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호

“금세기 다시 만나기 힘든 전대미문 싸움꾼”

[강준만의 회색지대] 이재명 ‘만독불침(萬毒不侵)’의 역사⑦

  •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입력2026-03-03 07: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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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득권 공격’을 주요 정치 담론으로 활용

    • 원색적 비난과 조롱 서슴지 않은 지지자들

    • 경기도지사 경선 후폭풍,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

    • 생방송 도중 불쾌한 질문에 답변 중단하는 오만함

    • 李 “혜경궁 김씨 유죄?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부터 규명”

    • “文 급소 칼끝 겨누자 ‘징계 철회’로 정리”

    • 윤리적으로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냉혈한 기질

    2017년 1월 31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월 31일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에 참배한 뒤 고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의 묘소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2017년 1월 31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은 대리인을 통해 대선 경선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 서울 동작구의 국립현충원을 찾아 전 대통령 김영삼·김대중의 묘역에 참배했다. 그는 전 대통령 이승만·박정희의 묘역은 방문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이고, 박정희 전 대통령은 군사쿠데타로 국정을 파괴하고 인권을 침해했던 그야말로 독재자”라고 밝혔다.

    이재명은 “우리가 전두환 전 대통령이 이곳에 묻혀 있다고 한들 광주학살을 자행한 그를 추모할 수 없는 것처럼 친일 매국 세력의 아버지, 인권을 침해한 독재자에게 고개를 숙일 수는 없다”고 했다. 이어 이재명은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이명박과 박근혜로 이어지는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이 이 나라 다수 국민을 힘들게 하고 있다”면서 “소수의 불의한 기득권자로부터 다수의 약자를 지켜내는, 그야말로 정확한 의미의 민주공화국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제 몫을 다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기득권 공격을 주요 정치 담론으로 활용한 李

    속마음으로야 김영삼·김대중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을 다 부정하고 비난하더라도 그걸 적나라하게 표출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역대 보수 대통령들을 존경하거나 긍정하는 유권자가 전체 유권자의 절반 안팎일 텐데, 그들을 ‘친일 독재·매국·학살 세력’의 지지자로 몰아서 뭘 어쩌자는 건가. 아무리 민주당 대선후보라 하더라도 그렇게 과격해도 되는 건가. 아니다. 우문이다. 민주당 대선후보로서 선두 주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일단 민주당 진영의 유권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보자는 게 이재명의 전략이었을 게다.

    기득권에 한이 맺힌 듯 기득권 공격을 주요 정치 담론으로 활용한 이재명의 반(反)기득권 전략은 미디어의 활용에서도 나타났다. 그는 훗날 ‘SNS 대통령’이니 ‘유튜브 대통령’이니 하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새로운 미디어 활용에 뛰어났다. 대선 경선에 맞춰 2월 7일 출간한 ‘이재명은 합니다: 무엇을 시작하든 끝장을 보는 사람, 이재명 첫 자전적 에세이’에 실린 “세상을 바꾸려면 손가락부터 움직여보자”라는 글이 인상적이다.

    이재명은 “나는 하루에도 수십만 명과 대화를 나눈다. 대화 창구도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카카오톡, 밴드,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유튜브, 인스타그램, 인터넷 카페, 게시판, 블록, 댓글 등 수많은 채널을 통해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정보 공유를 한다. 이 과정에서 나는 집단지성의 놀라운 힘을 피부로 느낀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SNS 세계에서는 하루에 30분씩만 손가락을 움직여도 충분하다. 그런 사람이 1만 명만 넘어도 대한민국에는 변화의 태풍이 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손가락 혁명’이다. 나는 일찌감치 SNS 세계에서 ‘이재명의 손가락 혁명군’을 만났다. 나를 지지하는 팔로어들이 ‘이재명의 손가락 혁명군’을 자처하며 위대한 집단지성을 형성한 것에 한없는 행복을 느낀다.”

