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한편으로 유감스럽게도 리선생이 오류로 지적한 내용 중에는 잘못된 부분이 많고, 무엇보다 번역자와 교열자, 출판사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일방적이면서도 과장된 부분이 있어 바로잡고자 한다. 황석영본의 교열은 일러두기에서 밝힌 바대로 인민문학출판사의 2002년판 ‘삼국연의’를 근간으로 하고, 미심쩍은 부분은 중국의 다른 판본과 진수의 ‘삼국지’, 그리고 언해본을 위시한 기존 국내 번역본과 일본판 삼국지 등을 꼼꼼히 대조하여 수많은 오류를 바로잡으면서 진행됐다. 리선생의 말대로 이러한 작업에서 “완벽은 천사의 꿈”이겠지만, 황석영본이 그간 국내 번역본들이 가진 오류를 최소화했다는 점만은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전 10권과 부록으로 된 황석영 ‘삼국지’
첫째, 리선생은 필자가 삼국지 해제(제10권)에서 인용한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교아시(驕兒詩)’의 ‘교아’가 ‘버릇없는 아이’로 잘못 번역되었으며 이는 중국어를 바로 알거나 이 시의 전문을 찾아보았다면 나올 수 없는 황당한 번역이라고 비판하였다. 그러나 이야말로 황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교아시’는 이상은의 응석받이 아들이 집에 온 손님들의 외모를 보고 장비의 수염 같다고 버릇없이 놀리고, 등애가 말 더듬는 것 같다고 비웃는 내용을 담은 시이다.
‘중국어사전’(대중한사전, 고대 민족문화연구소, 1995년 초판, 1052쪽)에서 ‘교아’를 찾아보면, ①버릇없는(응석 부리는) 아이, 떼쟁이 ②총애하는 아이의 두 가지 해석이 있고, 중국에서 출간된 ‘중조(中朝)사전’에도 ‘제멋대로 자라 버릇없는 아이, 총애를 받는 아이’라고 되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중국어사전인 ‘대한화사전’(大漢和辭典, 제12권, 大修館書店) ‘교아’조에도 이상은의 시를 예문으로 들면서 ‘버릇없는 아이(わがままむすこ)’로 번역하고 있다. 일본의 삼국지 전문가로 유명한 교토대학 김문경 교수의 예에서 보듯(‘삼국지의 영광’, 사계절, 41쪽) 국내외 많은 중문학자들이 ‘교아’를 ‘버릇없는 아이’로 푸는 것은 명확한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