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간 경쟁기업과 비슷한 환경 조성해줘야
- 경영효율화 위한 내부 체질 개선 목적
- 2011년 한국공항공사, 한국산업은행 등 2곳 추가
- 동기 부여 미흡 vs 통제불능 상태 초래 논란
공기업의 방만 경영이 사회적 화두가 돼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에 박수를 보냈던 게 불과 2,3년 전의 일이다. 공기업은 한국 사회와 경제를 떠받치는 큰 축이다. 글로벌 시대에는 이들의 분발이 더욱 요구된다.
그동안 한국의 공기업은 일을 잘하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글로벌 회계·컨설팅업체인 언스트앤영이 발표한 ‘공기업의 성공 비결’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가운데 8명은 공기업이 민간기업보다 비효율적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보고서는 지배구조와 전략 개선 등의 변화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가 2009년 한국관광공사 등 24개 공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04~08년 자산과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성과 재무건전성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경영의 자율성 및 전문성 결여, 투자비 조달의 어려움, 기업회계처리 미비 등이 원인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동안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등 공공기관의 선진화를 위해 민영화·통폐합·인력감축 및 보수체계 합리화 등 외형적인 구조개혁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구조개혁이 내부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하나의 ‘중대한 실험’을 진행 중이다. 기획재정부가 2010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경영자율권 확대 사업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공공기관 기관장에게 인사, 조직, 예산 등의 자율권을 부여하고 그 대신 일정한 성과목표를 달성토록 하는 사업이다. 좀 더 자세히 보면 해외사업 및 신규사업에 필요한 인력을 기관장이 자율적으로 증원할 수 있으며, 조직을 신설하거나 직위 및 직급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도 있다. 예산과 관련, 초과이익이나 원가절감 부분의 10%를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해외사업 전문인력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여체계를 적용할 수 있다.
‘너지 효과’ 기대
이것이 과연 ‘너지(nudge)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인 너지는 일종의 자유주의적인 개입 내지 간섭을 지칭한다. 한때 화장실 소변기에 붙어 있었던 파리 모양의 스티커를 기억할 것이다. 암스테르담 공항 남자 화장실에선 이 스티커로 소변기 밖으로 새는 소변량의 80%를 줄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번 경영자율권 확대를 이처럼 은근한 부추김으로 해석하는 이들이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인천국제공항공사, IBK기업은행, 한국가스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등 4개 공공기관의 기관장에게 이런 경영자율권을 주고 변화를 유도했다. 올해 1월4일에는 한국공항공사, 한국산업은행 2곳을 추가로 선정했다.
기존 4개 기관의 2010년 실적에 대한 최종 이행평가는 올해 4월에 한다. 여기서 평가등급이 ‘우수’일 경우 자율권을 지속하고, 기관장의 연임을 건의하며, 임직원에게 성과급이 부여된다. ‘보통’의 경우에도 자율권이 지속되지만 ‘부진’으로 평가되면 자율권을 회수하고, 기관장의 자진 사퇴 유도, 임직원의 성과급 차감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해당 4개 기관으로부터 지난 1년 동안의 추진실적 예상치를 받아보니 대부분 ‘우수’에 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획재정부도 이들의 경영자율권을 잠정적으로 연장키로 했다.
