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웹진 ‘인스워즈’편집위원이자 한국문학학교 교장으로 활동중인 시인 김정환씨. 그가 자주 가는 찻집은 대학로에 있는 ‘학림다방’이다. 서울 번화가에서 다방이란 단어가 사라진 지 벌써 오래 전인데도 김씨는 굳이 학림을 커피숍이 아닌 다방이라 불렀다. 김민기, 전혜린, 김지하, 그리고 김정환 시인이 스무 살 불덩이 같은 시절부터 사랑한 찻집. 대학로에 대학(서울대 문리대)은 사라졌지만 학림은 여전히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변화가 있었다면 스무해 가까이 학림을 떠받치던 1층 바로크 레코드가 문을 닫은 것. 대신 설렁탕집이 문을 열었다. 그 큰 간판 때문일까, ‘Since 1956’이란 문구가 새겨진 학림의 현판이 이전보다 초라하게 느껴진다.
그렇더라도 입구에 적혀 있는 “학림은 지금 매끄럽고 반들반들한 ‘현재’의 시간 위에 ‘과거’를 끊임없이 되살려 붙잡아 매두려는 위태로운 게임을 하고 있다. …말하자면 하루가 다르게 욕망의 옷을 갈아입는 세속을 굽어보며 우리에겐 아직 지키고 반추해야 할 어떤 것이 있노라고 묵묵히 속삭이는 저 홀로 고고한 섬 속의 왕국처럼…”이라는 문학평론가 황동규의 글귀는 한 잔의 ‘학림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남다른 ‘역사성’을 부여한다.
17년째 학림을 지키고 있는 네번째 주인 이충열씨는 “학림의 자랑은 오랜 역사만이 아니다. 요즘은 커피 맛으로 승부하는 찻집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실제로 대형 커피 로스터기를 구입, 가까운 장소에 작은 공장까지 마련하고, 브라질·콜롬비아·에티오피아·케냐 등지에서 직수입한 원두를 직접 볶아 늘 신선한 커피만을 제공하고 있다. ‘갓 지은 밥 같은 커피’가 이씨의 목표. 그는 “빵도, 야채도 신선도를 따지면서 왜 커피에 대해선 아무 문제의식이 없는지 모르겠다”며 “커피 전문점을 넘어 전문 로스터 숍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귤러 커피, 각종 차, 맥주는 3500~ 4000원, 어레인지드 커피(라테 류)는 4000원이다. 생과일 주스와 칵테일도 판매한다. 와인, 위스키도 있는데 로열 샬루트의 경우 25만원 한다. 마른 안주 가격은 1만원. 영업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볶은 지 2주 안된 신선한 원두는 120g을 6000원, 200g을 1만원에 판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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