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호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정부가 구상하는 농협개혁의 성공조건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2-10-23 10: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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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개혁은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부터 농정의 최대 화두 중 하나였다. 농협이 바뀌어야 한다는 데는 여야를 막론하고 공감했지만 그 방법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계속됐다. 농협은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협동조합이지만 지난 1961년 설립 때부터 정부의 각종 지원과 법적 보호를 받아왔다. 농협이 농축산물 유통시장에 끼치는 영향과 농정에서 차지하는 몫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정부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던 셈.

    농협은 10여 년 전부터 국민의 개혁 열망 속에서 자체 변신 노력을 거듭해왔다. 그러던 2008년 12월 정부는 농민단체, 학계 인사 등으로 농협개혁위원회를 꾸리고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작업에 착수해 지난해 3월 개정 농협법을 완성했다. 농협중앙회를 경제와 금융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중앙회가 이들을 지도감독하도록 한 것이 골자다. 내용을 보면 농민은 농축산물을 생산만 하고 농협은 판매를 전담하는 판매농협을 실현해 경제사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핵심이었다. 개정 농협법은 올 3월부터 발효됐다.

    추석을 코앞에 둔 9월 28일 농림수산식품부 정황근 농업정책국장(52)과 이천일 유통정책관(47)을 만나 농협개혁이 왜 필요한지, 농협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그 과정에서 정부가 맡은 역할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농협이 판매농협으로 거듭나 경제사업 활성화에 성공하려면 근본적으로 농축산물 시장의 다단계 유통구조부터 혁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 농식품부 정황근 농업정책국장

    “경제사업 활성화 통해 농산물 수출에 힘썼으면…”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농협이 농정 업무의 절반입니다. 그 정도로 농협개혁은 농민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농협만 농민과 소비자가 원하는 식으로 바뀌면 농정의 절반 이상은 성공한 겁니다.”

    농식품부 정황근 농업정책국장은 “경제사업과 금융 부문을 분리한 사업구조 개편이야말로 농협중앙회 설립 후 50년 숙원사업을 성취한 것이자 이번 정부의 농업 분야 최고 성과”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정부만의 평가가 아니라 농업개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하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 농협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는 무엇입니까.

    “농협이 그간 농민의 지위 향상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많은 기여를 하고 농업 발전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죠. 하지만 그간 농축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이 빠르게 변하면서 과거의 체제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농축산물의 유통과 판매 등 경제사업에 소흘했다는 비판이 제일 컸습니다. 금융 부문은 전문성이 떨어져 수익성과 생산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사업부문별 선택과 집중, 전문화가 절실한 상황입니다.”

    ▼ 경제지주를 따로 분리한 이유가 뭡니까.

    “농협은 기본적으로 농민의 권익을 대변해야 합니다. 그들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잘 팔아주는 게 본연의 임무죠. 유통단계를 확 줄이면서 편하게, 빠르게, 많이 제값을 받고 팔아주면 농민의 주머니가 든든해지죠. 개개로 흩어진 농민과 지역 조합을 묶어 브랜드를 규모화, 전문화하면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이 생기고 고른 품질의 농축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습니다. 유통단계도 확 줄고요. 농민은 수취가격이 올라가 좋고 소비자는 싸고 품질 좋은 농축산물을 먹어 좋습니다. 농협이 팔아주는 물량이 지금 10%인데 2020년까지 50%로 올리자는 게 경제사업 활성화의 핵심 내용입니다. 그렇게만 하면 더 이상 농산물 가격의 폭등폭락은 없습니다.”

    ▼ 금융지주를 분리하면 농민에게 어떤 이득이 있습니까.

    “금융지주도 결론적으로는 농민이 100% 출자한 기업입니다. 농민이 지역조합에 출자하고 조합은 중앙회에 출자한 거죠. 농협법 개정으로 농협중앙회는 금융지주 매출액의 최대 2.5%를 명칭사용료 명목으로 환수하도록 돼 있습니다. 연간 매출이 커지면 커질수록 환수금액은 커지죠. 지금까지 걷은 게 3046억 원쯤 되고 올해 말엔 4351억 원 정도 될 겁니다. 거기다 배당금도 받습니다. 순이익이 많이 나면 그만큼 이익인 거죠. 중앙회는 그 돈을 가지고 경제사업 활성화에도 사용하고 농민들 지도와 교육사업에도 쓸 수 있습니다. 이제 농협법 개정으로 조직이나 인사관리를 지주사가 자율적으로 하니까 금융지주는 전문성을 기르고 돈만 잘 벌면 됩니다.”

