강장관 같은 사람이 사령탑에 앉은 것은 그 자체로 혁명이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아직도 강장관을 장관으로 인정하지 않는 검사들이 적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주로 간부 검사들 사이에서 나오는 얘기다. 후배에, 여성에, 판사 출신에…. 앞에서는 마지못해 예우를 하지만 뒤돌아서는 비아냥거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감지되는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강장관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보다는 긍정적인 얘기가 부쩍 많이 들린다. 거의 공통적인 평은 검찰 내에서 강장관의 우군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검사들 중 그 누구에게서도 강장관을 비난하는 얘기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존경하지는 않지만 거부감은 많이 없어졌다”는 한 평검사의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지검의 고위관계자는 “9월초 장관이 순시 방문했을 때 직원들이 다들 반기는 분위기였다. 격식을 차리지 않고 직원들이 일하는 데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며 장관에 대한 우호적인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또 “‘검찰이 정권 심장부를 겨냥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면 장관이 아주 잘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강장관의 처신에 후한 점수를 줬다. 재경지청의 한 간부는 “강장관이 초기엔 검사들에 대해 대립각을 세웠으나 요즘은 수사외풍을 차단하는 등 조직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을 듣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강장관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8월의 인사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훨씬 우세하다. ‘경향(京鄕) 교류’ 원칙을 관철시켰다는 평을 듣는 이 인사는 검사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검사는 “경향 교류 인사는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일할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전엔 일부 검사들의 경우 예정된 코스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런 특혜가 사라지게 됐다”며 “대다수 검사들은 이를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또 “이번 인사에서 총장의 뜻은 별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귀띔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도 “송총장의 측근이라 할 만한 대검과 서울지검의 몇몇 간부가 좋은 자리로 가지 못한 데 대해 송총장이 상당히 섭섭해했다고 한다”고 인사 갈등설을 뒷받침하는 얘기를 들려줬다.

    이와 관련해 검찰 주변에서는 서우정(서울지검 특수1부장→부산고검 검사), 한명관(대검 기획과장→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장), 김희관(대검 범죄정보제2담당관→수원지검 공판송무부장) 세 검사의 이름이 거론된다. 그 중에서도 특히 총장의 브레인이라 할 만한 한명관 검사 인사가 송총장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는 것이다.

    강장관의 브레인 A검사

    강장관과 송총장의 갈등설은 법무부와 대검의 힘겨루기로 확대 해석돼 검찰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자칫 검찰 개혁에 대한 반발기류로 비쳐질까봐 우려하는 분위기다. 정몽헌 회장 자살사건, 청주지검 김도훈 검사 독직사건 등으로 검찰 견제론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그렇다.

    검찰의 고위간부들은 강장관과 송총장의 갈등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하며 “갈등구조를 즐기는 언론이 만들어 낸 얘기”라고 언론 탓을 한다. 언론의 속성을 감안하면 근거 없는 비판은 아니다. 하지만 갈등설이 그럴듯하게 유포된 데에는 그만한 근거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법무부 간부 A검사에 대한 대검의 징계 청구는 물 속에 있던 갈등설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한 매우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A검사가 강장관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서울고검 소속으로 법무부에 파견근무하고 있는 A검사는 정책기획단장으로서 강장관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작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A검사가 징계위원회에서 징계를 받게 되면 강장관에게 그 여파가 미치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장 검찰 개혁작업이 차질을 빚을 테고 ‘부적격 검사’를 중용한 셈이 되는 강장관의 지휘력에도 상처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강장관은 사전에 A검사로부터 소명을 듣고 별 문제가 안 되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검 감찰부가 A검사를 끝내 징계위에 회부하자 몹시 불쾌해했다는 후문이다. A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를 대검의 ‘반격’으로 보는 일부의 시각이 설득력을 얻는 것은 바로 이런 사정 때문이다.

    “대검 감찰부가 지난 7월에 발표한 징계위 회부 검사는 애초 3명이었다. 그런데 뒤늦게 A검사가 추가된 것이다. 더욱이 그 시기가 묘하다. 조사는 그 전에 이루어졌는데, 막상 징계 청구가 이루어진 건 인사가 난 직후(8월말)기 때문이다. 이는 대검측에서 장관에게 인사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또 그 과정에 A검사의 혐의를 일부 언론에 흘려 기정사실화하는 언론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검 초급간부의 분석이다. 이 검사의 말이 아니더라도 검찰 주변에서는 징계위 대상 검사는 4명이 아니라 ‘3+1’명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한 명이 뒤늦게 추가된 데 대한 의혹 제기다. 물론 대검측은 이런 시각에 대해 펄쩍 뛴다. 대검 국민수 공보관의 설명.

