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호

나무들의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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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양식
나무가 먹고 있는 밥을 보았다

몹시 조악한 악식(惡食)이었다

스산한 늦은 저녁이었다

메마른 바람이 불고 있었다

길 잃은 철새가



성긴 가지에 앉아 있었다

나무의 밥과 인간의 밥은

본래 하나

나무와 인간은

같은 밥을 먹었지만

내 밥은 그에 비해 푸짐했었다

나무의 밥상에는 나무들뿐이었고

인간의 밥상에는 인간들뿐이었다

-김명수

김명수

● 1945년 경북 안동 출생
● 197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
● 오늘의 작가상, 신동엽문학상, 만해문학상, 해양문학상 수상

● 작품집: 시집 ‘월식’ ‘침엽수지대’ ‘바다의 눈’, 동시집 ‘산속 어린 새’ ‘마지막 전철’ ‘상어에게 말했어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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