한국가스공사는 해외사업 수익증대 항목 가운데 해외사업 수익규모와 해외지분 투자수익률이 각각 65%와 54%에 그쳤지만 나머지 유·가스전 확보와 매장량 증대, 천연가스 도입가격 안정 및 수급관리, 미공급지역 배관망 건설 등의 항목이 대부분 100% 성과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동북아 허브공항 실현, 기업가치 제고, 해외사업 진출기반 확대 등 3대 성과목표 부문에서 94.3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허브공항 실현 지표인 국제선 항공처리단위(ATU), 환승여객, 환적화물 부문에서 각각 100%, 84.3%, 92.1% 도달을 전망하고 있다. 기업가치 제고 지표인 직원당 매출액과 직원당 EBITDA(실질영업이익)에서 각각 94.1%, 95%를 기록하고, 해외사업 진출기반 확대 부문에서 해외사업 매출 총액과 투입인력당 매출액은 100%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수익창출 역량 강화(1인당 충당금적립전이익), 영업역량 제고(1인당 대출금), 중소기업 자금공급 강화(중소기업 자금공급 달성도), 건전성 등 4가지 성과지표 모두 100% 수준을 초과해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원가절감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저탄소 녹색성장 사업구조 구축, 서비스 공급단가 개선 등 3개 성과목표 모두 ‘우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성과지표 가운데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 인건비 비율, 판매관리비 비율, 고정비 인상요인 억제 등의 항목이 모두 100%를 달성하고, 신재생에너지 생산 확대 지표만 95%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동기 유발 위한 다양한 방법 필요
경영자율권 확대 사업 아이디어는 전 청와대 K 비서관이 입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IBK기업은행 경영진도 이 제도가 만들어지는 데 한몫을 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의 일환으로 정원을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은행 경영진은 2009년초부터 부처 관계자들에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요구했던 것. 그러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이 LH공사 출범식에서 공기업의 경영 재량권을 언급하면서 이 사업이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공기업 중 민간기업 이상으로 잘하는 CEO가 있고 임직원이 있다. 제도적으로 보완해서 공기업 사장이 책임지고 민간기업처럼 자기 책임하에 운영해나갈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담당하는 재정부 관계자는 “경영자율권 확대기관으로 선정된 공공기관은 앞으로 자율·책임경영을 통해 생산성과 대국민 서비스 질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는 앞으로 공공기관의 자율·책임경영의 성공모델을 만들고 더욱 내실을 갖춘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업이 공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는 또 다른 수단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 일각에선 “공기업이 통제 불능의 상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이고 있다.
반면 공기업 직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에는 자율권과 인센티브가 너무 제한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실제로 한 공기업의 간부는 “처음엔 성과지표를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성과지표가 회사의 발전방향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직원들이 움직였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번 사업의 평가 잣대가 좀 더 다양해져야 한다”며 “공기업의 설립 목적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평가 방법이 만들어져야 하는데, 시장의 경쟁업체와 비교해서 비슷한 경영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더 생산적이다”고 지적했다.
곽채기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경영자율권 확대는 방만 경영, 경영의 비효율성 등의 부정적 이미지를 갖고 있던 공기업이 더 나은 경영성과를 내고 미래지향적인 새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 조준희 / IBK기업은행장
“숲을 보는 지혜로 내실 경영 나설 것”
조준희 행장
이런 상황에서 조준희 IBK기업은행장이 지난해 12월말 공채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만큼 안팎에서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1980년 기업은행에 입행한 뒤 도쿄지점장, 경인지역본부장 등을 거친 그는 고객중심, 현장중심 업무처리를 강조하는 영업 철학을 갖고 있으며 가는 곳마다 영업실적을 1위로 올려놓기도 했다. 금융위원장과 자율경영계약을 맺은 이는 전임 윤용로 행장이지만, 조 행장은 당시 수석 부행장으로서 1년간 이 제도가 어떻게 이행됐는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에게서 경영 자율권 확대와 관련 기업은행의 주요 문제를 들어봤다.
▼ 경영 자율화 확대제도가 시장에서 민간기업과 직접 경쟁하는 공기업에 기회를 주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는데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시중은행과 어떻게 다른 제약을 받고 있나요.
“기업은행은 정부가 최대 주주(65.1%)인 국책은행이지만, 시장에서 시중은행과 경쟁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운용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시중은행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경쟁에 걸림돌이 되는 몇 가지 제약사항이 있습니다. 먼저 업무계획 수립과 인건비 예산편성에 대해 사전에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기타 공공기관으로서 공공기관 운영법이 부여하는 평가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또 시중은행과 달리 주무기관인 금융위원회로부터 업무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 국회의 국정감사, 감사원 회계 및 직무감찰, 금융감독원의 건전성 감독 등을 받고 있습니다. 평가항목이 늘어나면 그만큼 직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이런 제약을 좀 더 간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 기업은행도 해외사업 및 신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력 증원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영자율권 확대로 인력 운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2008년 제출한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따라 2012년말까지 정원의 10%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경영자율권 확대 기관에 선정되면서 470여 명의 신입직원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퇴직자가 296명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상 174명이 증가한 셈이지요. 지난해 총 정원은 7392명이었습니다. 은행은 절대 인원이 늘어나야 새 점포도 만들고, 새 사업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큰 복이 굴러온 겁니다. 늘어난 인력으로 28개 신설 영업점을 열고, 모바일 등 신사업과 녹색·서민금융 지원 등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160명을 증원할 계획입니다. 아직도 영업점(604개)과 영업점당 인원(8.55명)은 시중 은행보다 현저하게 적어 업무량이 과중한 편입니다. 경영 자율권이 지금보다 더 확대될 필요가 있지요.”