    “7월에 징계대상이 3명이라고 발표한 건 그때까지 혐의가 확인된 검사가 3명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대검은 그외 한두 명의 혐의를 확인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중 한 명의 혐의가 8월 하순에 확인돼 추가로 징계위에 회부한 것일 뿐, 갑자기 튀어나온 게 아니다.”

    대검의 한 고위간부도 “조사를 하다보면 뒤늦게 혐의가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징계 청구가 늦어진 것이지 다른 의도가 있을 이유가 없지 않냐”며 표적감찰 의혹을 일축했다. 그는 또 “그런 얘기가 어느 쪽에서 나오는지 잘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역 음모설’을 제기하기도 했다.

    A검사를 비롯해 검사 4명의 코를 꿴 사건은 지난 5월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던 이른바 용산 법조브로커 사건이다. 이 사건은 용산역 주변 윤락가 범죄를 수사하던 용산경찰서가 ‘윤락가 해결사’로 통하는 박아무개(일명 박오다리)씨를 변호사법위반 혐의로 체포한 것이 발단이 됐다.

    경찰은 평소 박씨가 법조계 인맥, 특히 검사들과의 친분을 과시한 데 주목해 최근 3개월간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조회했다. 그 결과 박씨와 통화한 판·검사, 변호사 등 법조인 20여 명의 명단이 확인됐다. 그 중 대다수는 검사였다. 관할 검찰청인 서울지검 서부지청이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경찰은 크게 반발했다. 공교롭게도 박씨와 통화한 검사들 중엔 현재 서부지청 소속이거나 그곳을 거쳐간 검사가 많았다.

    당시 ‘신동아’(2003년 6월호)는 법조브로커 의혹을 받고 있는 박씨와 통화한 검사들의 명단을 단독 확보,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박씨와의 친분관계를 확인해 기사화한 바 있다. 명단에 오른 검사들은 대체로 박씨와의 친분관계는 시인했지만 사건 청탁 등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이 사건을 애써 무시하고 있던 검찰은 언론보도 영향인지 뒤늦게 감찰조사에 들어갔다.

    A검사 외에 징계위에 회부된 3명의 검사는 모두 서부지청과 관련이 있다. 또한 통화자 명단에도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A검사는 이와는 다른 경우다. 그는 서부지청에 근무한 적도 없고 통화자 명단에도 없다. 일부에서 표적감찰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법무부의 당혹감

    A검사가 감찰대상이 된 것은 문제의 박씨가 대검 조사에서 그와의 과거 친분을 거론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대검 국민수 공보관은 “용산경찰서에서 수사한 사건과 관련,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검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한 것으로 이는 검사 개인의 자질 문제일 뿐이다”라고 표적감찰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또 감찰 대상 선정 기준에 대해 “통화내역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측면에서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A검사 징계 문제로 재조명을 받고 있는 이 사건의 의미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 경찰이 검찰 비리를 적발해 그것이 공개적으로 처리된 최초의 사례다. 둘째, 검사의 비리, 또는 권한 남용에 대해 외부기관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감찰권 이양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셋째, 강장관의 브레인으로 검찰 개혁작업을 추진하는 A검사가 이 사건으로 징계위에 회부됨으로써 검찰 개혁을 둘러싼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이 표면화됐다.

    법무부는 대외적으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법무부 이춘성 공보관은 “징계에 대해선 내용을 알지도 못할 뿐더러 알아도 말할 입장이 못 된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법무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검사에 대해 징계가 청구돼 당황하긴 했다”며 법무부측의 ‘정서’를 에둘러 표현했다.

    대검 감찰부는 징계 청구 이유에 대해 “브로커 박씨에 대한 계좌추적 결과 10만원권 수표 10장이 A검사에게 건네진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검사는 “학교 동창인 친구에게 달러를 바꿔주면서 받은 돈으로 박씨와는 상관없다”고 반박했다.

