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호

겨울 묵시록

  • 입력2010-02-03 11:30: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겨울 묵시록
    빙하가 떠내려온다. 이 밤 웅성거리는 소리와 함께 먼 바다에서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떠내려오고 있다. 그 빙하는 우리가 몸을 누인 이 땅에 부딪쳐올 것이다. 순식간에 두 조각이 난 땅 위로 성난 바닷물과 얼음가루가 쏟아져내릴 것이다. 교각이 무너지고 문짝이 휘어지고 유리창이 부서져나가면서 사방 여기저기 아우성 소리가 눈보라처럼 흩날릴 것이다. 뾰족한 뱃머리를 앞세운 채 세찬 파도를 데리고 서서히 다가오는 저 빙하의 군단. 시린 물살이 우리의 꿈을 파고들 때 빙하 속에 갇혀 지낸 짐승들이 일제히 튀어올라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사람들을 물어뜯으리라. 곤두박질치는 수은주 날아다니는 빨래들 흐믈거리며 떠다니는 시계들. 물개들이 뭍으로 기어오르리라. 투명한 얼음 속에 웅크리고 있던 북극곰이, 흥분한 바다표범이 달아나는 사람을 올라타고 상아를 치켜든 맘모스가 둔중한 몸으로 쿵쿵거리며 거리를 내달리리라. 빙하 속에 끓고 있던 시린 빛이 일제히 터져나와 어두운 밤하늘에 오로라를 펼치리라. 이 밤 빙하가 떠내려온다. 땅거죽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멀리서 빙하 속에 갇혀 있던 선사의 꿈이 다가온다.



    시마당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