항아리형 인력구조 피라미드형으로
기업은행은 그동안 인력구조가 심하게 왜곡돼 있었다. 입행 3년 미만의 신입행원이 과도하게 많고, 숙련된 10년 미만 인력은 오히려 부족하며, 4급 10년차 이상 인력은 또 너무 많은 항아리형이어서 이를 피라미드형으로 바꾸는 과제가 남아 있다.
▼ 경영자율권이 확보되고, 그에 따른 성과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요.
“1인당 충전이익, 연체대출채권비율, 1인당 대출금, 중소기업자금공급 등 4개 지표 가운데 3개는 실적이 순조롭게 달성돼갔습니다. 그런데 예상보다 높은 연체율이 발목을 잡기 시작했습니다. 목표 대비 최고 25bp를 넘어 비상등이 켜졌지요. 2011년부터 시작되는 국제회계기준(IFRS)에 따라 연체관리를 위한 자산유동화채권(ABS) 발행이 어려워지고 완전 매각만 가능한 상황이어서 관리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연체대출채권비율이 2009년 0.54%에서 2010년 9월 0.96%까지 올랐습니다. 사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에 정책금융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불가피하게 건전성이 떨어진 거지요. 그러나 경영자율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연체관리를 위한 특별 운동을 전개하고, 경영진이 매일 실적을 점검하면서 전사적으로 연체 줄이기 활동을 전개해 목표치 이내로 관리할 수 있게 됐습니다.”
▼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은 늘려야 하고, 연체율은 낮춰야 하는 상황인데,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요.
“우선 대출심사를 효율적으로 잘해야 합니다. 그리고 돈을 빌려간 기업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해야지요. 약간 어려워진 기업에 대해서는 돈을 더 빌려줘서 살릴 것인지, 아니면 퇴출시킬 것인지 등에 대한 심사를 잘해야 합니다. 저희 은행은 2008년부터 대출 이후 중간 신용위험 점검제도를 도입했고, 2010년 5월부터는 조기경보시스템을 만들어 신용상태의 변동 상황을 면밀하게 관리하고 있습니다.”
▼ 경영효율화를 위해 기업은행을 민영화할 필요가 있는지요.
“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 시중은행들은 중소기업에 대출하기를 꺼립니다. 그러나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왔습니다. 만약 다시 위기가 올 때 이것에 대처할 은행이 없으면 미국처럼 중앙은행이 직접 나서야 합니다. 그러므로 당분간 기업은행의 지분은 정부가 갖고 있어야 합니다. 다만 은행영업 부문에서는 ‘민영화’수준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는 어떤 내용인가요.
“2011년 고유성과지표인 1인당 충전이익(충당금 적립 전 이익)에 대해 성과목표치보다 5% 높게 부여하고, 이를 달성할 경우 초과이익의 10%를 직원 인센티브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IBK금융지주 설립 희망
▼ 새해 기업은행이 가장 역점을 둘 내용은 무엇인지요.
“눈앞의 나무만 보지 않고 숲을 보는 지혜로 내실경영에 나서겠습니다. 국책은행이기 때문에 우리가 잘못하면 결국 국민에게 피해를 주게 됩니다. 경쟁은행들과 외형 확대를 위한 경쟁에 나서기보다는 내실 있는 성장을 추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만이 제공할 수 있는 차별화된 혁신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해 대응할 계획입니다.”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의 동맥과 젖줄이라는 모토에 맞게 기업의 성장단계별 금융지원을 강화하고, 해외진출도 확대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새해 지주사 추진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시중은행들이 모두 지주회사로 전환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에 비하면 기업은행은 제도적으로 한발 뒤져있는 셈이다.
“IBK금융지주 설립은 다른 금융지주와 동일한 경쟁기반을 조성하고, 겸업화 및 대형화하는 추세에 적극 대응하려는 겁니다. 이미 저희는 IBK투자증권, IBK연금보험, IBK자산운용, IBK캐피탈 등의 진용을 갖추고 있습니다. 고객에게 종합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인 과제이지요. 정부와 국회 등 이해당사자와 충분한 협의를 거쳐 차분히 준비할 계획입니다.”
▼ 내부의 기업 문화 등은 어떻게 바꿔나갈 계획인지요.
