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은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가”를 수치로 표현
기업 매출·시장점유율 성장해도 ‘성장률’ 꺾이면 추세 꺾여
투자 성공하려면 가격보단 ‘가격 변화의 가속도’가 중요
‘감정이 남긴 숫자’를 미분해 복잡한 상황을 단순화하라

주식투자는 공개된 여러 데이터를 얼마나 정확하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Gettyimage

수학자이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창업자 제임스 사이먼스는 “수학은 현실에서 분명히 통한다”고 말했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핵심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2018년 1000억 달러 이상을 벌어들였으며, 이 기간 연평균 수익률은 66%였다. Gettyimage
수학자이자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창업자 제임스 사이먼스는 “수학은 현실에서 분명히 통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익, 판매, 물가, 고용 등 각기 다른 데이터는 모두 숫자로 표현된다. 다양한 숫자를 잘 해석한 이가 투자의 승자가 되는 시대다. 좋은 주식 역시 수학적 사고로 접근해야 찾을 수 있다.
한국 증시의 재평가 논란이 뜨겁다. 여러 이야기가 오가지만 결국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핵심이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으로 얼마나 좋은 성과를 내는지를 가늠하는 지표다. 돈을 버는 것 못지않게,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 ROE가 개선될 수 있다. 가령 이익잉여금을 단순 유보해 자본금을 쌓으면 ROE는 하락한다. 반대로 성장을 위해 적절히 투자하고, 잉여현금흐름(FCF)은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사용하면 ROE는 개선된다. 흔히 말하는 기업이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기업가치를 개선하는 경로다. ROE가 올라가면 주가 역시 상승할 공산이 크다. 평균 ROE가 20%를 넘어서는 미국 증시가 주가순자산비율(PBR) 4.6배를 받는 반면, 10% 전후의 ROE를 지닌 한국 증시가 PBR 1.1배에 머무르는 이유다.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가” 수치로 표현하는 미분
수학적 사고의 유용함은 ‘단순화’에 있다. 겉보기에 복잡한 상황도 수식으로 표현하면 훨씬 명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 대표적 예가 ‘y= f(x)’이며, 앞의 논의 역시 ‘PBR=f(ROE)’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f는 함수(function)를 의미하며, 한자로는 ‘函數’라고 쓴다. 함수의 ‘함(函)’은 무언가를 넣으면 다른 것으로 바꿔내는 상자를 뜻한다. 마치 커피 자판기에 동전을 넣고 버튼을 누르면 커피가 나오는 것처럼, 함수는 입력을 출력으로 변환한다.우리 주변의 모든 인과관계는 함수로 표현할 수 있다. 인공지능(AI) 역시 본질적으로는 수많은 인과관계를 입력과 출력의 관계로 전환한 함수 위에서 작동한다. 무엇보다 함수는 예측의 도구다. 과거가 현재의 원인이듯, 함수에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원인과 결과를 연결하는 구조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함수를 상징하는 f라는 표기법을 만든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고트프리트 빌헬름 라이프니츠다. 그가 남긴 또 다른 유명 기호는 ‘d’인데, 이는 미분을 의미한다. 함수는 변화를 읽어낼 수 있지만, 그 변화의 ‘힘’을 인지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분은 바로 그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도구다. 우리는 주식시장을 ‘끊임없이 변화하는 공간’으로 인식한다. 어제는 오르고, 오늘은 내리며, 내일은 알 수 없다. 어떤 종목은 하루 만에 급등하고, 어떤 지수는 장기적으로 완만한 곡선을 그린다. 이렇게 끊임없이 요동치는 숫자 속에서 우리는 그 흐름의 본질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런 질문의 핵심에는 ‘변화율’, 그리고 이를 다루는 수학적 도구인 미분이 있다. 미분은 간단히 말해 “어떤 것이 얼마나 빠르게 변하는가”를 수치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수학적으로는 함수의 기울기를 구하거나, 어떤 값이 매우 짧은 구간에서 얼마나 변했는지를 계산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가 1초마다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알고 싶다면, 거리를 시간으로 미분해 ‘속도’를 구할 수 있다. 복잡해 보이지만 수식으로는 ‘속도 = 이동거리/이동시간 = Δx / Δt’로 단순화할 수 있다. 여기서 Δ는 그리스 알파벳인 델타로 변화량을 뜻한다. Δx는 x의 변화인 이동거리를, Δt는 t의 변화인 이동시간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분석할 때도 미분은 매우 유용한 도구가 된다.
