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거미가 내려앉을 무렵 순천만 갯벌의 갯고랑.
주인 박영자(64)씨는 “이렇게 차려내면 뭐 남겠냐며 반찬을 좀 줄이라는 손님이 많다”면서도, “여태껏 그렇게 해온 데다 우리 집까지 찾아온 손님들이 고마워서 그럴 수 없다”며 푸근한 웃음을 짓는다. 이 집의 진수성찬을 맛보려면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자리도 몇 되지 않거니와 손님이 주문할 때마다 밥을 새로 지어서 내놓기 때문이다.

추수가 끝난 뒤 새로 올린 초가지붕이 새뜻해 보이는 낙안읍성 민속마을의 민가들.
내친김에 남쪽으로 길을 더 내달려 여수를 찾았다. 여수는 미항(美港)이자 미항(味港)이다. 시야에 잡히는 풍경마다 남녘 항구 특유의 따사로움과 정겨움이 묻어나고, 발길 닿는 곳마다 내로라하는 별밋집들이 미식가를 유혹한다. 청정해역인 순천만과 여자만, 그리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끼고 있는 여수는 그야말로 해산물의 천국이다. 돌산갓김치, 장어탕, 서대회, 노래미탕, 참장어데침회(유비끼), 금풍생이구이, 바다메기탕, 문어회, 피문어죽, 해물한정식 등 여수가 아니면 쉽게 맛볼 수 없는 별미가 한둘이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담백하고 맛깔스런 해물요리도 잇달아 먹으면 십중팔구 식상함을 느낄 터. 그럴 때는 여수시 학동 선소 부근의 일품매우 여수점(061-692-1616)을 찾아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