    ‘혁명군’이라는 작명에서 드러나듯, 이재명에겐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문재인도 극복해야 할 기득권 세력이었다. 선거운동 방식도 바로 그런 ‘기득권 타파’의 기조를 유지했다. 후원회 구성부터 유별났다. 이재명 후원회의 상임 후원회장은 성남시에서 청년 배당을 받은 사회복지사 박수인이 맡았으며, 공동후원회장단은 해고 노동자와 농민·장애인 등 서민층을 대표하는 이들로 구성했다. 

    2월 10일 이재명 캠프는 “어제 출범한 이재명 후원회가 단 하루 만에 개미 후원자 1만여 명이 참여해 법정한도 24억 원의 10%가 넘는 2억7000만 원을 달성했다”고 밝혔다. 캠프 측은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 체제 해체를 공언했기 때문에 기업의 거액 후원 없이 모금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 예상했지만, 무수저·흙수저의 열망이 이변을 불러왔다”고 주장했다(3월 3일 ‘흙수저후원회’는 후원금 10억 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2월 15일 이재명은 SBS 대선주자 국민면접에서 언어 표현이 과격하다는 지적에 대해 “제가 싸우는 상대는 불의한 자들, 부패한 기득권자들, 사회적 강자들이다. 과격하게 싸우지 않으면 싸워지겠나”라고 반문했다. 이재명과 싸웠다간 졸지에 ‘불의한 자, 부패한 기득권자, 사회적 강자’로 몰릴 수 있었으니, 문재인은 이재명과의 토론이 내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재명은 “명망과 대세에 의존해 (대통령을) 선택해 이뤄진 결과가 얼마나 참혹했는지 체감하고 있다”며 제발 토론 좀 하자고 외쳤지만, 문재인은 토론을 한사코 피해 다녔다. 예정됐던 민주당 지방의원협의회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마저 일방적인 불참 통보로 무산시키기도 했다. 2월 16일 동아일보 논설위원 정성희는 ‘문재인은 왜 토론을 피하나’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견과 토론을 용납하지 않고 받아쓰기만 시키는 행태는 박 대통령의 전유물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며 “문재인은 벌써부터 왕이 되려는 건가”라고 꼬집었다.

    2017년 4월 8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에서 경선을 치른 후보들과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기준으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후보, 안희정 충남지사. 뉴스1

    2017년 4월 8일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서울 마포구 한 호프집에서 경선을 치른 후보들과 함께 잔을 부딪치고 있다. 왼쪽부터 당시 기준으로 최성 고양시장, 이재명 성남시장, 문재인 후보, 안희정 충남지사. 뉴스1

    원색적 비난·조롱 서슴지 않은 지지자들

    2017년 3월 3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민주당 대선주자 토론회 시작 전, 순서를 정하기 위해 사다리 타기를 했다. 손가락혁명군(손가혁)의 한 회원은 4일 카페 게시판에 문재인의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게시했다. 문재인이 사다리타기에 익숙지 않은 듯 진행자 정관용의 도움을 받는 걸 보여주는 영상이었다.

    손가혁 회원들은 사다리 타기에 미숙한 문재인에게 비난의 화살을 퍼부었다. “순발력, 습득력, 센스 그리고 융통성까지 심각하게 부족하다” “시중드는 사람이 없으면 사회생활 힘든가”라는 비난은 그중에서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문 전 대표의 치매가 의심된다” “인지장애를 의심할 수준” “치아가 없는 사람은 치매가 올 확률이 높다” “문 전 대표는 병원에 가야 한다”는 원색적 비난과 조롱이 이어졌다.

    이 문재인 조롱 영상은 다른 커뮤니티 사이트로 옮겨지면서 친문 지지자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회원들은 “사다리 타기를 안 해봤으면 모를 수도 있다.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손가혁 일부 회원들은 지나치게 맹목적”이라고 비판했다.