“잘못된 관행은 뿌리 뽑겠습니다. 제가 30년 동안 은행원으로 일했습니다. 자기 몸의 아픈 부분은 의사보다 자신이 더 잘 압니다. 내부의 문제점, 특히 보여주기 위한 형식적인 업무처리, 평가만을 위한 효과없는 사업추진, 책임을 면하기 위한 문서작업, 목적도 분명치 않고 준비도 미흡한 장시간 회의의 반복 등 낡은 관습과 타성을 과감히 버리도록 하겠습니다.”
>>> 이채욱 /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즐기는 마음으로 서비스 품질 높여 루이비통 유치했죠”
이채욱 사장
그동안 인천국제공항공사는 ‘공기업’이라는 틀에 갇혀 이런 장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경영자율권 확대 기업으로 선정된 뒤 공항운영 노하우 수출 등 해외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지난해 인천공항공사는 여객 3300만여 명(환승객 520만명) 수송, 화물 270만t 처리, 매출 1조2800억원과 당기순이익 3000억원 달성 등 개항 이후 최고의 실적을 냈다. GE코리아 회장 출신으로 2008년 9월 공모를 통해 취임한 이채욱 사장은 창의적 경영인으로 이름이 높다.
▼ 루이비통이 전세계 공항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공항에 입점한 것이 화제입니다.
“세계적 공항들이 서로 이 브랜드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입점이 결정된 것은 인천공항의 위상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이비통은 중국과 일본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입니다. 그런 브랜드는 집객효과가 있어서 그만큼 많은 환승객을 유치할 수 있는 이점이 있습니다.”
▼ 인천공항공사가 경영자율권 확대 대상에 선정된 배경이 궁금합니다. 자율경영계획서에 어떤 내용을 담았는지요?
“자율경영계획서를 정할 때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것보다 굉장히 도전적인 제안을 내놓아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북아 허브공항 실현, 기업가치 제고, 해외사업 진출 확대 등 3대 성과목표와 7대 성과지표를 설정하고, 과거 5년간평균신장률보다 130% 상향된 목표를 제시한 것이 시범기관으로 선정되는 데 영향을 준 것으로 생각합니다. 우리 회사는 9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회사라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편입니다. 그렇다 해도 130% 목표달성은 직원들도 어렵다고 했지만, 새 공기업 문화를 만들고 싶었기 때문에 강행했고, 결과는 좋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자율권 확대에 따른 고유목표(동북아 허브공항 실현, 기업가치 제고, 해외사업 진출기반 확대) 가운데 기업가치 제고는 재무적 측면에서만 평가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재무적 기업가치도 중요할 것 같은데요.
“당장 수치화하긴 어렵지만 공항의 기본이 되는 것은 무엇보다 서비스 품질 향상입니다. 그동안 서비스 개선에 나서 ASQ 5연패 달성으로 인천공항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였습니다. 그것이 해외 사업 진출의 토대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항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수출하면 부가가치가 아주 높습니다.”
매출 1조2800억원 당기순이익 3000억원
▼ 그동안 해외사업은 어느 정도의 진전이 있었는지요.
“2009년 2월 공항산업 최초로 이라크 아르빌 신공항 건설사업에 진출한 이래 러시아 하바로프스크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필리핀 세부공항 사업 등 신규사업 수주도 활발히 추진해 모두 4건의 해외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2010년 해외사업을 통해 98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인력 증원은 어느 부서에 배치하기 위한 것인지요?
“인력·조직 운영의 자율권을 해외사업, 영업, 공항운영 등 전략사업에 집중 활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래전략사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기존 미래사업추진실을 해외사업 전략수립과 마케팅, 수주를 전담하는 해외사업단과 신규사업 타당성을 분석하고 개발하는 사업개발단으로 분리했습니다. 또 미래전략사업의 연구개발(R·D)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부사장 직할의 연구개발단 기능을 확대했고, 물류분야의 신규수익사업을 개발하고 신규 물동량을 유치하기 위해 물류팀을 물류영업처로 확대 개편했습니다. 해외진출 인력은 정원 외로 둘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지요.”
▼ 인천공항공사 자율경영의 핵심은 무엇인지요?
“우리가 제시한 성과목표에 상응하는 자율권으로 정원의 5%(41명) 이내 증원, 인력·조직에 대한 운영, 중요 목표(Outstanding Target: 1인당 세전이익 10억7100만원) 달성시 성과목표 초과이익의 10%를 월 기본급의 100% 한도에서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예산의 자율권 등이 핵심입니다. 우리 기업의 주주인 정부가 경영자에게 그 권한을 맡기는 거죠. 그동안 채찍 위주였다면, 이젠 당근으로 독려하겠다는 취지로 해석합니다.”