    정부는 금융지주의 분리로 전문성과 효율성이 강화돼 2020년이 되면 시중은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 조합과 농민에게 많은 자금을 환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총자산은 2011년 238조 원에서 420조 원으로 늘고, 순이익은 8000억 원에서 3조7000억 원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계산이다.

    “금융지주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협동조합 수익센터나 농업금융 전담기관 기능이 크게 강화될 것입니다. 지금처럼 정부의 정책자금 지원을 대행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농업경영에 대한 컨설팅도 해주면서 그와 연계해 자금을 지원해주는 체계가 되는 거죠. 농민이 주인인 만큼 그들에 대한 서비스를 늘려나가는 건 당연합니다. 결국 금융지주의 경쟁력이 높아지면 중앙회, 궁극적으로는 조합원의 미래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생기죠.”

    경제사업 위한 5조 원 출자

    한편, 경제지주는 중앙회로부터 기존 13개 자회사를 이관받아 농축산물 판매·유통·가공 등 경제사업을 전담하는 유통판매 회사가 된다. 중앙회의 나머지 경제사업 관련 자회사도 경제지주로 2017년까지 이관토록 되어 있다. 정부는 농협이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5조 원을 출자키로 했다. 이로써 농협 경제지주회사의 자본금은 2011년 2700억 원에서 2012년 5조9500만 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 5조 원을 지원키로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경제지주가 분리는 됐지만 경제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투자할 것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 짓고 있는 경기도 안성물류센터를 비롯해 전국에 5개 도매물류센터도 지어야 하고 유통회사도 만들어야 하고 축산물 대형 패커(Packer)도 양성해야 하죠. 돈 들 일이 너무 많죠. 그래서 정부가 5조 원을 출자하기로 한 겁니다. 지분을 가지지 않는 출자예요. 4조 원은 농협이 채권을 발행하고 그 이자를 5년간 정부가 내주는 형태고 1조 원은 현물 출자하는 형식입니다. 5년 동안 이자 보존액만 8000억 원에 달합니다.”

    ▼ 현물 출자 1조 원은 아직 지급이 안 된 것으로 압니다만.

    “정책금융공사가 보유 중인 한국산업은행 주식 5000억 원어치와 한국도로공사 주식 5000억 원어치죠. 산업은행 주식 출자는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연내로 해결될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신·경(信·經) 분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도 면제하고 기존 중앙회 체제 수준으로 세금이 부과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세금감면 규모가 9400억 원 수준에 달해요. 이 자금이 모두 경제사업 활성화 세부계획에 따라 제대로 쓰일 겁니다. 이 자금의 집행은 농식품부 제1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농민단체, 조합장, 관련 대학교수들로 구성된 경제사업평가협의회의 검증을 받도록 되어 있습니다. 중복, 중첩 투자를 막고 돈이 제대로 쓰이는지 보자는 것이죠.”

    올 3월 2일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인 5월 농식품부는 농협과 사업구조개편 이행약정서를 체결한 데 이어 9월에는 ‘농협사업구조개편 세부 이행계획’을 수립했다. 농협과 농식품부는 경제사업 활성화를 점검하는 농협경제사업평가협의회와는 별도로 정 국장과 농협중앙회 상무를 반장으로 하는 합동점검반을 편성해 분기별로 이행 실적을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 농협 경제사업 활성화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요?

    “중앙회가 조합 출하물량의 50% 이상을 적정가격에 책임 판매하는 겁니다.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매는 농협이 전담하는 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거죠. 지난해는 중앙회가 팔아준 물량이 10%에 불과합니다. 농민은 농산물을 지역조합에 출하하고 조합이 수집하고 상품화한 농산물을 경제지주가 책임지고 팔아주는 계열화 방식이 정착돼야 해요. 이러면 전국 단위로 직거래 유통체계가 정착됩니다. 그러면 중앙회 농산물 시장지배력이 생기죠.”