기업 매출·시장점유율 성장해도 ‘성장률’ 꺾이면 추세 꺾여
주식시장에서 매일 접하는 개념에서 출발해 보자. 투자자는 매일 아침 각종 데이터를 접한다. 기업 실적이 전분기 대비 개선됐는지, 전년 대비 나아졌는지, 물가와 고용은 안정세인지 혹은 악화하는지 등을 따지며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때 투자자가 알고 싶은 것은 ‘과거와 비교한 변화의 방향’과 ‘그 변화에 담긴 힘’이다. 특히 증가율은 방향 속에 담긴 힘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다. 보통 전년 동기 대비나 전년 동월 대비는 계절 요인을 제거해 장기 추세를 읽는 데 쓰이고, 전분기 대비나 전월 대비는 단기 변동, 즉 속력을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이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친숙한 용어인 ‘모멘텀(momentum)’이 등장한다. 모멘텀의 사전적 의미는 운동량·기세·타성 등을 뜻하는데, 쉽게 말해 ‘어떤 방향성을 지속시키는 힘’으로 이해하면 된다. 경제성장, 물가, 주가 등 특정 지표에 상승 모멘텀이 있다고 하면, 그 지표가 상승 방향으로 움직이는 힘이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지표가 여전히 상승하고 있어도 모멘텀이 약해지고 있다면, 상승세를 유지하는 힘이 줄어들어 머지않아 정점을 찍고 하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마디로 성장과 성장률은 다르다. 성장은 이전 대비 증가를 의미하고, 성장률은 성장(혹은 쇠퇴)의 속력을 의미한다. 성장률이 꺾이면 성장 추세 역시 곧 꺾일 수 있다. 눈썰매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눈썰매를 타고 내려가면 어느 시점까지는 가속도가 붙어 빨라지지만 도착지 근처의 평평한 구간에 이르면 점차 느려지고, 결국 완만하게 멈춘다. 여기서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속력이 줄기 시작한다는 사실이다. 눈썰매가 도착지에 도달하기 전에 속력이 줄어들 듯, 투자에서도 어떤 지표가 좋아지는 속력이나 나빠지는 속력이 줄어드는 시점에 앞서 주가가 반응하기 마련이다. 즉 미래를 예측하려면 변화의 방향과 힘을 읽어야 하는 것이다.
미분적 사고는 변화의 방향과 속도를 정밀하게 읽어내게 해준다. 예를 들어 기업 매출이 전년보다 늘었더라도 증가 속도가 둔화하면 주가는 이를 먼저 반영한다. 이른바 ‘피크아웃’이다. 투자자가 단순히 매출이나 시장점유율의 증감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변화의 속도까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현상은 ‘도함수’라는 수학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도함수란 “원래의 함수에서 유도한 함수”를 의미한다. 가령 ‘거리= f(시간)’이라는 함수에서 1차 도함수는 속도를, 2차 도함수는 가속도를 나타낸다. 마찬가지로 분기별 데이터를 통해 기업의 실적 흐름을 분석한다면 1차 도함수는 성장(growth)을, 2차 도함수는 성장률(growth rate)이 된다. 이 경우 성장과 성장률이 모두 플러스(+)라면, 기업의 상황이 빠르게 개선되는 뜻이다. 반대로 성장은 플러스지만, 성장률이 마이너스(-)라면, 사실상 정점을 찍었다고 볼 수 있다. 성장과 성장률이 모두 마이너스라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다.
기술적 분석에서도 미분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투자자는 차트를 보며 추세를 읽는다. 차트란 어떤 종목의 가격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시계열 함수다. 이 함수의 기울기, 즉 1차 미분값은 바로 해당 시점의 변화율이다. 이를 통해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지, 천천히 오르고 있는지, 혹은 하락 반전의 조짐이 있는지를 수치로 표현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이동평균선의 기울기다. 많은 투자자가 5일선, 20일선 등의 이동평균선을 보며 매수·매도 타이밍을 잡는다. 하지만 미분적 관점에서 보면 ‘이동평균선의 기울기’야말로 최근 가격의 변화율을 나타내는 지표다.
