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 방영된 TV 연속극에서, 우연히 마주친 첫사랑 황신혜에게 최민수가 던진 대사다. 물론 이 순간부터 황신혜의 마음이 흔들리며 상투적인 내용이 전개된다. 개인적 판단으로는 ‘모래시계’의 “나, 떨고 있니?” 이후 최고의 대사가 아닌가 한다. 따지고 보면 “너 행복하니?”는 “나, 떨고 있니?”보다 훨씬 더 무서운 질문이다. 왜 사느냐는 말과 같은 뜻이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성공’ ‘성취’를 인생의 목적으로 삼고 산다. 그러나 사회적 성공이 성공 그 자체로만 끝난다면 누가 그처럼 죽을 힘을 다해 매달리겠는가. 성공하면 행복해질 것이란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목표한 바를 성취하면 행복해질까. 목적한 바를 이룰 때 얻어지는 행복이란 잠시뿐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너, 행복하니?”란 질문에 우리 모두 가슴이 철렁 내려앉음을 느끼는 것일 게다. 그렇다.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산다.
” 재밌잖아요! ”
2002한일월드컵 때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미친 듯 응원에 열중하고 있던 한 20대 초반 청년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더운데 나와서 고생하느냐, 힘은 안 드냐?”고. 청년은 “재밌잖냐”는 한 마디로 모든 질문을 일축했다. 정말 그렇게 재미있나 싶어 그 다음 경기 날 거리 응원에 나섰던 40대 교수는 일사병에 걸려 이틀을 꼬박 자리에 누워 있어야 했다. 그러나 그가 정작 이해할 수 없었던 건 거리응원에서는 경기 내용을 거의 볼 수 없다는 사실이다.
월드컵 당시 갑자기 나타나 한국을 온통 빨갛게 물들인 ‘붉은악마’는 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 강력했다. 뿌리 깊은 레드 콤플렉스를 단번에 뿌리 뽑아버린 힘은 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로 ‘재미’다. 붉은악마의 힘은 재미에 기인한 것이다. ‘그물에 공 차 넣기’를 구경하는 ‘사소한’ 재미가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이데올로기보다 더 강력할 수 있었던 것이다. 과연 무엇이 이러한 ‘재미의 힘’에 대해 속시원히 설명해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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