▼ 지난해 전략적으로 항공마케팅 활동을 강화했다고 들었습니다.
“공기업에 우리처럼 마케팅팀이 있는 곳은 드뭅니다. 그러나 우리의 경쟁 상대는 국내에 있는 게 아니라 홍콩 하네다 나리타 싱가포르 같은 국제공항이므로 그런 부서가 필수적입니다. 현재 페덱스 물류회사의 동북아 게이트를 놓고 이 지역 국제공항들의 유치 경쟁이 치열합니다. 이것을 갖고 오면 1주일에 항공기 100여 대가 공항을 더 이용하게 됩니다. 중국 톈진(天津)에서 생산한 삼성전자 휴대전화 등을 배를 통해 인천공항으로 들여와서 세계 각지로 배송하는 ‘복합운송’(Sea · Air) 물동량을 늘리기 위한 마케팅도 진행했습니다. 1만7000t 물량을 돈으로 환산하면 7조원어치가 됩니다. 중국 동북 3성과 일본을 연결하는 신환승축 개발, 탑승률 여유노선에 대한 틈새 환승상품 개발, 로슈진단 같은 글로벌 첨단 배송센터 유치 등을 위해 공격적 마케팅도 펼쳤습니다.”
▼ 공항 출국 과정의 시간이 많이 단축된 느낌을 받습니다. 안전성도 확보된 거지요.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전자여권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출국 18분, 입국 13분대를 유지하려고 합니다. 국제 기준은 각각 60분, 45분입니다. 또 승객예고제를 도입해 예약 정보가 저희 회사로 들어오면 이를 분석한 뒤 해외 공항과 세관 등에 시간당 출국 인원을 미리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상대 회사들이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수 있게 됩니다.”
▼ 부채비율이 크게 낮아진 배경은 무엇인지요?
“무엇보다 경영 효율성이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2001년 개항 초기 170%대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이 2010년 11월말 69%대로 낮아져 재무건전성이 좋아졌습니다. 전년 대비 16%p 감소했지요.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3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노사문화대상 받아
▼ 경영자율권 확대 이후 직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저는 평소 직원들에게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는 논어 구절을 즐겨 말합니다. 즐겁게 일하는 게 최고지요. 인사에서도 잡 포스팅제를 도입해 각 팀장 이상 간부들이 쓸 사람을 직접 채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단 리더가 공정, 투명, 일관성을 지켜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그러니 직원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CEO와의 대화 등을 통해 노조원들과 30여 회에 걸쳐 만나며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고요. 자율경영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기 위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노사합동 워크숍을 여는 등 노사가 한마음이 되면서 지난해 9월에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노사문화대상을 받기도 했지요.”
▼ 성과 목표를 추진하는 데 어떤 어려움이 있었습니까?
“지난해 경기회복으로 항공수요가 증가했으나 항공사의 환승·환적 비중 감축 등으로 환승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태국사태, 아이슬란드 화산폭발, 테러위협, 천안함·연평도 도발 사건 등 외부의 악영향이 적지 않았습니다. 또 제가 민간에서 왔기 때문에 국회나 정치권 등 유관기관과의 소통에도 취약한 면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 정승일 /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
“원가절감 제안제도 포상금 올렸더니 아이디어 쏟아져”
정승일 사장
정승일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은 민간 기업인 출신으로 2008년 8월 사장에 취임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GS건설 등에서 40년간 직장생활을 했고, 25년간은 해외 사업에 진력해왔다. 취임 이후 증시 상장과 출자회사 정비라는 정부의 선진화 과제를 무리없이 소화해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증시 상장은 2001년과 2007년에도 추진했던 사업이지만, 가격상승을 우려한 수요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가 지난해 1월 정 사장의 리더십으로 매듭지을 수 있었다. 안산도시개발 등 4개 출자사의 지분 매각과 상장을 통해 지역난방공사는 부채비율을 69.6%P나 줄였다.
2009년 기획재정부의 경영자율권 확대 공모에 정 사장이 출사표를 던진 이유는 분명했다. 공기업 규제의 틀이 경영 효율성을 가로막고 있다고 여겼기 때문. 특히 정부가 지역난방공사의 시장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갈 때까지 신규사업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선을 그어놓은 상태였다. 열공급 사업에서도 민간 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기 위한 조치였다. 2008년 당시 지역난방공사는 58%의 점유율을 지키고 있었다. 따라서 침체된 조직을 활성화하고 성과주의 문화를 도입할 필요가 있었다.