이처럼 알고 보면 미분적 사고는 투자자에게 친숙하다. 어떤 데이터든 상승세를 보이다가 꺾이고, 하락세를 보이다가 반전한다. 변화 과정을 미분적 사고로 바라보면, 속도와 가속도가 모두 플러스인 구간에서 상승이 가속되지만, 변곡점을 지나면 상승세는 점차 둔화한다. 이후에는 하락세가 깊어져 바닥이 보이지 않는 국면으로 접어들기도 한다. 결국 투자에 성공하려면 가격 자체보다 ‘가격 변화의 가속도’를 파악해야 한다. 기울기에서 성장을, 기울기의 변화에서 성장률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1차 도함수는 함숫값에 선행하고, 2차 도함수는 1차 도함숫값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가격보다 중요한 ‘가격 변화의 가속도’
여기까지는 다소 추상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미분이 주식시장에서 실전적으로 쓰이는 영역은 따로 있다. 바로 파생상품, 그중에서도 옵션 시장이다. 옵션은 “미래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에 거래할 권리”를 가진 금융상품이다. 옵션 매매는 주식 매매와는 차원이 다르다. 옵션 가격은 기초자산의 가격뿐 아니라 변동성, 금리, 만기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복잡한 가격 구조를 수학적으로 설명하고자 ‘블랙-숄즈 모형’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모델은 미분방정식을 활용해 옵션의 이론적 가치를 계산한다. 이처럼 위험을 관리하고, 포지션 증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미분이 깊이 개입한다. 실제 실무에서 옵션 트레이더는 민감도를 총칭해 ‘그릭스(greeks)’라 한다. 그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이 미분 기호 ‘d’로 표시되는 델타(delta)다.옵션의 세계에서 델타는 기초자산의 가격 변화에 대한 옵션 가격의 민감도를 뜻한다. 수학적으로 표현하면 기초자산 가격에 대한 1차 미분인 셈이다. 투자자는 델타를 실시간으로 추정하며 포지션을 유지하는데, 이를 ‘동적 헤징’이라 한다. 델타의 변화율인 ‘감마(gamma)’는 2차 미분값으로, 헤징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익을 가늠케 하는 지표다. 이외에도 옵션의 세계에서는 내재변동성에 대한 민감도(vega·베가), 시간 경과에 따른 가치 변화(theta·세타), 금리 변동에 대한 민감도(rho·로) 등 다양한 미분 계산이 사용된다. 옵션은 단순히 “오를까, 내릴까”를 고민하는 수준을 넘어, 움직임의 민감도와 방향성, 속도까지 미분을 활용해 관리하는 영역이다. 옵션 거래자는 기초자산을 얼마나 매수·매도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조정하는데, 이러한 판단의 출발점 역시 미분을 기반으로 한 수식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질문이 떠오른다. 왜 우리는 주식시장이라는 매우 인간적 공간에서, 이렇게 수학적이며 냉정한 도구를 사용하는 걸까.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은 감정으로 움직이지만, 감정의 결과는 숫자로 남기 때문이다. 수많은 참여자의 기대·불안·탐욕·두려움이 가격에 반영되고, 그 가격의 변화는 데이터로 기록된다. 그 데이터를 해석하기 위해 우리는 미분이라는 도구를 꺼내 드는 것이다. 사실 주식시장은 완벽한 수학의 세계가 아니다. 예측 불가능성, 외부 충격, 비합리적 행동이 만연한 공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분은 이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최소한의 방향과 흐름을 잡기 위한 나침반 역할을 해준다. 완벽한 해답은 아닐지라도, 우리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혹은 방향이 바뀌려는 조짐은 있는지를 먼저 감지하게 해주는 수단인 것이다.
미분은 미미한 것을 의미하는 미(微)와 나눈다는 의미의 분(分)이 합쳐진 말이다. 선을 극도로 잘게 나누면 점이 된다. 카메라가 흘러가는 시간을 잘게 쪼개 ‘순간’을 포착하듯, 투자자 역시 ‘투자의 순간’을 찾아내고 싶어 한다. 잘 모를 때는 미분하라. 투자는 순간의 선택이다. 그 상황이 4차식처럼 복잡하다면, 미분해 3차식으로 만들고, 다시 2차식으로 미분하다 보면 그 속에서 결정적인 찰나가 보일 것이다. 미분적 사고로 상황을 단순화하면 미묘한 변화까지 포착할 수 있다. 더 나은 선택은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1967년생
●前 LS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 저서: ‘한국형 탑다운 투자 전략’ ‘주식의 시대, 투자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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