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환에게 2년간 400만달러(약 48억원)를 투자한 페루자는 안정환을 소속 선수로 완전 영입한 후 다른 구단에 되파는 과정을 통해 차익을 남기려고 했다. 하지만 안정환은 페루자와의 계약이 끝났다고 단정, 부산구단에게 돌아가는 이적료를 최소화하고 연봉을 높게 받으려는 복안을 갖고 여러 구단과 접촉해왔다. 이런 움직임에 발끈한 페루자는 FIFA에 조정을 부탁했고, 외교력이 부족한 대한축구협회와 부산구단은 페루자의 전횡과 계약위반에 대해 지적 한번 제대로 못하고 선수를 내주고 말았다.
에이전트들의 능력에도 상당 부분 물음표가 제기된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준인 FIFA 공식 에이전트는 모두 16명. 하지만 무자격자도 상당부분 선수 개인의 친분과 알음알이를 내세워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공식·비공식 에이전트들 가운데 활발하게 움직이는 사람은 대략 7명선. 이들도 대부분 해외에 네트워크 없이 유럽의 FIFA 에이전트들을 끼고 ‘선수장사’를 하는 수준이다. 영어에 능통하거나 구단과 친분이 있는 사람은 한두 사람 손에 꼽을 정도. 많아야 4, 5명의 직원을 두고 영업을 하고 있다. 어떤 에이전트는 팩스를 받고 잡무를 하는 여직원 한 명만을 둔 채 진짜 구멍가게 같은 영업을 하기도 한다. 이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활동을 하다보니 정보력이나 협상력에서 국제적인 에이전트회사들과의 경쟁에서 성과를 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후진적인 환경이 해외진출을 원하는 선수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
작은 국내 축구시장과 열악한 축구환경을 감안하면 유럽에 진출할 수 있을 정도의 선수를 탄생시킨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 ‘우량품’의 수량이 한정되다 보니 에이전트간엔 선수를 사이에 놓고 ‘물밑 배팅’과 ‘사탕발림’이 진행되면서 상도덕이 무너졌다.
해외의 경우 선수 에이전트의 규모나 조직이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체계적이지만 무엇보다도 선수들과의 계약관계가 깨끗하고 후견인 개념이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이들은 대성할 가능성이 보이는 선수들을 유소년부터 육성하거나 청소년의 경우 거금의 계약금을 주고 정식으로 자신의 소속사로 끌어들이는 등 투자를 기본으로 비즈니스를 한다. 영세한 한국의 에이전트들로서는 물론 꿈도 꾸지 못할 일이지만 투자가 가능한 몇몇 ‘큰손’들도 체계적인 비즈니스엔 관심이 없고 오직 슈퍼스타의 쟁탈전에만 몰입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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