“저는 공기업도 수익성 중심의 사업전개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야 하고, 기업 혁신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런데 조직과 인사 운영, 내부 고객에 대한 보상, 기업 경영에 필요한 예산 관리 등에 대해 정부의 규제가 너무 엄격했습니다. 2009년 9월 청와대에서 열린 공기업 사장 간담회에 참석했을 때 ‘이런 정부의 규제 때문에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한 것도 그 때문입니다.”
▼ 민간 기업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민간기업은 성장을 우선적으로 고려합니다. 성과보상제를 도입해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진급도 빨리 시키고, 연말엔 보너스도 많이 줍니다. 그래야 직원들도 희망을 갖고, 창의적 발상을 하게 되거든요. 공기업에선 동기유발 장치가 너무 부족합니다.”
결국 정 사장은 당국에 원가절감 노력으로 생긴 초과이익의 일부를 임직원 인센티브 재원으로 활용하고, 직급별 정원 내에서 기관장의 판단에 따라 조직을 신설하며, 신규 인력 사전 채용 등의 권한을 요구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졌다.
정원 조정으로 생산성 17% 향상
▼ 인센티브제도에 대해 직원들의 반응은 어떠한지요.
“직원들의 업무 스타일이 크게 달라졌습니다. 창의적 업무활동이 전사적으로 일어났습니다. 특히 지난해 원가절감 제안제도의 포상금을 대폭 올렸더니 사원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습니다. 공기업의 경우 예산을 편성하면 가급적 그대로 집행하는 것이 관례화돼 있었지만, 원가절감을 기본목표로 정하고 비용대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매월 우선순위에 의한 예산조정과 인센티브 제도로 직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냈습니다.”
정 사장은 원가절감을 위한 제안을 받으면서 아이디어가 재무적 결과로 이어져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지난 연말 심사 결과 최우수상(상금 3000만원)은 없었고, 부서별 우수상(상금 1000만원) 5건과 장려상 6건이 결정됐다. 개인의 원가절감 및 업무 개선 제안제도에도 많은 아이디어가 쏟아져 45건이 포상자로 선정됐다. 이런 제안들을 통해 지역난방공사는 모두 41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조직 및 정원의 자율 운영과 관련, 지역난방공사는 지난해 기존 사업부문에서 79명을 감축하고 파주·판교·광교 등 신규사업부문에 288명을 증원해, 정원이 모두 1202명으로 늘었다. 2009년에는 반대로 선진화 계획에 따라 123명이 준 적이 있다. 공사는 이번 정원 조정 효과가 생산성 17% 상승과 맞먹는 효과를 낳았다고 전했다.
윤리, 열린마음, 열성, 전문성
▼ 인사는 연공서열 중심인가요?
“획일적인 연공서열을 타파했습니다. 보통 3급 이상이 팀장을 맡는데 4급 팀장도 두고, 처장 등 간부직 전 직위에 대해 직위공모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공모자들에 대한 평가는 나중에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 노사관계는 경영자율화 도입을 계기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취임 초기 경영혁신 과정에서 노조가 업무강도만 높이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는데, 더욱이 자율경영을 도입하겠다고 하니 반감이 적지 않았지요. 사실 자율경영을 직원 처지에서 보면 평가항목이 하나 추가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자칫 스트레스가 될 수 있었던 거지요. 그래서 시작 단계에서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본·지사 순회 설명회를 열고 직원들에게 인센티브제 도입, 교육 지원 등으로 설득했습니다. 그 결과 자율경영 목표 달성 및 비용절감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문까지 만들었습니다. 2년간 임금 무교섭 타결도 이뤄내 고용노동부로부터 2010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됐지요.”
▼ 평소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무엇인지요.
“제가 민간 기업에 있을 때도 뼈저리게 느낀 것이 바로 사람의 중요성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도 핵심인재를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핵심인재의 기본 덕목은 윤리, 열린 마음, 열성, 전문성입니다. 주인의식도 필요하고요.”
▼ 자율경영을 통해 수익성은 어느 정도 개선됐는지요?
“우리 공사의 원가구조를 볼 때 LNG, 유류 등 연료비 비중이 약 70%이고 나머지 30% 중에서도 인건비·감가상각비 등 경직성 경비가 대부분이어서 목표 달성이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과감한 목표수립과 체계적 관리, 전직원의 동참으로 원가절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율경영계약에 따라 경영효율화로 줄인 원가는 시중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민들이 바로 혜택을 입을 수 있는 거지요.”