    농협은 과일과 채소, 특용작물과 같은 원예 품목은 대규모 물류센터와 공판장 등 도매전담조직의 유통계열화로 유통의 길목을 장악한다는 방침이다. 2020년까지 지역조합이 출하한 원예 농산물의 39.1%를 판매한다는 게 목표다. 쌀은 전국 단위의 쌀 판매회사를 설립해 쌀 유통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방침. 2020년까지 각 조합이 출하한 쌀의 58.7%를 직접 판매해 국내 전체 쌀 유통량의 35%인 100만t을 쌀 판매회사가 취급할 계획이다. 축산의 경우는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육성해 축종별로 일관 판매체계를 구축해 지난해 12.8%에 불과했던 각 조합 출하 대비 중앙회 판매 비중을 2020년까지 63.8%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업구조 개편 3조 원 편익

    정부의 5조 원 출자금은 2020년까지 농협이 추진해나갈 경제사업의 각 분야에 쓰이게 된다. 농식품부는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면 농민과 소비자에게 연간 3조 원 수준의 사회적 편익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정 국장은 “5조 원의 자본금이 지원되고 경제지주도 설립되는 등 경제사업을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만큼, 이젠 소프트웨어 차원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소프트웨어 차원의 보완이라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농협은 농민의 것이죠. 조합원이 산지에서부터 농협을 믿고 판매를 맡기는 방식이 정착되어야 합니다. 농협은 그걸 선별하고 포장해 대신 팔아주는 방식, 그게 바로 협동조합 판매방식입니다. 지금처럼 출하계약을 맺고도 중간상인이 조금 비싼 가격을 제시하면 계약을 파기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 관행이 계속되면 경제사업 활성화는 기대하기 힘듭니다. 농민이 조합을 믿으려면 조합도 생산지도와 수집, 상품화를 전담하면서 잘 팔아주고 있구나 하는 믿음을 심어줘야 합니다. 경제지주가 생긴 만큼 전문경영인의 독자적 경영활동을 보장하고 합병과 조합공동사업법인 설립 등을 통해 경제사업을 품목별로 규모화, 전문화해야 합니다.”

    정 국장은 마지막으로 “농협이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으로,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협이 농민을 대표하는 전문 농업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수출에도 앞장서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농민이 생산하는 품목이 굉장히 다양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우리 국민 먹여 살리는 데 급급해온 게 사실이죠. 하지만 경제사업 활성화가 제대로 추진만 된다면, 다시 말해 품목별로 규모화, 전문화된 생산만 가능하다면 우리도 본격적으로 수출 전선에 뛰어들 수 있습니다. 이는 개별 농민 차원에서 할 수 없는 일이고 농협이 해야 합니다. 이건 꿈이 아닙니다. 올해 농산물 수출 목표가 100억 달러입니다. 1974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이 100억 달러였어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는 정말 농산물도 수출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합니다.”

    ■ 농식품부 이천일 유통정책관

    “산지 유통 50% 점유하면 경제사업 활성화 완성될 것”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농협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은 경제사업 활성화이고, 경제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농협이 회원 농민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책임지고 팔아줘야 합니다. 그게 ‘판매농협’의 실현이죠. 농협이 농축산물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왜곡된 유통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유통구조만 합리적으로 바꾸면 우리 농협뿐 아니라 농업이 가진 전반적 문제가 해결됩니다. 농협이 산지 농축산물의 50% 이상만 팔아주면 농축산물 가격의 폭등과 폭락은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농식품부 이천일 유통정책관은 농협의 농축산물 유통구조 합리화 작업의 중요성을 이렇게 설명한다. 농협이 산지 농가와 지역조합의 규모화·전문화를 통해 유통단계를 합리적으로 축소할 수 있다면 농협이 살고 농민이 살고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우리 농산물 유통의 근본 문제는 무엇입니까.

    “농산물은 공산품보다 빨리 부패하는 대신 부피가 크다는 점에서 유통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저장과 유통에 돈이 더 들어가는 거죠. 거기에 더해 우리의 경우는 유통단계까지 복잡하니 유통비용이 더욱 많이 들 수밖에요. 농민이 받는 돈과 소비자가 지불하는 돈의 괴리가 엄청나게 커지죠. 이 모두가 산지 농가가 영세한데다 조직화, 집단화돼 있지 못해서 발생한 일입니다.