    A검사 친구와 박씨는 평소 사우나탕도 함께 다니는 등 친분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한테서 나온 수표가 A검사에게 건네진 것은 사실이므로, A검사 설명대로라면 박씨가 그의 친구에게 건넨 돈(어떤 명목에서든)이 환전 과정에 A검사에게 흘러들어간 셈이다. 여기서 달러 얘기가 나오는 것은, A검사에 따르면, 문제의 수표가 지난해 A검사 가족과 친구 부부가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공항에서 환전할 때 등장했기 때문이다.

    “절대 검찰에 가지 말라”

    이와 관련, 대검은 A검사의 친구 부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서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8월11일 함승희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한 가혹행위 의혹을 제기하면서 함께 거론했던 모 변호사 여동생 집에 대한 불법수색 의혹이 바로 A검사에 대한 감찰과 관련됐다는 점이다.

    당시 함의원의 질의에 대해 강금실 법무장관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그 사건에 대해) 현재 내부 감찰조사를 벌이는 중”이라고 답변했다. 함의원이 말한, 모 변호사의 여동생은 바로 A검사 친구의 부인이다. 그녀의 남편은 그에 앞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검 수사관들이 A검사 친구의 집에 들이닥친 것은 7월초다. 수사관들은 남편이 출근한 후 혼자 집에 있는 부인에게 “지난해 갔다온 해외여행과 관련해 조사할 게 있다”면서 대검에 같이 갈 것을 요구했다.

    이 부인은 아파트 입구 주차장까지 따라나왔다가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남편은 “절대 (검찰에) 가지 말라. 조사도 받지 말라”고 소리쳤다. 이에 부인은 발길을 돌려 집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수사관들이 따라 들어가 결국 집 안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또 마음이 안 놓인 남편이 부인에게 전화를 걸자 수사관들은 ‘조사중’이라는 이유로 통화를 못하게 했다고 한다. 이상이 기자가 함의원 발언을 토대로 법조계 주변에서 확인한 당시 정황이다.

    이에 대해 대검측은 A검사 친구의 부인을 조사한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불법 가택수색 의혹은 부인했다. 국민수 공보관은 기자의 질의를 받은 후 감찰부 확인을 거쳐 이렇게 답변했다.

    “감찰부에서 조사중인 사건과 관련해 수사관들이 그 집에 찾아갔던 건 맞다. 부인에게 ‘검찰청에 갈 수 있겠냐’고 물으니 ‘좋다’고 해 같이 주차장 앞까지 갔다. 그런데 거기서 부인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남편은 ‘가지 말라’고 만류했다. 이에 수사관들은 남편에게 조사 이유를 설명했고, 남편은 집에서 조사하는 것에 동의했다. 그에 따라 집에 들어가 부인을 조사했는데 부인도 흔쾌히 응했다. 수사관들은 당시 조사 내용을 녹음했다. 그것을 들어보면 부인이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조사받았음을 알 수 있다.”

    국공보관은 “조사과정에 어떠한 강제성도 없었으며 가택을 수색하지도 않았다”고 전했다. 또한 “그후 이들 부부로부터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는 것은 불법조사가 아니었다는 반증”이라고 주장했다.

    함승희 의원은 “분명히 영장 없이 가택수사를 했다고 들었다”며 “아무런 불법성이 없었다면 어떻게 그 얘기가 내 귀에까지 들려왔겠냐”고 반박했다. 함의원은 또 “참고인에 불과한 사람 집에 영장도 없이 찾아가 불러내고 그 집에 들어가 조사한 것 자체가 적법한 조사과정이 아니다”며 “내가 법사위에서 이 얘기를 끄집어낸 것은 검사와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면서도 그렇게 강압적인 방법으로 불법수사를 한다면 일반인들 조사야 오죽하겠냐는 취지였다”고 발언경위를 설명했다.

    “영장 없이 가택 수색”

    조사를 받은 A검사 친구 부인의 오빠는 꽤 이름 있는 변호사다. 이 변호사는 자신의 동생에 대한 검찰 조사와 관련해 법무부에 강력히 항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함의원은 “법을 잘 아는 변호사가 조사과정에 아무런 불법성이 없었다면 그렇게 항의를 했겠냐”고 반문했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 검사는 “A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는 무리인 것 같다”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징계라는 것은 당하는 쪽이 아니라 청구하는 쪽에 입증책임이 있다. 즉 비위사실을 입증할 확실한 증거를 내놓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대검은 A검사의 해명을 뒤집을 만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들었다. 중간에 끼여 있는 A검사의 친구도 A검사와 같은 진술을 했으며, 박오다리도 A검사에게 직접 돈을 준 적은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징계위에 회부된 나머지 3명은 모두 직무 관련성이 있어 보인다. 서부지청과 관련된 검사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A검사는 서부지청에 근무한 적이 없다. 따라서 설사 돈을 받은 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A검사의 비위사실을 찾기 위해 현직 변호사의 여동생 집을 영장 없이 수색했다면 과잉 감찰이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한편 검사 4명의 발목을 잡은 법조브로커 박씨는 대검 감찰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산경찰서의 재수사로 결국 구속됐다. 최근 1심에서 변호사법위반으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다.