▼ 신재생에너지 생산 및 활용은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나요.
“성과 목표 가운데 유일하게 이 부분이 100% 달성을 못할 듯합니다. 지난해 7월 대구지사의 우드칩(wood chips) 열생산설비가 고장 나 어려움을 겪었거든요. 우드칩은 재선충에 걸린 소나무를 잘라내 만든 원료로, 친환경적인 에너지 생산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현재 우드칩뿐 아니라 매립가스, 쓰레기소각장 열, 하수열의 잔열 회수, 태양광과 태양열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매스와 RDF 등은 연구단계에 있고요. 특히 제습냉방기를 활용한 공동주택 냉방사업은 하절기 전력피크 해소 및 에너지 효율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 사장님은 민간 기업에서 해외 사업의 경험을 오래 쌓았는데, 지역난방공사의 해외 진출에 대해선 어떤 전략을 갖고 있습니까.
“새로운 수익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신재생에너지사업, 냉방사업, 해외사업입니다. 해외사업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지금은 인력을 교육하고, 기술을 쌓아가는 준비기간입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해외 사업 인력을 철수시켰습니다. 몽골과 우즈베키스탄 등지에서 한국국제협력단이 벌이는 공적원조사업(ODA)을 돕는 정도의 해외사업만 진행하고 있습니다. 3,4년 뒤에는 다시 본격적인 해외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주강수 / 한국가스공사 사장
“LNG 단순 수입 벗어나 해외 자원 탐사 개발에 진력”
주강수 사장
에너지전문가로 현대자원개발 대표이사, STX에너지 상임고문 등을 역임한 주강수 사장은 2008년 10월 가스공사의 사령탑을 맡았다. 주 사장으로부터 혹한의 추위가 지속되던 12월27일 약간 추운 느낌이 드는 집무실에서 경영자율권 확대와 관련한 이야기를 들었다.
▼ 우선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쭙니다. 천연가스는 전세계 매장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요.
“흔히 석유는 앞으로 인류가 35년 쓸 분량이 있고, 가스는 65년 쓸 분량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떠오르는 비전통가스 매장량은 일반 천연가스 매장량의 3배라고 합니다. 이 비전통가스는 가스하이드레이트와 석탄층메탄가스, 셰일가스 등을 말하는데 단단한 지층 사이에 갇혀 있습니다. 북극에도 20년간 쓸 수 있는 양이 매장돼 있고요. 결국 가스는 100년치 쓸 수 있는 양이 있는 거지요.”
▼ 그렇게 많은 양이 있다 해도 우리나라가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는지요.
“가스 사업은 초기 투자비가 많이 들어 20년 이상 장기계약을 하지 않으면 시작될 수 없는 특수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사업을 전개해나가야 합니다. 그런데 국내 수급 상황에 변화가 오면 그것을 맞추는 게 쉽지 않아요. 장기계약에 의하지 않고 현물을 구입하는 스폿(spot)시장은 10% 정도밖에 존재하지 않지만, 이 시장이 움직이면 가격이 급등합니다. 천연가스라고 하면 보통 LNG를 말하는데, 한국은 일본에 이어 두 번째 큰 시장입니다. 저희 가스공사는 가스 수출회사들에 단일 회사로는 가장 큰 구매고객이지요. 2015년까지는 구매량보다 공급량이 더 많아 시장에서 구매자가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매자 시장(buyer、s market)이 이어지겠지만, 이후엔 반대로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 될 겁니다. 미리 해외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때를 대비해야 우리가 안정적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습니다.”
▼ 그런 시장 상황에서 경영자율권 확대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구매자 시장이 몇 년 안에 닫힐 것에 대비해야 하므로 가스공사는 장기적 비전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에너지 회사로서 가스 탐사와 생산을 포함하는 상류활동(upstream)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를 위해선 가스가 매장된 현지에서 활동할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갖춰져야 합니다. 경영자율권 확대는 무엇보다 필요한 곳에 인력을 경영자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다는 데 의미가 있지요. 필요한 시점마다 그런 인력을 내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일반적으로 공공기관에서 인력을 조정하려면 길게는 6개월씩이나 걸립니다. 사업권을 따는 과정에서 사실상 며칠 만에 전문가가 충원돼야 하는 상황도 있거든요. 제가 민간 상사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가스공사에 와서 그런 점이 가장 답답했습니다. 한마디로 바쁜데 일할 사람이 없었던 거죠.”