    그해 3월 6일 열린 민주당 토론회에서는 이재명이 동문서답(東問西答)하는 문재인을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몰아세운 장면이 화제가 됐다. “A를 물으면 A를 답해야지요. 왜 B를 말합니까.” “자기가 발표한 정책 내용이 뭔지는 아셔야 합니다.” 문재인은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문재인, 눈만 껌뻑껌뻑하네” “묻는 말에 똑바로 대답해야지. 어리버리하네” 등과 같은 댓글들이 달렸다. 이 장면을 포함해 이재명은 경선 과정에서 문재인을 함부로 대한 걸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하게 된다. 문재인을 사랑하는 친문 지지자들의 원수가 됐기 때문이다. 

    운명의 2017년 3월 10일 오전 11시에 시작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는 22분 만에 “대통령을 파면한다”는 주문(主文·결론)으로 끝났다. 8인 재판관 만장일치의 결과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MBN과 매일경제의 의뢰로 헌재 결정 직후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헌재의 ‘대통령 박근혜 탄핵소추안 인용’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86.0%가 “잘했다”고 응답했다. 헌재의 탄핵 결정을 “잘못했다”고 응답한 이는 12.0%였다. 헌재의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응답은 92.0%, ‘승복할 수 없다’는 의견은 6.0%에 그쳤다.

    3월 15일 대통령 권한대행 황교안은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대선 날짜를 5월 9일로 지정하면서 “국정 안정과 공정한 대선 관리를 위해 제가 대선에 출마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보수진영의 유력 후보가 사라지자 일부 관료들은 문재인 측에 줄을 대기 위해 바쁜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으며, 그래서 “‘文바라기’가 된 관료 사회”란 말까지 나왔다. 문재인 캠프에 몰려든 ‘폴리페서’는 1000명에 이르러 이른바 ‘문재인 대세론’을 실감 나게 했다.

    3월 22일 이재명은 문재인 아들 문준용의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곤 할 수 없다”며 “입사에 필요한 서류를 면접 이후 냈다는 것은 (문 후보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서류 미비 상태로 접수한 것 아니냐. 또 두 명을 뽑는 데 두 명만 응했다”며 “객관적으로 드러난 팩트들을 보면, 완벽하게 깔끔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또한 이재명은 문재인이 안희정에 대해 “네거티브를 중단하라”고 공격한 것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정당한 검증을 네거티브로 몰아가는 것 자체가 네거티브이며 불통”이라면서 “어떠한 지적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 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참 답답하신 후보”라고 했다. 또 이재명 측 정성호도 “나한테 불리하면 네거티브고 나한테 유리하면 네거티브 아닌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했다.

    경기도지사 경선 후폭풍,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

    2016년 11~12월에 한창이었던 촛불집회가 국회의 탄핵안 가결 및 헌법재판소의 본격적인 탄핵안 심판 시작과 함께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사이다 발언’으로 인기를 끌었던 이재명의 지지율도 하락했다. 그리고 그 지지율은 박근혜 이후 대한민국을 이끌 안정적인 리더를 원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맞물려 민주당 내 유력 대권주자이던 문재인으로 이동하게 됐다.

    2017년 4월 3일 결국 이재명의 첫 번째 대선 도전은 당내 경선에서 34만7647표를 득표하며 93만6419표를 얻은 문재인, 35만3631표를 얻은 안희정에 밀려 3위로 마감했다. 5월 9일 실시된 대통령선거의 당선자는 문재인이었다. 투표율 77.2%를 기록한 이 선거에서 문재인은 41.08%의 득표율을 기록했다(전체 유권자 대비 득표율은 31.6%). 다른 후보들의 득표율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24.03%, 국민의당 안철수 21.41%, 바른정당 유승민 6.76%, 정의당 심상정 6.17% 순이었다.

    이제 이재명은 차기를 내다보고 경기도지사 자리를 위해 다시 뛰기 시작했다. 2018년 3월 14일 이재명은 성남시청에서 퇴임식을 열고, 다음 날 성남시장을 사퇴했다. 3월 21일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등록 후 3월 27일 국회 정론관에서 “새로운 경기 이제, 이재명”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구태·기득권 세력 16년 아성을 허물겠다”고 했다. 문제는 민주당 경선이었다.