    법무부와 대검을 상징하는 강금실 장관과 송광수 총장의 갈등 조짐은 참여정부 출범 초기부터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강장관의 한총련 수배 해제 방침이다. 3월17일 노대통령이 해제 검토를 지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이에 대해 대검측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다. “자수한다면 처벌을 완화하는 방안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면서도 “실정법이 존재하는 한 일괄 수배해제는 가능하지 않다”고 토를 다는 등 강장관의 방침에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겠다는 뜻을 은연중 내비쳤다.

    양측의 시각 차이는 국가보안법 문제에 이르러 더욱 극명히 드러났다. 송총장은 3월에 있었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질의를 받고 “우리나라의 국법질서를 수호하고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북한의 대남적화노선이 변하지 않는 한 이 법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강장관은 4월 들어 국가보안법 대체 입법 방침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송총장을 난처하게 했다.

    5월이 되자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법무부 정책기획단이 발족됐다. 강장관은 한직인 서울고검에 있는 A검사를 법무부로 발령내 이 기구의 책임자로 앉혔다. 대검 중수부 3·1과장,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특수1부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A검사는 탄탄대로를 걷다가 몇 년 전 진정사건에 휘말린 후(나중에 무혐의 처분받음) 한직으로 밀려난 상태였다. 서울지검의 한 간부는 “A검사는 유능한 수사통이지만 기획 업무도 해봤기 때문에 검찰 조직을 꿰뚫고 있다”며 “검찰 개혁 작업에 그만한 적임자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A검사에 대한 부정적인 평도 들린다. 오지랖이 넓고, 친화력이 지나쳐 종종 구설에 오른다는 평이 들린다. 송총장은 이같은 A검사의 업무 스타일을 몹시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검찰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A검사에 대한 대검의 ‘집요한’ 감찰과 징계 청구는 송총장의 뜻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돌고 있다.

    정책기획단 발족 이후 강장관의 개혁 행보는 가속도가 붙은 듯했다. 7월에 준법서약서를 폐지시키더니 8월엔 검사동일체 원칙의 상명하복 규정을 없앴다. 가히 혁명의 바람이었다. 재경지청의 한 간부는 “대검측에선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에 적극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검사들 대다수는 이를 환영한다”며 강장관의 개혁 추진이 공감대를 얻고 있음을 강조했다. 서울지검 고위관계자도 “검사동일체 원칙 폐지는 미래지향적인 개혁방안”이라며 강장관에 대한 지지를 나타냈다.

    법무부와 대검의 갈등 기류가 풍선처럼 부풀어오른 것은 감찰권 이양 문제 때문이었다. 8월 들어 강장관은 ‘검찰 수사권 견제’를 거론하는 노대통령, 문재인 민정수석과 짜기라도 한 듯 “검찰의 감찰 업무를 법무부나 제3의 기관에 이관하는 문제를 검토하겠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다.

    대검에선 볼멘 소리가 흘러나왔다. “인사권을 가진 법무부가 감찰권까지 가져가면 검찰 통제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반발의 목소리가 언론을 타고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검찰이 감찰권 이양에 반대하는 대외적 명분은 그것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간의 강장관 행보를 우호적으로 평가한 재경지청의 한 간부도 이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총장 얘기에 일리가 있다. 어느 조직이나 자체 감찰 기능은 다 있다. 외부에 맡긴다고 문제가 다 해결되나. 김도훈 검사 사건에서도 보듯 지금 얼마나 세게 내부 감찰을 하고 있나.”

    이 검사는 “A검사에 대한 표적감찰 의혹은 사실이 아닐 것”이라며 “뭔가 문제가 있으니 조사를 하지 않았겠나. 김도훈 검사도 완전히 깨끗하다면 감찰 과정에서 그렇게 문제가 됐겠는가”고 현 대검 감찰부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보신탕 회동’은 강장관의 한판승

    “강장관의 개혁 마인드에 공감한다”는 서울지검의 한 평검사도 감찰권 이양 문제에 대해선 조금 다른 목소리를 냈다.