    농가가 서로 힘을 합해 많은 물량을 한꺼번에 농협에 공급하면 수집, 선별, 포장, 배송에 이르는 단계가 확 줄어드는데 이게 잘 안 되는 거죠. 노지채소의 경우 80%를 산지유통인이 사 갑니다. 이런 물량은 대부분 도매시장과 중도매인 등 도매조직과 각종 소매조직을 거치면서 유통단계가 늘어납니다. 생산 농민→산지 수집조직→도매시장(도매법인, 중도매인)→소매상→소비자, 이렇게 크게 4단계의 유통구조가 만들어지는데 품목에 따라서는 중간납품상, 위탁상, 중개상 등의 단계가 추가돼 유통단계가 7, 8단계로 늘어나기도 합니다.”

    ▼ 채소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는 데도 이유가 있군요.

    “쌀은 산지 미곡종합처리장(RPC)에서 소비자 소매유통업체로 직거래되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26%로 낮은 반면, 무·배추와 같은 엽근채류는 수천 명에 달하는 산지유통인에 의해 주로 경매시장에 넘겨지기 때문에 유통비용이 72%까지 올라갑니다. 포전(圃田·밭떼기)거래 상인들은 홍수 출하로 가격이 떨어지면 그 손해 부분을 다른 유통업자와 소비자에게 전가합니다. 유통비용이 폭증하는 거죠.”

    ▼ 포전거래가 농산물 유통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포전거래 비중이 너무 높은 게 문제인데 채소는 특히 더 높아요. 포전거래는 거래량이나 가격, 거래 시기, 거래물량 등 시장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유통과정 참여주체와 유통정책을 관장하는 정부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어렵게 합니다. 산지 유통인의 대부분이 포전거래를 선호합니다. 농민들도 그렇고요. 채소의 경우는 유통인의 과점이 시장가격을 높이는 주원인이 됩니다.”

    ▼ 농산물에 따라 유통구조의 문제점이 각각 다르군요.

    “채소는 산지 유통인의 포전거래와 그로 인한 과점이 가격을 올리는 주범입니다. 다단계의 유통구조 때문에 유통비용이 56~77%에 달합니다. 상품 규격이 각각 다르고 표준화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고요. 과실류는 농가별로 소규모 저장고를 보유하고 경매시장에 개별출하를 하는 게 유통구조를 복잡하게 하고 유통비용을 올립니다. 저장하는 데 따로 비용 들고 유통과정에서 마진이 또 붙어 소비자가격이 올라가는 구조죠. 유통비용이 42~55%에 달합니다. 쌀은 유통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대신 RPC별로 브랜드가 1677개로 난립해서 공정가격을 매기는 데 애로가 많죠. 축산물은 소규모 유통업체가 난립해 소매단계 유통비용이 너무 높습니다. 영세 정육점의 판매비중이 쇠고기는 63%, 돼지고기는 56%에 달합니다.”

    2020년까지 산지 유통시장 장악

    ▼ 이런 왜곡된 유통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겠다는 것인지요.

    “간단합니다. 농민이 생산한 생산물을 농협이 수집상, 도매상, 소매상 역할을 모두 하면서 직접 팔아주면 됩니다. 물론 농민도 농협을 믿고 공급계약을 위반하지 않아야 하고요. 개별 농가가 서로 힘을 합쳐 공동출하하는 게 우선이죠. 그러면 소비자에게 가는 품질의 균일성도 보장되고 유통과정이 2, 3단계로 축소돼 가격이 안정되죠. 폭등과 폭락 현상이 없어집니다. 사실 그렇게만 되면 농식품부에 유통정책관실이 존재할 이유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말은 간단하지만 한꺼번에 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닙니다. 경제사업 활성화의 핵심이 바로 이것이고 농협은 이런 개혁을 2020년까지 완수하겠다는 겁니다.”

    농민은 생산에만 전념하고 판매는 농협이 책임지는 유통구조의 개선을 위해 농협은 올해부터 농산물의 계약재배를 확대하고 전국 5개 권역(수도권, 영남, 호남, 강원, 제주)에 농산물 도매물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경기도 안성물류센터는 골조가 거의 완성된 상태다. 이들 도매물류센터가 관리할 도매유통회사도 설립된다. 즉, 거대 물류센터가 산지 수집, 도매 기능을 총괄하면서 대형유통 회사나 농협 하나로마트, 하나로클럽 같은 농협 유통회사에 농산물을 뿌려주는 기능을 담당한다. 채소는 농협의 계약재배 면적을 지난해 12%에서 올해 20%로, 2015년까지 50%로 올리기로 했다. 산지 재배량의 50%를 책임 판매하겠다는 뜻이다.