    이재명은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전해철과 경선하면서 다시 지난 대선 때처럼 친문 세력과 갈등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로 알려진 트위터 계정(@08__hkkim)의 소유주가 노무현·문재인과 전해철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및 모욕, 사자 명예훼손 및 모욕, 그리고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으며, 이 계정의 주인이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이라는 의혹이 SNS 및 커뮤니티에서 제기됐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과 양기대는 이재명에게 공동 조사를 요구했으나 이재명은 이에 며칠째 답변하지 않았다. 전해철은 이재명이 공동 조사를 거부한 것으로 보고, 4월 8일 @08__hkkim를 경기도 선관위에 고발했다. 그럼에도 이재명은 4월 20일 전해철과 양기대를 제치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경기도지사 후보가 됐다.

    그러나 후유증은 컸다. 문재인의 공식 팬클럽인 ‘문팬’ 온라인 카페에는 경선이 끝난 지 2주 가까이 이재명을 후보로 인정하지 못하겠다는 글이 잇따르고 있었다. 5월 9일 경향신문 1면 하단엔 “혜경궁 김씨는 누구입니까?”라는 문구의 광고가 게재됐다. 친문 네티즌이 이재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광고였다. 이들 사이에선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이 후보가 사퇴하지 않을 경우 차라리 (자유한국당 후보인) 남경필을 찍겠다”는 말도 나왔다. 

    신문 1면 광고는 11일(한겨레신문), 24일(조선일보)에도 등장했다. 3건의 신문광고에 든 비용 5000여만 원은 며칠 만에 모금이 끝났는데, 송금 내역이 2800여 건에 달했다. 이 신문광고는 네이버의 L카페 회원들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L카페는 여성들만 가입할 수 있었다. 회원 수는 300만 명이 넘고, 30~40대 여성 직장인·주부가 주 회원층으로 알려져 있기에, 결국 3040여성들이 이재명 공격에 앞장선 것으로 분석됐다.

    민주당 예선에선 ‘혜경궁 김씨 사건’이 주요 이슈였다면, 본선에선 6년 전에 일어난 ‘형수 욕설 사건’이 주요 이슈가 됐다. 5월 29일 KBS 주최로 열린 ‘2018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바른미래당 후보 김영환은 “형수와 형에 대한 막말, 공권력을 이용해 형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고 했던 의혹, 검사 사칭을 해서 구속된 분, 성남FC에 165억을 모금한 것이 특혜 의혹이 아니고 무엇이냐”며 “조폭과 관련된 의혹이 있고, 여배우와 관련된 논란, 혜경궁 김씨 논란 등이 있고 음주운전 전과, 공무 집행 전과가 있다. 이런 분이 어떻게 경기도 퍼스트를 만들 수 있고, 도민이 자부심을 느끼는 일을 할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는 치열한 법정투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중에 법원 판결을 중심으로 이야기하기로 하자.

    생방송 도중 불쾌한 질문에 답변 중단하는 오만함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지방선거에선 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 사상 처음으로 PK(부산·울산·경남) 광역단체장 3곳을 모두 휩쓰는 등 광역단체장 선거 기준으로 전국 17곳 중 TK 두 곳과 제주를 제외한 14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압승했다. 민주당이 전체 226곳 기초단체 가운데 151곳(66.8%)에서 당선인을 배출했다.

