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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분석|‘전설적 주먹’ 2인 연쇄인터뷰

전 안토니파 보스 안상민 ,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

  • 조성식 mairso2@donga.com

전 안토니파 보스 안상민 , 김두한 후계자 조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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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 시각에선 주먹은 건달이든 조폭이든 다 사회악 아니겠습니까.

“어느 사회에나 주먹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서민을 갈취하거나 행패 부리는 단계는 지났습니다. 주먹들이 하는 일의 90% 이상은 서비스업입니다. 이것을 양성화해야 합니다. 다 죽이려 들면 영 쓸모 없는 균으로 변해버립니다. 미국의 마피아나 일본의 야쿠자처럼 국가가 잘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 적절히 이용해야 합니다. 마약밀수를 경찰이 다 잡아낼 수 없지 않습니까. 국내 조직을 통해 잡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주먹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죄가 됩니다. 야쿠자나 마피아처럼 조직 자체는 인정하되 범죄는 못하도록 막아야 합니다.”

―그게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 세계는 그 세계에서 다스리도록 해야 합니다. 어차피 근절하지 못할 바에야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자는 겁니다. 한국 주먹계는 아직 골목대장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외국같이 되려면 아직 멀었어요. 내가 말하는 조직이란 애국심을 가진 건전한 조직입니다. 야쿠자는 일본의 이익을 내세웁니다. 홍콩 반환 때 외국 자본의 이탈을 막은 것은 홍콩 정부가 아닌 삼합회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정치권은 너무 무책임합니다. 주먹들을 나쁜 쪽으로만 이용하고 이에 대해 전혀 책임지지 않아요. 주먹들만 희생하는 겁니다.”

―현 정부가 들어선 후 호남주먹이 득세하고 있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나돕니다.



“예전에 호남에서 서울로 올라온 주먹들은 주로 하선(下線)이었습니다. 주로 유흥업계 주변에서 활동했습니다. 호남주먹의 대표주자는 김태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조양은은 워낙 일찍 잡혀 들어간 데다 15년이나 있어서 활동 기간이 짧았기 때문입니다. 현 정부에서 득을 보는 호남주먹도 있지만 오히려 피해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가 아는 어떤 호남 출신 주먹은 권력층과 가깝다는 이유로 서울을 떠나야 했습니다. 김태촌도 비슷합니다. 몸 상태를 감안하면 석방해야 하는데, 정권에 비호세력이 있다는 오해를 살까 봐 못하는 겁니다.”

조씨 얘기를 들으면 호남주먹들과 정치권 관계를 색다른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과거 호남주먹들이 각종 선거 때 호남 출신 정치인을 지원한 것은 정치권이 주먹계를 이용하는 일반적 관행과 달리 자발적 행위였다는 것. 다시 말해 대가와 상관없이 순수한 ‘애향심’에서 비롯된, ‘봉사활동’ 성격이었다는 것이다.

조씨 설명대로라면 한국 주먹계의 현상과 본질엔 큰 차이가 있다. 조씨는 “언론이 주먹세계의 변화와 깊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는 주먹들은 희생자일 뿐이다”고 말했다.

“패밀리는 무슨? 과거와 같은 조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엔 형님이 부르면 앞뒤 잴 것 없이 달려가고 신발을 지키라면 하루종일 신발을 지켰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어느 줄에 서면 배부를 것인가부터 생각합니다. 옛날 태촌이 밑에 있던 애들, 지금은 다 각자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조양은도 마찬가지예요. 제가 알기론 과거 동생들과 전혀 만나지 않아요. 이번에 양은이파 부두목으로 구속된 오아무개가 마치 양은이 뒤를 잇는 것처럼 보도됐던데, 우리가 볼 때는 우습죠. 지금은 그 바닥에서 돈 많이 번 사람들이 대장 노릇합니다. 이번에 부두목급이라고 걸린 애들은 가지일 뿐입니다.”

조씨에 따르면, 어느 사회나 상류층이 있듯, 주먹사회에도 상류층이 있다. 겉보기엔 폭력조직 두목이 주먹계를 호령하는 것 같지만 진짜 실력자는 따로 있다. 바로 주먹계의 상류층 인사들이다. 이들은 손에 피 한 방울 묻히지 않으며, 검찰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주먹사회를 움직이고 있다.

“주먹도 실세가 있습니다. 이들 상류층 주먹들은, 먼저 재산이 20억 원 이상입니다. 늘 돈이 가득가득 들어옵니다. 나이는, 50∼60대가 가장 많아요. 따르는 아이도 많습니다.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부를 수 있는 보스급 주먹이 서너 명씩 되죠. 그 보스급 주먹 밑에는 보통 수십 명의 부하가 있고. 그러니 굳이 조직을 갖고 있을 필요가 없죠. 이들은 주먹계에서 최하 20년은 그 이름을 지켜온 사람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정한 의미의 전국구 주먹이죠. 이런 사람들이 지금 전국에 30명 가량 됩니다.”

상류층 주먹의 파워

―정현준 사건 때 등장한 오기준씨도 거기에 포함됩니까.

“오기준은 주먹계를 떠난 지 6∼7년 됩니다. 태촌이 바로 위급으로 예전엔 굉장한 실세였죠. 지금은 영향력이 거의 없어요. 상류사회에서 호남주먹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습니다.”

―그들의 힘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번에 100명 정도는 움직일 수 있죠. 또 전화 한 통이면 권력기관과 다 통합니다. 큰 고목은 잘 쓰러지지 않지요. 이들은 겉으로는 범법행위나 나쁜 짓을 안 합니다. 여간해선 감옥 가는 일도 없죠. 또 가더라도 금방 나오고. 이들이 주먹계에 끼치는 영향력은 앞으로도 10년 이상 유지될 겁니다. 어떤 주먹도 이들에게 도전하면 한 방에 가죠. 어느 정도 선까지는 용인하지만 일정선 이상을 침범하면 절대 용납하지 않습니다.”

―요즘 말 많은 동아파 두목 같은 사람도 해당됩니까.

“동아파도 검찰 메뉴에 올라 있어 그럴 뿐입니다. 매일 빵(감방)이나 드나드는 애들은 말하자면 검찰의 단골메뉴인 셈입니다. 불쌍하지요.”

기자는 주먹계 상류층 인사들의 면면이 매우 궁금해졌다. 그러나 조씨는 밝히기를 꺼렸다. 다만 기자가 어림짐작으로 몇 사람을 찍어 묻자 굳이 부인하지는 않았다. 과거 정치폭력사건에 연루된 L씨, 모 지역 주먹계 실력자인 C씨, 도박업계 실력자 J씨…. 정치폭력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또 다른 L씨는 실력은 인정되나 돈이 없어 여기에 끼지 못한다.

“검찰은 잘 모릅니다. 단골 메뉴만 보고 있으니. 그래서 한번 검찰의 표적이 되면 평생 그물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겁니다. 조아무개 검사처럼 검사 중에는 주먹만 전문적으로 잡는 이가 있어요. 새 부임지에 갈 때마다 그 지역 주먹을 잡아들입니다. 사명감을 가진 검사들이니 나쁘다고 볼 순 없겠죠. 그러나 주먹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가 필요합니다.”

조씨는 얼마전 청송교도소 재소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고 한다.

“너를 속박하는 것은 철창이 아니라 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모든 책임은 너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용서하고 사랑해야 참 자유인이 된다.”

신동아 2001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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