    “장관이 ‘인사권으로 수사권을 견제하겠다’고 너무 날 서게 나오는 데다 감찰권까지 빼앗아가겠다고 하니 검사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대다수 검사가 반대하고 있다. 솔직히 논리적이라기보다는 정서적 반대다. 논리적으로는 법무부가 감찰권을 행사하는 데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작용이 문제다. 정치권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 그 경우 검사들의 수사의욕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특히 정치권 관련 수사가 그럴 것이다. 군과 달리 검찰은 정치적 바람에 민감한 조직이다. 장관이 직접 (감찰권을) 주무르지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검사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감찰권과 징계 회부권은 지금처럼 총장이 갖되 법무부가 감찰결과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직권으로 재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하자는 방안이다. 말하자면 법무부에 2차 감찰권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한편 법무부는 검찰 내의 반발기류를 의식하듯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춘성 공보관은 “장관은 최근 일선 검찰청 순시에서도 감찰권 이양 문제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말씀했다”며 “언론에 마치 대검과 견해 차이가 있는 것처럼 보도됐는데 법무부에선 그런 얘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비켜갔다. “장관이 공개적으로 감찰업무 이관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냐”고 묻자 “생각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일 뿐”이라며 단정적으로 해석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 이 공보관은 또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장관 발언에 대해선 “‘견제도 필요하고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씀한 것인데 언론이 견제 쪽만 부각시킨 탓”이라고 언론의 갈등설 보도에 불만을 표시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강장관이 8월 들어 감찰권 문제를 본격적으로 거론한 데는 A검사에 대한 대검 감찰도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8월말 강장관은 러시아에서 현지 기자간담회를 통해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지휘감독 강화 및 감찰권의 법무부 이양 검토 방침을 밝혔다. “내년 3월엔 변화 있는 인사가 있을 것”이라는 말로 대검 수뇌부를 긴장시키기도 했다. 이때가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시점이었다. A검사에 대한 대검의 징계 청구 결정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것은 그 직후였다.

    송총장에 대한 검사들 신망 두터워

    9월3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법무부에서 1차 징계위원회가 열렸으나, 회의는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끝났다(9월 하순 열릴 2차 위원회에서 징계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그 다음날 강장관과 송총장은 각기 자신의 장수들을 거느리고 ‘보신탕 대회전’을 치렀다.

    이날 전투의 승자는 누구였을까. 송총장 주변 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회식 중간에 있었던 두 사람의 단독 회동은 송총장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그 자리에서 송총장은 A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강장관은 “도와달라”는 말로 송총장의 체면을 세워준 것으로 전해진다.

    회동 이후 갈등설은 잠복기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두 사람의 갈등과 충돌은 숙명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중론이다. 검찰 조직의 안정과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확보에 주안점을 두고 있는 송총장으로서는 검찰의 힘을 뺄 개혁안에 무조건 동조할 수만은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조만간 가시화될 검찰 개혁 방안의 골자는 검찰 상층부의 역할을 축소하고 하층부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에 따라 검찰의 머리에 해당하는 대검의 조직과 인원, 기능 축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감찰권 이양도 그 중 하나다.

    강장관과 송총장의 힘겨루기는 두 사람 다 검사들 사이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끈다. “강장관을 지지하는 검사가 늘었다”는 한 평검사의 말대로 최근 강장관 인기가 오르고 있지만 송총장에 대한 두터운 신망을 무너뜨릴 정도는 아닌 듯싶다. 실제로 취재과정에 접촉한 검사들은 강장관을 우호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송총장에 대한 신뢰 표시 또한 잊지 않았다.

    법무부의 한 간부는 검찰 개혁의 성공 여부에 대해 “장관이 끌고 가면 결국 총장이 따라갈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개혁이 대세임을 강조했다. 대검의 고위간부는 “갈등구도로만 보지 말라”고 주문하면서 “두 분 모두 훌륭한 분인 만큼 자주 만나 얘기하면 환상의 콤비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강·송 두 사람은 과연 합심해서 검찰 개혁의 대업을 이룰 것인가. 아니면 이혼을 눈앞에 둔 부부처럼 각자의 길을 갈 채비를 서두를 것인가. 이런 점에서 A검사에 대한 징계 여부는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