    이재명은 56.4%의 득표율로 자유한국당의 남경필(35.5%)을 압도적으로 누르고 경기지사에 당선됐다. 6월 13일 밤 당선이 확실해진 이재명은 각 방송사의 릴레이 인터뷰에 응했다. ‘스캔들’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이재명은 이렇게 외쳤다. “대변인! 이거 하고 더 이상 하지 마. 엉뚱한 질문을 자꾸 해서 안 돼. 약속을 어기기 때문에 다 인터뷰 취소야.” 급기야 MBC와의 인터뷰 때 앵커가 “선거 막판에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셨다. 앞으로 도지사가 되시면”이라면서 질문을 던지려 하자 이재명은 “감사합니다. 잘 안 들리는데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라며 인이어 이어폰을 빼 던지면서 생방송 인터뷰를 돌연 중단했다. 그의 오만한 성격이 또 발동한 것이었지만, 승리의 환호 무드에서 큰 문제가 되진 않았다.

    2018년 11월 2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2018년 11월 2일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소유주 논란과 관련해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 피고발인 신분으로 재출석하고 있다. 뉴스1

    그해 7월 21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폭과 권력’ 편에서 이재명과 성남시장 은수미가 조직폭력배 국제마피아파와 유착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007년 성남 수정경찰서가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61명을 폭력 행위 등 혐의로 적발했을 때 당시 변호사였던 이재명이 국제마피아파 조직원 2명의 변론을 맡았고, 공범으로 재판받던 조직원이 설립한 업체가 자격 미달인데도 성남시의 우수중소기업에 선정됐다는 게 제작진의 주장이었다. 방송 이후 파장은 컸다. 주말 내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이재명’ ‘국제마피아’가 올랐고, 청와대 게시판에는 이재명의 사퇴를 촉구하는 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이재명은 이 방송에 대해 “거대 기득권의 이재명 죽이기”라며 A4용지 8장 분량의 반박문을 페이스북에 올렸지만, 정작 문제가 된 건 방송과 관련된 ‘압력 행사’였다. 이재명이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을 앞두고 SBS 사장 박정훈을 비롯해 진행자인 배우 김상중의 소속사 관계자에게까지 연락을 취한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방송심의위원회는 나중에 이 방송이 방송심의 규정 ‘객관성’ ‘명예훼손’ 조항 등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2018년 11월 2일 이재명의 부인 김혜경이 트위터 계정 ‘혜경궁 김씨’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은 가운데, ‘혜경궁 김씨’ 트위터 아이디(@08__hkkim)가 앞서 남긴 트윗이 다시 화제가 됐다. “노무현시체 뺏기지 않으려는 눈물... 가상합니다! 홧팅...ㅋ”(2017년 12월 16일) “내가 이 더러운 나라에서 죽을 고비 넘기고 이민 가버릴라다가 이재명 시장님에게 마지막 희망 걸었는데 대선에서 지고서 희망이 없었다. 요즘 전해철 지지자라는 것들이 하는 짓이 기막혀. 오랜만에 몇 마디 했더니 나를 사모님으로 몰아 이재명죽이기 하는데 니들 그러다 천벌받는다.”(2018년 4월 4일)

    해당 아이디가 이재명 집에서 인터넷에 접속했다는 기록을 찾아낸 경찰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주는 김혜경이라고 결론짓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이에 이재명은 11월 18일 이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SNS에 경찰과 김혜경의 변호인 중 누구의 주장에 공감하는지를 묻는 투표를 자진해서 진행했다. 이 SNS 공감 투표는 단 하루 만에 3만8000여 명의 누리꾼이 참여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끌었다. 투표에 참여한 누리꾼 중 80% 이상이 경찰의 주장에 공감한다고 답해 투표 설계자인 이재명을 머쓱하게 만들었다.

    “혜경궁 김씨 유죄?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부터 규명”

    2018년 11월 19일 오전 8시 40분 이재명은 경기도청 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 수사 결과를 이렇게 비난했다. “그 트위터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닙니다. 아내가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경찰은 제 아내로 단정했습니다. 진실보다 권력을 선택했습니다…저들이 바라는 바, 이 저열한 정치 공세의 목표는 이재명으로 하여금 일을 못하게 하는 겁니다.”