호주산 LNG 중국에 팔 계획
▼ 과거에 그렇게 전문 인력이 부족했나요.
“해외에서 업스트림 활동을 하려면 전문기술인력이 일반적으로 600명 정도 필요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지난해 경영자율권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인력부문은 정원(2828명)의 2%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었고, 특히 해외 법인에서 급여를 받는 파견직원은 정원외로 운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 2009년 해외파견자가 32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추가로 30명을 더 내보낼 수 있어서 현재는 62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가스를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저희 회사의 설립 목적이라면 해외 사업은 필수적이랄 수 있습니다.”
▼ 그 결과 어떤 성과가 나왔는지요?
“지난해 10월 이라크의 국제입찰에 참여해 매장량이 5억9000만배럴에 달하는 아카스 가스전과 매장량 4억9000만배럴에 달하는 만수리아 가스전 개발광구를 확보했습니다. 2009년에도 주바일 및 바드라 광구의 개발계약을 수주했고요. 캐나다에선 2500만t 규모의 비전통가스전인 키위가나 광구와 잭파인/노엘 광구 개발계약을 체결해 올해부터 본격 생산체제에 들어갑니다. 러시아산 천연가스 도입을 위해 가즈프롬사와 공동으로 도입방안에 대해 연구 중이며, 북극 페초라 지역의 가스전 개발과 LNG 사업을 위해 알테크사와 양해각서를 체결했습니다. 호주에서도 연간 350만t씩을 추가로 구입키로 결정했습니다.”
▼ 다른 부문에서 인력운용이나 조직 개편은 어떻게 이뤄졌는지요.
“취임 직후 조직을 개편해 자원본부를 별도의 본부로 배치했습니다. 그러다 2010년 초에는 기존 자원본부를 ‘자원사업본부’와 ‘자원개발본부’로 개편했고,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을 위한 ‘이라크사업단’도 만들었습니다. 개별 본부에도 해외배관사업팀, 해외기지지원팀 등 해외사업 강화를 위한 인원들이 배치됐습니다. 2010년 9월말 현재 292명의 인력과 기능을 조정했고, 수년간 개선하지 못했던 설비운전원의 교대근무 형태를 노사간 합의로 4조3교대와 일근조에서 4조3교대로 바꿨습니다. 그 결과 143명을 천연가스 배관 건설현장으로 배치했습니다.”
▼ 경영자율권 확대는 기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효율성 측면에선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경영 효율을 높이려면 우선 사고 틀을 바꿔야 합니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거지요.”
▼ 체질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인지요.
“과거엔 가스공사의 사고범위가 국내에만 한정돼 있었습니다. 이젠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비록 1년간의 경영 실험이었지만 가스공사가 도약할 수 있는 많은 준비를 해왔습니다. 해외 사업들은 2014년부터 수익성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스를 수입해서 국가에 공급하는 역할뿐 아니라 제3국에도 팔 수 있는 능력을 기르려고 합니다. 이 시대에는 에너지를 100% 확보하는 것보다 비상시를 대비해 120%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해요. 앞으로 호주에서 구입할 가스는 제3국에 마음대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우선 이를 중국에 판매할 계획입니다. 이는 진정한 글로벌 에너지기업이 될 수 있는 발판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세계가스컨퍼런스 유치 계획
▼ 경영자율권 확대 이후 직원들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요?
“직원들이 한정된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습니다. 우선 상대하는 시장이 커지고 생각할 수 있는 폭도 넓어졌지요.”
▼ 가스산업 선진화란 무슨 뜻입니까.
“천연가스의 도입가격을 낮춰서 가스요금을 낮추는 등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게 일차적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가스산업에 경쟁체제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경쟁시장을 운영하기 위한 외부 전문기관에 자문 및 용역을 했고요. 배관시설 이용규정, 회계분리 기준 등을 마련해 경쟁도입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구축했습니다. 또 그동안 천연가스를 공급하지 못했던 지역에 혜택을 주기 위해 2008년부터 2013년 완공목표로 1조6000억원을 들여 1040㎞에 달하는 공급망을 건설하고 있습니다. 추가로 430만 가구가 혜택을 볼 수 있게 됐지요.”
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2018년 세계가스컨퍼런스(WGC)를 유치할 계획이다. 이 이벤트를 개최할 경우 5000여 명의 해외 관계자가 참가하게 되며, 500억원대의 부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