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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을 바꾸는 사람들 ④

도매상 같은 판매장 키워 대형 유통업체 이긴다

판매농협 완성? 소매 기능을 강화하라!

  • 최영철 기자│ftdog@donga.com

도매상 같은 판매장 키워 대형 유통업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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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매상 같은 판매장 키워 대형 유통업체 이긴다

양재 하나로클럽. 국내 최대 매장 면적을 자랑하며 하루 평균 고객이 1만3000명에 달한다.



농민과 소비자가 모두 웃는 ‘판매농협’의 구현. 지난해 3월 시작된 농협개혁의 핵심이자 농협의 꿈이다. 7, 8단계에 달하는 중간 유통단계를 확 줄여 산지-물류센터-소매상 3단계로 축소함으로써, 농민에겐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 가격을 조금이라도 더 받게 하고 소비자에겐 조금 싸게 팔자는 것이다. 유통단계가 줄면 소비자는 그만큼 신선한 농산물을 먹을 수 있다.

농협은 이를 위해 회원 농민들에게 공동생산, 공동출하, 공동분배를 독려하는 한편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거대 도매조직을 키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성농식품물류센터 등 대형 물류센터를 새로 짓고 축산물의 경우는 농협안심축산을 대형 패커(Packer)로 육성하고 있다.

농협이 농축산물 도매시장을 장악하면 우리 농업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이 보다 싼 가격으로 빠른 시간 내에 소비자의 식탁에 오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농축산물 가격이 폭락·폭등하는 일은 거의 없다. 농협의 거대 도매조직이 수급조절을 통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소매 기능 확대 절실



문제는 농협 도매조직으로부터 농축산물을 받아 적정 이윤을 남기고 소비자에게 판매할 양심적 소매상이 우리 가까이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농협은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익단체이자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먹을거리 안전을 책임지고 농축산물의 가격 조정을 통해 물가안정에도 기여해야 할 공기관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나 자회사, 각 회원 조합 소속 판매점(종합유통센터,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 등)은 일반 소매상보다 이윤을 많이 남기지 못한다. 농협 산하 각 도매조직의 도매수수료가 민간 도매인에 비해 싼 이유도 농협이 태생적으로 농민을 위하고 소비자를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민간 대형 유통업체들은 굳이 우리 농축산물, 특히 농협 회원의 생산품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농축산물이면 국산과 수입품을 가리지 않는다. 품질 면에서 월등한 우리 농축산물이 있어도 이윤이 많이 남지 않으면 수입산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적정 이윤이란 소비자가 감내할 수 있는 최고 가격을 의미한다.

농협은 농축산물의 유통과 판매에 있어 정부와 국민, 농민으로부터 심리적, 법적으로 적정 이윤을 강요받는 데 반해 대형 유통업체는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대기업이 중소 협력업체에 원자재의 공급단가 인하를 강요하듯, 농민에게 농축산물의 공급가격을 낮출 것을 끊임없이 요구한다. 싸게 살수록 자신들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이다. 농민은 수취가격이 낮아져 울상이고 소비자는 농축산물을 비싸게 구입함으로써 주머니가 얇아진다.

2011년 말 현재 대기업 소유 3대 대형 유통업체의 농축산물 점유비는 50% 이상인 반면, 농협 각 판매점의 농축산물 점유비는 11% 대에 머물고 있다. 농협의 농산물 산지유통 점유비가 42%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소매 점유비가 너무 낮다. 매년 점유비가 늘고 있지만 대형 유통업체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더욱이 회원 농민에게 후한 가격을 주고 농축산물을 구입한 농협의 도매조직은 이를 보다 낮은 이윤으로 소비자에게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다.

그럼에도 농협은 지난해 3월 농협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산지조합 농축산물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중앙회가 직접 책임판매하겠다고 약속했다. 실제 지난해 3월 개정된 농협법은 농협의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의무조항으로 신설했다. 정부는 경제사업 활성화와 판매농협 실현을 위해 자본금 5조 원을 지원키로 했고, 이에 농협은 지역 농축협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판매한다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농협은 도매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는 한편, 대형 유통업체와 경쟁할 수 있는 대형 농축산물 전문판매장과 도시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중소형 판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판매장 확장과 함께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혀가기 위한 농협의 활동도 막을 올렸다. 국민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신토불이(身土不二)’ 운동에 이어 농협이 최근 각 시민단체와 함께 벌이고 있는 ‘식(食)사랑 농(農)사랑’ 캠페인도 그중 하나다.

중대형 하나로마트 신설

소비자와 농협 농축산물 만남의 장이자 접점인 판매장 중 대표적 소매점은 ‘하나로마트’다. 이외에 ‘하나로클럽’과 도매와 소매를 같이 하는 대규모 종합유통센터가 있다. 종합유통센터의 경우 물류센터와 구분해 매장은 하나로클럽이라는 간판을 달고 영업한다. 서울의 양재 하나로클럽이나 창동 하나로클럽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판매점의 소속은 제각각이다. 농협중앙회, 농협유통과 같은 자회사, 지역 농축협으로 3원화돼 있다.

2012년 6월 말 현재 종합유통센터와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을 합해 농협 소속 판매장은 모두 2131개소로 중앙회와 자회사 소속 판매장이 61개소이고 지역 조합 소속은 2070개다. 농협은 2015년까지 중앙회와 자회사로 갈라져 있는 판매장을 2015년까지 모두 1개의 자회사로 모아 농협 경제지주 산하에 둘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농협은 판매장을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농협은 판매장의 체인본부시스템도 구축하기로 했다. 경영과 운영은 체인본부에서 집중 관리하고 실제 판매사업은 판매장에서 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형 유통업체처럼 전국 판매장의 경영관리와 마케팅 등을 표준화하고 공동 계약을 통해 많은 부분에서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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