    이재명이 비난한 ‘권력’은 누구이며 ‘저들’은 누구였던 걸까. 바른미래당 의원 하태경은 이날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인터뷰에서 ‘혜경궁 김씨’ 논란과 관련해 “‘고소왕’ 이 지사가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이 부인 게 아니라면 자기 부인이라고 고발한 사람들을 명예훼손으로 재고발하면 가장 쉬운데 그러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이 지사는 실제로 ‘고소왕’이다. 자신과 뭔가 좀 틀린 게 있으면, 자기를 공격하는 게 있으면 무조건 고소부터 하고 보는 분인데. 그것만 봐도 이번(혜경궁 김씨 사건)에는 이 지사가 상당히 당황하고 있는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대변인 윤영석은 “욕설에 가까운 글을 SNS에 대량 살포한 이 지사 부부는 더 이상 피해자 코스프레를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사건은 갈수록 태산이고, 국민이 느끼는 실망감은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커져만 가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대응 없이 계속 지켜보고만 있다”면서 “정치인의 제1 덕목은 ‘도덕성’이다. 도덕성이 없는 사람은 정치에 발을 들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 임윤선은 “혜경궁 김씨는 그토록 이 지사의 열성 지지자였다는데 왜 이런 이 지사가 위기를 겪는 순간에 숨어 있나”라며 “이 지사는 왜 그분을 찾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그해 11월 24일 오전 이재명은 검찰 소환 조사에 앞서 자신의 페이스북에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은 이간계(離間計)’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저나 제 아내는 물론 변호인도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허위’라고 확신한다. 변호인 의견서에도 이 점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글을 시작했다(‘혜경궁 김씨’라는 트위터는 문준용이 2006년 한국 고용정보원에 입사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을 다수 제기했었다). 

    그는 이어 김혜경의 변호사 입장에서 ①아내가 계정주가 아니며, ②문준용 씨의 특혜 의혹 글을 쓰지 않았고, ③그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법적으로 입증해야만 한다면서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선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라는 것을 법적으로 확인해야 한 뒤 이를 바탕으로 ‘허위사실에 대한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적었다. 김혜경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문준용 씨의 특혜 채용 의혹이 사실인지 여부가 밝혀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이재명은 “대선 경선 당시 트위터 글을 이유로 제 아내에게 가해지는 비정상적 공격에는 필연적으로 특혜 채용 의혹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 올려 민주당을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면서 “검찰 제출 의견서를 왜곡해 유출하고 언론플레이하며 이간질에 앞장서는 사람들이 이간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며 이들을 밝혀내는 것이 ‘트위터 계정주 사건’의 본질이자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재명은 “제 아내는 결코 계정주도 아니고 그런 글을 쓰지도 않았음을 다시 한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문재인 정부 성공, 민주당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차이를 넘어 단결해야 한다”면서 “통상적이지 않은 제3자의 ‘대선 경선 후보 명예훼손 고발’로 이렇게까지 온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끝으로 “이유 막론하고 억울한 의혹 제기의 피해자인 문준용 씨에게 깊은 유감의 뜻을 전한다”고 했다.

    2020년 10월 22일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인천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10월 22일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 개막을 하루 앞두고 인천시 영종도 파라다이스 시티에서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文과 李의 급소

    현란한 웅변이었다. 이게 먹힌 걸까. 2018년 12월 11일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수사로 확인된 여러 정황과 사실관계를 종합해 보아도 본건 트위터 계정이 김혜경의 것이라 단정하기 부족하다”며 김혜경을 불기소처분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만약 이 지사가 야당이나 전 정권 인사였다면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지사 집에서 인터넷 접속이 이뤄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범죄자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 ‘혜경궁 김씨’가 불기소처분되자 정권과 검찰이 문 대통령 아들 특혜 취업 문제가 다시 불거지는 것을 막으려는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혜경궁 김씨’를 고발한 측의 고발 이유는 특혜 취업 주장이 허위라는 것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혜경궁 김씨가 기소되면 문 대통령 아들 취업 내용을 수사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지사는 이미 수사 과정에서 ‘트위터 글이 죄가 되지 않음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먼저 특혜 채용 의혹이 허위임을 법적으로 확인한 뒤 명예훼손 여부를 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혜경궁 김씨’를 과연 기소할 수 있겠느냐고 검찰을 압박한 것이다. 이 지사 계산대로 검찰은 불기소를 결정했다.”