    “농협은 책임지고 판매 농민은 농협을 신뢰해야”

    2013년 6월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안성농식품물류센터.

    축산물에서는 도축·가공·유통·판매의 농협 일관유통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산물의 도매물류센터에 해당하는 협동조합형 대형 패커를 집중 육성해 농협의 축산물 시장 점유율을 2015년까지 한우 50%, 한돈 18%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대형 패커는 ‘포장하는 사람’이라는 뜻처럼 도축된 소나 돼지 닭 등을 부위별로 선별하고 포장하고 가공해 소매점에 뿌려주거나 직접 판매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 유통구조 개선에 산지 농가의 규모화가 특히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별 농가가 생산품의 선별과 출하, 계산을 다른 농가들과 묶어서 함께 하면 납품 규모가 커지죠. 선별과 출하를 지역 조합에서 담당하니 유통단계도 확 줄고요. 이걸 공선출하회라고 하는데 10만 명의 산지 농가를 농협의 전속 출하조직으로 만들 계획입니다. 공선출하회를 한데 묶어서 관리할 조합공동사업법인(조공법인)인 연합사업단도 만들어집니다. 이들 산하에 중대형 산지유통복합시설(APC)을 50여 개소 만들어 2020년까지 농협 원예판매액의 50%를 소화할 생각입니다. 이렇게 되면 산지 농협이 원예산지 유통액 15조 원 중 75%를 책임지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는 여기에 우선적으로 지원할 작정입니다.”

    ▼ 도매유통의 경우 도매물류센터 외에 공판장도 있습니다.

    “연합사업단이나 공선출하회 등 산지 농협에서 출하한 11조3000억 원의 농산물 중 39%인 4조4000억 원을 권역별 5개 도매물류센터나 전국에 산재한 12개의 공판장에서 흡수할 계획입니다. 도매물류센터는 산지 APC에서 물량을 받아 소매상에 뿌려주는 직접도매 방식인데 공급망관리(SCM)를 전산 처리해 재고비용과 저장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계획입니다. 공판장은 산지와 미리 분량과 가격을 정해놓고 계약을 하는 정가 수의거래를 확대해나가야 합니다. 지금껏은 경매수요가 많았지만 계약재배를 통해 농가의 수취가격을 보장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소비자 가격도 안정시키자는 거죠. aT센터(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하는 농산물 사이버거래처럼 공판장에서도 통합전자거래 체계를 구축할 작정입니다. 그러면 유통비용을 더 줄일 수 있죠.”

    도·소매 직거래가 관건

    ▼ 직접 도매든 정가 수의계약이든 농민의 의식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사실 농협의 주인인 농민이 농협을 믿고 농협에만 생산물을 출하해준다면 유통구조 혁신에 대해 걱정할 이유도 없습니다. 가격 폭락 시기에 산지 유통인이 가격을 좀 후하게 쳐준다고 계약을 파기하고 공선출하회를 탈퇴하는, 이런 일들만 없으면 농협의 직접도매나 계약재배는 성공할 수 있죠. 결국 경제사업 활성화는 농민이 농협에 생산물을 공급하는 게 자신에게 확실히 더 이익이라는 믿음을 갖게 하는 데 성패가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농산물 판매점도 너무 영세하고 난립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농협의 경제사업 활성화 계획에는 농협의 소매기능을 담당하는 체인본부와 56개 판매장을 단일회사로 통합해 경제지주 산하로 넣는 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주로 하나로마트와 하나로클럽을 담당하는 회사들이죠. 이미 4개 자회사는 경제지주 회사로 넘어갔고, 2015년까지는 통합작업이 마무리될 겁니다. 그러면 경제지주 자체가 대형 유통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2017년까지 양재 하나로마트 같은 대형매장을 신도시 위주로 4개소 더 만들고, 7대 광역시에 면적 1500㎡ 이상의 조합 하나로마트를 63개소 신설할 예정인데 농·축산물 신선식품 점유비를 2020년까지 15%로 끌어올린다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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