    전 한나라당 의원 정두언은 다음 날 저녁 tbs 교통방송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나는 이 정도까지 선방할 줄은 몰랐는데, 역시 뚝심이 있고, 막판 정면승부를 건 게 주요했다. 결국 대통령까지 끌어들였잖냐”라면서 “(이재명은) 아주 대단한 싸움꾼”이라고 평가했다. 문준용 취업 의혹을 거론한 게 검찰 수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재명 지사 하여간 대단하다니까요.…참 탄복할 정도”라며 “그 와중에 또 담당 경찰서장하고 경찰청장까지 또 으름장을 놨잖나. 당신들 함바 비리, 돈 모은 것 내가 다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보통내기가 아니더라”고 말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논설위원 김광일은 “이재명이 ‘문(文)의 급소’를 건드렸다, 때렸다, 이런 얘기가 나온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는 뜻이다.…이재명 지사에게는 아내 김혜경 씨가 급소였고,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아들 준용 씨가 급소였던 셈이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재명 지사가 준용 씨 의혹을 꺼내자 민주당은 분노를 표시했고, 당내에서는 이 지사의 자진 탈당을 촉구하거나 징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지사를 내치는 수순을 밟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결과는 검찰의 불기소처분, 여당의 징계 철회로, 정반대로 나왔다. ‘이재명’이야말로 진짜 정치 9단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상대의 급소를 정확하게 알고, 그곳을 겨냥하여 칼끝을 겨누자 ‘불기소처분’에 ‘징계 철회’라는 방식으로 상황이 정리돼버린 것이다.”

    “나는 만독불침의 경지”

    필자는 지난 호에서 이재명의 ‘인민재판식’ SNS 운영에 대해 ‘나꼼수’ 김용민이 보낸 찬사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이재명은 금세기에 다시 만나기 힘든 전대미문의 싸움꾼”이라고 했다. 그건 아마도 타고난 재능인 것 같다. 이 연재를 시작하는 첫 글(2025년 9월호)에 소개한, 이재명의 초등학교 시절의 ‘깡’ 이야기를 상기해 보라. ‘인간 이재명’(2021)에 나오는 이야기를 다시 소개한다.

    “스물일곱 대! 뺨 맞은 숫자는 같은 반이었던 팔촌 이재완이 세어줘서 알았다. 터진 코피로 칠갑을 한 어린 이재명의 얼굴이 퉁퉁 부어올라도 뺨을 후려치는 선생님의 손길은 멈추지 않았다. ‘너 맷집 끝내준다. 스물일곱대를 맞고 어떻게 고개를 안 숙이냐?’ 팔촌인 이재완은 뺨을 맞을 때 보여준 그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고 원망에 차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그의 눈에서 불꽃이 일었다고 했다.”

    결과를 놓고 보자면, 이재명이 “나는 ‘만독불침(萬毒不侵)’의 경지”라고 큰소리친 건 결코 허언은 아닌 셈이다. 이후에도 이재명에겐 큰 위기가 몇 차례 더 닥치지만, 그는 만독불침의 원리를 묵묵히 수행해 나가는 탁월한 면모를 보여주게 된다. 윤리적으론 잔인하다 싶을 정도의 냉혈한 기질이 좀 오싹하게 여겨지긴 하지만 말이다.(다음 호에 계속) 

    강준만
    ●1956년 출생
    ● 성균관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메디슨캠퍼스 언론학 박사
    ● 저서 : ‘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싸가지 없는 정치’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강남 좌파’ ‘노무현과 국민사기극’ ‘김대중 죽이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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